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책방 - Heaven's Bookst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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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이란 아쉬움과 안타까움의 연속입니다. 끝내지 못한 일, 매듭 짓지 못한 관계, 이루지 못한 사랑..... 살면 반드시 후회가 따라옵니다. 만약 천국이 있다면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젊은 피아니스트 겐타는 오케스트라에서 쫓겨나 홧김에 술을 마시고 정신을 잃습니다. 깨어나 보니 처음 와 본 장소입니다.


 

 겐타(타마야마 테츠지)를 데려 온 사람은 꽃무늬 남방에 모자를 쓰고 수염을 기른 중년의 아저씨, 그는 자신이 천국의 책방 주인이고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존재로 겐타를 아르바이트로 데려왔다고 합니다. 아저씨의 설명에 따르자면 모든 사람의 천수는 100년으로 정해져 있고 100년을 다 채우면 다른 생으로 환생하는데 100년을 채우지 못하면 그 나머지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야 한다는 겁니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이승의 삶과 똑같이 살아가며 가끔 이 책방에 와서 책을 읽어 달라고 하는데 겐타는 아직 죽지 않았지만 잠시 이리로 데려왔다고 합니다.
 잘 이해할 수 없지만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겐타에게 한 여자가 찾아 와 책을 읽어 달라고 합니다. 책을 읽다 보니 책갈피에 그려진 미완성의 악보가 있습니다. 그제야 겐타는 여자가 어릴 때 동경했던 피아니스트 쇼코(다케우치 유코)임을 알아봅니다. 쇼코는 10여년 전 사고로 오른쪽 청력을 잃고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되자 비관해 죽었던 것입니다.
 한편 그 시간 이승에서는 쇼코를 쏙 빼닮은 조카 카나코(다케우치 유코 1인2역)가 10여 년 전 중단된 마을의 불꽃놀이 축제를 다시 개최하기로 하고 불꽃제조회사를 찾아갑니다. 카나코는 그곳에서 불꽃축제에 꼭 필요한 "사랑의 불꽃"을 만들 줄 아는 타키모토라는 사람이 10여 년 전부터 더 이상 불꽃을 만들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사랑의 불꽃은 연인이 함께 보면 사랑을 이룬다는 전설이 있는 불꽃으로 축제의 하일라이트입니다. 설득하기 위해 찾아간 카나코를 본 타키모토는 깜짝 놀랍니다. 타키모토는 바로 쇼코의 애인이었습니다. 10여년 전 사고로 쇼코의 귀를 멀게 한 장본인이었습니다. 청력을 잃고 비관한 쇼코가 더 이상 불꽃 따윈 만들지 말라고 말하고 죽어버렸기 때문에 아픈 기억을 안고 홀로 고독 속에 살고 있었던 것이죠. 타키모토는 다시 불꽃을 만들 생각이 없습니다.
 또 다시 천국, 쇼코는 겐타를 만나 타키모토를 위해 쓰다가 완성하지 못한 피아노 곡 "영원"을 완성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두 사람은 피아노 곡을 완성하기 위해 매일 만나 연주합니다. 겐타가 천국의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돌아가기 전 쇼코는 곡을 완성하고 둘은 아쉬운 이별을 고합니다.


 

 그 사이 이승에선 쇼코가 타키모토를 설득하려 애씁니다. 타키모토는 아픈 상처를 건드리지 말라며 거부합니다. 드디어 축제일, 아름다운 불꽃들이 밤하늘을 수놓지만 타키모토는 끝내 나타나지 않습니다. 아쉬움에 축제를 끝내려는 카나코의 뒤로 "사랑의 불꽃"이 피어 오릅니다.
삶의 회한과 고통스런 기억들을 이렇게 풀 수 있는 곳이 천국이라면 죽음도 두렵지만은 않겠지요. 영화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천국의 풍경은 죽음을 미화하고 동경하게 하질 않고 역설적으로 삶을 긍정하게 만듭니다. 정말 따뜻하고 예쁜 영화입니다. 1인2역으로 열연한 다케우치 유코의 매력은 대단합니다. 작은 표정변화로 천변만화하는 그녀의 연기만 보아도 행복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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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온 남자, 파리에서 온 여자 - 2 Days in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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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 Talk to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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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외로운 존재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어도 외로움은 가실 줄 모릅니다. 인간의 외로움은 깊고 어두운 심연과도 같아 그 바닥을 알 수 없습니다. 여기 외로운 두 남자가 있습니다.


 

 무용극을 보다 만난 두 사람, 베니그노(하비에르 카마라)와 마르코(다리오 그란디네티). 두 사람은 스쳐 지나가지만 기묘한 인연으로 나중에 다시 만납니다. 두 사람이 사랑하는 여자들이 모두 코마(식물인간)상태에 빠져 병원에서 다시 만나게 된 거죠. 베니그노는 벌써 4년째 알리시아(레오노어 와틀링)를 직접 간호하고 있습니다. 베니그노는 본래 유능한 남자간호사입니다. 어머니를 20년 동안 간호한 여리고 착한 남자죠. 베니그노는 발레리나였던 알리시아를 짝사랑 했습니다만 교통사고로 그만 코마 상태에 빠지고 맙니다. 베니그노는 알리시아의 아버지에게 간호사로 채용되어 사랑하는 그녀에게 계속 말을 걸며 헌신적인 사랑을 바칩니다.


