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버리기 연습 생각 버리기 연습 1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유윤한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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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생각을 생각하다?! Vs 생각을 버리다?! 

 

 언젠가부터 하루하루, 그 속에 깃든 사소한 행동들 하나라도 무의미하지 않게 보내야겠다는 다짐, 을 넘어선 강박관념(?!) 비슷한 것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머리를 식히기 위해 선택한 어떤 영화 한편을 보더라도 그랬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어떤 것이 재미있고, 뭔가 남을 것인가를 생각하며 다양한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다른 이들의 평점, 리뷰 등을 찾아본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또다시 다른 이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봤을까, 나와는 어떤 다른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궁금해서 이리저리 뭔가를 찾아다닌다. 한 때, 코미디 영화를 보면서 그 속에서 뭔가 심오한 생각들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이 영화는 철학적인 생각이 없어, 심각한 고민이 없어, 라고 하면서 낮은 평점을 주는 것을 보며, 단순히 즐겁게 영화를 보면 될 것을 도대체 뭘 얻으려고 저렇게 복잡하게 사는 것일까, 라고 했던 나의 지난 생각들과 완전히 반대되는 행동들이다. 쓸데없이 복잡해질 것을 알면서도 사소한 것 하나하나 깃든 의미를 놓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다가 보니, 오히려 -어쩌면 당연하게도- 나의 생각 그 자체에 지쳐만 간다. 뭔가 좀 더 나은 나를 위해서 하는 것이 생각이라고 믿었는데, 그 생각이 나를 더 힘들게 하고만 있으니… 나를 앞으로 인도하는 것이 ‘생각’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던 삶의 화살표를 송두리째 앗아가는 것이 ‘생각’이 아닐까, 라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한다.’는 나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덫에 걸려 허우적거리다가, 우연하게 마주한 책의 제목은 나를 좀 더 깊은 고민 속으로 밀어 넣었다. 『생각 버리기 연습』이라니… 《생각을 생각하다》라는 책의 제목도 있는데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거나 생각을 잘 해야 한다, 가 아닌, 생각을 버려야 한다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이제서라도 나의 생각들을 좀 내려놓는다면 더 괜찮은 삶을 살아가지 않을까, 혹은 진정으로 내가 필요한 것은 생각을 버리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일단은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을 생각이 아닌 오감으로 느끼는 것, 그 연습을 말이다. 

 

- 생각 버리기 연습!! 

 

 그 누구나 ‘생각은 나의 것이다’라는 당연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 혹은 ‘나의 생각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의심이 든다면, 지금 당장 하고 있는 생각을 멈추기 위해 한 번 애써보라고 하고 싶다. 생각을 멈추려 할수록 늘어나는 것은 생각뿐이고, 쌓여가는 생각들은 나를 더 힘들게만 만들뿐이라는 사실을 금방 알게 될 것이다. 이것은 지금까지 평소에 했던 생각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며, 생각을 버리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런 쉽지 않은 일들을 당연하게끔 만들기 위해 해야 하는 것이 ‘생각 버리기 연습’이라고 이 책의 저자 ‘코이케 류노스케’는 말한다. 

 

 이런 책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나를 계발하는 것에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도 역시, 보통의 책들과 비슷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처음에는 그런 생각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상상하고, 이미 그렇게 이루어진 듯 행동하면 원하는 일이 결국에는 이루어 질 것이라는 여타의 책들과는 다른 관점에 놓여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어떤 감정이 생기지도 않았는데, 이미 생긴 것처럼 행동하지 말라고 한다. 억지로 꾸미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를 느끼고 받아들이라는 것인데… 이것이 이 책의 제목이기도한 ‘생각 버리기 연습’의 기본이자 핵심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렇다면 ‘생각 버리기 연습’이 무엇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생각 버리기 연습’은 ‘오감을 갈고 닦아 실제적인 감각을 강화시키는 연습’이라고 한다. ‘평소에 눈, 귀, 코, 혀, 몸의 오감에 집중하며 생활하는 훈련을 하다보면, 생각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생각 버리기 연습』에서는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무지해 진다’며, 그 ‘생각병’의 극복을 위한 방법들을 하나하나 설명해간다. 그렇게 마음 자체를 조절하고, 몸과 마음의 조화를 꾀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 방향을 단순히 추상적으로,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고 말했다면 다소 식상한 말들로 들렸겠지만, 『생각 버리기 연습』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몸과 마음을 조종하는 법을 이야기 한다. ‘말하기’, ‘듣기’, ‘보기’, ‘쓰기와 읽기’, ‘먹기’, ‘버리기’, ‘접촉하기’, ‘기르기’라는 각각의 파트를 나누어 이야기를 들려준다. 

