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4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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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는 이유가, 지금의 나라면 결코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동경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의 나에게서 벗어나고 싶다는, 현실적으로 이루기 힘든 소망을 간접적으로나마 이루기 위한 것이랄까. 그래서 그냥 평범한 일상을 이야기하는 소설은 잘 읽지 않게 된다. 당연히 가슴 아픈 이야기나 답답한 현실을 이야기하는 소설도 가급적 피하게 된다. 이런 나의 성향으로 본다면,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는 평소의 나라면 결코 선택하지 않았을 책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인지 모르게 선택하게 되었고, 후다닥 읽어냈고, 놀랍게도-한 번 읽은 책을 다시 읽는 일은 거의 없는 평소의 나에게는 당연히 놀라운! 일이다- 다시 처음부터 한 번 더 읽었다. 뭔가를 콕! 찍어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평소의 나와는 다른 나를 이끌어내는 그런 신기한 힘을 가진 소설이라는 사실은 먼저 말해야 할 것 같다.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은 어느 정도의 비현실적인 꿈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지만, 철저한 현실주의자인 아내와 살아가야하기에 전혀 만족스러울 수는 없는 삶을 살고 있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때로는 부끄러운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삶을 살아가던 마흔여덟 살의 이 남자가 이혼을 하고, 늦게나마 자신이 원하던 삶, 새로운 삶을 찾아가게 된다. 그 새로운 삶은 집을 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고, 그 집을 하나씩 고쳐가면서 자신만의 공간으로 가꾸어나가는 과정에 등장하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과 마주하면서 또 다르게 생각하고 느끼고 또 변해가는 순간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이 소설은 그냥 평범한 일상을 이야기한다. 단 한 줄로 후려쳐서 이야기한다면, 40대 후반의 이혼남의 홀로서기, 혹은 새로운 삶의 시작, 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흔히 소설에서 기대하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흥미진진한 사건 사고들은 없다는 말이다. 그런 기대감으로 바라본다면 이 책을 결코 재미있다고는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번이나 읽고, 게을러서 한 줄의 소감도 남기기 쉽지 않은 내가 이렇게 끼적이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읽는 동안 수많은 생각들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 있다. 책의 분량과는 상관없이 자꾸만 읽다가 멈춰 서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이 그런 책이었다. 자꾸만 나를 돌아보게 만들고, 또 지금을 살펴보게 만들고, 또 앞으로의 나를 상상하게 만들었다. 놀라운 사실은, 그냥 그렇게 내던져버리고 니가 알아서 생각해보라는 것이 아니라, 소설 속에서만이 가지는 공간속으로 들어와 잠시 쉬면서 찬찬히 생각해보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오래된 집에 대한 이야기들, 그 공간에 대한 이야기들인데, 그런 편안하고 힐링이 되는 듯한 분위기가 기본적으로 자리 잡고 있기에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천천히 읽어나가게 만들면서도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아깝게 느껴지는 묘한 감정들이 공존하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두 번이나 읽고, 또 이렇게 표현되지 않는 글들로 조금이나마 흔적을 남겨놓으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누군가 옆에서 토닥토닥 해줘야 위로가 되는 것-물론 그마저도 제대로 된 위로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이 아닌가 생각했다. 옆에서 누군가가 늘어놓는 이런저런 좋은 말들을 듣는 것 보다, 그냥 가만히 앉아 그저 누군가의 삶을 읽어나가는 것이 위로가 된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위로를 위한 위로가 아닌 듯, 특별한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소설,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은 내게 그런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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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아 2018-05-03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나르코‘님의 리뷰 글을 읽으면서, ˝소설은 인간의 성장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제임스 미치너‘의 말이 떠오르는군요. 좋은 글 읽고 갑니다.

