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드 44 뫼비우스 서재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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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서 이런저런 많은 책들을 봤지만, 이렇게 작품성 높으면서도 흡입력까지 두루 갖춘 작품은 오랜만에 만나보는 것 같다. (물론 그 작품성이나 흡입력이라는 말의 정의나 평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지만, 이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나의 생각에 대해 반대의 여지는 크게 없을 듯하다.) 더군다나 이 『차일드 44』라는 작품은 「톰 롭 스미스」의 데뷔작이라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정말 멋진 작품이자, 먹진 작가를 만났다는 사실에 기쁨이 앞서는 책이다 ㅡ. 

 모든 것이 통제를 당하는 1950년대 스탈린 치하의 소련ㅡ. 존재하는 것은 국가와 나 자신의 관계뿐이다. 서로서로를 감시하게 만들고, 모든 것은 국가와 공산주의만을 위해 존재하는 세상. 그런 세상에서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물론 국가에서는 그런 반사회적 범죄는 존재할 수 없다는, 또는 존재 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연쇄살인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 국가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나선 주인공 「레오」ㅡ. 전쟁 영웅으로 국가 안보부의 정예요원으로 스파이 용의자를 감시하다, 기찻길에서 죽은(사실은 살해된) 자기 부하의 아들 사건의 해결을 지시받게 된다. 국가에 대한 투철한 믿음(?!)으로 살인 따위는 일어날 수 없다는 국가의 생각에 절대적으로(?!) 동조를 하게 된다. 그와 동시에 감시하던 용의자는 도주를 하게 되고, 그의 부하인「바실리」를 비롯한 다른 부하들이 그를 불신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며, 레오는 점점 궁지에 몰리게 된다. 결국 바실리(혹은 또 다른 누군가)에 의해 반역자로 몰려 좌천당해 멀리 쫓겨난 레오는 또 다른 살인 사건을 접하게 되면서, 연쇄사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비밀스럽게 그 살인범을 쫓는 과정이 펼쳐지게 된다. 그 과정 속에서 레오와 그 주변의 사람들을 통해, 국가와 자신과의 관계, 이데올로기, 가족과의 사랑, 믿음과 불신, 등등 많은 것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레오가 절대적으로 국가를 믿고 국가에서 시키는 일이라면 뭐든지 따르는 모습에서 시작해, 그 국가라는 존재에 대해 조금씩 불신(?)이 싹트고 자신의 사명을 찾아 나서기까지의 그 변화 과정이 무척 흥미로우면서도,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마치 우리의 지난 과거를 보는 듯 한 생각이 들어서 였을까?! 레오가 겪은 개인적 고뇌와 우리 과거 많은 이들이 시도하고 벽에 부딪혔던 많은 순간들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다. 특히, “한 사람이 도대체 뭘 이룰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던 그 순간에는 더더욱 ㅡ. 

 또한, 레오의 아내인 「라이사」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는 우리 역사에서 크나큰 슬픔과 치욕으로 기억 될 "보도 연맹"사건이 떠올랐다. 라이사의 어린 시절, 고향 마을은 폭탄으로 인해 먼지와 연기로 변해 사라졌다. 독일군의 폭탄으로만 생각했었으나, 독일군의 수중에 떨어질 수 있는 마을이라는 이유로 자기 조국의 군대가 행한 짓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와 비슷한 "보도 연맹" ㅡ. 아마 9년 전 이맘 때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전국 대학생 자전거 순례" 라고 해서 돌아다녔던 적이 있다. (사실 말이 자전거 순례지, 도시간의 이동은 차로 하고, 한 도시 내에서만 자전거를 타고 다녔었다) 그 때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녔던 곳, 그 순례지가 바로 "보도 연맹" 사건으로 인해 사라져야만 했던 많은 이들의 아픔이 남겨진 자리였다. 이제는 무수한 사람들의 뼈만 남겨져 있는 곳 ㅡ. 상상이나 해봤는가? 사람의 두개골에 여전히 총알이 지나간 구멍이 자리하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그 모습을 마주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도 연맹"이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통해 많이 알려진 사실이 되었기에 다른 설명은 필요 없으리라 생각한다. 

