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무라카미 류 지음, 한성례 옮김 / 동방미디어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읽는 내내 솔직히 부러웠다. 마약이나 난잡한 섹스 폭력과 범죄가 부럽다는 말이 아니고 갈 데 까지 가보는 청춘들이 부러웠고, 소설 속 청춘들을 부러워하는 30대 중반의 내가 태어날 무렵의 이야기라는 사실이 부러웠다.

한 사회의 성숙은 긍정적인 면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일본 사회가 한국 사회보다 30년 정도 앞서가고 있다는 증거는 이런 어두운 구석에서도 나타난다. 이런 경험은 안하고 건너 뛰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한 편으론 사회의 다양성 확대와 그를 통한 성숙의 차원에선 피치 못할 일 같게도 느낀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의 병폐들을 일본은 이미 30년도 전에 겪었던 것이다.

무라카미 류는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는 이야기 할 수 없는 청춘,아름다워서 슬픈 청춘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나름대로 모든 인생이 다 소중하고 모든 청춘이 다 아름답지만 우리에겐 이런 종류의 소설은 흔하지 않다. 이런 불행한 경험까지 선진국을 추종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들이 시행착오를 겪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알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읽고 우리의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좋겠다. 이상하게 쓰다보니 이 글만 읽으면 이 책이 무슨 사회병리를 다룬 보고서 쯤으로 오해할 수도 있겠다. 밝은 청춘도 청춘이고 어두운 청춘도 청춘이다.그 아름다움은 밝고 어두움에 관계없이 찬란하기만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크라테스의 변명
플라톤 지음, 왕학수 옮김 / 신원문화사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가 공자에 대해서 아는 것은 공자 제자들이 남긴 기록을 통해서이다.물론 예수나 석가도 마찬가지다.위대한 성인은 직접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노자만 예외인가 ? 하기야 도덕경도 전부 다 한 사람이 썼다고 확신할 수 없다고 하니 노자 혼자 직접 썼다고는 볼 수 없다. 소크라테스 또한 좋은 제자를 두었다. 플라톤이 그 사람이다. 사실 서양의 정신사를 지배해온 소크라테스의 사상은 모두 플라톤의 저작을 통해서이다. 위 성인들 중에서 소크라테스만큼 생생하게 묘사된 분도 없지 않나 생각한다. 플라톤의 문장은 분명하고 생생하다. 추호의 헛점이나 군더더기가 없다. 플라톤이 소크라테스를 그리는 방법은 그리스 특유의 연극대본 형식이기 때문에 더욱 실감난다. 마치 소크라테스의 말을 그 자리에서 듣는 것과 같이 생생하다.

소크라테스를 말로만 듣고 잘 모르는 사람이나 철학서라는 말만 듣고 지레 질려버린 사람들은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분량도 적고 문장도 평이하다. 쉽고도 논리적이다. 단,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은 오래 전 사람이고 보수철학의 원조이다. 그들의 사상 자체에 경도될 필요는 없다. 비판적으로 읽고 지금 우리 시대에 맞게 소화시키면 그 뿐이다. 하지만 서양의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철학과 과학이 어떻게 시작되었는 지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18
시오노 나나미 지음, 오정환 옮김 / 한길사 / 2001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역사의 주인공이 되지 못한 한 사나이에 대한 이야기다.역사에 주인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공한 자는 이름을 남기지만 실패한 자는 악명만을 남길 뿐이다.작가는 한 실패자에게 경배를 보내고 있다.

시오노 나나미가 30대 초에 생애 두 번째로 쓴 책이라고 한다. 그래선지 로마인 이야기에서처럼 물 흐르듯 편안한 문체도 아직 갖추지 못했고 인생의 황혼에 서서 관조하는 원숙한 시각도 없다.작가 자신의 말처럼 빠르게 더 빠르게 체사레 보르자처럼 앞으로만 달려나간 책이 아닌가 싶다. 이탈리아사에 밝지 못한 사람이 무리없이 읽기엔 어려움이 따른다.숱하게 반복되는 지명과 인명들이 생소해서 읽으면서도 머릿속이 복잡했다.작가는 당시 경륜이 짧아서였을까, 작가의 생각을 애써 숨기면서 글을 쓴 느낌이 든다. 강한 것에 본능적으로 끌리는 시오노 나나미답게 이 강철같은 의지의 사나이가 실패한 사실이 못내 아쉬웠던 것 같다.하지만 실패자는 실패자일 뿐. 그의 몰락은 허무하기가지 하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혹은 나쁜인간으로 기억하고 있는 한 인간의 고뇌를 들여다보기에는 당시 작가가 너무 젊었지 않았나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이탈리아사의 이면을 대중들에게 알려주는 책이 일본에서는 삼십년전에 나왔다는 사실이 너무나 부러울 따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히치콕과의 대화 한나래 시네마 3
프랑수아 트뤼포 지음, 곽한주 외 옮김 / 한나래 / 1994년 10월
평점 :
절판


영화 역사상 감독을 하나의 작가로 각인시킨 대표적인 감독이 히치콕이다. 히치콕을 모르곤 영화를 논할 수 없다. 그는 평생 '써스펜스'에 집착했던 감독이다. '써스펜스'란 그 말 뜻 그대로 '관객을 붙들어 놓기'라고 할 수 있다. 관객을 붙들어 놓고 관객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그는 치열한 고민을 거듭했다. 오늘날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대부분은 그의 유산을 바탕으로 만들어지고 있다.그런데 이 히치콕을 발견하고 작가로 올려 준 사람은 프랑스와 트뤼포와 그 친구들이다. 히치콕이 천재라면 그 천재를 단번에 알아 본 그들은 더 대단한 천재라는 생각이 든다.천재들끼리의 유쾌한 영화 이야기.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영화를 조금 더 깊게, 다르게 알고 싶은 사람, 영화를 보기보다 읽고 싶은 사람들은 반드시 읽어 보아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디가 말하는 앨런 한나래 시네마 11
스티그 비에르크만 지음, 이남 옮김 / 한나래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우디 앨런은 영화 속의 바보 같고 어눌한 이미지와는 달리 밝고 자신만만한 사람이다.그의 영화들이 얼마나 치밀한 계산에 따라 만들어진 것인지 잘 알 수 있게 해 주는 책이 이 책이다. 인터뷰는 스웨덴 사람이 했다. 우디 앨런이 스웨덴 영화, 그 중에서도 잉그마르 베르히만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래선지 미국내보다 유럽 쪽이 더 우디 앨런을 좋아하는 듯하다.우디 앨런의 영화는 자신이 아는 이야기만을 말한다.항상 비슷한 이야기와 비슷한 인물들이 나온다. 하지만 재미있다. 언제나 신선하다. 현란한 그의 대사는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씁쓸하게 웃게 만드는 그의 수준 높은 유머는 우리의 정서를 풍요롭게 만든다.

국내에도 우디 앨런의 영화가 많이 출시 돼 있다. 이 책을 읽고 영화를 보든 혹은 영화부터 보고 이 책을 읽든 우디 앨런의 매력에 좀 더 다가가기 위해서 꼭 읽어 보아야 할 좋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