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볼 2 - 워런 버핏과 인생 경영
앨리스 슈뢰더 지음,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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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워런이 아홉 살 되던 해 겨울,   

바깥에는 이 내리고 워런은 누이동생 버티와 함께 마당에서 논다.

 

워런은 눈송이를 손으로 잡는다. 그러다가 손으로 한 움큼 눈을 뭉친다. 점점 더 많은 눈을 붙인다. 제법 큰 공 모양의 눈뭉치가 된다. 소년은 이제 이걸 땅에 내려놓고 굴리기 시작한다. 눈뭉치는 눈덩이가 되고, 이 눈덩이는 점점 커진다. 신이 난 소년은 마당을 가로질러 눈덩이를 굴리고, 눈덩이는 더욱 커진다. 이윽고 눈덩이는 소년의 집 마당 끝에 다다른다. 잠시 망설이던 소년은 마침내 결심을 하고 이웃집 마당으로 눈덩이를 밀고 간다.

 

워런은 계속 눈덩이를 밀었고, 이제 그의 시선은 눈 덮인 온 세상을 향했다.

 

- 책의 도입부에서..

 

책의 도입부에 있는 글을 보고서야 "아~"라는 끄덕임과 함께 “스노볼(The Snowball)” 이라는 책의 제목의 뜻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난 지금, 워런 버핏의 삶을 정말 정확하게 나타내는 말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계속 굴리는 눈덩이가 처음에 단순히 예상했던 '돈'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는 또 다른 끄덕임과 함께 ㅡ.

 





 

「워런 버핏」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어떻게 알고, 또 어떻게 생각하며, 어떤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1951년 이후 연평균 31%의 수익률을 기록한 '투자의 귀재', '세계 최고의 부자 CEO' 로 알고 있는가?! 혹은 기업의 경영자나 수많은 투자자들이 가장 닮고 싶어 하는 롤모델로 생각하는가?! 뭐, 어떻게 알고 생각하든 별 상관은 없다. 단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 역시도 「워런 버핏」이라고 하면 "돈"부터 떠오르는 게 가장 정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워런 버핏」정작 자신은 다른 이들에게 부자가 되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목표가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에게서 뭔가를 원하는 사람들(나 혹은 당신)은 그가 가지고 있는, 그가 가질 수 있었던 '돈'에 더 집착하는 당연함(?)을 보인다. 그가 얼마나 부자인지, 그가 어떻게 이런 많은 재산들을 모으게 된 것인지 ㅡ. 한 인물의 업적을 놓고 평가하면서, 또는 부러워하면서 우리는 그가 가진 기술적 방법론에만 관심을 가져왔고,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누군가의 삶의 업적을 부러워하고 또 우러러 보면서 그의 삶을 배우고 싶다면, 그 방법론에 가려져 있는 "인간" 그대로의 모습부터 봐야 하지 않을까?!

 

'워런 버핏 따라 하기'라는 류의 많은 책이나 워런 버핏이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책은 넘쳐난다. 하지만, 이 책은 그가 직접 이 책의 저자인 「앨리스 슈뢰더」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쓰도록 하고, 수많은 자료와 무제한적 인터뷰를 제공했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와 자신의 이야기가 다르다면 최대한 "아첨이 덜한 쪽으로" 써달라고 했다고 한다. 덕분에 이 책의 발간 이후 저자와 버핏의 사이가 소원해졌다고 하니.. 이 책의 객관성에 대한 의심은 일단 접어두고 봐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말해, 겉핥기식의 그 어느 서적들 보다 제대로 그의 모습을 알아 가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 『스노볼』이 아닐까 생각된다.

 