 

 마르코는 투우사의 딸이자 여성투우사인 리디아(로사리오 플로레스)를 사랑합니다만 투우에 떠받힌 리디아가 코마 상태에 빠집니다. 마르코는 병원에서 베니그노를 만나 그의 사연을 듣습니다. 아무 반응도 못하는 알리시아에게 말을 걸고 맛사지를 해주며 헌신적인 사랑을 다하는 베니그노와 달리 아무런 말도 못하고 만지지도 못하는 마르코는 절망하고 리디아의 곁을 떠납니다. 몇 달 뒤 마르코는 리디아의 죽음을 신문에서 보고 병원으로 전화를 거는데 베니그노가 감옥에 갔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베니그노가 알리시아를 임신시켰다는 겁니다.



 

 감옥에서 알리시아를 보지도 만지지도 못하게 된 베니그노는 마르코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메세지를 남깁니다. 마르코가 놀라 교도소로 달려 갔지만 이미 베니그노는 세상을 떠나버린 뒤였습니다. 마르코는 미처 전하지 못한 말을 전합니다. 알리시아가 코마 상태에서 깨어났다는 사실을. 무용극을 보러 갔던 마르코는 알리시아와 우연히 마주칩니다.
사랑을 얘기하는데 있어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스페인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그의 영화는 한결같이 슬프지만 아름답습니다. 인간의 외로움과 사랑의 위대함을 이렇게 잘 표현하는 감독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그녀에게" 깊은 밤 혼자 잔잔하게 보기 좋은 영화입니다.





Cucurrucucu Paloma - by Caetano Veloso

그는 수많은 긴긴 밤을 술로 지새웠다 하네
밤마다 잠 못 이루고 눈물만 흘렸다고 하네

그의 눈물에 담아낸 아픔은 하늘을 울렸고
마지막 숨을 쉬면서도 그는 그녀만을 불렀네

노래도 불러보았고 웃음도 지어봤지만
뜨거운 그의 열정은 결국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네

어느날 슬픈 표정의 비둘기 한 마리 날아와
쓸쓸한 그의 빈집을 찾아와 노래했다네

그 비둘기는 바로 그의 애달픈 영혼
비련의 여인을 기다린 그 아픈 영혼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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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틱 리버 - Mystic Ri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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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젠 배우로서보다 감독으로서의 평가가 더 높아진 듯 합니다. "미스틱 리버"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또 하나의 걸작입니다. 눈에 띄는 액션씬 하나 없이 관객을 숨막힐 듯 긴장시키는 연출력은 최고의 경지에 이른 듯 합니다. 물론 팀 로빈스, 숀 펜, 케빈 베이컨과 로라 리니 등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가 그 연출력을 더욱 돋보이게 받치고 있습니다.

 얘기는 보스톤의 미스틱 리버 강가 한 동네에서 시작합니다. "지미", "션" , "데이브" 세 소년이 동네 골목에서 하키를 하고 있습니다. 골문을 지키고 있던 데이브가 공을 쳐낸다고 한 것이 그만 하수구에 빠집니다. 공을 꺼낼 수 없게 된 세 소년은 그 구멍 옆에 마침 갓 바른 콘크리트 보도블럭을 보게 됩니다. 첫 눈에도 불량끼가 다분한 "지미"의 제안으로 세 친구는 영원한 우정을 맹세하는 각자의 이름을 콘크리트 보도블럭에 쓰기 시작합니다. 차례로 "JIMMY , SEAN " 그리고 데이브가 "DA" 까지 썼는데 누군가 아이들을 부릅니다. 자신이 형사인 것처럼 행동하는 중년의 두 사내는 아이들을 위협하여 가장 착하고 어리숙한 데이브를 승용차 뒷좌석에 태우고 사라집니다. 그리고 데이브는 그 두 사내에게 나흘동안 성폭행을 당하다 겨우 탈출합니다.

