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금난새의 유라시안필하모니가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연주했다. 이 콘서트에 간 이유는 금난새를 보기 위해서다. <금난새와 함께 떠나는 클래식 여행>을 읽고나서 금난새씨의 팬이 되었다. 관악기들이 가끔 세련되지 못한 저음을 내서 거슬리기는 했지만, 왕년의 고등학교 밴드부 트럼펫 주자로서 그게 굉장히 어려운 연주라는 걸 알기에 베토벤 9번의 감동을 만끽하는데 방해되지는 않았다. 역시나 현장에서 울리는 쾅쾅 대는 음감만으로도 베토벤 9번은 멋졌다.
옛날 고등학교 밴드부 생각이 난다. 1학년 가을에 밴드부가 생겨서 창단멤버가 됐는데 어찌나 다들 못했던지 조회에 나가 애국가를 연주하면 삑 빽 대는 바람에 내내 웃다가 볼 일 다봤다. 학교의 웃음거리였다. 그래도 밴드부가 있으니 녹음을 틀 수는 없고 우리는 매주 월요일마다 선생님들과 친구들을 웃겨주었다. 맨날 웃음거리가 되어도, 악기만 잡고 있으면 우리는 스스로 폼났고 멋있었다. 아직도 가난했고 꽤나 억눌려살았던 시절이었기에 우리에게는 감수성에 불을 당겨줄 소재들이 흔치 않았다. 악기가 우리에게 주었던 감동은 그래서 더욱 대단했던 것같다.그해 겨울과 봄, 우리는 매일 방과후에 열나게 연습했고, 차츰 음악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나도 악보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가 2학년 5월인가 6월의 축제 때 `Love Story`와 몇 개의 경음악을 제법 화음까지 맞춰가며 연주해냈다. 연주가 끝나자마자 학교 강당이 떠나갈 듯 폭발했던, 그 대단한 박수와 함성을 잊을 수 없다. 아마 마리아 칼라스 정도 되어야 그런 열렬한 박수를 받아봤을 것이다. 그 때의 그 박수와 함성이 지금도 귓전에 쾅쾅 울리는 듯하다. 무에서 유를 창조했던 그때 음악선생님은 참 대단한 분이셨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