누군가의 삶을 한 권(혹은 두 권)으로 정리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 같이 큰 업적이나 성과가 없는 사람도 그렇겠지만, 이 소용돌이 시대에서 역사 속에 한 획을 그은 「워런 버핏」과 같은 인물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런 버핏」이란 인물을 알게 되면서 먼저 '열정', '현명함', '원칙', '윤리의식' 이라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단어로 그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진다. “워런은 백만장자가 되고 싶다는 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거기에 만족하고 멈추겠다는 말은 한 적이 없었다.”는 이야기처럼, 나이에 상관없이 꿈을 꾸고 실현시키고, 또 새로운 꿈을 꾸는 모습에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어린 시절 한 번도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가져 본 적이 없었다는 그가 그 아픔을 견디고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이, 그리고 그 빈자리를 채울 수 있었던 것이 꿈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감정적으로 주식을 거래해서는 안 된다”는 말은 그의 어린 시절 감정적 판단으로 인해 어떤 일을 망쳤던 그의 실수를 통해 깨우친 것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현명함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것은 없다. 주식 시장의 가치는 궁극적으로 경제적인 산출 결과를 반영할 뿐이다”라며 항상 지키던 기본적인 자신의 원칙이, 그 누구의 말(때로는 비판과 비난)에도 흔들림 없이 지금의 자리를 차지 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생각된다. “연평균 수익률에 추가로 몇 퍼센트 포인트 더 얻고자 수많은 사람들을 실업자로 만드는 거래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는 말에서 그의 윤리의식 또한 엿볼 수 있다.

 

한 인물의 업적이 뛰어나다고 해서 그의 삶이 모두 완벽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런 멋진 책을 읽을 (혹은 책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더더욱 ㅡ. 「워런 버핏」이 가족들을 대하는(특히 수전에게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점이 많다. 그렇게 돈이 많아 걱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 왜 그렇게 그의 아내에게는 무심했었는지.. 과연 나 스스로가 그런 상황이라면 어떤 식의 행동을 할지 생각해 보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 아마, 버핏과는 반대가 아니었을까?! 어쩌면 나의 이런 생각에 그가 동조(?)했었다면 지금의 워런 버핏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뭐.. 어떤 일이든 일장일단이 있는 법이니 말이다 ㅡ. 어쩌면 이것이 그와 나의 차이인가..?! ㅎㅎ

 

2006년 6월 26일 「워런 버핏」은 자신 소유의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 85퍼센트(당시 시가 370억 달러)를 다른 여러 재단들에 양도한다는 놀라운 말을 했다. 더 놀라운 점은, 그 중 6분의 5는 자신의 재단이 아닌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으로 양도한다는 사실이었다.

 


 



이와 같은 그의 충격적이면서도 멋진 모습들에서 존경을 받고 있지만, 그 무엇보다 내가 주목한 것은 그가 바라보는 올바른 사회에 대한 것이었다. 연방 유산세 폐지 계획에 반대의 주장을 펼치는 그의 모습과 세계 최고의 부자가 '부자들에 의한 부자들을 위한 정부'를 비판하는 모습을 보며 그의 생각에 절대적으로 공감하고 또 그에 대해 경외심까지 느끼는 나의 모습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우리가 국내의 경제를 먹여 살린다는 대기업들을 향해 왜 곱지만은 않은 시선을 보내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기도 하고,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보기 힘든 모습이라는 사실에 또 한 번의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리고 사랑은 많이 베풀면 베풀수록 사랑을 더 많이 받게 된다”는 그의 말에 그를 향한 경외심은 커져만 갔다 ㅡ. 돈을 그렇게 눈덩이 불리듯 불려오던 그가, 마음만 먹었다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던 그가, 자신의 재산을 제한하고 사랑의 베품을 실천했다는 사실에 더더욱 ㅡ.






시대적 배경이나 환경은 달라도 분명 「워런 버핏」이라는 거대한 한 인물의 삶에서 분명 뭔가를 배우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는 이유 중의 하나인 "배움"이라는 목적을 향해 달려간다면, 책을 읽은 그 이후의 길은 그 배움의 실천이고,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그 배움의 모델이 되었던 인물을 뛰어 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스노볼』을 통해 배움을 얻고, 조금씩 실천해 가고, 또한 「워런 버핏」이라는 인물을 뛰어넘기 위한 시작의 길이 눈앞에 열려있다. 이 길은 어떤 것이든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그보다 더 많은 걸 생각하는 것으로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1800페이지에 달하는, 보기만 해도 부담스러워지는 이 두 권의 책에 워런의 '인간관계', '철칙과 신념', 그리고 '비경제 활동' 등의 다양한 배움이 담겨있다는 생각한다면, 그리고 그 배움이 새로운 역사를 위한 뛰어넘음의 길이라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결코 지루하거나 부담스럽지 않은, 오히려 즐거움이 가득한 길이 될 것이다.