 레오가 많은 고뇌를 하며, 결국 선택한 사명 ㅡ. 그 사명은 또 다른 존재가 되어버린 국가를 위함이 아닌 인간적인 면모로 인해서라고 생각하면 될까?! 아이들이 주검으로 - 그것도 잔인한 - 발견되고, 불안과 공포가 자리잡게 되어버린 자식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연쇄 살인범을 찾기 위한 고통스러운 레오의 여정에 책을 보는 나까지도 고통스러울 지경이었다. 참고로 제목 『차일드 44』는 연쇄적으로 살인 당한 아이들의 숫자를 나타내는 것이다. (물론 44건 마저도 알려진 것이라고 한다.) 모든 범죄가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아이들에 대한 범죄행위는 정말 근절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보다 더 추잡한 짓이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아이들은 흔히 우리가 말하는, 우리의 미래인데. 그 미래를 짓밟는 다는 생각만으로도 정말 더러운 짓이라는 생각이 든다 ㅡ. 

 이 작품은 실제 사건과 픽션을 뒤섞었다고 한다. 52명의 여성과 아이들을 살해한 연쇄 살인마 「안드레이 치카틸로」의 실화와 스탈린이 철권통치를 휘두르던 50년대의 소련의 상황을 절묘하게 엮어 멋진 스릴러 소설로 탄생시켰다. 그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없었다. 세상에 대한, 역사에 대한 비판과 동시에 감동과 슬픔, 사랑 그리고 스릴러적 요소까지 절묘하게 뒤섞은 작품이다. 더 없이 매력적으로 말이다 ㅡ. 

 이 작품이 이제 영화로도 나온다고 한다. 이 멋진 작품이 영화로는 어떻게 태어날지 궁금해진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그렸던 장면들과 영화 속에서 만날 장면들을 하나하나 비교해 보는 재미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벌써부터 또 다른 설렘이 밀려온다. 하지만, 그것은 책을 읽은 후의 일이고..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이들에게는 영화를 통해 멋진 작품을 만나는 즐거움도 좋지만, 책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많은 즐거움들을 미리 만나보라고 권하고 싶다. 자신만의 상상으로 만들어낸 이미지들이겠지만, 기찻길과 살인이 이루어지는 숲 속, 그리고 하얀 눈 위의 발자국들은 절대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이 작품이 정말 멋지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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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써바이 써바이 - '온 더 로드'의 박준, 길 위의 또 다른 여행자를 만나다
박준 지음 / 웅진윙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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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우리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왜"라는 질문을 아주 많이 던지곤 했다. 정답이 있는 "왜" 일수도 있고, 정답이 없는 "왜" 일수도 있는 많은 것들 ㅡ. 정답이 있다면 고개를 끄덕끄덕, 정답이 없다면 세상은 왜 그런 것일까 하는 생각에 고개를 갸우뚱했던 날들이 떠오른다. 그런 '갸우뚱'을, 하루하루의 삶이 쌓이면서, 당연함으로 받아들인 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리고 우리가 잊고 있었던 "왜"라는 질문 중 가장 기초적이자 심오하다고 느껴지는 질문이 “우리는 '왜' 사는가?! 뭘 위해 사는가?!”이다. 그 대답에서 (혹은 그 질문에서) 새로운 삶을 출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게 되는 책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이다. 

 류시화 님의 《지구별 여행자》와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 나를 "인도"로 이끌었다면, 박준 님의 《온 더 로드》는 여행의 '여'자도 모르던 나를 "카오산 로드"로 이끌게 했던 책이었다. 그 책에서 느꼈던 자유와 또 다른 삶에 대한 느낌들 덕분에 「박준」이라는 이름만으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는 저자가 "캄보디아"라는 또 다른 길 위에서 만난 또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이다. 《온 더 로드》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스스로를 키워가는 사랑'과 '자유분방함'이라는 느낌으로 표현된다면,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에서 만난 사람들은 '타인을 향상 사랑'과 함께 보다 '정적'인 느낌을 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여기서 만난 사람들은 봉사라는 목적을 가지고, 떠도는 것이 아닌 (적어도 몇 년씩은) 정착해서 "캄보디아"라는 또 다른 세상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차를 마시는 나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아주머니가  

내 커다란 카메라를 보더니 문득 묻는다. 

가슴이 아프다며 내 카메라로 자기 가슴 사진을 찍어볼 수 있냐고.  - P24 

 한국이라는 힘든 곳(?!)을 떠나 (또는 피해서) "캄보디아"로 향한 책 속의 사람들 ㅡ. 그들을 통해 만난, "캄보디아"라는 나라는 아주 다양한 느낌을 안겨준다. 낯선 사람들에게 따뜻한 웃음을 내보이며 행복이라는, 사랑이라는 마냥 좋기 만한 느낌을 안겨주기도 한다. 때로는 안타깝고도 슬픈 현실로 가슴을 먹먹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카메라로 아픈 자신의 가슴을 찍어달라고 하는 한 아주머니의 말에 그 모든 것이 담겨있지 않나 생각한다. 어쩌면 어리석어 보이기까지 하는 순수함까지 담아서 말이다 ㅡ. 

