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게임 1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2009년 전 세계를 정복한 단 하나의 소설!” 

“잊힌 책들의 묘지가 열리고,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이야기가 시작된다.” 

“성인이 1년에 평균적으로 소설 한 권을 읽는 스페인에서 출간 40일 만에 100만 부가 팔린 초대형 사이클론” 

등의 찬사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책, 『천사의 게임』이다. 그만큼 기대가 한없이 커져있던 책이기도 하다. 

  

수많은 찬사로, 커질 대로 커진 기대로 인해, 책이 내 손에 들어오자마자 당장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두 권 모두 합치면 800페이지에 육박하는 엄청난(?!) 분량으로 부담이 되기도 했다. 그 부담감 때문인지, 새롭게 시작하는 새로운 내용의 등장인물들과 금세 친해지기 어려웠기 때문인지, 초반에는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내용적으로도 초반에는 생각보다 진도가 팍~팍~ 나가지 않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초반 잠시 뿐 어느 샌가 책의 두께 따위는 이 소설을 읽어나가는데 전혀 고려할 사항이 될 수 없었다

 

 

 불우한 환경 속에서, 서점〈셈페레와 아들〉의 주인 셈페레 씨의 도움으로 책 속 세상을 안식처로 삼고 살아가던 「다비드 마르틴ㅡ. 갑작스런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어린 그를 도와주는 부유한 소설가페드로 비달」덕분에 신문사의 사환으로 일하게 되고, 비달의 조수로 있으면서 자신의 글도 쓰고 책도 출판하게 된다. 그러던 그는 「안드레아스 코넬리」라는 신비에 싸인 인물에게 거액을 받고 어떤 책을 써 줄 것을 부탁받는다. 그리고 그가 써야할 작품을 준비하면서 자신을 이끌어서 오게 한 '탑의 집'에서 집의 전 주인인 「디에고 마를라스카 폰힐루피」의 물건들을 발견하게 되고, 그의 의문스러운 행적들을 쫓아가기 시작한다. 그러는 중에 계속되는, 어느덧 비달의 아내가 되어버린, 크리스트나 사니에르」를 향한 그의 사랑과 그의 조수가 된이사벨라 히스페르트」와의 또 다른 사랑, 그리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사건들. 또 그 사건을 쫓는 형사 등등 ㅡ. 많은 이들과 복잡하게 그리고 전혀 알 수 없게 얽힌 많은 사건들이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음울하게 그려진다. 

 『천사의 게임』을 다 읽고 난 지금 ㅡ. 아~ 이 책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민이 된다.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완전 가슴 아픈 사랑의 이야기?! 운명인지 숙명인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삶의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세상에 대한 또는 인간에 대한 복잡하고도 심각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지만, 축~축~ 처지는 느낌이 아닌 살아있는 느낌의 대화들이 오간다고 해야 할까?! 철저하게 계획된 듯 한,「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이라는 작가의 반어적 표현과 비꼬는 그만의 독특하지만 냉철한 한 줄 한 줄을 맛보는 재미가 있었다. 스토리의 진행 또한 처지는 느낌 없이 가슴 아픈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한 편의 스릴러 영화를 맛보는 듯 한 느낌을 주었고, 심지어 어느 순간에는 서늘한 장면까지 연출함으로써 한 편의 소설에서 나타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빠짐없이 맛(?!) 볼 수 있게 만들어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천사의 게임』, 이 책은 독자를 잠시도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아니, 몸만 가만히 놔두고, 머리는 계속적으로 움직이게 만들고, 거기다가 뒤죽박죽 혼란스럽게 까지 한다. 그 어떤 글들보다 혼란스럽게도 많은 상상을 하게끔 만든다. 심지어 끝나는 순간 까지도 말이다. 

 

 우리의 삶이 그렇듯, 이 책에도 정답은 없다. 현실은 상상이고, 상상은 현실이다. 그래,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현실이다. 상상이기도 하지만, 현실이기도 한 지금의 현실 ㅡ. 소설속의 이야기가 더 현실스럽기도 하고, 현실속의 이야기가 더 소설스럽기도 하다. 세상엔 정말 이해하기도, 누군가에게 설명하기도 어려운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이 아닐까?! 

 

 책을 읽으면서 명쾌한 답을 얻으리라는 기대는 하지 말길 바란다. 그냥, "내가 생각하는 것이 답이다"라는 믿음(?!)으로 읽어나간다면, 훨씬 재미있고 신나는 이야기를 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책의 마지막에 도착하면 뭔가 명쾌한 답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제로 끝에서는 살짝의 허무함을 맛보았다. "어..뭐야?! 이게 끝이야~!?"라는 생각.. 어떻게 보면 참 어리석게 느껴지는 생각이다. 