 

“자기 이름을 걸라는 조건을 붙이지 않고 돈을 기부하는 행위,

돈의 쓰임새에 대해서 일체의 간섭을 포기하면서 돈을 기부하는 행위,

또 하나의 제국을 세우겠다는 욕심이 아니라   

 능력과 효율성을 따져서 선택한 여러 다른 재단들의 금고에

돈을 기부하는 행위는 기존의 기부 관습에 충격을 주었다.”

- P662

 

기부하는 행위에 대해서 나쁘게 말할 것은 없지만, “경험과 관습에 의존하지 않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다른 이들에게 강조하면서 정작 자신은 입으로만 나불거리며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누군가(?!)와는 비교되는, 조금은 씁쓸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자기 돈을 누구에게 거저 주든 뇌물로 주든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반박에는 이렇게 대합했다.

그 사람들이 그렇게 부자가 된 것은 사회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며,

따라서 일정한 부분은 사회에 빚을 진 셈이다.”

- P487





 

만일 제대로 된 눈 위에 서 있다면 눈덩이 굴리기는 이미 시작된 겁니다.

내가 그랬습니다. 이건 돈을 불리는 이야기만 뜻하는 게 아닙니다.

세상을 이해하고 친구를 만들어 나가는 문제입니다.  

시간을 두고 시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그리고 눈이 호감을 가지고서 제가 먼저 붙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하는  

 

그런 사람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본인 스스로 촉촉한 눈이 되어야 합니다, 잘 뭉쳐지게 말입니다.

앞으로 나아가면서 눈을 계속 붙여야 합니다. 갔던 길을 물리고 뒤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언덕 위까지 계속 올라가야 합니다. 인생이 그런 겁니다.

 

- P689

 

우리 시대 가장 매력적인 드라마를 쓰는「워런 버핏」과의 만남 ㅡ. 책을 읽는 내내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 들 것이다. 간간히 등장하는 사진들이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한 느낌에 더 큰 힘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단순히 누군가의 스킬을 보는 것이 아닌 한 인간의 뿌리를, 「워런 버핏」의 멋진 인생관을 담은 멋진 책 ㅡ. 그 멋진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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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의 해석 - 머리를 쓰는 즐거움
루돌프 키펜한 지음, 이일우 옮김 / 이미지앤노블(코리아하우스콘텐츠)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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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도서」라고해서 그래도 쉽게 읽히겠거니 했었으나, 생각보다 진도는 무디게만 나갔다. 아무런 생각 없이 술~술~ 읽으면서 가볍게 볼 수 있는 소설 같은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루하게 읽히지 않는 그런 책이라는 말은 아니다. 처음부터 호기심 가득안고 하나하나 곱씹으며, 마치 퍼즐을 푸는 듯 한 느낌의 즐거움을 안겨주는 책이었다. 단지, 생활 속에서 가볍게 사용되는 덧셈, 뺄셈, 곱하기, 나누기 외의 수학(산수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어울리겠지만..)과는 인연을 끊고 살아간 지 너무 오래되어서 인지, 내가 머리가 나쁘기 때문인지 쉽지만은 않은 책이었다.

 

뭐니 뭐니 해도 암호와 전쟁의 연관성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암호의 해석』에서도 전쟁과 암호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많으며 그 중의 하나로 이 책이 시작되기도 한다. 그리고 계속적으로 소개되는 정말 다양한 암호와 그 체계들, 그리고 그와 함께하는 다양한 사람들까지.. 누구나 퍼즐을 하다보면 시간도 금방 흘러가는 것을 느끼며 (시간이 가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쉽게 그 재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와 비슷하게 이런 많은 암호들로 인해 암호의 세계에 빠지는 다양한 사람들이 이해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혹은 그 이전부터 알고 있었을만한) 것이 있다. 암호를 주고받으려면 서로서로 미리 암호해독을 위한 "열쇠"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 ㅡ. 비단 암호의 세계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남녀 연인사이나 친구사이에서 서로를 엮어주는 "열쇠"를 맞추지도 않은 상태로 상대방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란다는 식의 암호를 날려 보낸다. "열쇠"가 없는 상태의 암호 남발은 무의미하게 서로의 힘만 빠지게 하는 행동이다. 인간관계에서도 암호와 그 "열쇠"의 상관관계를 잘 이해하고 잘 사용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어떻게 하다 보니 이야기가 다른 방향으로 나가버렸지만.. 암호에 대한 이야기가 단순한 암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뭔가를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물론, 난 전혀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했지만, 이 책을 추천한 이수홍 군을 수학의 길로 빠지게 했다는 책이니.. 어느 길로 갈 것인지는 스스로가 읽어보고 선택할 일이다. 일단은, 그 전에 암호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가야 하지 않을까?! 『암호의 해석』으로 그 길의 첫 걸음을 해보길 바란다 ㅡ.

