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버리기 연습 생각 버리기 연습 1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유윤한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 생각을 생각하다?! Vs 생각을 버리다?! 

 

 언젠가부터 하루하루, 그 속에 깃든 사소한 행동들 하나라도 무의미하지 않게 보내야겠다는 다짐, 을 넘어선 강박관념(?!) 비슷한 것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머리를 식히기 위해 선택한 어떤 영화 한편을 보더라도 그랬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어떤 것이 재미있고, 뭔가 남을 것인가를 생각하며 다양한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다른 이들의 평점, 리뷰 등을 찾아본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또다시 다른 이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봤을까, 나와는 어떤 다른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궁금해서 이리저리 뭔가를 찾아다닌다. 한 때, 코미디 영화를 보면서 그 속에서 뭔가 심오한 생각들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이 영화는 철학적인 생각이 없어, 심각한 고민이 없어, 라고 하면서 낮은 평점을 주는 것을 보며, 단순히 즐겁게 영화를 보면 될 것을 도대체 뭘 얻으려고 저렇게 복잡하게 사는 것일까, 라고 했던 나의 지난 생각들과 완전히 반대되는 행동들이다. 쓸데없이 복잡해질 것을 알면서도 사소한 것 하나하나 깃든 의미를 놓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다가 보니, 오히려 -어쩌면 당연하게도- 나의 생각 그 자체에 지쳐만 간다. 뭔가 좀 더 나은 나를 위해서 하는 것이 생각이라고 믿었는데, 그 생각이 나를 더 힘들게 하고만 있으니… 나를 앞으로 인도하는 것이 ‘생각’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던 삶의 화살표를 송두리째 앗아가는 것이 ‘생각’이 아닐까, 라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한다.’는 나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덫에 걸려 허우적거리다가, 우연하게 마주한 책의 제목은 나를 좀 더 깊은 고민 속으로 밀어 넣었다. 『생각 버리기 연습』이라니… 《생각을 생각하다》라는 책의 제목도 있는데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거나 생각을 잘 해야 한다, 가 아닌, 생각을 버려야 한다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이제서라도 나의 생각들을 좀 내려놓는다면 더 괜찮은 삶을 살아가지 않을까, 혹은 진정으로 내가 필요한 것은 생각을 버리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일단은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을 생각이 아닌 오감으로 느끼는 것, 그 연습을 말이다. 

 

- 생각 버리기 연습!! 

 

 그 누구나 ‘생각은 나의 것이다’라는 당연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 혹은 ‘나의 생각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의심이 든다면, 지금 당장 하고 있는 생각을 멈추기 위해 한 번 애써보라고 하고 싶다. 생각을 멈추려 할수록 늘어나는 것은 생각뿐이고, 쌓여가는 생각들은 나를 더 힘들게만 만들뿐이라는 사실을 금방 알게 될 것이다. 이것은 지금까지 평소에 했던 생각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며, 생각을 버리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런 쉽지 않은 일들을 당연하게끔 만들기 위해 해야 하는 것이 ‘생각 버리기 연습’이라고 이 책의 저자 ‘코이케 류노스케’는 말한다. 

 

 이런 책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나를 계발하는 것에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도 역시, 보통의 책들과 비슷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처음에는 그런 생각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상상하고, 이미 그렇게 이루어진 듯 행동하면 원하는 일이 결국에는 이루어 질 것이라는 여타의 책들과는 다른 관점에 놓여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어떤 감정이 생기지도 않았는데, 이미 생긴 것처럼 행동하지 말라고 한다. 억지로 꾸미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를 느끼고 받아들이라는 것인데… 이것이 이 책의 제목이기도한 ‘생각 버리기 연습’의 기본이자 핵심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렇다면 ‘생각 버리기 연습’이 무엇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생각 버리기 연습’은 ‘오감을 갈고 닦아 실제적인 감각을 강화시키는 연습’이라고 한다. ‘평소에 눈, 귀, 코, 혀, 몸의 오감에 집중하며 생활하는 훈련을 하다보면, 생각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생각 버리기 연습』에서는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무지해 진다’며, 그 ‘생각병’의 극복을 위한 방법들을 하나하나 설명해간다. 그렇게 마음 자체를 조절하고, 몸과 마음의 조화를 꾀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 방향을 단순히 추상적으로,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고 말했다면 다소 식상한 말들로 들렸겠지만, 『생각 버리기 연습』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몸과 마음을 조종하는 법을 이야기 한다. ‘말하기’, ‘듣기’, ‘보기’, ‘쓰기와 읽기’, ‘먹기’, ‘버리기’, ‘접촉하기’, ‘기르기’라는 각각의 파트를 나누어 이야기를 들려준다. 