느 날 깨달았어요.  

어차피 다 늦는데, 몇 살에 뭐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니까 나만 피곤하구나. 

그냥 나대로 가다 보면 언젠가 시간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시간에 대한 부담을 버리자고 생각했죠.  - P78 

 책 속에서, 모든 것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어떤 느낌일까?! 비슷하다고 느끼면서도 결정적으로 또 뭔가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또 어떤 느낌일까?!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에서 그런 사람을 만났고, 그로인해 말로 표현하기 힘든 어떤 묘한(?!) 느낌을 받았다. 일종의 동질감 같은 느낌인데, 그 속에서 부끄럽다는 느낌이 공존하는 그런 묘한 느낌이라고 할까?! 또 다른 뭔가를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책 속의 그녀는 생각들을 당당하게 실천으로 옮겼고, 난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을 ㅡ. 

 “써바이 써바이 - 캄보디아어로 '행복하다' '즐겁다'라는 뜻이다.” 

 저자가 캄보디아에서 만난 사람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 한다. 캄보디아를 만나기 전, 한국에서 고민했던 문제들은 그곳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고 ㅡ. 지금까지 부족하다고 생각했었던 자신의 것들이 정말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ㅡ. 캄보디아 사람을 도와준다고 왔는데 도리어 그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는다고 ㅡ. 그러면서 책 속의 모든 사람들은 말한다. 행복하다고 ㅡ. 

 앞서 "왜"라는 질문을 통해 말한 삶의 의미를 그들은 캄보디아에서 직접 경험으로 깨닫고, 그 경험을 실천으로 옮기며 살아간다. 그들을 통해 나눔의 의미를 그리고 보다 순수하고 진정한 사랑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항상 미뤄두기만 했었다. 뭔가를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ㅡ. 오늘 당장이라도 작지만 소중한 뭔가를 시작해 봐야겠다. 꼭!! 

 그리고 모두가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 를 외치게 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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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관람차 살림 펀픽션 2
기노시타 한타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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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노시타 한타의 《악몽의 엘리베이터》를 읽은 것이 두 달? 석 달? 전 쯤 이었나?! “무엇을 예상하든 100% 빗나갈 것이다!”라는 붉은 글씨의 문구로 나를 계속해서 유혹(?)했고, 결국 그 유혹에 빠져 즐거움에 허우적거려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그 문구는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독특하게 진행되는 내용 전개로 열심히 머리를 굴려 짜냈던 나의 예상들은 모조리 빗나가 버렸었다. 단 한 가지, 재미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빗나가지 않았다. 그런, 전혀 실망을 주지 않는 이야기들이 담긴 《악몽의 엘리베이터》에 이어서 이번에는 『악몽의 관람차를 만날 수 있었다. 기노시타 한타의 「악몽 시리즈」 중 세 번째 작품이라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도 출간상황을 봐도 두 번째로 만나는 작품 『악몽의 관람차』이다

 『악몽의 관람차에 대해 이런 저런 수식어들 다 빼버리고, 간단하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작보다도 훨씬 재미있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엘리베이터" 라는 좁은 공간도 충분히 재미있었지만, "관람차" 라는 탁~ 트인 공간에 존재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완전하게 밀폐된 공간이라는 장소적 독특함이 더 빛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이번에도 혹시나, 지난 《악몽의 엘리베이터》처럼, 이리저리 얽혀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설마 설마 하는 맘으로 보게 되었고, 끝에 가서는 '역시나' 전혀 예상 못했던 사실까지 등장하게 된다. “이번에도 절대 예측하지 마라”라는 문구가 또 다시 들어맞는 순간을 맛보게 되었다

 가도타 조직에서 빚을 수금하고 다니는 스물한 살의 아카마쓰 다이지로는 무면허 의사 노릇을 하는 서른두 살의 니시나 마리코(니나)」와 데이트를 약속한다. 데이트 날, 함께 탄 관람차에서 다이지로는 갑자기 니나에게 미안하다며 사과를 한다. 니나를 납치한 상황이란다. 관람차를 세워놓고 말이다. 18호 관람차 안에서 . 그리고 니나의 아버지에게 돈을 요구하게 된다. 한편, 같은 관람차를 타고 있는 사람들 . 17호에는 아빠, 엄마, 딸, 아들 모두 네 명의 가족이 타고 있다. 게이인 듯 보이는 수상한(?) 두 남자가 타고 있는 19호차, 그리고 20호차에 타고 있는 이별청부업자라는 한 여성까지. 뭐가 도대체 어떻게 연관되어 있을까 계속해서 생각하게끔 한다. 과연 그들 사이에서 어떤 끈이 그들을 연결시켜주고 있는 것일까?! 

