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여행. - 마음 여행자의 트래블 노트
최반 지음 / 컬처그라퍼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난, 감정 표현에 무척이나 서툴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플 때, 한 번 더 안아주고 보듬어 주면 좋은 텐데 성질부터 부리고 만다. 의사가 아닌 이상, 내가 당장 어떻게 해줄 것이 없다는 생각에 화부터 낸다.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는 나를 더 미워한다. 결코 사랑이 부족해서, 내 마음이 작아서가 아니다. 분명 서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도를 향했던 나의 첫 배낭여행도 감정 표현만큼이나 서투르긴 마찬가지 였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순간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상황을 고려하지 못하는(혹은 고려할 여유조차 없었던) 서툰 행동이 가득했던 여행이었다. 일행 중 한 명이 아프기도 했고, 기차표도 구하기 힘들어서, 타지마할로 유명한 인도 아그라의 한 게스트 하우스에 발이 묶여 있었다. 아픈 그 친구가 더 나빠질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은 지워버리고(어쩌면 애써 하지 않았는지도 모르지만..) 도중에 들릴 예정이었던 몇몇 곳을 포기하고, 다음 예정지인 바라나시로 바로 가는 일정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리고 떠나기 전, 그래도 혹시나 있을지 모를 상황에 대한 최소한의  대비로 도움을 구할 곳을 찾고 있을 때 친절히 이것저것을 가르쳐 주던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바라나시의 복잡한 골목골목을 이야기하며, 처음 가면 원하는 곳을 찾기 힘들 거라고 자신의 친구를 소개해 주겠다고 종이에 이름을 적어 내민다. 「무나」와 「씨아람」이라는 사이클 릭샤를 모는 친구들이라며, 자신의 이름을 말하면 돈도 받지 않고 안내해 줄 것이라고 ㅡ. 당시, 짧은 순간이었지만 이 사람은 과연 인도 사람을 친구라고 할 만큼 그들을 믿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순간의 생각은 잠시였고, 그의 도움에 감사해 하며, 필요하다면 바라나시에 가서 그의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바라나시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그의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기도 전에, "혹시나" 했던 일이 "역시나"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렇게 그와의 인연은 짧게 끝났었다. 그 때 우리에게 잠깐이지만 인도 사람을 당당하게 친구라 말하며 도움을 주던 그 사람이 이 책의 저자였다. (잠깐의 만남이었는데 어떻게 알 수 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분명 나는 내가 만난 그 사람과 저자가 동일인이라고 확신한다 ㅡ.)

 





 


 

『서툰. 여행.』은 저자가 인도를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담고 있다. 요즘 많이 나오는 다른 여행 에세이와 달리, 튀려고 하지도 않고, 큰 기교도 없이, 글에 덤덤하게 마음을 담는다. 그런 그의 마음이 공감으로 때로는 감동과 웃음으로, 그리고 사랑으로 느껴진다.
짧은 순간의 만남이었지만, 그래도 만난 기억이 있기에, 그리고 나도 여전히 그리워하는 인도의 이야기와 사진들을 담고 있기에 더없이 즐겁고도, 행복한 책으로 다가왔다. 특히나, 뻔한 얘기 시리즈(?!)는 하나하나 모두 마음 깊숙하게 간직하고 싶을 만큼 좋았다. 좋다는 표현이 진부하기는 하지만, 더 이상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하겠다. 그냥 좋다 ㅡ.

 

여행 에세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 때 보다 현실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역시, “여행은 결국 발로 마음 안을 걷는 일” 이라고 하는 그의 말이 맞는 것인가?! 현실에서 찾기 힘든 내 마음을 여행을 통해서 찾아가는 것인가?! 내가 평소에 이런 여행의 이야기를 담은 수많은 책들을 좋아하는 이유가, 타인의 여행을 통해서 나 스스로의 마음을 조금씩 찾고, 그 힘으로 현재를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해 본다.

 

이런 저런 많은 책들을 읽으면서 그 책으로 인해 위로를 받을 수도 있고, 새로운 힘을 얻을 수도 있고, 때로는 새로운 삶의 활력이나 목표가 생길 수 있다. 이 책은 그 중에서, 새로운 삶의 목표가 생기게끔 만든 책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삶을 살아가면서 이것만은 꼭!! 해봐야지 하는 것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나만의 「버킷 리스트」라고 해야하나!? ^^ 

 

* 상상만으로 경험하는 세계와 현실이 다르다는 사실을 생각하게끔 - 맨발로 소똥 가득한 인도 거리 걷기

* 만날 수 없는 사람을 향한 기다림 이지만 - 만날 수 없음을 알면서도 기도하기

* 나를 위한 울음이 아닌 - 다른 것을 위해서 울어보기

* ~척 하지 말고 -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기

* 누군가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올 때 - "나는 행복합니다"라고 말하기 또는 그럴 수 있는 삶을 살기

* 내가 모르는 내 모습을 하나씩 알기위한 첫 번째로 - 나의 뒷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보기

 


삶은 여행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는 요즘이다. 비록 서툰 삶, 서툰 여행이지만, 우리의 삶은 서툴기에, 그리고 아직 빛날 수 있는 여지가 많기에 더 아름다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끊임없이 서툴지만, 끊임없이 행복한 삶을 위하여 ㅡ.

 


뻔한 얘기지만

아이에게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

 

또 뻔한 얘기지만

가난한 사람에게서 부자로 사는 법을 배워.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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