 

 맘껏 상상하라~!! 그것이 이 책, 『천사의 게임』을 더욱 재미있게 하고, 빛나게 할 것이다. 

 

 【더하기】 

기회가 된다면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천사의 게임』 음악과 함께 책을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 생각한다. 배경음악이 필요하다면 말이다 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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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나요? 내 첫사랑들 - 외로움도 안나푸르나에서는 사랑이다
이종국 지음 / 두리미디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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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모든 책들이 그렇지만, 여행을 이야기하는 책들을 보면 다른 책들보다 더 많은 새로움을 얻게 된다. 단순히 여행을 일상 탈출로만 생각했던 나에게 "여행은 일상을 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상을 위해 떠나는 것이다 ." 라는 말부터,  "삶 자체가 여행이다 ㅡ." 라는 배움 등등 ㅡ. 직접이든 간접이든 여행을 통해서 현실에서 커나가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고 할까?! 유난히 관심이 많아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다른 방식보다 여행을 통해서 뭔가를 배워나간다는 자체가 즐겁기만 하다. 『잘 있나요? 내 첫사랑들』에서 본 "행복한 사람은 낯선 길에서 사람을 사랑하여 여행을 멈춘 사람 ㅡ."이라는 말이 또 다른 새로움으로 다가온다. "아~ 이렇게 생각할 수 도 있구나"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이다 ㅡ. 

  

『잘 있나요? 내 첫사랑들』에서 저자는 '시작은 여행이 아니었다'고 이야기한다. 여행이 아닌 '일'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 것이다. 4개월간의 네팔 자원봉사라는 신혼여행을 떠나는 부부를 다큐멘터리로 담기위해 네팔이라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걘 바둘"이라는 이름을 얻고, "디빠"라는 여인을 사랑하게 된다. 몇 번을 네팔에 왔다 갔다 하면서도 안타깝게 그녀와 사랑의 결실은 맺지는 못한다. 실연을 당하고, 네팔의 아이들에게 눈을 돌리게 되면서 한 사람을 향하던 사랑, 그리고 그 실연의 아픔을 또 다른, 그리고 보다 큰 사랑으로 이끌어 나가는 저자의 이야기들을 『잘 있나요? 내 첫사랑들』에서 만날 수 있다. 

 

 

 『잘 있나요? 내 첫사랑들』을 보면서, 단순한 여행 에세이가 아니라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는 듯 한  느낌도 들었고, 때로는 한 편의 연애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시작은 누군가의 연애소설이었으나 연애 이야기가 끝날 무렵에는, 아이들이라는 새로운 사랑의 상대를 찾아, 그들과의 사랑을 키워나가는 이야기가 마음을 짠~하게 만들었다. 

 

 이국의 휴대전화를 사고 이국의 말을 배운다는 건, 삶의 큰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그 땅을 스쳐가는 숱한 이방인들의 궤적에서 벗어나, 

그곳 사람들의 아주 오래된 어깨동무를 슬며시 비집고 들어가는 것이다.  - P174 

 

 내가 더 어린 시절에 여행을 많이 본 해 본 사실을 후회하는 이유 중에 가장 큰 하나가 바로 시간이다 ㅡ. 일상에 치여 어디론가 떠난다는 것만으로도 큰일인데, 하물며 어딘가로 떠나 오랜 시간을 머문다는 것은 더더욱 큰일이고, 사고이다. 그런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많은 시간들을 도대체 뭘 하면서 허비했나하는 아쉬움이라고 할까.. 요즘 가장 많이 드는 생각 중 하나, 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현지 사람들 사이에 비집고 들어가 그들처럼 생활하는 것이다. 그들 사이에 비집고 들어가 그들 중의 하나가 되어, 진정으로 또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것 ㅡ. 그것이 정말해보고 싶은 일이고, 그것이 저자에게 정말 부러운 점 중의 하나이다. 또 다른 세상을 살아보는 것, 또 다른 삶의 큰 의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밤하늘의 빛을 보려면 지상의 불을 꺼야한다.  - P 238   

 