 

 - 두개의 생각이 싸우다?! 

 

 책을 읽는 내내 내 머릿속에서 두 개의 생각이 싸우고 있었고,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 이런저런 좋은 이야기들이 가득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한 번에 쭉 읽어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생각을 좀 내려놓으면 괜찮을까, 싶어서 선택한 책이지만 그 의도와는 다르게 더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흔히 느끼기 쉬운, 현실과 이상의 차이에서 오는 혼란함이랄까?! 솔직히 -실제 그 행동 자체의 쉽고 어렵고를 떠나- 책 속의 좋은 말들을 그대로 실천한다면 뭐가 나쁘겠냐 만은, 현실이란 것이 어디 그런 것인가?! 저자가 스님이라서 그런지 어떤 물질적인 욕구에 지배당하지 않는 모습, 특히 자전거에 자물쇠를 채우지 않고 누가 가져가도 도인적인 생각으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들이 과연 나라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또 다른 것에서도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한 번 느끼게 된다. 저자는 ‘마음에도 없는 말은 하지 말라’고 한다. 누군들 그러고 싶지 않을까. 상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입이마르도록 칭찬하는 것을 진짜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싫은데 싫다고 하지 못하는 것이 필요한 법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말이다. 물론 이런 우려는, 또 다른 다양한 표현으로 대체하도록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기야 하지만, 아직 나는 연습이 전혀 되어있지 않기 때문인지 걱정-혹은 아쉬움-이 앞선다. 이런 면에서 보면, 여기에서 제시하는 생각-혹은 생각 버리기-에 유머가 없다는 생각, 그래서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치 세상 모든 사람들을 수도승이나 도인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말이다. 

 

 어이없게도 생각을 버리기 위해 읽기 시작한 책으로 또다시 이런저런 고민에 휩싸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어쩌면 이 자체가, 내가 책을 제대로 읽지 않았다는 또 다른 증거가 될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단순히, 이런 책과 나와의 거리는 결코 단번에 가까워질 것이 아닌 듯 느껴졌다.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쉽게 멀리 던져버리지 못하는 것에는 분명 그 이상의 어떤 힘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단지, 이 책에서 말하는 것들과 나의 행동들이 타협점을 찾아야만 제대로 된 뭔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지만 말이다. 

 

- 생각을 버리고 조금씩 조금씩… 

 

 모든 결과물이 가져오는 차이는 그 시작의 사소함에서 비롯됨을 느낀다. 사소한 것이 결론적으로는 정말 많은 것을 좌우하는 것이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그 당시에는 왜 그렇게 집착해서 크나큰 결과를 불러오게 했는지… 혹은 너무나도 중요한 일인데 왜 그리 쉽게 무시하고 넘어갔다가 지금에서야 후회하고 있는 것인지… 지금 우리는 얼마나 많이 그 사소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내 눈앞에서 나를 강하게 자극하고 있는 단편적인 것들의 사소함이 아닌, 오감으로 집중해야만 느껴지는 사소한 것들 말이다. 사소하다고 하지만, 어쩌면 그와 정반대에 놓여있지도 모르는 수많은 것들을… 그것들을 위해서 우리에게는 ‘생각 버리기 연습’이 필요한 것이다. 