 《악몽의 엘리베이터》에서 이런저런 많은 고민들을 잔인하게도 그런 많은 즐거움들 속에서 던져준다고 불만 아닌 불만을 가지기도 했었다. 그렇다면, 『악몽의 관람차』는 더 잔인하다고 해야 하는 것인가?! 더 많은 고민들을 더 많은 즐거움 속에서 던져주니 말이다. 특히, “과연 누가 더 나쁜 것인가?!”라는 질문 . 혹은 “누가 가장 나쁜 사람인가?!”라는 질문 . 그것도 아니면,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평가할 수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까지 . 이건 뭐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처음 단계부터 어렵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 있게 말하는 사실은, 재미있다는 것!! 그 외에 어떤 설명이 더 필요할까?! 

 헤아릴 수 없는 많은 고민은 스스로가 던지고, 스스로가 답할 뿐이다.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악몽의 관람차』를 통한 즐거움은 절대 놓치지 않길 바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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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프면 화나는 그녀, 여행을 떠나다
신예희 글.그림.사진 / 시그마북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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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들 혹은 친한 사람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도 물론 괜찮지만, 혼자서만 떠나는 여행도 아주 매력적이다. 다른 사람의 눈치 따위는 볼 것 없이 자유롭게 뭐든지 내가 하고 싶은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을 홀로 보냄으로써 많은 생각들을 할 수 있고, 보다 여유로운 나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낯선 나라, 낯선 장소에 가서 낯선 음식을 맛보는데 있어서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가령 세 명이 함께 다닌다면 각자 다른 메뉴를 하나씩 주문함으로써 모두 세 가지의 음식을 맛볼 수 있지만, 혼자라면 하루 세끼를 다 챙겨 먹어야지 그 맛을 다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난, 혼자 갔다가 여럿이 돌아오는 여행을 경험하기도 했었다. 절대 외로워서, 심심해서, 영어를 못해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서 등의 이유로 일행을 찾고, 만들었던 것은 아니다!! 음.. ㅡㅡ;; 

『배고프면 화나는 그녀, 여행을 떠나다』는 저자가 홍콩, 마카오, 스페인, 터키, 태국, 일본을 여행하면서 만났던 많은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행 에세이를 가장하는 듯 하면서 세계 곳곳의 맛집을 소개해 주기도 하고, 다양한 음식 소개서를 가장하는 듯 하면서도 세계 곳곳의 문화를 이야기하기도 하는.. 결론적으로 맛있는 세상(?)을 소개하는 「푸드 스토리」라는 것 ㅡ. 책에서는 비록 6개국의 음식만을 담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이 책에는 먹음직스러운 음식들로 가득하다. 단순히 글만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입맛을 다시게 만드는 사진들과 소화에도 도움이 될 만한 귀엽고 즐거운 그림까지 더해서 하염없이~ 군침을 삼키게 만든다. 

흔히 사람들은, 새로운 세상을 좀 더 쉽고 빠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가보라고 한다. "리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나~ 저자는 그런 말에 충실한 것인지, 본능(?!)적으로 그런 것인지 시장을 탐방하는 것을 정말 행복해 하며, 시장을 통해 많은 음식들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나아가 그것을 통해 각 나라의 문화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음식을 통해 그들의 생활 속으로 침투(?!)해 가는 모습에,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고 다는 것만큼이나, 그녀를 부러워하는 마음이 생기도록 하기도 했다. 

저자는 “여행을 준비할 때면 여행 일수에 하루 세 끼를 곱해 총 식사 횟수를 산출해 낸 후 메뉴가 겹치지 않도록 신경 쓰며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려는 발악을 하는 인간 ”이라고 스스로를 밝힌다. 평상시 여행을 “자유”라는 단어와 동일시 해왔던 나이지만, 다양한 음식을 위해 빡빡한 일정에 맞춰서 여행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쩌면, 단순하게 다양한 음식이 아니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을 위한 쉼 없는 향함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배고프면 화나는 그녀, 여행을 떠나다』배고픔을, 그리고 떠남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ㅡ. 이 책을 통해 마카오의 윤기가 좔~좔~흐르는 육포도 먹고 싶어 졌고, 에스프레소보다 진하면 진했지 덜하지 않는 다는 터키의 커피 투르크 카흐베도 먹고 싶어졌으며, 그로인해 그 나라들에 가보고 싶은 욕구까지 들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ㅡ. 

