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온 남자, 파리에서 온 여자-사랑이란 현실

뉴욕에서 온 남자, 파리에서 온 여자 - 2 Days in Paris
영화

"비포 선라이즈"와 "비포 선셋"은 이 영화에 비하면 판타지입니다. 이 영화야말로 진짜 삶을 담고 있습니다. 줄리 델피가 각본.감독에 주연까지 맡은 이유를 알겠습니다. 실제로 미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두 나라의 문화 차이를 몸소 느낀 사람만이 만들 수 있는 영화이니까요.
인생은 짧고 경험은 유한한데 호기심은 무한합니다. 이곳 저곳 다른 세상도 보고 싶고 이런 저런 다른 사람들도 만나고 싶습니다. 하지만 돈도 없고 마음은 게으르고 몸은 굼떠 실천에 옮기긴 어렵습니다. -처자식도 무섭고!- 하긴 실천에 옮긴다고 해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한정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전 이럴 때 영화를 봅니다. 이런 영화가 딱 좋죠. 현실에선 못 하지만 영화를 통해 파리도 가 보고 다혈질에 고집불통 프랑스인들도 만나고 파리 여자랑 연애도 해 보는 겁니다.
보수적인 뉴욕 남자 잭(아담 골드버그)보다 더 고지식하고 보수적인 한국남자지만 영화를 통한 간접경험 만큼은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라면 무수히 많은 남자와 섹스하고 그 남자들과 헤어진 뒤에도 태연히 우정을 이어가는 파리 여자 매리온(줄리 델피)은 도저히 감당하지 못했겠지만 영화 속이라면 얼마든지 포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가 좋은 거지요. 남과 내가 다름을 안다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입니까! 그렇게 전혀 다른 사람들끼리 서로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은 또 얼마나 위대합니까! 전 영화를 통해 사랑과 인생을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