 

 앞서 말했지만 내가 계속해서 싸울 수밖에 없었던 두 가지 생각이 타협-물론 이상에 가까우면 훨씬 더 좋겠지만…-이 된다면, ‘생각 버리기 연습’은 분명 더 큰 효과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적당히’라는 말로도 나타낼 수 있을 그 타협점을 찾아가는 것이 아직까지 나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뭐든지 적당하게, 중도를 지키는 것이 힘들다는 사실을 안다. 차라리 생각에도 계량 컵, 계량스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아, 또다시 너무 많은 생각들로 나 스스로를 내가 괴롭히고 있는 꼴이 것인가?! 너무 많은 생각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에는 더 큰 짐으로 다가온다니 일단은 되든 안 되든 생각을 내려놓기는 해야 될 것 같다. 그래, 처음의 생각 그대로, 일단은 한 번 해보자는 다짐을 다시 해본다. 자,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잘 관찰하고, 그 상태 그대로를 부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보는 것이다. 생각을 버리고 조금씩 조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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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일요일들
은희경 지음 / 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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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인터넷에 장편소설 연재를 했다.
그리고 거기에다 독자들에게 쓰는 편지 한 편씩을 매일 붙였다.
‘답글’이라는 이름으로 7개월 동안 쓴 120장의 편지가 이 책이 되었다.



구성도 없고 일관성도 의도도 별로 없다.
그날그날의 사소한 일상과 변덕스러운 심정을 털어놓았을 뿐이다.

- 작가의 말 〈맨 앞에〉中에서…

 

 은희경 작가의 등단 이후 첫 산문집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별다른 고민 없이 선택하게 된 책이다. 수많은 생각들을 통해서 잘 다듬어진 하나의 소설이 아닌, 그런 소설을 위해 하게 되는 이런저런 생각들과 그 일상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책 선택의 고민보다는 즐거움이 앞섰던 것 같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각만큼이나 재미있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책 한권을 ‘재미있다’는 단 하나의 표현으로 나타내기에는 무례한감이 없지 않지만, 사실이니까 뭐… 끼적끼적… 눈앞에 펼쳐진 낙서장에 휘갈겨 쓴 듯 한, 혹은 그냥 생각나는 대로 딱 그만큼의 일기를 써놓은 듯, 아무렇지 않을 법한 이야기들인데도 재미있게만 느껴진다.

 

 어릴 적 제일 싫은 숙제가 일기를 쓰는 것이었다. 일기는 나의 이야기, 나만의 이야기를 쓰는 것인데 왜 누군가에게 검사를 맡아야만 하는가, 라는 생각에 숙제의 일기는 싫었다. 나만의 생각, 나만의 이야기를 누군가가 본다는 것은… 그래서 그랬나보다. 아예 쓰지 않거나-그래서 지금까지도 여전히 일기를 쓰는 버릇 따윈 전혀 들지않는다는…- 나의 이야기를 보게 될 누군가 때문에 나를, 나의 이야기를 포장하기 시작한 것이… 때로는 그 포장이라는 것 때문에 가끔씩 드러나는 진짜 내 마음 속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허세로 낙인찍히고 말게 되는 경우도 있다. 진짜인데 마치 한껏 멋 낸 것처럼… 마치 너무 내놓고 멋을 부리다 망신만 당한 것처럼… 이 책, 가끔씩 내가 써내려갔던 나의 이야기들과 너무 비교가 된다. 같은 끼적끼적 인데, 역시 작가의 글이라 그런지 나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랄까?! 흠…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가!?

 

 당연한 이야기를 하나 더 해볼까?! 나 스스로를 소개하는 글을 써야 할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럴 때마다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고는 한다. 몇 줄의 문장으로 나를 어떻게 이야기해야할지 막막한 것이다. 도대체 나란 인간은 어떤 인간인지 몇 줄의 글로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지금에서야 드는 생각이지만 왜 그리 복잡하게만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그저 나무젓가락을 쪼갤 때마다 두 짝이 짝짝이가 되는 사람이고, 질문을 잘 하지 않는 사람이며,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는 사람’이라는 평범하면서도 단순한 사실들만으로도 충분히 나타 낼 수 있는 것을 말이다. 은희경, 그녀가 그러하듯이 말이다. 역시 작가는 뭘 써도 작가란 말인가?!

