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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가스카 - Madagasca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서울 촌놈이란 말이 있습니다. 지방 사람들이 서울내기들을 약간 깔보는 투로 말할 때 쓰는 말이죠. 요즘이야 그렇지 않지만 예전엔 평생 서울 구경 못 해 본 사람도 많았으니 서울 사람은 요즘 외계인 만큼 신기하고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그러니 촌놈이 서울 사람을 만나면 일단 야코가 죽죠.
그런데 웬걸 ! 며칠 함께 지내보니 기 죽을 이유가 없더란 겁니다. 서울 사람이 시골에 오면 모르거나 서툰 것 투성이거든요. 대도시의 편리한 시설에 익숙해서 조금만 불편해도 못 참습니다. 잘난 척 해대기나 하지 뭐 쥐뿔이나 아는 것도 없습니다. 원초적인 욕구 해결을 못 해 쩔쩔맵니다. 시골 사람이 촌놈 컴플렉스에서 벗어나 서울 사람이 진짜 촌놈이라고 비웃게 되는 순간입니다.
사실 진짜 촌놈인 저도 서울 친구들 보면 한심할 때가 있습니다. 이거 도무지 경쟁력이 없습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시골 가면 사람 살 곳이 못 되는 줄 아는 서울 사람이 없잖아 있습니다. 안 먹어 봐서 못 먹는 건 왜 그렇게 많은지 ! 시골 사람이 그걸 보면 참 한심하게 보이죠. 그야말로 우물 안 개구리입니다. 더 크고 넓고 첨단인 도시에 사는 사람이 더 경쟁력이 떨어지는 묘한 아이러니입니다.
세계에서 첫번째 도시 하면 미국의 뉴욕을 들 수 있습니다. 뉴욕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의 뉴욕 사랑과 자부심은 대단하다고 알려져 있죠. 그런데 이 사람들도 뉴욕만 벗어나면 바로 뉴욕 촌놈이 되고 맙니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서울 촌놈 보다 훨씬 경쟁력 적응력 떨어지는 촌놈이 바로 뉴욕 촌놈일 겁니다.
여기 동물 세계의 뉴욕 촌놈들이 있습니다.뉴욕 센터럴 파크 동물원의 최고인기 스타인 사자 알렉스(벤 스틸러/송강호), 낭만적인 몽상가 얼룩말 마티(크리스 락),늘 병을 달고 사는 허약체질 기린 멜먼(데이빗 쉼머),엄마처럼 넉넉한 하마 글로리아(제이다 핀켓)가 바로 전형적인 도시 촌놈들입니다.
아프리카 대륙 동쪽의 큰 섬 마다가스카에 떨어진 이 뉴요커(?)들은 정말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가만히 놔 두면 그냥 굶어 죽을 판입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이들이 자연으로 돌아가 좌충우돌 하는 이야깁니다. 적응력 떨어지는 도시 촌놈들이 잠시 원초적 생활을 통해 본능을 맛 보고 우정을 다지며 답답하고 숨막히지만 정겨운 도시로 돌아가는 얘기가 전부인 애니메이션이지만 도시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습니다.
풍수가 최창조 선생 말을 통하면 사람은 사는 곳의 풍수에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저 같이 시골 출신이라도 서울에 오래 살면 서울깍쟁이가 된다는 얘깁니다. 맞는 말 같습니다. 저도 이젠 사람들이 길 물어 보면 대충 가르쳐 주고 피곤할 땐 지하철에서 모른 척 눈감고 앉아 노약자에게 자리양보도 안 하고 오랜 만에 고향 가면 불편하다고 느끼니 말입니다. 아,문득 고향 생각이 간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