 

호기심과 앎을 함께 충족시켜주는 책 ㅡ. 『암호의 해석』이었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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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공주
카밀라 레크베리 지음, 임소연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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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 유럽 독자를 사로잡은 천재 작가,

차세대 애거서 크리스티의 탄생!”

 

띠지에 있던 이 문구 때문인지, 당연하게도 이 책은 나를 정신없이 몰아붙일 추리. 스릴러 장르의 책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시작 부분만 해도 충분히 나의 예상대로 진행 되었고, 그리고 계속해서 그러하리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페이지가 넘어 가면서 예상 밖의 전개로 서서히 다가오는 당황스러움(?!)에 약간의 혼란함(?!) 느낄 수밖에 없었다. 너무도 당연하게, 그리고 나의 예상 경로를 벗어나리라는 생각조차 못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으리라 생각한다 ㅡ.

 

작가 「카밀라 레크베리」는 스웨덴 북구 지방의 작은 어촌 피엘바카에서 태어나고 자랐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의 소설 모두 피엘바카를 배경으로 펼쳐진다고 한다. 그 중에 『얼음 공주』도 당연히 포함된다. 어느 추운 겨울 날 아침의 피엘바카에서 손목을 칼로 그어 자살한 듯 보이는 한 여자의 시신이 발견된다. 화장실 욕조에 있는 그녀, 「알렉산드라」의 시신은 마치 얼음공주 처럼 아름답기만 하다. 그 현장을 어릴 적 친구인 「에리카」가 보게 된다. 자살이라고 생각했던 알렉스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알렉스는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의 아이까지 임신 중이었다는 사실도 알려진다. 그 와중에 만난, 에리카의 친구이자, 경찰이기도 한 「파트리크」그리고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ㅡ.

 





 

『얼음공주』는 정통 추리나 스릴러라기보다는 심리 쪽에 더 치중한, 그와는 또 다른 섬세한 작품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시점하며, 천천히 진행되는 세세한 감정의 표현들 하며, 그럼에도 놓치지 않는 흥미진진한 요소들 ㅡ. 당혹감을 안겨 주기도 했지만 (순전히 그건 나의 탓이고..ㅎㅎ) 500페이지에 가까운 이 책이 전혀 지루하지 않은 이유이다.

 