아나르코 2018-05-04 19:55   좋아요 0 | URL
최근에 ‘제임스 미치너‘의 글을 읽고 싶다, 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 곳에서 그 이름을 듣게 되네요... ㅋ 필리아님 댓글 감사합니다~!! ^^
 
천계살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6
나카마치 신 지음, 현정수 옮김 / 비채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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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기분 더럽다,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을 것이다. 짜증도 내고, 화도 내고, 때로는 욕도 사정없이 날렸을 것이다. 누가 나를 가지고 놀았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이정도야 당연한 게 아닐까. 뭐, 보통의 경우였다면 그랬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미 눈치 챘을 테지만, 『천계살의』의 작가인 ‘나카마치 신 ’은 나를 가지고 놀았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놀아났다면 당연히 들어야할 이런저런 감정들이 들지는 않았다. 신기하게도 오히려 웃음부터 났다. 나를 가지고 놀았지만 꽤 괜찮은 기분이었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하는 게 좀 더 좋을까?! 어느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날 가지고 논 여자는 니가 처음이야. 그래서 니가 더 끌려!” 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한다면 그 느낌을 좀 더 쉽게 전달 할 수 있을까?! 『천계살의』가 그런 소설이었다. 날 가지고 놀았지만, 그래서 더 끌리는 소설…!!


 잡지 <추리세계>의 편집부 소속인 '하나즈미 아스코'에게 작가 '야규 데루히코'가 연락해온다. 자신에게 곧 마무리되는 소설이 있는데 잡지에 실어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한때 잘나갔지만 완성도 낮은 작품을 계속해서 쏟아내 이제는 한물간 작가가 된 야규이기에 썩 내키지 않는 부탁이었지만, 야규가 '문제편'을 쓰고 또 다른 작가가 '해결편'을, 그리고 다시 야규가 '해결편'을 쓰는 독특한 구성의 릴레이 소설이라는 사실에 흥미를 보이게 된다. 일단 원고를 받아서 읽어본 아스코는 그의 소설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는 것만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니나 다를까, 알고 보니 소설 속 이야기는 현실에서 있었던 -그것도 약 6개월 전에 일어난- 사건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피해자의 이름이나 지명까지 한 글자 한 구절도 틀리지 않고 똑같이 소설에 쓰였다. 야규는 왜 이런 소설을 쓴 것일까 부터 시작해서 이런저런 의문이 들었지만, 해결편의 원고도 며칠 내로 받기로 했으니까 의문은 곧 풀릴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야규와는 연락이 닿지 않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자살을 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가 현실에 존재했던 사건을 바탕으로 한 소설을 쓴 이유는 무엇이며, 그 소설, 아니 현실에서 존재했던 그 사건의 진상은 무엇일까. 야규가 남긴 소설과 아스코가 실제 사건을 직접 조사해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독자들은 수많은 의문과 그 끝에 있을 진상을 파헤치기 위한 걸음을 함께하게 된다.​


 나 역시도 모든 의문점의 끝을 향해 나름의 걸음, 나름의 도전을 시작했다.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으리라는 굳은 다짐과 함께 말이다. 하지만 시작부터 희미하게나마 들었던 의심을 그냥 지나친 것이 화근(?!)이었다. 이 약간의 방심(?!)이 결과적으로 나를 굳은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길로 걸어가게 만들어버렸으니까 말이다. 그 의심부분을 자세하게 이야기하면 이것도 일종의 스포가 되기에 여기서 밝힐 수 없음은 당연히 이해해주시리라 믿는다. 약간의 궁금증은 뒤로하고, 직접 이 소설을 읽으면서 사소하다고 생각되는 것이나 약간이라도 의심스러운 것을 놓치지 않는다면 나의 경우와는 반대로 작가와의 두뇌 싸움에서 충분히 승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사소한 것부터 잘 챙겨보시길! 흠흠…) 솔직히 나는, 내가 그런 사소한 것쯤은 생각하지 않고서라도 문제를 잘 풀어 낼 수 있고, 또 잘 풀어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근데 나도 모르게 나는 작가의 손에 놀아나고 있었다. 작가의 의도대로 정확하게 움직이는 꼭두각시 같은 독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내가 무슨 소설 속의 주인공도 아니면서 그 의도에 놀아나다니…. 앞서 언급했지만, 그래도 결코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는 사실은 확실히 하고 넘어가자. 오히려 즐거웠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어진다.


