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미술사 - 중세 시대의 건축.조각.회화
박성은 지음 / 대한기독교서회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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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유익한 책입니다!!! 그리 두껍지 않은 이 책의 정가가 18,000원으로 좀 비싸긴 합니다만, 충분히 그 값을 하고도 남는 책입니다. 스퀸치/펜던티브 공법, 늑재 궁륭(rib-vault), 플라잉 버트레스(flying buttress)와 같은 건축기법들을 도면과 함께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고, 도상학적 접근을 통해 중세 기독교 미술이 어떻게 고대 그리스, 로마 미술로부터도 많은 것을 빚지고 있는지를 흥미롭게 보여줍니다. 다른 시기에 비해 중세 시대 미술에 관하여는 저도 갈증을 많이 느꼈는데, 유럽 여행 가시기 전에 이 책으로 중세 조각과 회화의 기본적인 특징을 잡고 건축상의 비잔틴, 로마네스크, 고딕 양식을 일별하시고 나면 여행이 한층 즐거워지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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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39] 모짜르트 - 플루트 협주곡 라장조 K.314
한국악보연구회 / 태림출판사 / 198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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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C major의 오보 협주곡이었던 곡을 플룻용으로 고친 것으로, 작품번호를 동일하게 314번으로 매깁니다(그렇게 된 것은 실은 원곡인 오보 협주곡이 1920년에야 발견된 탓으로, 모짜르트의 작품을 분류한 쾨헬은 그 전인 1877년에 이미 세상을 떠났습니다. 참고로, 쾨헬도 빈 대학 법학 박사 출신입니다.). 모짜르트는 플룻이라는 악기 자체를 지지리도 싫어했던 모양인데, 이 곡 자체는 화사하고 생기 넘칩니다. 3악장의 첫번째 주제가 모짜르트의 징슈필, '후궁으로부터의 탈출 Die Entführung aus dem Serail (KV384)'에 나오는 Blonde의 아리아에 사용되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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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근본문제에 관한 10가지 성찰
나이절 워버턴 지음 / 자작나무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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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개론서는 크게, 철학자들의 공헌을 시간적 순서에 따라 역사적으로 검토한 '철학사' 책과, 철학의 핵심적인 쟁점들을 주제별로 다룬 책(동사 '철학하기'에 좀더 가까운 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으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은 후자에 속하는 대표적인 입문서로서, 영국에서 널리 읽혔던 책이라고 하고 제가 대학에 입학하던 즈음만 해도 간혹 이 책을 추천해주는 선배가 있기도 했지만, 요즘은 잘 읽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김영사)를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이 책은 그것의 좀더 일반화된 버전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하위징아, 『중세의 가을』을 읽으려고 (고대) 중세 철학 읽는 김에 갖고 있던 책 처분한다는 기분으로 한번 읽어 본 건인데, 대체로 기본에 충실하지만 그리 새로운 내용은 없고 주요 쟁점들을 훑어보는 수준이어서 이런 류의 책을 이미 몇 권 읽어보신 분들은 굳이 또 읽으실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요즘도 서점에는 각종 개설서들이 쏟아지고 있고, '철학'이라는 말이 착취되는 것 같다는 느낌마저 없지 않지만, 두 번째 부류의 책으로는 단연 이정우, 『개념 뿌리들』(그린비)을 읽으셔야 합니다. 역시 비슷한 종류의 책으로 양운덕 님의 『피노키오의 철학 시리즈』가 최근까지 많이 읽혔던 것 같고(훑어만 보았으나 저자의 논문 몇 개를 읽어본 경험에 비추어 신뢰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강신주, 『철학, 삶을 만나다』(이학사)라는 책도 나와 있네요. 학술적으로 좀더 심화를 원하시면 서양근대철학회에서 낸 『서양근대철학의 열가지 쟁점』(창비)이 있습니다. 이 책은 인물 중심의 같은 학회, 『서양근대철학』(창비)과 세트입니다. 저는 뒤의 것을 읽어보았습니다. 과거에 많이 읽혔던 것들 가운데는 조성오, 『철학에세이』(동녘), 특히 『현대사회와 마르크스주의 철학』(동녘)으로 유명한 '한국철학사상연구회'가 역시 동녘출판사에서 펴낸 『삶과 철학』, 『삶, 사회 그리고 과학』과 같은 책들이 있습니다. 이런 류의 이른바 '대학가 필독서'는 저도, 책을 주로 헌책방에서 사보다 보니, 어지간한 건 거의 다 구해서 읽으려 애썼는데 이제 다소 철 지난 감이 드는 책들도 있습니다. 2000년대에 위 책들의 개정판이 나오기는 했고, 한국철학사상연구회는 요즘도 많은 책을 출간하고 있습니다(『인간을 이해하는/세계를 바꾼/현실을 지배하는 아홉 가지 단어 시리즈』 등. 철학사 책인 『다시 쓰는 서양근대철학사』도 있습니다.). 프랑스 고등학교 철학교과서인 앙드레 베르제즈, 데니스 위스망, 『새로운 철학강의 1, 2』(인간사랑)도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정평이 나있는 책입니다. 이정우 선생님께서 번역하셨습니다. 전설로만 전하고 아직 구경하여 본 일이 없는 소광희, 『철학의 제문제』(벽호)를 혹시 인연이 닿을까 싶어 끝으로 언급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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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철학사 - 상 - 고대와 중세 서양 철학사 - 상
요한네스 힐쉬베르거 지음, 강성위 옮김 / 이문출판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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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은 `체계적 지식`을 의미합니다. 비록 저의 공부가 하찮기 짝이 없는 수준이지만 부족한 깜냥으로 보아도 공부를 튼튼히 쌓아나가려면 지성사의 씨줄과 날줄을 촘촘하게 잘 엮어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자기 안에 나름의 체계를 정립해 주소 정리를 잘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요, 결국 공부란 어제 공부와 오늘 공부의 연쇄를 통해 야무지게 뼈대를 세우고, 비어 있는 고리가 어디인지를 발견해 보수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점차로 살을 붙여나가는 과정의 반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공부를 하는 까닭은 내가 이전에 무엇을 알지 못했는지를 알기 위함이고(공부하지 않고서야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를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모든 진리인식의 기초는 지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겸손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철학사`는 그러한 골조공사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공부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철학사 공부는 `대뇌 전두엽`에 근육을 잡고 시냅스를 유연하게 스트레칭해 학문의 기초체력을 기르는 공부입니다. 정신의 성장사이자 자기발견, 자기반성 과정인 철학사를 음미함으로써 우리는, 개인적 시공간 제약을 무너뜨리고, 이런저런 주관적인 전제와 아집을 벗어나, 영원한 상 아래에 있는 참된 세계에로 마음을 열고 다가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역사에 의해서만 역사를 벗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공부는 평생에 걸쳐 해야 하는 것으로서, 어느 정도 공부가 되었다 싶으면 더이상 철학사를 읽지 않게 되기 쉬운데 이는 공부의 균형을 허무는 일...이라고 합니다. 안 살아봐서 모르겠습니다^^;;;