 

 그녀의 생각들을 읽으면서 한없이 작아지는 나를 발견하고, 그녀를 비롯한 누군가(?!)를 향한 부러움에 발버둥도 쳤지만, 앞서 말했듯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것은, 전혀 몰랐던 한 작가의 생각과 삶을 통해 그도 역시 사람이구나 하는 너무나도 당연해서 어처구니가 없을 법한 생각까지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별 생각을 다한다, 는 말을 듣고 자란 작가의 글을 보고 있어서 인지 나 역시도 별 생각을 다 해볼 수 있고 말이다. 작가는 행복해야 글을 잘 쓴다는 이야기를 하며 기분이 나빠 등장인물을 다 처형해 버리기라도 하면 어떡하냐는 글을 보며 진짜 어느 작가가 자신이 기분 나쁘다는 핑계로 달콤함이 묻어나는 소설을 일시에 공포, 스릴러 소설로 바꿔버린다면 정말 신나고 통쾌한 일이 될 텐데, 라는 ‘별 생각’도 해보고, 소설가의 현재 삶이 소설을 결정한다는 그녀의 글을 보며 내 삶을 바꿔버릴 수 있는 현재를 만들기 위해 당장 배낭을 꾸려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라는 신나는 ‘별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렇게 그녀가 전해주는 생각의 일요일들이 나에게도 또 다른 생각의 일요일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 책은 꼭 봐야지 했는데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그 시기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조금씩 내 기억 속에서 그 책은 잊히게 된다. 그러고는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우연한 기회를 통해 다시 그 책이 생각나곤 한다. 《소년을 위로해줘》가 그런 책들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 우연한 기회가 바로 『생각의 일요일들』을 읽게 된 지금의 상황이고 말이다. 이 책은 《소년을 위로해줘》와 함께 가고 있고, 함께 한다면 더 신나는 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함께하지 않으면 그러는 대로 더 큰 상상을 해볼 수도 있으니 그것도 괜찮은 것 같고…(흠… 이건 또 무슨소리인가;;;)

 

 흠… 이런 애매모호한 나의 생각과 말들 속에서 명쾌함이라는 것을 찾을 수 있는 날들이 오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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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1초들 - 곽재구 산문집
곽재구 지음 / 톨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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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매일 반복되는 날들이지만 그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소중하고 감사하게 생각하라고 말한다. 당연한 말이고, 중요한 말임에 틀림없지만 그것을 지켜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을 생각하며 그냥 무의미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뿐이다. 그 속에서도 때로는 시간을 죽인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소중한 순간들을 쓸데없는 공간으로 흘려보내고야 마는 것이다. 그런 내가 모든 1초들을 다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적이나 있었을까?! ‘하루 24시간 86,000초를 다 기억하고 싶었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로 시작되는 이 책, 『우리가 사랑한 1초들』은 단 한 문장만으로도 충분히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렇다고 단순히 나를 부끄럽게만 만드는 책은 아니었다. 내가 놓치고 있던 순간들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보여줌으로써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1초들을 안겨준다. 우리가 사랑한 1초들, 그리고 우리가 사랑할 1초들을 말이다.

 

 『우리가 사랑한 1초들』은 곽재구 시인이 ‘라빈드라나드 타고르’의 영혼이 숨쉬는 ‘산티니케탄’에서 벵골 사람들과 함께했던 540일, 46,656,000초의 시간들을 글로 담아낸 것이다. 꽃과 반딧불이가 먼저 떠오르는 그 공간에서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를 파고들어가 경험한 이야기들이다. 요즘 이런 종류의 여행기들이 참 많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나도 감상적이고 단편적인 생각들만을 나열한 것 같아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그런 것들이 나쁘다고 할 수도 없지만-예전에는 오히려 완전 좋아하기까지 했다- 지금에 와서는 너도나도 같은 이야기들만 반복하고 있기 때문일까 너무 식상하다는 생각과 그런 생각들까지 일률적으로 되어가는 것만 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가 사랑한 1초들』에는 사람들의 진정한 삶이 담겨져 있고, 그 속에 스며든 따뜻함이 느껴져서 뭔가 다르게만 느껴진다. 다시 그런 이야기들이 좋아질 만큼…