 『천계살의』의 작가 ‘나카마치 신’이 서술트릭의 시조격이다보니 도대체 여기에는 어떤 트릭이 숨어있을까, 하는 것이 이 소설을 읽기 전에 가졌던 가장 큰 관심사였다. 근데 책을 읽다보니 단순히 트릭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트릭을 빼고서라도 충분히 훌륭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추리/미스터리 장르에 익숙한 독자라면 쉽게 풀어낼 수도 있을 법한 살인사건이 중심에 있지만 그 흐름 속에서 작가가 훌륭한 밀당을 하면서 트릭이 있다는 자체를 잊게 만들었다고나 할까. 새로운 증거나 증언들을 통해서 활을 충분히 팽팽하게 당겼다가 어느 순간에는 휙~ 놔버리는 것만 같은 순간들을 반복해서 만들어 내고 있었다. 새로운 사실들을 하나씩하나씩 드러내놓지만, 결코 그것이 극적 반전을 위해 일부러 꽁꽁 감춰져 있었다고 생각되지는 않을 만큼의 한도 내에서 계속해서 나오는 사실들은 소설을 읽는 내내 즐거운 요소로 자리잡았다. 어느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탐정들이 내내 뒷짐 지고 있다가 마지막에 자신만이 알고 있던 어떤 증거를 딱! 내놓으면서 그냥 문제를 해결해버리는 식의 짜증나는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되어서 즐거웠다는 말이다. 게다가 이 책이 출간되고 30년이라는 오랜 시간의 공백에서 느껴질 수 있는 어색함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는 사실도 분명 이 소설이 주는 즐거움에 한몫 했다고 생각된다.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가고, 또 독자의 뒤통수도 때리는 소설이지만, 결론적으로는 즐거움이 가득한 소설이었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추리/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반응할만한 단어가 바로 ‘도전’이 아닐까 싶다. 독자는 작가가 내는 문제를 과연 풀어낼 수 있을 것인가. 반대로 작가는 어떤 문제로 독자들이 감히(?!) 덤비지 못하게 할 것인가. 작가와 독자가 서로에게 도전장을 내밀고 또 도전을 하게 된다. ‘30년 전, 천재작가 나카마치 신이 보내온 미스터리 팬들을 향한 도전장!’이라는 문구는 출판사 쪽에서 광고문구로 내민 것이 아닌가 추측해보지만,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는 사실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 문구에 독자들이 움찔움찔하며 반응을 하게 되고, 그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라는 사실이다. 나의 경우에 있어서는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도전의 끝에서 오히려 도전을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을 정도였으니 뭐…. 나뿐만이 아니라 이 소설을 읽는 많은 이들이 그들의 도전 결과가 어떻든 상관없이 도전 그 자체로 충분히 괜찮은 시간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그 도전이 『모방살의』와 『천계살의』를 지나서도 계속되기를 바라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다행스럽게도(?!) 『공백살의』, 『삼막살의』, 『추억살의』같은 ‘살의 시리즈’가 여전히 출간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왕이면 끝까지 다~ 출간되어서 누구나 기다리는 컬렉션으로, 그리고 누구에게나 멋진 컬렉션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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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녀굴 - 영화 [퇴마 : 무녀굴] 원작 소설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7
신진오 지음 / 황금가지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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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로 개봉된다는 소식을 듣고 뒤늦게 관심을 가지게 되는 작품들이 있다. 이전까지 그 존재는 알고 있었음에도 크게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는데 단지 영화화된다는 사실만으로 관심이 스멀스멀 생겨나는 것이다. 더군다나 '제19회 부천판다스틱영화제 폐막작'이라는 의미까지 더해지면 더더욱 원작을 찾아보지 않을 수가 없다. 김성균, 유선, 천호진 등등의 빵빵한 배우들과 <이웃사람>의 김휘 감독이 만나 태어난 영화 <퇴마; 무녀굴>, 그 원작 『무녀굴』을 만나본다.

 

 

중종10년, 제주의 한 동굴에 수십 척이 넘는 큰 구렁이가 은거하였다.

오래 전부터 바람과 비를 휘둘러 사람들을 괴롭혔기에, 마을에선 해마다

열다섯 살이 된 처녀를 제물로 바쳐 화를 달랬다. 신임 제주 판관 서련(徐憐)이

날랜 장사들을 대동하고 행차하여 제물이 된 처녀를 사경에서 건져내고 구렁이를

죽였으나 돌아오는 길에 붉은 기운에 변을 당해 관사에서 세상을 떠났다.

- 제주 김녕사굴(金寧蛇窟)에 얽힌 설화

 

 매드맥스라는 이름의 산악자전거 동호회 회원 일곱 명이 제주 김녕사굴을 찾았다가 실종되는 사건으로 『무녀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의문의 죽음을 당한 선배의 영혼을 통해서 그 죽음에 어느 원귀가 있음을 확인하게 된 퇴마사 진명과 남편을 비롯해 자신의 주위에서 벌어지는 죽음으로 인한 공포 속에 놓이게 된 금주의 만남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실질적인 출발점이 된다. 제주에서 실종되었다가 6개월이 흐른 뒤 다시 살아 돌아오게 된 매드맥스 회원 중 한명의 퇴마의식을 통해서 진명과 금주는 그들을 둘러싼 의문스러운 사건들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고, 그들은 그 시작이 어디인지를 찾아 나서게 된다.