그러고 보니, 다른 이야기들을 주절거린다고 정작 제목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 같다. 『잘 있나요? 내 첫사랑들』ㅡ. 저자가 네팔에서 했던 모든 것들이 처음이고, 그 모든 것들이 사랑이기에, 그리고 여전히 그곳을 그리워하기에 이런 제목이 나왔으리라 생각 된다. 첫 사랑만큼 순결하고 아름답다고 느끼며, 그리워하는 것이 또 있을까?! 자연과 너무 동떨어진 불빛 가득한 현실을 살면서 밤하늘을 제대로 보기란 힘든 일이다. 밤하늘을 보기위해 지상의 불을 끄고, 자연 그대로의 '처음'이라는 순간을 만끽하는 그 행복함을 잊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어쩌면 알면서도 현실이라는 벽 앞에 그리워하고만 있는 것은 아닌지, 그 자연의 순간, 순결한 순간을 사랑을 통해서, 네팔을 통해서, 밤하늘의 별을 통해서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prologue에서 저자는 말한다. 그가 네팔에서 얻어온 가장 값비싼 항목이 세상과 삶에 대한 애착과 자신감이라고. 그 애착과 자신감을 독자에게도 전염시키고 싶다고. 각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나 삶을 대하는 태도는 제각각 다른 방식이겠지만, 그 세상과 삶 자체에 대한 애착과 자신감은 충분히 전염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도 그가 전염시킨 자신감을 가지고 시도하고픈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책을 읽는 내내 부러웠던 그것!! 

 

 그래 언젠가는 나도 꼭!! 그리고 저자와 똑같이 외칠 것이다. 『잘 있나요? 내 첫사랑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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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글리 - 못생긴 나에게 안녕을 어글리 시리즈 1
스콧 웨스터펠드 지음, 송경아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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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글리』라는 제목의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 친구가 다가와 묻는다. 

 

“그거 니 얘기냐?!” // “어..어?! 뭐?!” 

“어글리!! 니 얘기잖아 ㅡ.” // “음.. 그래.. 나도 좀 핸섬해 지고 싶다고!!” 

 

누구나 원하는 아름다움 ㅡ. 오늘날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지 않을까?! 거울을 바라보며 '눈이 좀 더 컸으면 좋겠어~', '코가 좀 더 높았으면~', '키가 좀 더 컸으면~', '뱃살에게 작별을 고하고 싶어~" 등등 많은 소망(?!)들을 외치고는 한다. 실제 성형도 많이 하고 말이다 ㅡ. 

 

자~ 그런 많은 이들에게 아주 멋진 세상이 나타났다. 16세가 되면 무조건적으로 전신 성형 수술을 받아야 한다. 그것도 눈부실 정도로 아름답고, 아찔할 정도로 아름답게 말이다. 외모로 인한 스트레스나 차별 따위는 전혀 없고 모두 똑같이 아름답게 존재하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일은 원하는 경우에만 하면 되고, 원하는 물품은 도시 정부에서 공급해 준다. 얼마든지 실컷 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어떤가?! 끌리지 않은가?! 

 

이 멋진 세상이 『어글리』속에 존재하는 세상이다. "못난이"인 주인공 「탤리」는 열여섯 살 생일을 앞두고 있다. 그녀는 이미 "예쁜이"가 되어 '예쁜이 동네'로 떠난 친구 「페리스」와의 재회를 꿈꾸며 하루 빨리 예쁜이가 되어 '못난이 마을'을 떠날 생각만 하고 있다. 그런 그녀가 우연히「셰이」라는 새로운 친구를 만나게 되면서, "못난이"로 살아가길 선택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스모크'라는 곳의 존재를 알게 된다. 셰이가 스모크로 떠나고, 수술을 코앞에 앞둔 탤리에게 '특수 상황국'이 나타나 '스모크'의 위치를 알아오기 전까지 "예쁜이"가 될 수 없다는 말을 전한다. 절실하게 "예쁜이"가 되고픈 탤리에게 던져진 선택 ㅡ. 그 선택을 위해 그녀는 홀로 '스모크'를 떠나게 되고 지금까지 알지 못하던 많은 충격적인 사실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수많은 생각과 갈등들 ㅡ.

 

그러나 그들은 녹슬이들이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수백만 가지 방식으로 세상을 파괴할 뻔했다는 것을 잘도 잊어버렸다.  - P227

 
우리의 미래를 그린 소설이나 영화들이 그 어느 것 보다도 현실을 더 냉정하고 정확하게 바라본다는 생각을 하고는 했었고, 『어글리』를 보면서 그런 생각은 더 확고해져만 갔다. 정말 냉철하게 과거를 돌아보지 않은가?! (『어글리』에서는 지금의 우리를 "녹슬이"라고 부른다.) "수백만 가지 방식으로 세상을 파괴할 뻔했다"는 말이 가슴 속 깊숙한 곳에 와서 박힌다. 실제, 소설 속에서는 이미 거의 파괴한 것으로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진정으로 미래에는 그렇게 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것이 아닐까?! 단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당장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런 생각들조차 많이 하지 않고 살 뿐이지 ㅡ. 