 

이 학교는 지상에서 네 번째 아름다운 학교입니다.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첫째와 둘째 셋째 학교를 알지 못합니다.
빠따바반이 지금까지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학교의 모습이지만
이보다 더 아름다운 학교가 이 세상 어딘가에 세 개쯤은 더 있어도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아름다운 학교에서 자란 아이들이 만든 세상 또한 아름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P48

  



 저자가 그려내는 공간이 정말이지 아름답다고만 생각할 수밖에 없을 정도이다. 어쩜 이렇게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네 번째 아름다운 학교란다. 첫째, 둘째, 셋째도 없으면서, 단지 있었으면 하는 바람만으로 당당하게 네 번째 아름다운 학교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나는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세상과 생각들이 그의 눈과 머리, 그리고 가슴에서는 이렇게 피어나는 것이다. 그러니 1초 1초가 아니라 이 책의 한 글자 한 글자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세상에, 이 아이는 자신의 꿈이 왜 좋은지에 대한 가장 완벽한 답을 이미 알고 있군요.
엄마가 왜 좋은지, 피아노가 왜 좋은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이 왜 좋은지
제일 근사한 답은 그냥입니다.
이 답은 설명할 필요가 없는 답이지요.
-P147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법을 조금씩 배우면서도 사실은 가슴이 아닌 머리로 뭔가를 계속 생각하면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반성하게 된다. 누군가 말하는 ‘그냥’에 계속해서 어떤 대답을 원하는 나를 발견하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어쩌면 ‘그냥’이라는 가장 완벽한 답을 앞에 두고도 이 책을 이야기하면서 쓸데없이 이런저런 이유들을 가져다 붙이고 있는 큰 실수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까지 들게 된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인간으로서 최선의 가치 있는 삶 아니겠는지요?
누구든지 그를 대하면 따뜻해지고 마음이 편해지는 사람.
누구든 그 속에 있으면 가슴이 환해지고 한없이 포근해지는 세상!
그것이 바로 우리 모두의 꿈 아니겠는지요.
당신도 나도 다 그런 인간으로 이 지상에 머물고 싶은 꿈을 지닌 것은 아닌지요? -P237 

 


 앞서 행복이라는 단어를 살짝 언급하기도 했지만, 이 책은 최근에 만나본 것들 중에서 나를 가장행복하게 만든 책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미소 짓게 만들었고, 이런 것이 행복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한 순간의 행복을 뛰어넘어 매 순간, 모든 1초가 행복해 질 수 이는 세상을 꿈꾸게 만든다. 삶의 매 순간을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 혹은 지금의 삶 자체에 어떤 열정 같은 것을 찾을 수 없다는 사람들에게 특히나 더 권하고 싶어진다. 내가 되기를 소망하는 사람에서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이루는 세상. 그런 세상을 꿈꾸게 하는 힘을 『우리가 사랑한 1초들』에서 직접 느껴보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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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방랑
후지와라 신야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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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TV를 통해 해외로 여행을 가는 사람들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를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좋은 곳이 많은데-하물며 평생을 살며 우리나라의 좋은 곳을 돌아다니려 해도 모든 것을 볼 수는 없을 텐데- 왜 자꾸 사람들은 외국으로 떠나려고만 할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나의 이런 생각은 대학생 때 남들은 다 떠난다는-혹은 적어도 한번쯤은 생각해본다는- 외국 배낭여행을 단 한 번도 제대로 생각조차 해보지 않게 만들었다. 물론 지금 와서는 그런 생각들을 했던 지난날을 후회한다. 왜 좀 더 큰 세상을-그것도 조금이라도 더 어린나이에- 볼 생각을 하지는 못했었는지… 『인도방랑』 후지와라 신야는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에 앞서서 젊은이들에게 말한다. 자신을 얽어맨 굴레를 벗어던지고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라고. 그러면 전혀 다른 세계가 눈앞에 펼쳐질 것이라고 말이다. 누군가가 나의 어린 시절에 이런 얘길 해줬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적어도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에 씁쓸한 미소를 감출 수 없다. 