 『무녀굴』을 읽으면서 <퇴마록>이 생각났다. 퇴마라는 공통점이 있기도 했지만, 그것만큼의 흡인력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퇴마록>의 새로운 이야기가 출간되자마자 바로 구입해서 밤을 새워가며 읽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뭐, 물론 의도하고 밤은 새웠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된 것이다. 『무녀굴』이 그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나 싶을 정도로 후다닥 지나가버린 시간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소설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퇴마록>과 비교될 만큼의 즐거움을 가진 소설이라는 사실로 이 소설을 이야기하기에 플러스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퇴마록>과 겹쳐서 떠올랐다는 사실이 오히려 어느 정도는 마이너스로 작용했다는 생각도 든다. 단 한 권의 책으로는 완벽히 파악하기 힘든 캐릭터라든가, 사건의 개연성-그녀의 최종 목표라든가, 살짝 어이가 없는 그녀의 동기 같은..?!-, 그리고 초반에 비해서 뒤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 아쉬움 같은 것들에 있어서는 확실히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 상대적으로 들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하지만, 오히려 이런 모습들을 좀 더 보완해간다면 시리즈로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고…… 흠…….


 ​사실 다른 리뷰들을 보면서 우리 역사와 우리만의 설화, 그리고 무속신앙을 잘 섞어 놨다면서 칭찬하는 글들을 많이 봤다. 더군다나 제주4.3사건의 내용도 담겨 있다기에 어떻게 이야기할까 많이 궁금하기도 했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좀 실망스러웠다고 해야 하나!? 좀 더 깊이 있게 풀어낼 수는 없었을까 싶었다. 그래서 보다 깊이 있고 나름의 철학이 깃든 작품으로 태어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단순히 설화가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진다는 것에서 조금 더 나아가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뭐, 물론 나만의 생각이고… 이런저런 아쉬운 생각에도 불구하고 작은 욕심을 지우고 봐도 충분히 괜찮은 소설이 아닐까 싶다.


 나만의 편견일수도 있겠지만 국내 작가의 장르소설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가볍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그래도 최근에는 꾸준히 출간되는(그 대부분이 황금가지를 통해서인 듯!) 여러 작품들을 보며 그런 아쉬움이 많이 줄어드는 느낌이 든다. 기대이상의(혹은 상상이상의!) 즐거움을 안겨주는 작품도 만나게 되고, 왜 이런 작품들이 많이 알려지지 못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왜 그 자리에 있는지도 모르는 생각이 들만큼의 어설픈(?!) 베스트셀러보다도 훨씬 낫다는 생각까지 드는 것을 보면 그 수준이 상당히 올라온 것은 틀림없는 사실인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수준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작품, 『무녀굴』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이젠 영화로 그 즐거움을 어떻게 풀어냈을지, 8월10일 이라니까 확인할 수 있는 날까지 그리 많이 남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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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결혼했다 - 웨딩 전문가의 짬짬이 결혼 준비 이야기
이은미 지음 / 부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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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만 보면 누구나 최고의 신부가 될 수 있다!”라는 광고 문구가 이 책의 뒤표지에 떡! 하니 있었다. 거짓말이다!!!! 최고의 신부만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신랑도 될 수 있다!! (뭐, 그렇다고 내가 최고의 신랑이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ㅋ) 아무튼, 난 신부가 아닌, 신랑(엄밀히 말하자면 예비신랑!)이며, 여자만 이 책을 볼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신부든, 신랑이든, 혹은 함께든, 이 책을 보고, 뭔가를 얻어갈 수 있으면 그것로 충분한 것이 아닐까?! 그래, 충분했다, 이 책!!