힐쉬베르거가 전 생애를 바쳐 썼다는(그는 교수자격을 얻기 위해 쓴 책을 제외하고는 이 책 외에 다른 책을 쓰지 않았습니다) 이 `서양 철학사`는 강유원 님께서 대학시절에 반년 동안인가 하루 18시간씩 50회독했다고 해서, 심지어 필사까지 했다고 해서 더 유명해진 책인데요, 이제 겨우 (상)권을 읽은 것이지만 실제로 읽어보니 과연 좋은 책이 맞는 것 같습니다. 내용이 매우 튼실합니다. 번역도 좋습니다(1992년 제3회 서우 철학상 번역 부문 수상). `헐, 내가 이걸 다 읽긴 읽었구나.` 싶어 기분도 좋습니다. 단, (물론 50번 반복하는 동안에도 매번 새로움이 느껴질 만큼 좋은 책일 것임이 분명하고, 그런 우직한 반복이 도움은 되겠으나,) 강유원 님처럼 할 필요가 있을까 싶긴 합니다. 20대에야 몇 개월쯤 버리는 셈치고 그렇게 해볼 수도 있겠는데, 그런 반복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엔 기회비용(?)이 너무 커보입니다ㅠ 어찌되었든 다시 책 내용으로 돌아와서,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저자는 크게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두 축 삼아 철학사를 기술해나가고 있고, 특히 아리스토텔레스를 플라톤과 대립시키기보다는 되도록 플라톤의 연장선상에 두려는 입장입니다[˝플라톤의 눈을 가지고 세계를 보도록 우리에게 가르쳐준 최초의 그리스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였다(예거).˝]. 철학에는 시간을 벗어난 무언가가 있고, 철학의 문제가 완전히 낡아버리는 일은 없는 만큼, 고대와 중세의 철학을 이만큼 꼼꼼하게 공부하고 나면 시나브로 아랫배가 든든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서양철학은 플라톤에 대한 주석에 불과하다.˝고 한 화이트헤드의 말도 유명하거니와, ˝그리스 철학에서 세계관적인 사고의 여러 가지 가능성들이 빠짐없이 다 논의되었고, 오늘날까지 문제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이 다 발견되었으며, 또 오늘날의 우리들이 아직도 따라가고 있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길이 다 제시되었다(호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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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의 미학 동문선 문예신서 358
가스통 바슐라르 지음, 김웅권 옮김 / 동문선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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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밤에도 불꽃은 떨리고 있었다. 가느다랗게
빛이 떨릴 때에는 모든 것이 떨린다.
불꽃 속에서 공간은 흐르고 시간은 출렁거린다.
푸른색 뿌리로부터 어떤 피안을 향해 끄집어 올려진 한 송이 장미꽃
그 수직의 메아리가 저녁의 어둠과 나지막이 상의하는 동안 존재와 비존재는 끊임없이 공존한다.
수동과 능동, 태워지는 것과 태우는 것, 과거분사와 현재분사 사이의 변증법.
불꽃은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 놓인 다리이다.