 

 『인도방랑』은 ‘후지와라 신야’가 스물넷의 나이에 대학을 뛰쳐나와 세계 방랑길에 오른 최초의 여행 기록이라고 한다. 그 여행지는 당연하게도 인도이고 말이다. 젊은 날 그가 만난 인도라는 낯선 세상과 그 속에 들어있는 낯선 자신과의 만남, 그리고 자신에게 닥쳐올 날들을 향한 조심스러우면서도 거침없는 발걸음들이 이 책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희미한 듯 하지만 그 어떤 다른 것들보다 선명함을 각인시켜주는 사진들과 함께…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이 책은 인도 여행에 대한 안내 책자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이 스물넷의 나이에 떠난 신야의 여행 기록이기는 하지만, 그가 1944년생이니까 벌써 몇 년 전의 이야기인지… 실제 이 책도 일본에서는 1972년에 처음 출간되었다고 한다. 단 1년 만이라고 해도 뭔가가 정신없이 바뀌는 요즘을 생각할 때, 이미 이 책을 통해 당장의 실용적인 정보를 얻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당연한 것이다. 그렇다면 벌써 몇 십 년도 더 지난 이 여행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지금도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도나 티베트를 다녀와서 신비를 팔아먹는 것은 일종의 사기입니다.
명상이란 것도 좋아하지 않아요. 신이란 말도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 형식은 믿지 않습니다. 말없이 좌선을 하는 게 명상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아요.
명상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겁니다. -P48

  

 인도를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어떤 것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될까!? 커리, 갠지스, 요가, 명상, 신비!? 뭐 그런 류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이런 단편적이거나 막연한 느낌보다는 보다 세부적인 사항들, 혹은 반대로 인도라는 나라 전체를 그려낼 수 있는 보다 큰 시선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인도와 관련된 다양한 에세이들이 계속해서 쏟아지는 요즘을 생각해본다면 좀 더 명확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다양함들이 오히려 식상함으로 비춰진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신비나 애매모호한 감정들을 앞세워 인도라는 나라에 대한 생각과 느낌들을 너나할 것 없이 흡사하게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될 때가 많다. 현실에 가깝다기보다는 누군가에 의해서 인도라는 곳이 아름답게 포장되었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이다. 덕분에 이미 포장되어진 모습이 머릿속에 각인이 되어 진짜 인도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 상황의 연속들 속에 놓인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들을 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자기 입으로(글이라고 해야 하나?!) 신비를 팔아먹는 것은 일종의 사기라고 말하는 신야의 글은 당연한 것임에도 그 당연함을 넘어서는 것 같아 보인다. 

 

 겉에서만 바라보면 어느 사람이든, 어느 장소이든 신비스럽게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신과 다르고, 자신이 살아온 곳과 다르니 당연하다고 할 수밖에… 하지만 그런 신비라는 느낌도 결국에는 그 누군가에게는 현실일 뿐이다. 인도 역시도 신비보다는 일상에 가까운, 아니 또 다른 일상인 것이다. 신야는 그 일상 속으로 파고들었고, 그것은 곧 -요즘 TV쇼에서나 갖다 붙이는 어설픈 리얼리티가 아닌 진짜- 리얼리티를 보여준다. 그를 통해서, 가진 것이 없으면 잃은 것도 없다는 생각으로 내가 진짜 필요로 하는 최소의 것만 가지고 어디론가 떠나는 내 모습을 그려보기도 하고, 인적이 드문 깊숙한 산이라든가 언제 위험에 처하게 될지도 모를 사막이라든가 하는 낯선 땅위에 서있는 나의 모습을 그려볼 수도 있다. 몇 년 전에 다녀온 인도이지만, 내가 가기도 훨씬 전 신야가 갔었던 인도를 통해 그가 지닌 과거의 기억, 내가 지닌 과거의 기억들까지 떠올릴 수 있는 시간들도 되는 것이다. 나는 떠올리지 못한 생각들을 지금에서야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아직도 찾아내지 못한 삶의 다양한 성찰들을 뒤늦게나마 쫓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내가 가질 수 없었던 여행의 풍성함을 더해주면서 말이다. 