 

『어글리』라는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여기서는 아름다움을 이야기 한다. 아니, 아름다움을 통해 '인간'을 이야기 한다. 아름다워지고 싶다는 욕망에서 시작해, 아름다움에만 초점을 맞춘 채 진정한 인간적인 삶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이야기한다. 물론 조금 남은 인간성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 또한 보여주면서 말이다. 정확히 무엇이 옳고 무엇이 나쁘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그건 개개인이 생각해야 할 몫이니까 ㅡ. 

진정한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우리가 진정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외모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뻔~ 한 대답을 또 하고 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핸섬"해지고 싶다는 이 마음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절대 쉽지 않은 질문에, 쉽지 않은 대답만이 가득하다 ㅡ. 난, 진짜 『어글리』속 "예쁜이 세상"을 꿈꾸며 살아가는 것일까?! ㅡㅡ;; 

 「스콧 웨스터펠드」의 장편소설 《어글리 3부작》의 제1탄이 『어글리』라고 한다. 2탄, 3탄이 계속 나온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어글리』는 또 다른 뭔가가 생길 여지를 두고 마무리를 짓고 있다. 그렇다면, 나 역시도 더 멋진 결론은 2탄, 3탄으로 살짝 미뤄도 괜찮지 않을까?! 음.. 이런식으로 지금 당장의 어떤 결론은 살짝 피해가 본다. 과연, 2탄, 3탄이 지나면 내 생각이 정리가 되긴 할까?!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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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걷다 노블우드 클럽 4
존 딕슨 카 지음, 임경아 옮김 / 로크미디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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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 동안 장마가 계속 되더니만, 이제 다시 무더위가 계속되는 요즘 같은 날에는 이 무더위를 잊게 만들어 줄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책들은 더없이 반갑기만 하다. 작가가 낯선 장소에서 낯선 상황들을 나에게 던져주면, 나는 감사히 그 상황들을 바탕으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나간다. 빠르게 돌아가는 이야기의 진행만큼이나 나의 머리도 빠르게만 돌아가고(음..돌아간다고 믿고 싶다..ㅋㅋ) 그러다보면 자연히 날씨와 같은 주변 상황들은 나의 관심 밖으로 벗어나게 된다. 그 맛이다. 무언가에 흠뻑 빠질 수 있다는 것 ㅡ. 재미있는 책을 읽으면 당연히 책 속에 흠~뻑~ 빠져 있을 수 있지만, 아무래도 추리 류의 소설에서 나타나는 몰입은 따라잡기 힘들 것이다. 

 “당신이 존 딕슨 카를 잘 안다면 당연히 이 책을 읽을 것이다” 

잘 모르는 작가이기에 일단 해당사항 없음 ㅡ. 패쓰~!!~  

 

 “당신이 존 딕슨 카를 모른다면 마땅히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음, 그래 해당됨 ㅡ. 그래서 마땅히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ㅡ.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라고 추앙(?!)받는 「존 딕슨 카」(John Dickson Carr)의 데뷔작이다. 「존 딕슨 카」라는 작가의 데뷔작을 만날 수 있다는 즐거움과 함께 이 작품이 1930년도에 쓰여졌다는 사실에 더 없이 놀랐다. 무엇이 1930년, 지금으로부터 80년 전의 이야기가 지금에 와서 다시 이렇게 주목받으며 나온 이유는 무엇인지, 내용은 어떤 것인지 궁금해져만 가고.. 

 

『밤에 걷다』「나」는 “위험이 기다리고 있는데, 관심 있나”라는 「방코랭」(방코랭은 파리를 관할하는 법원의 고문이자 경시청 총감, 그리고 내 아버지의 친구이다.)의 전보를 받게 되고, 그것에 동참함으로써 이야기는 시작된다. 임무(물론 그 임무가 바뀌긴 하지만..)는, 「라울 드 살리니 공작」이 직면해 있는 인생 최대의 위험으로 부터 그를 보호하는 것이다. 살리니 공작을 살해하려는 남자인 「로랑」. 나와 방코랭은 조금씩 그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한다. 로랑은 살리니 공작이 결혼하려는 「루이즈 부인」의 전 남편으로, 이혼 후 정신병원에 있었으나 탈출하여 성형수술까지 한 상태로, 탈출 그 이후의 행방이 묘연하다. 나와 발코랭은, 그런 위험 속에 놓인 살리니 공작과 루이즈 부인의 결혼식 후에 있을 만남을 위해 페넬리 가게로 간다. 그리고 발견되는 살리니 공작의 주검 ㅡ. 빠져나갈 수 없는 공간에서 빠져나간 흔적도 남겨져 있는 않은 살인현장 ㅡ. 목격자들과 주변 사람들의 진술에 비추어보면 살리니 공작 살인 사건은 완벽하게 불가사의한 일이다. 과연 살인범은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서 추리는 시작되지만, 그 정답만이 이 책의 모든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차차 알아가게 될 것이다. 