 

 - 두개의 생각이 싸우다?! 

 

 책을 읽는 내내 내 머릿속에서 두 개의 생각이 싸우고 있었고,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 이런저런 좋은 이야기들이 가득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한 번에 쭉 읽어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생각을 좀 내려놓으면 괜찮을까, 싶어서 선택한 책이지만 그 의도와는 다르게 더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흔히 느끼기 쉬운, 현실과 이상의 차이에서 오는 혼란함이랄까?! 솔직히 -실제 그 행동 자체의 쉽고 어렵고를 떠나- 책 속의 좋은 말들을 그대로 실천한다면 뭐가 나쁘겠냐 만은, 현실이란 것이 어디 그런 것인가?! 저자가 스님이라서 그런지 어떤 물질적인 욕구에 지배당하지 않는 모습, 특히 자전거에 자물쇠를 채우지 않고 누가 가져가도 도인적인 생각으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들이 과연 나라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또 다른 것에서도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한 번 느끼게 된다. 저자는 ‘마음에도 없는 말은 하지 말라’고 한다. 누군들 그러고 싶지 않을까. 상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입이마르도록 칭찬하는 것을 진짜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싫은데 싫다고 하지 못하는 것이 필요한 법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말이다. 물론 이런 우려는, 또 다른 다양한 표현으로 대체하도록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기야 하지만, 아직 나는 연습이 전혀 되어있지 않기 때문인지 걱정-혹은 아쉬움-이 앞선다. 이런 면에서 보면, 여기에서 제시하는 생각-혹은 생각 버리기-에 유머가 없다는 생각, 그래서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치 세상 모든 사람들을 수도승이나 도인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말이다. 

 

 어이없게도 생각을 버리기 위해 읽기 시작한 책으로 또다시 이런저런 고민에 휩싸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어쩌면 이 자체가, 내가 책을 제대로 읽지 않았다는 또 다른 증거가 될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단순히, 이런 책과 나와의 거리는 결코 단번에 가까워질 것이 아닌 듯 느껴졌다.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쉽게 멀리 던져버리지 못하는 것에는 분명 그 이상의 어떤 힘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단지, 이 책에서 말하는 것들과 나의 행동들이 타협점을 찾아야만 제대로 된 뭔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지만 말이다. 

 

- 생각을 버리고 조금씩 조금씩… 

 

 모든 결과물이 가져오는 차이는 그 시작의 사소함에서 비롯됨을 느낀다. 사소한 것이 결론적으로는 정말 많은 것을 좌우하는 것이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그 당시에는 왜 그렇게 집착해서 크나큰 결과를 불러오게 했는지… 혹은 너무나도 중요한 일인데 왜 그리 쉽게 무시하고 넘어갔다가 지금에서야 후회하고 있는 것인지… 지금 우리는 얼마나 많이 그 사소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내 눈앞에서 나를 강하게 자극하고 있는 단편적인 것들의 사소함이 아닌, 오감으로 집중해야만 느껴지는 사소한 것들 말이다. 사소하다고 하지만, 어쩌면 그와 정반대에 놓여있지도 모르는 수많은 것들을… 그것들을 위해서 우리에게는 ‘생각 버리기 연습’이 필요한 것이다. 

 

 앞서 말했지만 내가 계속해서 싸울 수밖에 없었던 두 가지 생각이 타협-물론 이상에 가까우면 훨씬 더 좋겠지만…-이 된다면, ‘생각 버리기 연습’은 분명 더 큰 효과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적당히’라는 말로도 나타낼 수 있을 그 타협점을 찾아가는 것이 아직까지 나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뭐든지 적당하게, 중도를 지키는 것이 힘들다는 사실을 안다. 차라리 생각에도 계량 컵, 계량스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아, 또다시 너무 많은 생각들로 나 스스로를 내가 괴롭히고 있는 꼴이 것인가?! 너무 많은 생각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에는 더 큰 짐으로 다가온다니 일단은 되든 안 되든 생각을 내려놓기는 해야 될 것 같다. 그래, 처음의 생각 그대로, 일단은 한 번 해보자는 다짐을 다시 해본다. 자,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잘 관찰하고, 그 상태 그대로를 부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보는 것이다. 생각을 버리고 조금씩 조금씩…….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