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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미 - 향수: 그녀의 첫번째 순수 한국 가곡집 [재발매]
조수미 (Sumi Jo) 노래 / 이엔이미디어 / 2002년 9월
평점 :
한국에서 노래 제일 잘 부르는 가수 조수미가 한국의 빼어난 가곡을 부르니 눈물없이 들을 수 없는 절창이 되었다. 역시 노래는 그 나라 사람이 그 나라 노래를 부를 때 그 독특한 정조를 가장 잘 표현하는 모양이다. 게르만 가수들이 슈베르트 가곡을 가장 잘 부르고 이태리 가수들이 이태리 오페라 아리아를 가장 잘 부르듯이, 나는 조수미의 이 음반이 한국인들에게는 최고의 감동을 선사한다고 생각한다.
조용한 밤에 이 음반을 걸어놓고 귀를 기울이면 슬픈 일도 없는데 가슴 속으로 눈물이 줄줄 샌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라는 바로 그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인생은 괜히 슬픈가보다. 사람이 제 아무리 즐겁고 행복하게 살려 하여도, 근본에 깔려 있는 깊은 슬픔 앞에선 맥을 못 춘다.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라는 정지용의 시, `고향`이 이 음반의 첫 곡인데 이 곡이 베스트다. 그토록 그리던 고향에 돌아왔는데 내가 그리던 그 고향은 이미 없다. 어찌할 도리 없는 이 억울하고 막막하고 서러운, 그러나 참으로 절제된 슬픔을 조수미는 노래로 훌륭하게 표현해 냈다. 무반주로 부르는 한오백년도 뭇 가수 중에 최고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