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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1초들 - 곽재구 산문집
곽재구 지음 / 톨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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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매일 반복되는 날들이지만 그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소중하고 감사하게 생각하라고 말한다. 당연한 말이고, 중요한 말임에 틀림없지만 그것을 지켜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을 생각하며 그냥 무의미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뿐이다. 그 속에서도 때로는 시간을 죽인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소중한 순간들을 쓸데없는 공간으로 흘려보내고야 마는 것이다. 그런 내가 모든 1초들을 다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적이나 있었을까?! ‘하루 24시간 86,000초를 다 기억하고 싶었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로 시작되는 이 책, 『우리가 사랑한 1초들』은 단 한 문장만으로도 충분히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렇다고 단순히 나를 부끄럽게만 만드는 책은 아니었다. 내가 놓치고 있던 순간들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보여줌으로써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1초들을 안겨준다. 우리가 사랑한 1초들, 그리고 우리가 사랑할 1초들을 말이다.

 

 『우리가 사랑한 1초들』은 곽재구 시인이 ‘라빈드라나드 타고르’의 영혼이 숨쉬는 ‘산티니케탄’에서 벵골 사람들과 함께했던 540일, 46,656,000초의 시간들을 글로 담아낸 것이다. 꽃과 반딧불이가 먼저 떠오르는 그 공간에서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를 파고들어가 경험한 이야기들이다. 요즘 이런 종류의 여행기들이 참 많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나도 감상적이고 단편적인 생각들만을 나열한 것 같아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그런 것들이 나쁘다고 할 수도 없지만-예전에는 오히려 완전 좋아하기까지 했다- 지금에 와서는 너도나도 같은 이야기들만 반복하고 있기 때문일까 너무 식상하다는 생각과 그런 생각들까지 일률적으로 되어가는 것만 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가 사랑한 1초들』에는 사람들의 진정한 삶이 담겨져 있고, 그 속에 스며든 따뜻함이 느껴져서 뭔가 다르게만 느껴진다. 다시 그런 이야기들이 좋아질 만큼…

 

이 학교는 지상에서 네 번째 아름다운 학교입니다.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첫째와 둘째 셋째 학교를 알지 못합니다.
빠따바반이 지금까지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학교의 모습이지만
이보다 더 아름다운 학교가 이 세상 어딘가에 세 개쯤은 더 있어도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아름다운 학교에서 자란 아이들이 만든 세상 또한 아름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P48

  



 저자가 그려내는 공간이 정말이지 아름답다고만 생각할 수밖에 없을 정도이다. 어쩜 이렇게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네 번째 아름다운 학교란다. 첫째, 둘째, 셋째도 없으면서, 단지 있었으면 하는 바람만으로 당당하게 네 번째 아름다운 학교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나는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세상과 생각들이 그의 눈과 머리, 그리고 가슴에서는 이렇게 피어나는 것이다. 그러니 1초 1초가 아니라 이 책의 한 글자 한 글자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세상에, 이 아이는 자신의 꿈이 왜 좋은지에 대한 가장 완벽한 답을 이미 알고 있군요.
엄마가 왜 좋은지, 피아노가 왜 좋은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이 왜 좋은지
제일 근사한 답은 그냥입니다.
이 답은 설명할 필요가 없는 답이지요.
-P147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법을 조금씩 배우면서도 사실은 가슴이 아닌 머리로 뭔가를 계속 생각하면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반성하게 된다. 누군가 말하는 ‘그냥’에 계속해서 어떤 대답을 원하는 나를 발견하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어쩌면 ‘그냥’이라는 가장 완벽한 답을 앞에 두고도 이 책을 이야기하면서 쓸데없이 이런저런 이유들을 가져다 붙이고 있는 큰 실수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까지 들게 된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인간으로서 최선의 가치 있는 삶 아니겠는지요?
누구든지 그를 대하면 따뜻해지고 마음이 편해지는 사람.
누구든 그 속에 있으면 가슴이 환해지고 한없이 포근해지는 세상!
그것이 바로 우리 모두의 꿈 아니겠는지요.
당신도 나도 다 그런 인간으로 이 지상에 머물고 싶은 꿈을 지닌 것은 아닌지요? -P237 

 


 앞서 행복이라는 단어를 살짝 언급하기도 했지만, 이 책은 최근에 만나본 것들 중에서 나를 가장행복하게 만든 책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미소 짓게 만들었고, 이런 것이 행복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한 순간의 행복을 뛰어넘어 매 순간, 모든 1초가 행복해 질 수 이는 세상을 꿈꾸게 만든다. 삶의 매 순간을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 혹은 지금의 삶 자체에 어떤 열정 같은 것을 찾을 수 없다는 사람들에게 특히나 더 권하고 싶어진다. 내가 되기를 소망하는 사람에서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이루는 세상. 그런 세상을 꿈꾸게 하는 힘을 『우리가 사랑한 1초들』에서 직접 느껴보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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