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볼 2 - 워런 버핏과 인생 경영
앨리스 슈뢰더 지음,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워런이 아홉 살 되던 해 겨울,   

바깥에는 이 내리고 워런은 누이동생 버티와 함께 마당에서 논다.

 

워런은 눈송이를 손으로 잡는다. 그러다가 손으로 한 움큼 눈을 뭉친다. 점점 더 많은 눈을 붙인다. 제법 큰 공 모양의 눈뭉치가 된다. 소년은 이제 이걸 땅에 내려놓고 굴리기 시작한다. 눈뭉치는 눈덩이가 되고, 이 눈덩이는 점점 커진다. 신이 난 소년은 마당을 가로질러 눈덩이를 굴리고, 눈덩이는 더욱 커진다. 이윽고 눈덩이는 소년의 집 마당 끝에 다다른다. 잠시 망설이던 소년은 마침내 결심을 하고 이웃집 마당으로 눈덩이를 밀고 간다.

 

워런은 계속 눈덩이를 밀었고, 이제 그의 시선은 눈 덮인 온 세상을 향했다.

 

- 책의 도입부에서..

 

책의 도입부에 있는 글을 보고서야 "아~"라는 끄덕임과 함께 “스노볼(The Snowball)” 이라는 책의 제목의 뜻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난 지금, 워런 버핏의 삶을 정말 정확하게 나타내는 말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계속 굴리는 눈덩이가 처음에 단순히 예상했던 '돈'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는 또 다른 끄덕임과 함께 ㅡ.

 





 

「워런 버핏」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어떻게 알고, 또 어떻게 생각하며, 어떤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1951년 이후 연평균 31%의 수익률을 기록한 '투자의 귀재', '세계 최고의 부자 CEO' 로 알고 있는가?! 혹은 기업의 경영자나 수많은 투자자들이 가장 닮고 싶어 하는 롤모델로 생각하는가?! 뭐, 어떻게 알고 생각하든 별 상관은 없다. 단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 역시도 「워런 버핏」이라고 하면 "돈"부터 떠오르는 게 가장 정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워런 버핏」정작 자신은 다른 이들에게 부자가 되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목표가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에게서 뭔가를 원하는 사람들(나 혹은 당신)은 그가 가지고 있는, 그가 가질 수 있었던 '돈'에 더 집착하는 당연함(?)을 보인다. 그가 얼마나 부자인지, 그가 어떻게 이런 많은 재산들을 모으게 된 것인지 ㅡ. 한 인물의 업적을 놓고 평가하면서, 또는 부러워하면서 우리는 그가 가진 기술적 방법론에만 관심을 가져왔고,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누군가의 삶의 업적을 부러워하고 또 우러러 보면서 그의 삶을 배우고 싶다면, 그 방법론에 가려져 있는 "인간" 그대로의 모습부터 봐야 하지 않을까?!

 

'워런 버핏 따라 하기'라는 류의 많은 책이나 워런 버핏이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책은 넘쳐난다. 하지만, 이 책은 그가 직접 이 책의 저자인 「앨리스 슈뢰더」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쓰도록 하고, 수많은 자료와 무제한적 인터뷰를 제공했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와 자신의 이야기가 다르다면 최대한 "아첨이 덜한 쪽으로" 써달라고 했다고 한다. 덕분에 이 책의 발간 이후 저자와 버핏의 사이가 소원해졌다고 하니.. 이 책의 객관성에 대한 의심은 일단 접어두고 봐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말해, 겉핥기식의 그 어느 서적들 보다 제대로 그의 모습을 알아 가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 『스노볼』이 아닐까 생각된다.

 

누군가의 삶을 한 권(혹은 두 권)으로 정리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 같이 큰 업적이나 성과가 없는 사람도 그렇겠지만, 이 소용돌이 시대에서 역사 속에 한 획을 그은 「워런 버핏」과 같은 인물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런 버핏」이란 인물을 알게 되면서 먼저 '열정', '현명함', '원칙', '윤리의식' 이라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단어로 그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진다. “워런은 백만장자가 되고 싶다는 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거기에 만족하고 멈추겠다는 말은 한 적이 없었다.”는 이야기처럼, 나이에 상관없이 꿈을 꾸고 실현시키고, 또 새로운 꿈을 꾸는 모습에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어린 시절 한 번도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가져 본 적이 없었다는 그가 그 아픔을 견디고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이, 그리고 그 빈자리를 채울 수 있었던 것이 꿈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감정적으로 주식을 거래해서는 안 된다”는 말은 그의 어린 시절 감정적 판단으로 인해 어떤 일을 망쳤던 그의 실수를 통해 깨우친 것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현명함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것은 없다. 주식 시장의 가치는 궁극적으로 경제적인 산출 결과를 반영할 뿐이다”라며 항상 지키던 기본적인 자신의 원칙이, 그 누구의 말(때로는 비판과 비난)에도 흔들림 없이 지금의 자리를 차지 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생각된다. “연평균 수익률에 추가로 몇 퍼센트 포인트 더 얻고자 수많은 사람들을 실업자로 만드는 거래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는 말에서 그의 윤리의식 또한 엿볼 수 있다.