 

 『나는 이렇게 결혼했다』는 여행사에서 신혼여행 담당으로 3년, 웨딩컨설팅회사 아이웨딩(아이패밀리SC)에서 4년을 근무하며 수천 쌍의 결혼 준비를 도운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본인의 결혼식을 멋지게 준비하고, 결혼식을 끝낸 후 “너, 결혼 준비 어떻게 한 거야?”라는 주변의 계속되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제목 그대로 ‘나는 이렇게 결혼했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무엇보다도 본인의 결혼 준비 과정을 중심으로 자신의 업무 경험을 살려 결혼 준비에 대한 노하우를 알려주다 보니 현실적으로 다가와 좋았다. 단순히 경험만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자신이 이렇게 하니 좋았다, 는 식의 이야기는 강한 신뢰가 생기기도 하며, 나 또한 이렇게 준비해도 괜찮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가능한 부분은 그렇게 따라가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상견례를 하고, 결혼식 날짜를 잡으며, 이제 어떻게 준비해야하나, 하는 막막함에서 벗어날 수 있게 만들어준 책이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이 책을 한 번 쓱~ 훑어나가고, 다시 한 번 제대로 읽으면서 전혀 몰랐던 결혼에 대한 많은 것들을 배워갈 수 있었다. 이 책에는 기본적인 마인드에서부터 시작해 상견례, 택일, 예식장, 스드메(스튜디오 + 드레스 + 메이크업의 줄임말이다! 나도 이번에 첨 알았다!!), 신혼여행 등의 모든 준비 과정이 망라되어있다. 상견례와 택일을 한 상태에서 중요한 것이 예식장의 선택이었는데, 어떤 기준을 세워야 할지를 익혀 포기할 것은 포기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나름의 기준을 세우고, 포기할 것은 과감히 포기하고, 중점적으로 원하는 부분으로만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이나 도움이 되는 말들은 예식장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얻을 수 있다. 실제 업체 정보도 있으니 더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비록 책 속에 포함된 웨딩 관련 업체들의 정보가 대부분 서울을 중심으로 있었던 터라 지방에 있는 나에게 실질적인 업체 정보를 얻지는 못했지만, 뭐 이 정도는 충분히 이곳만의 비슷한 업체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니 조금만 더 신경 쓰면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냥 책이니까 약간의 정보 이상의 뭐가 있겠어?,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몇 몇 부분에서는 아, 나도 이렇게 하면 좋겠다, 싶은 생각에 실제로 이 책에서와 비슷하게 준비를 하고 있는 부분도 있기에 이 책의 장점은 더 부각되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면, 마음에 들었던 ‘웨딩 스토리 앨범’이 가능한 ‘스냅 전문 스튜디오’를 실제 찾아서 고민 중이기도 하고, 주례 없는 결혼식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어, 그대로 따라하려고 준비 중이기도 하다. 뭐 실제로 끝까지 그렇게 되면 더 좋겠지만, 아직은 준비 중이니까….

 

 『나는 이렇게 결혼했다』가 본인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이야기이기에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했만, 무엇보다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결혼 준비과정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생각들을 들을 수 있어서 더 없이 고맙게 느껴졌던 책이다. 아직 준비 할 것이 많기에 계속해서 곁에 두고 보면서 결혼을 준비 할 예정이다. 이제 다가온 내 차례, 『나는 이렇게 결혼했다』를 통해서 최고급 결혼’은 아니어도 ‘최고의 결혼’을 할 수 있는 내가, 그리고 당신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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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의 비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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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가 ‘무조건 닥치고 이 작가의 책은 꼭 읽어야 해!’ 라고 말한다면, 저마다 나도 그런 작가가 있다고 끄덕이는 동시에 떠올리는 작가가 있을 것이다. 과거의 나에게도 그런 작가가 몇 있었지만, 언젠가부터 그런 열정은 좀 식었다. 단순히 ‘식었다’기 보다는, 특정 작가에 대한 열정이 다양한 이야기를 찾는 열정으로 바뀌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특정 작가에 치우치지 않고 그저 기회가 닿는 대로 이 책 저 책을 마구 읽어 해치우는 스타일로 바뀌어 간 것이다. 지금에서야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선호하던 작가가 내놓는 작품들이 이전의 작품과 추구하는 스타일이 비슷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히려 그 이유로 계속해서 특정 작가를 찾고는 하지만, 지루함을 금방 느끼는 나로서는 그게 그 작가를 찾지 않게 되는 이유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이런 나도 여전히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찾게 되는 작가가 있다. 작가의 이름만으로 그의 어떤 책을 선택해도 후회하지 않을 그런 작가. 물론, 당연히 그 작가는 ‘다카노 가즈아키’이다.

