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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울의 움직이는 성 - Howl`s Moving Castl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 영화는 딱 미야자키 하야오 영화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전 애니메이션들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판타지적 요소가 훨씬 강해진 건 소재가 그래서 그럴 테지요. 굳이 따지자면 전에 없이 로맨스가 강해졌고 키스 장면도 나온다는 정도일까요? 캐릭터도 익히 보던 것과 비슷하고 이야기 구조도 비슷합니다. 그래도 미야자키 하야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모든 요소가 다 들어있으니 대만족이라고 해야겠죠. 처음엔 저는 이 영화가 그다지 재미있진 않았습니다. 중간에 깜박 깜박 졸기도 했습니다. 소피가 하울을 구하기 위해 성을 옮기는 부분 부터는 약간 이해가 안 되기도 했습니다. 억지로 사건을 만들기 위한 이야기 전개로 느껴져서 공감이 잘 안 되더군요. 굳이 멀쩡이 잘 있던 성을 그렇게 움직여 다 부셔놓는 소피의 선택에 공감하기 어려웠습니다. 뭐 그렇다는 얘기지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영화란 원래 그런 거니까요.
제가 재미있어 했던 부분은 소피가 하울 대신 왕궁으로 찾아가는 장면인데 왕궁에서 황무지의 마녀를 만납니다. 마담 설리만의 마술 때문에 황무지의 마녀가 마법을 쓰지 못하고 높은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는 장면입니다. 할머니로 변한 소피와 오겹살(?) 뚱뚱한 몸으로 계단을 오르는 마녀의 모습에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부끄럽지만 아직 새파란 저도 벌써 비슷한 증세가 있거든요. 지하철 계단이 높은 곳은 가끔 오르다 헉헉댈 때가 있습니다. 몸 움직일 때마다 관절에서 똑똑하고 소리나는 것도 비슷하고요. 그 장면에서 힐끔 보니까 마누라도 공감했는지 낄낄대더군요.
요즘 많이 개선되고는 있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 젊은 사람도 힘든 계단을 만들어 놓고 에스컬레이터 하나 없는 곳이 얼마나 많습니까! 나이 든 분들은 몹시 괴로우실 겁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자리도 양보하고 길안내도 친절하게 해 드리고 무거운 짐일랑 들어드리는 게 도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누구나 늙을 테니까요. 모처럼 온가족이 극장에서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 보면서 내린 좀 엉뚱한 결론이지만 나름대로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