 어느덧 수십년의 세월이 흐른 현재, 지미(숀 펜)는 한 때 강도 사건으로 복역한 후 슈퍼마켓을 경영하며 아내와 세 딸을 키우는 가장으로 단란하게 살고 있으나 아직도 어두운 세계를 완전히 떠나진 못한 듯 보입니다. 션은 형사가 되어 있지만 아내가 집을 나가서 6개월째 행방을 모릅니다. 만삭의 몸으로 집을 나간 아내는 매일 전화해서 침묵으로 일관할 뿐입니다. 데이브는 아내와 아들을 둔 평범한 가장이 돼 있지만 어릴 적 상처의 흔적을 고스라니 지닌 어둡고 나약한 모습입니다. 어릴 적 기억 때문에 소원하게 지내오던 세 친구는 뜻밖의 살인사건으로 오랜만에 재회하게 됩니다. 지미의 19살 먹은 딸이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는데 션이 그 사건담당 형사이고 데이브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서 말입니다. 세 사람의 재회는 과거의 아픈 기억을 되살려 내고 과거의 상처는 현재에서 또 다시 반복됩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아동학대나 성폭행등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해 아주 민감한 감독입니다. 케빈 코스트너가 주연한 "퍼팩트 월드"도 아동학대를 소재로 삼고 있는데 이번에도 아동 성폭행을 다루고 있습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범죄가, 특히 아동에 대한 범죄가 사람들의 인생을 어떻게 바꿔놓는지 섬뜩하리만큼 냉정하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아울러 자신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남의 불행을 애써 무시하며 사는 인간의 이기심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습니다. 영원한 우정을 맹세한 세 친구는 한 친구에게 닥친 불행으로 인해 멀어집니다. 그 날 지미나 션이 끌려갈 수도 있었지만 데이브만 끌려가므로 인해서 지미와 션은 데이브의 불행에 감염되기 싫어서 데이브를 멀리합니다. 하지만 지미와 션도 데이브와 같은 상처를 안고 살아갑니다. 결국엔 세 사람의 인생이 모두 파괴된 것입니다. 한데 그 중에서도 데이브에게 닥치는 불행은 지나치게 우발적이고 부조리하게 느껴집니다. 결국 마지막까지 직접적이면서 온전한 피해만을 보는 사람은 데이브입니다. 이는 모두들 조금씩 상처를 주고받고 사는 인간사 속에서 더 큰 상처의 희생자를 제물로 바침으로써 자신의 구차한 삶만이라도 지키려는 인간의 이기심들을 보여주는 한 상징으로 봐야 할 겁니다.

 우리도 영화 속 지미와 션처럼 자신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의 불행과 희생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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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여자 - Someone Spe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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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어떤 게 사랑일까요?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애 둘 낳은 유부남이 사랑도 모르냐고 하실테지만 사랑은 너무나 오묘해서 알듯 모를듯 하거든요. 첫사랑이 비참하게 끝났을 땐 다시는 사랑을 못할 줄 알았죠. 하지만 버스가 지나가면 다시 버스가 오듯이 사랑도 다시 찾아옵니다. 그 사랑은 앞선 사랑 보다 훨씬 깊고 성숙하게 다가오지요.

 장진 감독의 "아는 여자"는 사랑 한 번 못해 본 별난 남자 별난 여자의 싱거운 사랑이야기 입니다. 무덤덤하고 싱겁고...그 흔한 키스 장면 하나 없습니다. 키스 할 뻔 하긴 합니다만. 요즘 이런 남녀가 있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재미있습니다. 싱겁게 오가는 엇갈린 대사에 실소를 금치 못하다가 잔잔한 사랑의 울림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방송작가 출신의 장진 감독은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천재형 감독이죠. 처음엔 영화 문법을 잘 몰라서 어설펐는데 이젠 나름대로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만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킬러들의 수다"보다 훨씬 안정된 영화 기법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진 못하더라도 매니아들이 두고두고 좋아할 수 있는 그만의 색깔이 점점 짙게 나오는 것 같습니다. 감히 한국의 우디 알렌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이나영은 독특한 개성의 배우죠. 어딘가 빈 구석이 있지만 앞으로 많이 성장할 것 같은 여백을 가진 배우라고 할까요. 이 영화에선 특히 이나영의 그런 매력이 돋보입니다. 이나영이 아니면 과연 누가 이런 연기를 보여줄까 싶습니다. "아멜리에"의 오드리 토투 생각도 났습니다. 이나영 이미지에 잘 어울리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재영도 한국에선 보기 드문 개성의 배우죠. 연기를 놀이처럼 해내는 배우라고 할까요.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눌하고 허술한데 진짜 깡패나 양아치 같기도 하고 어떨 땐 착해보이기도 합니다. 악당 역을 해도 미워할 수 없는 천진한 이미지가 있습니다. 장진 감독의 페르소나 답게 정재영도 이 영화에 정말 잘 어울립니다. 사랑 한 번 못해 본 시한부의 야구선수 동치성을 기가 막히게 잘 표현했습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차에 치어 붕 뜬 여자와 슬로우 모션으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정말이지 압권입니다. 정재영이 아니면 누가 그런 대사를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습니다.
 영화를 보실 분들을 위해 스토리나 대사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남들은 사랑하고 헤어지고 잘도 하건만 아직 한 번도 사랑다운 사랑 한 번 못해 본 사람, 사랑은 많이 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던 사람, 사랑하는 사람이 있지만 마음을 털어 놓지 못하고 있는 사람, 첫사랑의 추억이 그리운 사람,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는 사람, 모두 이 아름다운 계절에 이런 영화를 보면서 자신만의 사랑을 한 번 정의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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