 

 앞서 ‘이 책이 지금도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라고 물었던가. 그에 대한 정답은 이미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인도방랑』은 누군가에게는 과거의 기억을, 누군가에게는 현재를,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앞으로 가야할 세상을 보여준다. 그렇게 결국에는 사람들을 어디론가를 향해서 나가도록 등을 떠미는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책이 젊은이들의 등을 떠미는 작은 힘이 되길 바란다는 후지와라 신야의 소망이 그대로 실현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신야가 여행의 첫걸음을 내딛었던 스물네 살이라는 나이와 비교해도, 그리고 그가 이야기하는 젊은이와도 조금은 거리가 있어 보이는 삼십대의 나이에 있는 나에게, 지금에 와서 다시 나를 등떠미는 이 책을, 이제야 만났다는 사실에 슬퍼해야 할지, 그래도 이제서라도 만날 수 있어서 고맙다고 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잊고 있었던 뜨거운 감정들이 솟아나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단순히 여행에 대한 동경이 아닌, 내 삶에 관한 것들에 대해서 말이다. 당신에게는 어떤 느낌의 책으로 다가올까?! 부디 꼭! 직접 확인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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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의일상 2011-10-08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아나르코 2011-10-12 01:34   좋아요 0 | URL
책과의일상님~ 감사합니다~!!
 
<에세이>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9월에 읽을 주목할 만한 신간 도서 - 에세이】 
 

9월, 책읽기 좋아지는 계절이다 ㅡ.
이번 달에는 어떤 책들과 함께할까?! ^^ 

 

《세계가 우리집이다》

지와 다리오 / 휴
 


‘스페인 남자 다리오와 한국 여자 지의 특별한 이야기’라는 언뜻 보면 평범할 것만 같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들은 돈 한 푼 없이 여행을 했다고 한다. “부족한 것은 언제나 사람에 의해, 자연에 의해 자연스럽게 채워진다”라는 교훈까지 얻으며 말이다. 마냥 부럽기만한 이 자유로운 영혼들... 만나보고 싶다.
 


《김탁환의 쉐이크》

김탁환 / 다산책방

 

스스로를 이야기꾼이라 칭하는 김탁환. 이제는 ‘스스로’라는 말을 빼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 항상 재미있고 놀라운 수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그를 만든 것은 무엇일까?!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생각하고 만들어내는지... 그의 이야기 창작 세계를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27컷, 꿈을 담는 카메라》

손은정 / 동녘 



뭐, 얼핏 보면 그냥 평범한 사진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책의 소개만으로 솔직히 놀랄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프리카 빈민촌에 식량이나 생필품을 전하거나 의료 봉사를 하는 일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일회용 카메라를 나눠 주고, 그들의 꿈을 그 카메라에 담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놀랍지 않을까?! 항상 말로만, 생각으로만 하던 일을 멋지게 해낸 사람들의 이야기... 궁금해진다. 

 

《닉 혼비의 노래(들)》 

닉 혼비 / Media2.0 



수많은 작품의 소설가로 알려진 닉 혼비가 사실은 음악 전문가이기도 하단다. 그리고 자연스럽게도 이 책은 ‘음악을 소재로 한 에세이’라고 한다. “나는 좋아하는 노래를 따라 불러서 다른 사람이 듣게끔 하는데, 그 사람들이 나만큼 그 노래를 좋아하지 않으면 화가 난다” 라고 할 만큼 특이하면서도 기발한 그가 음악에 대한 어떤 이야기들을 펼쳐낼지...
 

 

《이문구의 문인기행》

이문구 / 에르디아 



〈관촌수필〉의 저자 이문구가 한국 현대문학의 주요 문인 21명을 만나 세상 이야기 나눈다. 문인들이 들려주는 상상을 초월한다는 에피소드와 상식을 뛰어 넘는다는 기행은 어떤 느낌일까?! 그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과거, 현실, 그리고 미래까지 다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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