여행이 하고 싶은 수많은 이유들이 있지만,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전 세계적으로 깔려 있는(?) 맛있는 음식들 때문에라도 여행은 더더욱 하고 싶어진다. 책을 보는 내내 꼬르륵~ 거리던 나의 배를 감싸 안고, 떠나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진짜 떠나, 맛있는 음식과 대면하는 순간 외치고 싶다~!!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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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박지현 옮김 / 살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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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살인이다. 살인자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살인의 과정에 있어서 단 하나의 숨김도 없다. 아주 자세하고도 친절하게 살인의 과정을 보여준다. 그가 생각하는 시나리오와 함께 말이다. 독특하지 않은가?! 살인의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이 ㅡ.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는 그렇게 시작한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본격 미스터리 대상'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과 마지막까지 1위를 다투던 작품이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1위의 자리는 차지하지 못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가 밀려난(?) 그 아쉬운 부분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에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를 가지고 책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대학교 경음악부, 그 중에서도 술로 다져진(?) '알코올중독분과회'의 멤버 「후시미 료스케」, 「안도 쇼고」, 「우에다 사쓰키」, 「니이야마 가즈히로」, 「오오쿠라 레이코」, 「이시마루 고헤이」 6명과 레이코의 여동생 「우스이 유카」까지 모두 7명이 「안도」의 형님이 운영하는 고급 펜션에 모이게 된다. 완벽한 경비 체계가 갖추어진 고급 펜션에서 후시미는 후배 니이야마를 죽이고 완벽한 밀실 살인을 꾸민다. 약속 시간에 니이야마가 나타나지 않자 모두 처음에는 약을 먹고 자는 것으로 생각한다.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유카의 계속적인 호기심(?)으로 의문이 생기기 시작하고, 니이야마의 방문은 열리지 않는다. 후시미는 왜 문을 닫아야만 했는가? 왜 오랜 시간 동안 문이 열리지 않아야만 하는가? 하는 질문들이 계속적으로 머릿속을 휘젓고 다녔다. 물론 그 결론은 끝에 가서 풀리게 되지만.. 그럼에도 약간의 의구심은 생긴다. 꼭! 그것 때문에 그렇게 해야만 했을까?! 하는.. (미리 말을 하면 앞으로 책을 읽을 이들에게 잔인한 짓이니까~ 그냥 그것! 이라고 밝힌다. 음..당연한 얘기지만..ㅋ) 

 색다르다고 해야 할까!? 어떻게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가려고 하는 것인지. 처음부터 다 보여주고 뭘 보여주려고 그러는 것인지. 철저하게 살인을 둘러싼 사람들 간의 두뇌싸움일 것이라는 예상대로(?!) 이야기는 진행되어갔다. 또한, 예상외로(?!) 「후시미」와 「유카」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사람의 두뇌대결로 인해 《용의자 X의 헌신》과 꽤~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물론 내가 모르는, 혹은 알게 될, 다른 많은 사실들은 당연히 존재하고 있다. 그 다른 사실들을 알아가면서 살인의 동기까지 하나씩 하나씩 밝혀지기 시작한다 ㅡ. 그렇게 조금씩 또 다른 궁금증을 자아내는 마지막 부분을 향해 간다 ㅡ. 

 《용의자 X의 헌신》을 읽고 나서는 모든 사건의 시작이자 끝, 그리고 모든 정리를 “사랑”으로 결론 내렸다면,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에서는 약간의 “사랑”약간의 “호기심”, 그리고 과다한 “자만심”이 곁들어진 하나의 작품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을까?! "난 그렇게 하는데, 넌 그렇지 않아"라고 하는 자만심.. 나쁜 생각은 절대 아니지만, 너무 심해져서 다른 나쁜 행동으로 옮겨지고야 마는 것 ㅡ. 그것을 자만심으로 표현해도 될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후시미」가 그 좋은 머리로 설득시킬 생각이나 노력은 왜 안했는지 그게 더 궁금하다. 그런 의문이 남기에, 내용상 조금은 어색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후시미」와 「유카」의 대결은 아주 볼만하다. 거기에 약간의 사랑이 더해진 미묘한 감정의 곁들임까지 흥미롭게 느껴진다 ㅡ. 미스터리적 요소는 당연한 것이고 말이다 ㅡ. 

 책의 마지막에 나와 있는 해설에 따르면,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도서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그리고 두 번째 작품 《네가 바라는 죽는 법》에 탐정 역으로 「우스이 유카」가 재등장 한다고 한다. 아~ 벌써 부터 기대된다. 다음 작품에서 유카는 어떤 스타일로 우리 곁에 다가올는지.. 부디, 그때는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에서 보다 조금은 더 자연스러워져서 돌아왔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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