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여자 - Someone Special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어떤 게 사랑일까요?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애 둘 낳은 유부남이 사랑도 모르냐고 하실테지만 사랑은 너무나 오묘해서 알듯 모를듯 하거든요. 첫사랑이 비참하게 끝났을 땐 다시는 사랑을 못할 줄 알았죠. 하지만 버스가 지나가면 다시 버스가 오듯이 사랑도 다시 찾아옵니다. 그 사랑은 앞선 사랑 보다 훨씬 깊고 성숙하게 다가오지요.

 장진 감독의 "아는 여자"는 사랑 한 번 못해 본 별난 남자 별난 여자의 싱거운 사랑이야기 입니다. 무덤덤하고 싱겁고...그 흔한 키스 장면 하나 없습니다. 키스 할 뻔 하긴 합니다만. 요즘 이런 남녀가 있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재미있습니다. 싱겁게 오가는 엇갈린 대사에 실소를 금치 못하다가 잔잔한 사랑의 울림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방송작가 출신의 장진 감독은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천재형 감독이죠. 처음엔 영화 문법을 잘 몰라서 어설펐는데 이젠 나름대로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만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킬러들의 수다"보다 훨씬 안정된 영화 기법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진 못하더라도 매니아들이 두고두고 좋아할 수 있는 그만의 색깔이 점점 짙게 나오는 것 같습니다. 감히 한국의 우디 알렌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이나영은 독특한 개성의 배우죠. 어딘가 빈 구석이 있지만 앞으로 많이 성장할 것 같은 여백을 가진 배우라고 할까요. 이 영화에선 특히 이나영의 그런 매력이 돋보입니다. 이나영이 아니면 과연 누가 이런 연기를 보여줄까 싶습니다. "아멜리에"의 오드리 토투 생각도 났습니다. 이나영 이미지에 잘 어울리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재영도 한국에선 보기 드문 개성의 배우죠. 연기를 놀이처럼 해내는 배우라고 할까요.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눌하고 허술한데 진짜 깡패나 양아치 같기도 하고 어떨 땐 착해보이기도 합니다. 악당 역을 해도 미워할 수 없는 천진한 이미지가 있습니다. 장진 감독의 페르소나 답게 정재영도 이 영화에 정말 잘 어울립니다. 사랑 한 번 못해 본 시한부의 야구선수 동치성을 기가 막히게 잘 표현했습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차에 치어 붕 뜬 여자와 슬로우 모션으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정말이지 압권입니다. 정재영이 아니면 누가 그런 대사를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습니다.
 영화를 보실 분들을 위해 스토리나 대사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남들은 사랑하고 헤어지고 잘도 하건만 아직 한 번도 사랑다운 사랑 한 번 못해 본 사람, 사랑은 많이 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던 사람, 사랑하는 사람이 있지만 마음을 털어 놓지 못하고 있는 사람, 첫사랑의 추억이 그리운 사람,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는 사람, 모두 이 아름다운 계절에 이런 영화를 보면서 자신만의 사랑을 한 번 정의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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