 

 『밤에 걷다』라는 제목에 걸맞게 전반적인 분위기도 음침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인지 일부러 새벽에만 읽어나간 나의 선택(?!)은 꽤나 괜찮았다는 생각이 든다. 『밤에 걷다』는 요즘 우리가 자주 접하는 추리나 스릴러의 거대한 스케일이나 연속되는 복잡한, 어쩌면 조잡해 보이기까지 하는 종류의 것들과는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정통 추리 소설이라고 할까?! 고전적이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촌스럽지는 않다는 사실과 오래 전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인간의 본성을 다루는 힘은  요즘 글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 등이, 오래전에 나온 작품이라서 느꼈던, 놀라움에 크게 뒤쳐지지 않았다. 

 

 앞서 말했지만, 역시 무더위를 잊기에는 이런 추리 소설이 적격이다 ㅡ. 무더운 여름 날 밤, 이런 멋진 추리 소설과 함께 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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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자전거 - 유쾌하고 즐거운 우리들의 일상 이야기
장서가 엮음 / 청어람장서가(장서가)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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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라고 하면, 나는 생뚱맞게도 자전거 도둑이 먼저 떠오른다. 엄밀히 말하자면, 자전거 "바퀴" 도둑이라고 해야 하나?! 어릴 적 나만의 멋진 자전거를 가지는 것은 그 시절의 로망이라고 해야 하나?! 난, 그 로망을 이룰 수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있는 나에게 다가와 한 번 만 타보자며 애원(?)하는 많은 아이들. 그들에게 우쭐한 눈빛을 날려 보내 주시고, 흐뭇한 표정을 짓곤 하던 나에게 어느 날 갑자기 드리운 검은 그림자. 와~ 어떻게 자전거 바퀴만 싹~ 가져가버리는지.. 그 이후로 "내" 자전거는 한 번도 가지지 못했다. 이러하니, 어느 멋진 기억보다 자전거 "바퀴" 도둑이 선명하게 기억될 수밖에 ㅡ. 

 그렇다고, 전혀 자전거에 대한 좋은 기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릴 적, 두 발 자전거를 타지도 못하면서 보조 바퀴를 단 자전거를 가지고 왔다고 괜히 아빠한테 성질내던 기억, 두 발 자전거를 타면서 수십 번 넘어져 무릎이 성할 날이 없었던 기억들. 모두 좋은 기억이며, 그리운 기억들이다. 다행히도, 자전거 "바퀴" 도둑이 나의 좋은 기억을 가져가지는 않았다. ㅎㅎㅎ 

 『안녕 자전거』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자전거의 모든 것" 이라고 할 수 있겠다. 좀 더 펼쳐서 이야기 한다면, 일상에서 여행지에서 그리고 외국에서 자전거와 함께 하면서 보고, 느낀 많은 것들에 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오래도록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예쁜 자전거 사진과 그림들, 그리고 자전거 역사를 비롯해 실생활에 필요한 다양하고도 자세한 정보들까지.. 많은 내용들을 담고 있으면서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오히려 즐거움이 가득한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안녕 자전거』를 읽고 난 후, 길을 걷다 지나가는 자전거를 유심히 쳐다보게 되었다. 저 사람은 어떤 자전거를 타고 있나?!, 복장은 어떤가?! 라는 단순한 궁금증과 함께 나도 타고 싶다!! 라는 마음이 들기 때문일까?! 평소에는 생각 못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아~ 이거 진짜 멋지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여행이라고 하면 배낭여행만을 생각하던 나에게 자전거 여행이라는 색다른 세계를 안내해 주었고, 자전거로 문득 깨닫게 되는 일상을 즐거움을 알려주었다

 "아직 가지 못한 휴가를 자전거 여행으로 해버려?!" 라는 생각도 들었으나 무리이고.. ^^ 하다못해 어디 경치 좋은 곳에 가서 단 몇 시간만이라도 자전거를 타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고 보니 자전거를 타본지도 꽤 된 것 같다. 오랜만에 한번 타봐야겠다. 비록 "내" 자전거는 아닐지라도, 오랜만에 자전거랑~ 인사나 나눠야지~!! 안녕!? 자전거!! ^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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