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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일요일들
은희경 지음 / 달 / 2011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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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인터넷에 장편소설 연재를 했다.
그리고 거기에다 독자들에게 쓰는 편지 한 편씩을 매일 붙였다.
‘답글’이라는 이름으로 7개월 동안 쓴 120장의 편지가 이 책이 되었다.



구성도 없고 일관성도 의도도 별로 없다.
그날그날의 사소한 일상과 변덕스러운 심정을 털어놓았을 뿐이다.

- 작가의 말 〈맨 앞에〉中에서…

 

 은희경 작가의 등단 이후 첫 산문집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별다른 고민 없이 선택하게 된 책이다. 수많은 생각들을 통해서 잘 다듬어진 하나의 소설이 아닌, 그런 소설을 위해 하게 되는 이런저런 생각들과 그 일상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책 선택의 고민보다는 즐거움이 앞섰던 것 같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각만큼이나 재미있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책 한권을 ‘재미있다’는 단 하나의 표현으로 나타내기에는 무례한감이 없지 않지만, 사실이니까 뭐… 끼적끼적… 눈앞에 펼쳐진 낙서장에 휘갈겨 쓴 듯 한, 혹은 그냥 생각나는 대로 딱 그만큼의 일기를 써놓은 듯, 아무렇지 않을 법한 이야기들인데도 재미있게만 느껴진다.

 

 어릴 적 제일 싫은 숙제가 일기를 쓰는 것이었다. 일기는 나의 이야기, 나만의 이야기를 쓰는 것인데 왜 누군가에게 검사를 맡아야만 하는가, 라는 생각에 숙제의 일기는 싫었다. 나만의 생각, 나만의 이야기를 누군가가 본다는 것은… 그래서 그랬나보다. 아예 쓰지 않거나-그래서 지금까지도 여전히 일기를 쓰는 버릇 따윈 전혀 들지않는다는…- 나의 이야기를 보게 될 누군가 때문에 나를, 나의 이야기를 포장하기 시작한 것이… 때로는 그 포장이라는 것 때문에 가끔씩 드러나는 진짜 내 마음 속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허세로 낙인찍히고 말게 되는 경우도 있다. 진짜인데 마치 한껏 멋 낸 것처럼… 마치 너무 내놓고 멋을 부리다 망신만 당한 것처럼… 이 책, 가끔씩 내가 써내려갔던 나의 이야기들과 너무 비교가 된다. 같은 끼적끼적 인데, 역시 작가의 글이라 그런지 나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랄까?! 흠…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가!?

 

 당연한 이야기를 하나 더 해볼까?! 나 스스로를 소개하는 글을 써야 할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럴 때마다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고는 한다. 몇 줄의 문장으로 나를 어떻게 이야기해야할지 막막한 것이다. 도대체 나란 인간은 어떤 인간인지 몇 줄의 글로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지금에서야 드는 생각이지만 왜 그리 복잡하게만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그저 나무젓가락을 쪼갤 때마다 두 짝이 짝짝이가 되는 사람이고, 질문을 잘 하지 않는 사람이며,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는 사람’이라는 평범하면서도 단순한 사실들만으로도 충분히 나타 낼 수 있는 것을 말이다. 은희경, 그녀가 그러하듯이 말이다. 역시 작가는 뭘 써도 작가란 말인가?!

 

 그녀의 생각들을 읽으면서 한없이 작아지는 나를 발견하고, 그녀를 비롯한 누군가(?!)를 향한 부러움에 발버둥도 쳤지만, 앞서 말했듯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것은, 전혀 몰랐던 한 작가의 생각과 삶을 통해 그도 역시 사람이구나 하는 너무나도 당연해서 어처구니가 없을 법한 생각까지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별 생각을 다한다, 는 말을 듣고 자란 작가의 글을 보고 있어서 인지 나 역시도 별 생각을 다 해볼 수 있고 말이다. 작가는 행복해야 글을 잘 쓴다는 이야기를 하며 기분이 나빠 등장인물을 다 처형해 버리기라도 하면 어떡하냐는 글을 보며 진짜 어느 작가가 자신이 기분 나쁘다는 핑계로 달콤함이 묻어나는 소설을 일시에 공포, 스릴러 소설로 바꿔버린다면 정말 신나고 통쾌한 일이 될 텐데, 라는 ‘별 생각’도 해보고, 소설가의 현재 삶이 소설을 결정한다는 그녀의 글을 보며 내 삶을 바꿔버릴 수 있는 현재를 만들기 위해 당장 배낭을 꾸려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라는 신나는 ‘별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렇게 그녀가 전해주는 생각의 일요일들이 나에게도 또 다른 생각의 일요일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 책은 꼭 봐야지 했는데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그 시기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조금씩 내 기억 속에서 그 책은 잊히게 된다. 그러고는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우연한 기회를 통해 다시 그 책이 생각나곤 한다. 《소년을 위로해줘》가 그런 책들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 우연한 기회가 바로 『생각의 일요일들』을 읽게 된 지금의 상황이고 말이다. 이 책은 《소년을 위로해줘》와 함께 가고 있고, 함께 한다면 더 신나는 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함께하지 않으면 그러는 대로 더 큰 상상을 해볼 수도 있으니 그것도 괜찮은 것 같고…(흠… 이건 또 무슨소리인가;;;)

 

 흠… 이런 애매모호한 나의 생각과 말들 속에서 명쾌함이라는 것을 찾을 수 있는 날들이 오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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