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미 - 향수: 그녀의 첫번째 순수 한국 가곡집 [재발매]
조수미 (Sumi Jo) 노래 / 이엔이미디어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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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노래 제일 잘 부르는 가수 조수미가 한국의 빼어난 가곡을 부르니 눈물없이 들을 수 없는 절창이 되었다. 역시 노래는 그 나라 사람이 그 나라 노래를 부를 때 그 독특한 정조를 가장 잘 표현하는 모양이다. 게르만 가수들이 슈베르트 가곡을 가장 잘 부르고 이태리 가수들이 이태리 오페라 아리아를 가장 잘 부르듯이, 나는 조수미의 이 음반이 한국인들에게는 최고의 감동을 선사한다고 생각한다.

조용한 밤에 이 음반을 걸어놓고 귀를 기울이면 슬픈 일도 없는데 가슴 속으로 눈물이 줄줄 샌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라는 바로 그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인생은 괜히 슬픈가보다. 사람이 제 아무리 즐겁고 행복하게 살려 하여도, 근본에 깔려 있는 깊은 슬픔 앞에선 맥을 못 춘다.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라는 정지용의 시, `고향`이 이 음반의 첫 곡인데  이 곡이 베스트다. 그토록 그리던 고향에 돌아왔는데 내가 그리던 그 고향은 이미 없다. 어찌할 도리 없는 이 억울하고 막막하고 서러운, 그러나 참으로 절제된 슬픔을 조수미는 노래로 훌륭하게 표현해 냈다. 무반주로 부르는 한오백년도 뭇 가수 중에 최고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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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04-08-28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수미가 팝송을 부른 음반도 참 애틋하던데...
한국 가곡집은 더욱더 애틋하겠단 생각이 드네요..^^
반갑습니다...

고향에 돌아왔는데 그리던 고향은 이미 없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그서글픔을 아리따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하니~~~
들어보고 싶어지네요..^^

99 2004-08-29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번에는 세월의 속도를 눈으로 확인하셔서 우시고,
이번에는 음반 걸어놓고 울고...
바람이 나신건가? 갱년기에 들어가신건가?

이 눈빛 영롱한 청소년이 쏘주 한잔 대접할깝쇼?

배바위 2004-08-30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읽는나무님, 고향에 돌아왔는데 그리던 고향이 이미 없다는 대목에서 저도 이 생각 저 생각 했습니다. 아마도 비슷한 생각이 아니었을까요... 조수미의 음색이 독특하죠? 중성보다는 여성에 훨씬 가깝지만 가녀린 여성보다는 중성에 약간 가까운... 그러면서도 구슬이 굴러가듯이 아름다워서... 절제된 애절함을 노래할 때 가장 훌륭한 것 같습니다.
물류수도사님, 바람의 징조일 수도 있고 갱년기 예고편일 수도 있으나 나의 의식이 다 거부하니...대신...인간 본질에 다가가는 구도의 과정이 아닐까요... 눈빛 영롱한 청소년은 아무리 생각해도 누군지 도통 알지 못하겠으나, 함께 늙어가는 사람끼리 쏘주 한 잔 함은 인생의 소중한 도락이지요.

99 2004-08-30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빛 영롱한 청소년은 "미끈하게 잘 빠진 간을 지닌 청년"의 詩的 표현이었습니다.
갱년기 감성앞에 제가 너무 무리한 표현을 사용했군요... 죄송합니다.
다만, 소생이 아무리 노력해 본들 용띠되기는 애초에 글러버린 일이어늘,
어찌 신밧드님과 함께 늙어간다 하겠습니까.
신밧드님이 총총 앞장서시면, 소생은 꽃놀이, 들놀이에 홍홍거리며, 천천히 따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