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거의 불가능할 것 같은 화면에 도전하는 감독이 있죠. 예, <불을 찾아서>와 <베어>의 감독 장 쟈크 아노 말입니다. <불을 찾아서>와 <베어>를 보면서 어떻게 저런 장면을 찍었을까 감탄한 기억이 있습니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양의 동양에 대한 식민지배와 수탈이 가중되던 시절, 캄보디아의 숲속엔 행복한 호랑이 가족이 살고 있습니다. 암수 한 쌍과 어린 형제 호랑이. 이젠 폐허가 돼 버린 고대 사원 사이를 거니는 호랑이 가족에게 세상은 아름다움 뿐입니다. 하지만 유적을 밀반출해 팔아 먹는 일도 하는 사냥꾼 에이든(가이 피어스)이 호랑이 가족을 발견하고 아빠 호랑이를 죽이는 순간 세상은 슬픔으로 변합니다. 그 와중에 사냥꾼에게 새끼 호랑이 한 마리가 잡혀가고 새끼를 구하기 위해 나섰던 엄마 호랑이 마저 왕의 사냥 놀이에 희생되고 맙니다. 형제 호랑이 '쿠말'과 '샹가'는 졸지에 부모를 잃고 각각 서커스단과 왕의 동물 우리로 끌려갑니다. 서커스단의 훈련과 학대에 지친 '쿠말'과 좋지 않은 환경에서 포악하게 자란 '샹가'는 왕의 명령으로 목숨을 건 싸움을 벌여야하는 운명에 처합니다. <베어>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장 쟈크 아노 감독은 고집스럽게 동물들에게 직접 연기하게 하는 어려운 길을 택했습니다. 스토리는 별 게 없지만 실제 호랑이들이 펼치는 연기는 볼 만 합니다. 아이들과 보기엔 딱이죠. 특히 우리집처럼 항상 투닥거리는 형제나 자매를 둔 집이라면 함께 보기 안성마춤입니다. 식민지배의 부당함과 거기에 부역해 나라를 팔아먹은 사람들, 그리고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성에 대해서 토론도 해 볼 수 있는 좋은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