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틱 리버 - Mystic Riv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젠 배우로서보다 감독으로서의 평가가 더 높아진 듯 합니다. "미스틱 리버"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또 하나의 걸작입니다. 눈에 띄는 액션씬 하나 없이 관객을 숨막힐 듯 긴장시키는 연출력은 최고의 경지에 이른 듯 합니다. 물론 팀 로빈스, 숀 펜, 케빈 베이컨과 로라 리니 등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가 그 연출력을 더욱 돋보이게 받치고 있습니다.

 얘기는 보스톤의 미스틱 리버 강가 한 동네에서 시작합니다. "지미", "션" , "데이브" 세 소년이 동네 골목에서 하키를 하고 있습니다. 골문을 지키고 있던 데이브가 공을 쳐낸다고 한 것이 그만 하수구에 빠집니다. 공을 꺼낼 수 없게 된 세 소년은 그 구멍 옆에 마침 갓 바른 콘크리트 보도블럭을 보게 됩니다. 첫 눈에도 불량끼가 다분한 "지미"의 제안으로 세 친구는 영원한 우정을 맹세하는 각자의 이름을 콘크리트 보도블럭에 쓰기 시작합니다. 차례로 "JIMMY , SEAN " 그리고 데이브가 "DA" 까지 썼는데 누군가 아이들을 부릅니다. 자신이 형사인 것처럼 행동하는 중년의 두 사내는 아이들을 위협하여 가장 착하고 어리숙한 데이브를 승용차 뒷좌석에 태우고 사라집니다. 그리고 데이브는 그 두 사내에게 나흘동안 성폭행을 당하다 겨우 탈출합니다.

 어느덧 수십년의 세월이 흐른 현재, 지미(숀 펜)는 한 때 강도 사건으로 복역한 후 슈퍼마켓을 경영하며 아내와 세 딸을 키우는 가장으로 단란하게 살고 있으나 아직도 어두운 세계를 완전히 떠나진 못한 듯 보입니다. 션은 형사가 되어 있지만 아내가 집을 나가서 6개월째 행방을 모릅니다. 만삭의 몸으로 집을 나간 아내는 매일 전화해서 침묵으로 일관할 뿐입니다. 데이브는 아내와 아들을 둔 평범한 가장이 돼 있지만 어릴 적 상처의 흔적을 고스라니 지닌 어둡고 나약한 모습입니다. 어릴 적 기억 때문에 소원하게 지내오던 세 친구는 뜻밖의 살인사건으로 오랜만에 재회하게 됩니다. 지미의 19살 먹은 딸이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는데 션이 그 사건담당 형사이고 데이브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서 말입니다. 세 사람의 재회는 과거의 아픈 기억을 되살려 내고 과거의 상처는 현재에서 또 다시 반복됩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아동학대나 성폭행등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해 아주 민감한 감독입니다. 케빈 코스트너가 주연한 "퍼팩트 월드"도 아동학대를 소재로 삼고 있는데 이번에도 아동 성폭행을 다루고 있습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범죄가, 특히 아동에 대한 범죄가 사람들의 인생을 어떻게 바꿔놓는지 섬뜩하리만큼 냉정하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아울러 자신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남의 불행을 애써 무시하며 사는 인간의 이기심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습니다. 영원한 우정을 맹세한 세 친구는 한 친구에게 닥친 불행으로 인해 멀어집니다. 그 날 지미나 션이 끌려갈 수도 있었지만 데이브만 끌려가므로 인해서 지미와 션은 데이브의 불행에 감염되기 싫어서 데이브를 멀리합니다. 하지만 지미와 션도 데이브와 같은 상처를 안고 살아갑니다. 결국엔 세 사람의 인생이 모두 파괴된 것입니다. 한데 그 중에서도 데이브에게 닥치는 불행은 지나치게 우발적이고 부조리하게 느껴집니다. 결국 마지막까지 직접적이면서 온전한 피해만을 보는 사람은 데이브입니다. 이는 모두들 조금씩 상처를 주고받고 사는 인간사 속에서 더 큰 상처의 희생자를 제물로 바침으로써 자신의 구차한 삶만이라도 지키려는 인간의 이기심들을 보여주는 한 상징으로 봐야 할 겁니다.

 우리도 영화 속 지미와 션처럼 자신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의 불행과 희생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