 

 『K N의 비극』은 지금까지 와의 다카노 가즈아키가 쓴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물론 그가 전하는 사회를 향하는 날카로운 목소리(당연히 매번 바뀌는 것이고!)는 여전히 작품의 중심에 있다. 이번에는 임신과 중절이라는 소재로 사랑(남녀 간의 사랑이든, 자식에 대한 사랑이든!)을 ‘무섭게’ 보여준다. 그렇다. 사랑인데, 그 사랑을 공포라는 수단을 동원해서 보여준다.

 

 옆집에서 나는 소리가 새어 들어오는 난처한 방이 있던 낡은 아파트에서 1년 반 남짓한 신혼생활을 하던 ‘슈헤이’와 ‘가나미’의 이사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재판을 찍는다는 알림을 받고, 어마어마한 인세가 통장에 찍히고, ‘슈헤이’에게 각종 매체로부터 끊임없이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는 이유는 그가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들은 새로운 맨션으로 이사할 수가 있었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것은 새로운 공간에서 사랑하는 이와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밖에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계획하지 않은 가나미의 임신에 중절이라는 결정을 내리게 되면서, 이 부부에게는 그들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삶이 시작된다.

 

 문 너머에는 인기척이 없었다. 가 버린 건가 하고 문구멍에 눈을 가져다대자 여자의 머리칼이 나부끼더니 재빠르게 시선이 닿지 않는 곳으로 움직였다.

 그 순간 똑똑 하는 가벼운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가냘픈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누군지 알아?” -P67~8

 

 “내가 누군지 알아?” 라는 질문에 마주하는 ‘슈헤이’를 그려보며 순간 오싹해졌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 말해서, 낯선 여인이 던지는 “내가 누군지 알아?” 라는 질문 그 자체가 괜히 무서웠다. 평소 같으면 그저 장난 같은 이 한 마디가 아무렇지 않게 들렸을 텐데… 지금까지 책을 읽으면서 뭔가 무섭다고 느낀 적도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그저 당연히 미스터리 소설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갑작스럽게 다가온 음울하고 낯선 분위기가 나를 오싹하게 만든 것일까?! 생각지도 않게 두려움과 무서움이 감도는 소설과의 만남이었다. 이런 무더운 날씨에 더 없이 좋은 시간들이었음은 두말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단순한 호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다카노 가즈아키를 모르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상당한 인간애를 바탕으로 깔고 있으니까 말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다카노 가즈아키는 단순히 공포를 공포로 놔두지만은 않는다는 것이다. 한없이 조여오던 공포가 순식간에 경외로 바뀌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작품은 《13계단》을 시작으로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제노사이드》, 《그레이브 디거》까지, 그 어느 하나도 나의 선택을 후회했던 적이 없었다. 『K N의 비극』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실 《제노사이드》로 다카노 가즈아키의 작품을 처음 접했던 독자라면 아쉬움이 생길법도 하다. 《제노사이드》가 워낙 대작이었으니….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제노사이드》보다 먼저 쓰였다는 사실을 알고 읽었기에, 자연적으로 기대감이 낮아졌는지도 모르겠지만, 아쉬움 보다는 또 다른 스타일의 다카노 가즈아키를 만날 수 있었다는 즐거움이 더 컸다. (뭐 툭 까놓고 말해서, 이미 10년 전에 나온 소설인데 이 정도면 충분히 괜찮은 거 아닌가?! 단지 국내에 출간된 시기가 늦어져서 그런 것이지 뭐…) 굳이 이런 즐거움이 아니더라도 이 책 자체의 가독성만 따져도 충분히 추천할 만 하다고 생각된다. 아무리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읽히지 않는다면 큰 의미가 없듯이, 기본적으로 좋은 작품은 잘 읽혀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이 그런 작품 중에 하나라는 사실! 날카로운 메시지(10년이라는 시간이 그 날카로움을 무디게 만들었을지도 모르나…)를 기본으로, 막힘없이 읽히고, 그 속에 빠진 독자들을 빠르게 다음 또 다음으로 흘러갈 수 있게 만드는 소설이라면 그 누구나 읽어도 결코 후회 없는 선택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언제부터 이런 표현을 쓰기 시작했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역시 ‘다카노 가즈아키’는 ‘작가의 이름만으로 그의 어떤 책을 선택해도 후회하지 않을 그런 작가’임에 틀림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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