 

한 인물의 업적이 뛰어나다고 해서 그의 삶이 모두 완벽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런 멋진 책을 읽을 (혹은 책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더더욱 ㅡ. 「워런 버핏」이 가족들을 대하는(특히 수전에게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점이 많다. 그렇게 돈이 많아 걱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 왜 그렇게 그의 아내에게는 무심했었는지.. 과연 나 스스로가 그런 상황이라면 어떤 식의 행동을 할지 생각해 보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 아마, 버핏과는 반대가 아니었을까?! 어쩌면 나의 이런 생각에 그가 동조(?)했었다면 지금의 워런 버핏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뭐.. 어떤 일이든 일장일단이 있는 법이니 말이다 ㅡ. 어쩌면 이것이 그와 나의 차이인가..?! ㅎㅎ

 

2006년 6월 26일 「워런 버핏」은 자신 소유의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 85퍼센트(당시 시가 370억 달러)를 다른 여러 재단들에 양도한다는 놀라운 말을 했다. 더 놀라운 점은, 그 중 6분의 5는 자신의 재단이 아닌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으로 양도한다는 사실이었다.

 


 



이와 같은 그의 충격적이면서도 멋진 모습들에서 존경을 받고 있지만, 그 무엇보다 내가 주목한 것은 그가 바라보는 올바른 사회에 대한 것이었다. 연방 유산세 폐지 계획에 반대의 주장을 펼치는 그의 모습과 세계 최고의 부자가 '부자들에 의한 부자들을 위한 정부'를 비판하는 모습을 보며 그의 생각에 절대적으로 공감하고 또 그에 대해 경외심까지 느끼는 나의 모습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우리가 국내의 경제를 먹여 살린다는 대기업들을 향해 왜 곱지만은 않은 시선을 보내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기도 하고,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보기 힘든 모습이라는 사실에 또 한 번의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리고 사랑은 많이 베풀면 베풀수록 사랑을 더 많이 받게 된다”는 그의 말에 그를 향한 경외심은 커져만 갔다 ㅡ. 돈을 그렇게 눈덩이 불리듯 불려오던 그가, 마음만 먹었다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던 그가, 자신의 재산을 제한하고 사랑의 베품을 실천했다는 사실에 더더욱 ㅡ.






시대적 배경이나 환경은 달라도 분명 「워런 버핏」이라는 거대한 한 인물의 삶에서 분명 뭔가를 배우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는 이유 중의 하나인 "배움"이라는 목적을 향해 달려간다면, 책을 읽은 그 이후의 길은 그 배움의 실천이고,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그 배움의 모델이 되었던 인물을 뛰어 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스노볼』을 통해 배움을 얻고, 조금씩 실천해 가고, 또한 「워런 버핏」이라는 인물을 뛰어넘기 위한 시작의 길이 눈앞에 열려있다. 이 길은 어떤 것이든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그보다 더 많은 걸 생각하는 것으로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1800페이지에 달하는, 보기만 해도 부담스러워지는 이 두 권의 책에 워런의 '인간관계', '철칙과 신념', 그리고 '비경제 활동' 등의 다양한 배움이 담겨있다는 생각한다면, 그리고 그 배움이 새로운 역사를 위한 뛰어넘음의 길이라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결코 지루하거나 부담스럽지 않은, 오히려 즐거움이 가득한 길이 될 것이다.

 

“자기 이름을 걸라는 조건을 붙이지 않고 돈을 기부하는 행위,

돈의 쓰임새에 대해서 일체의 간섭을 포기하면서 돈을 기부하는 행위,

또 하나의 제국을 세우겠다는 욕심이 아니라   

 능력과 효율성을 따져서 선택한 여러 다른 재단들의 금고에

돈을 기부하는 행위는 기존의 기부 관습에 충격을 주었다.”

- P662

 

기부하는 행위에 대해서 나쁘게 말할 것은 없지만, “경험과 관습에 의존하지 않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다른 이들에게 강조하면서 정작 자신은 입으로만 나불거리며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누군가(?!)와는 비교되는, 조금은 씁쓸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자기 돈을 누구에게 거저 주든 뇌물로 주든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반박에는 이렇게 대합했다.

그 사람들이 그렇게 부자가 된 것은 사회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며,

따라서 일정한 부분은 사회에 빚을 진 셈이다.”

- P487





 

만일 제대로 된 눈 위에 서 있다면 눈덩이 굴리기는 이미 시작된 겁니다.

내가 그랬습니다. 이건 돈을 불리는 이야기만 뜻하는 게 아닙니다.

세상을 이해하고 친구를 만들어 나가는 문제입니다.  

시간을 두고 시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그리고 눈이 호감을 가지고서 제가 먼저 붙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하는  

 

그런 사람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본인 스스로 촉촉한 눈이 되어야 합니다, 잘 뭉쳐지게 말입니다.

앞으로 나아가면서 눈을 계속 붙여야 합니다. 갔던 길을 물리고 뒤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언덕 위까지 계속 올라가야 합니다. 인생이 그런 겁니다.

 

- P689

 

우리 시대 가장 매력적인 드라마를 쓰는「워런 버핏」과의 만남 ㅡ. 책을 읽는 내내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 들 것이다. 간간히 등장하는 사진들이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한 느낌에 더 큰 힘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단순히 누군가의 스킬을 보는 것이 아닌 한 인간의 뿌리를, 「워런 버핏」의 멋진 인생관을 담은 멋진 책 ㅡ. 그 멋진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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