처음의 나처럼, 특정한 장르일 것이라는 '당연함'을 가지고 이 책에 덤빈다면 그리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많은 요소들로 인해 즐거움도 안겨준 책이지만, 더불어서 책을 보든, 음악을 듣든, 다른 뭔가를 하든, 삶을 살아가면서 뭔가를 새롭게 담아낼 수 있도록 마음을 비우는 것도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어준 책이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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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여행. - 마음 여행자의 트래블 노트
최반 지음 / 컬처그라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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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감정 표현에 무척이나 서툴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플 때, 한 번 더 안아주고 보듬어 주면 좋은 텐데 성질부터 부리고 만다. 의사가 아닌 이상, 내가 당장 어떻게 해줄 것이 없다는 생각에 화부터 낸다.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는 나를 더 미워한다. 결코 사랑이 부족해서, 내 마음이 작아서가 아니다. 분명 서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도를 향했던 나의 첫 배낭여행도 감정 표현만큼이나 서투르긴 마찬가지 였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순간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상황을 고려하지 못하는(혹은 고려할 여유조차 없었던) 서툰 행동이 가득했던 여행이었다. 일행 중 한 명이 아프기도 했고, 기차표도 구하기 힘들어서, 타지마할로 유명한 인도 아그라의 한 게스트 하우스에 발이 묶여 있었다. 아픈 그 친구가 더 나빠질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은 지워버리고(어쩌면 애써 하지 않았는지도 모르지만..) 도중에 들릴 예정이었던 몇몇 곳을 포기하고, 다음 예정지인 바라나시로 바로 가는 일정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리고 떠나기 전, 그래도 혹시나 있을지 모를 상황에 대한 최소한의  대비로 도움을 구할 곳을 찾고 있을 때 친절히 이것저것을 가르쳐 주던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바라나시의 복잡한 골목골목을 이야기하며, 처음 가면 원하는 곳을 찾기 힘들 거라고 자신의 친구를 소개해 주겠다고 종이에 이름을 적어 내민다. 「무나」와 「씨아람」이라는 사이클 릭샤를 모는 친구들이라며, 자신의 이름을 말하면 돈도 받지 않고 안내해 줄 것이라고 ㅡ. 당시, 짧은 순간이었지만 이 사람은 과연 인도 사람을 친구라고 할 만큼 그들을 믿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순간의 생각은 잠시였고, 그의 도움에 감사해 하며, 필요하다면 바라나시에 가서 그의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바라나시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그의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기도 전에, "혹시나" 했던 일이 "역시나"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렇게 그와의 인연은 짧게 끝났었다. 그 때 우리에게 잠깐이지만 인도 사람을 당당하게 친구라 말하며 도움을 주던 그 사람이 이 책의 저자였다. (잠깐의 만남이었는데 어떻게 알 수 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분명 나는 내가 만난 그 사람과 저자가 동일인이라고 확신한다 ㅡ.)

 





 


 

『서툰. 여행.』은 저자가 인도를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담고 있다. 요즘 많이 나오는 다른 여행 에세이와 달리, 튀려고 하지도 않고, 큰 기교도 없이, 글에 덤덤하게 마음을 담는다. 그런 그의 마음이 공감으로 때로는 감동과 웃음으로, 그리고 사랑으로 느껴진다.
짧은 순간의 만남이었지만, 그래도 만난 기억이 있기에, 그리고 나도 여전히 그리워하는 인도의 이야기와 사진들을 담고 있기에 더없이 즐겁고도, 행복한 책으로 다가왔다. 특히나, 뻔한 얘기 시리즈(?!)는 하나하나 모두 마음 깊숙하게 간직하고 싶을 만큼 좋았다. 좋다는 표현이 진부하기는 하지만, 더 이상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하겠다. 그냥 좋다 ㅡ.

 

여행 에세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 때 보다 현실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역시, “여행은 결국 발로 마음 안을 걷는 일” 이라고 하는 그의 말이 맞는 것인가?! 현실에서 찾기 힘든 내 마음을 여행을 통해서 찾아가는 것인가?! 내가 평소에 이런 여행의 이야기를 담은 수많은 책들을 좋아하는 이유가, 타인의 여행을 통해서 나 스스로의 마음을 조금씩 찾고, 그 힘으로 현재를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해 본다.

 

이런 저런 많은 책들을 읽으면서 그 책으로 인해 위로를 받을 수도 있고, 새로운 힘을 얻을 수도 있고, 때로는 새로운 삶의 활력이나 목표가 생길 수 있다. 이 책은 그 중에서, 새로운 삶의 목표가 생기게끔 만든 책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삶을 살아가면서 이것만은 꼭!! 해봐야지 하는 것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나만의 「버킷 리스트」라고 해야하나!? ^^ 

 

* 상상만으로 경험하는 세계와 현실이 다르다는 사실을 생각하게끔 - 맨발로 소똥 가득한 인도 거리 걷기

* 만날 수 없는 사람을 향한 기다림 이지만 - 만날 수 없음을 알면서도 기도하기

* 나를 위한 울음이 아닌 - 다른 것을 위해서 울어보기

* ~척 하지 말고 -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기

* 누군가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올 때 - "나는 행복합니다"라고 말하기 또는 그럴 수 있는 삶을 살기

* 내가 모르는 내 모습을 하나씩 알기위한 첫 번째로 - 나의 뒷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보기

 


삶은 여행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는 요즘이다. 비록 서툰 삶, 서툰 여행이지만, 우리의 삶은 서툴기에, 그리고 아직 빛날 수 있는 여지가 많기에 더 아름다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끊임없이 서툴지만, 끊임없이 행복한 삶을 위하여 ㅡ.