밤에 켜놓은 작은 촛불과 꿈꾸는 영혼 사이에는 유사성이 있다. 둘 모두에게 시간은 느리다. 꿈 속에서는 희미한 빛 속에서와 꼭 같은 인내가 견지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시간은 심화된다. 이미지와 추억이 뒤섞인다. 불꽃의 몽상가는 자신이 보는 것과 본 것을 결합한다. 상상력과 기억을 융합한다.
불꽃은 위를 향해 흘러가는 모래시계이다. 불꽃이 주는 꿈과 몽상은 아득한 과거에 뿌리박고 있고, 높은 곳에서 불꽃은 자신의 옷을 벗어던진다.

불꽃은 빈 독방을 밝히는 게 아니라 한 권의 책을 밝힌다.
세계라는 책을.
불꽃 앞에서 밤샘을 하는 자는 더 이상 책을 읽지 않는다.
그는 삶에 대해 생각하고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흰 페이지의 별이 비추는 서늘한 이마는 자신의 희미한 등불로부터 하늘의 거대한 우주까지 손쉽게 이동한다.

˝꺼진다˝, 이 낱말은 얼마나 대단한 울림을 주는가. 꺼진다는 동사의 가장 큰 주어는 무엇일까? 생명인가 촛불인가?
불꽃은 살아 있다. 연약하면서도 꿋꿋한 생명이다. 바람이 한번만 불어도 방해받지만 이내 다시 일어선다. 어떤 상승력이 그것의 위신을 회복시켜준다. 불꽃은 끊임없이 자신을 재점화시켜야 하고 불순물과 싸우면서-그래서 악은 선의 양식(糧食)이다- 빛에 대한 자신의 지휘를 유지해야 한다.
불꽃은 쉽게 태어나고 쉽게 죽는다. 불꽃 안에서 삶과 죽음은 곧잘 병치된다.
하지만 불꽃은 자기자신을 넘어 뛰어오른다. 의식과 불꽃은 동일한 운명을 지니고 있다. 잘 태울수록 높이 타오르고, 잘 태울수록 높이 날아오른다. 뾰족한 끝으로 심지 전체를 빨아들이는 순수한 빛이 고독한 몽상가의 깜빡거리는 심장을 일으켜 세운다.

촛불은 홀로 탄다. 자신을 갱생시키기 위해 스스로를 태운다.
우리의 내부에는 흔들거리는 불빛만을 받아들이는 어두운 구석들이 있다. 예민한 마음은 깨지기 쉬운 가치 있는 것들을 좋아한다. 그것은 투쟁하는 가치들, 그러니까 어둠에 대항하는 약한 불빛들과 교감한다.
촛불의 불꽃은 가치와 반가치가 서로 싸우는 폐쇄된 전투장이다. 불꽃은 자신에게 자양을 주는 조잡하고 부정한 것들을 일소하고 파괴해야 한다. 자신을 정화해야 하고, 자신을 소멸시켜야 한다.
모든 작은 고통은 세상의 고통을 나타내는 기호이다. 불꽃이 괴롭게 신음하며 자신의 외피를 찢어버리는 동안 눈물의 홈을 따라 눈물, 숨겨진 눈물이 흐른다. 불꽃은 축축한 불이다.

책과 촛불은 정신과 밤이라는 이중적 어둠을 비추는 두 개의 빛이다.
그리하여 밤 독서란,
하늘의 색깔을 띤 채 실존의 책상에 앉아 드리는 완만한 철야기도.


덧. 『촛불의 불꽃 La flamme d`une chandelle』은 바슐라르가 살아생전에 출간한 마지막 저작으로, 푸코의 말대로 `경탄을 금할 수 없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작품입니다. 바슐라르 철학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이지훈, 『예술과 연금술 : 바슐라르에 관한 깊고 느린 몽상』(창비)이 매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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