 


뻔한 얘기지만

아이에게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

 

또 뻔한 얘기지만

가난한 사람에게서 부자로 사는 법을 배워.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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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여행유전자 - 여행유전자따라 지구 한 바퀴
이진주 지음 / 가치창조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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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에게나 좋은 기억들은 존재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들었던 '그 노래'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거닐었던 '그 거리'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자주 갔었던 '그 카페'를 기억한다 ㅡ. 반면에 누군가에게는 좋았던 기억들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 반대의 기억으로 남겨지기도 한다. '그 노래'가 사랑하던 사람에게 차이는 그 순간에 흘러나와서 다시는 듣기 싫은 노래가 되기도 하고, '그 거리'에서 소매치기라도 당해서 다시는 가기 싫은 거리로 기억되기도 하고, '그 카페'로 인해 자신만의 잊을 수 없는 치욕이 되살아나기도 한다. 이렇듯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기억들 ㅡ.  누군가의 기억을, 그 느낌들을 공유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가봤던 곳이라서 또는 가보고 싶은 곳이라서 (혹은 기타 등등의 ㅡ)' 라는 복잡하면서도 단순한 이유로 인해 그런 기억들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여행이고, 여행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여행유전자가 나에게도 조금은(혹은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타인의 기억을 마치 내 기억인 냥 공유 할 수도 있는 것이고 ㅡ.

 





 

여행은

거기 있는 그것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거기 있는 그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것.

 

나는

사람이 좋아 사랑에 미친 것 처럼

그 곳은 잊어도 그 사람들은 못 잊는

인연의 실꾸러미를 둘둘 말아 들고 떠나는 여행자.  - P63

 

 

『내 안의 여행유전자 - 여행유전자 따라 지구 한 바퀴』스스로를 여행 유전자라고 일컫는 저자의 기억과 느낌을 따라 세상을 한 바퀴 여행하는 것이다. 사람이 좋아 사랑에 미친 것 처럼, 사람이 좋아 여행을 한다는 그녀. 세상의 여기저기에서 이런저런 사람들과 곳곳의 장소, 다양한 순간들을 마주했던 기억들을 풀어놓는다. 그런 여행의 이야기들을 단순히 즐겁고 유쾌하게만 하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나타난 몇 장의 사진에서 느껴지는 안타까움 들이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하기도 했다. 거기다가 단순한 동정을 넘어서서 그런 느낌들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조언까지 전해준다. 그리고는 다시 놓칠 수 없는 유쾌함으로 돌아간다 ㅡ.

 

「여행유전자 따라 지구 한 바퀴」라는 부제처럼, 세상의 많은 곳들을 순간 이동 하듯 넘나들고 있지만, 그 어느 곳도 완벽하게 자세히 설명한 곳은 없다. 솔직히, 자세한 설명이라면 여행 가이드를 살펴보는 것이 훨씬 나으니 당연히 이 책에서는 필요한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놓지 않고 계속해서 보게 되는 이유는, 여행 가이드에는 나와 있는 않은 "느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유한다. 여행유전자의 느낌이지만, 마치 나의 느낌이며 기억이 되는 것이다. 그만큼 유쾌하면서도 또 다른 멋진 나의 기억을 만들어주는 책 『내 안의 여행유전자』이다 ㅡ.

 





 

여행의 절정은 집에서 이루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 한다. 길든 짧든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집에서, 그동안 내가 가진 것이 많았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생각들을 가지고 또 다시 현실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도 오래가지는 못하니.. (마치, 대한민국 남자들이 모두 간다는 군대 ㅡ. 군대 전역만 하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을 가지는 순간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6개월 정도는 그런 마음이 변함없지만,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는 그 마음처럼) 현실에 대한 고마움을 잃어가는 내 마음이 싫어지는 것을, 마음 스스로가 안다는 듯이 그 곳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는 여행유전자는 다시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가?! 나도 떠나야 할 순간이 점점 다가오는 것만 같다. 나만의 또 다른 여행유전자를 따라서 떠나야 할 순간이 점점 다가오는 것 같다 ㅡ. 현실을 뒤로 한 채 떠나는 순간, 그 때 나도 말할 것이다. 여행유전자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현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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