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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디트리히 슈바니츠 지음, 조경식 옮김 / 민음사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작가 디트리히 슈바니츠는
독일의 함브르크의 대학교수였다고 한다. 그 대학의 실명으로 소설 속에 등장하는 대학가의 이야기다. 가상의 등장 인물들이 실재 소설이 발표되고 나서 누구를 모델로 하고 있는가에 대한 관심이 쏠렸다고 한다. 그만큼 소설의 내용과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실감이 난다. 소설을
통해 독일 대학가에 대한 이야기도 엿볼 수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는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 중에서도 남녀간의 애정사는 세간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사건 중에 하나일 것이다. 개인간의 애정 내용 중에도 특수한 상황—소설에서처럼
스승과 제자 간—이라고 한다면 더욱 더 관심이 쏠린다. 소위
얘기해서 불륜(不倫)이라는 관계는 더더욱 관심이
높아 진다. 이야기의 내용은 스승과 제자의 애정놀음이 대학가의 정치적 목적에 맞게 재 조합되면서 단순한
개인간의 애정놀음이 아닌 사회적 이슈를 통해 개개인의 목적에 맞게 재 조립, 창조되어 사실을 왜곡하는
내용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
대학의 박사학위 논문 지도교수와
여 제자와의 불륜적 관계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대학 내에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의 암투와 거래가 이루어지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물론 10대의 딸을 둔 유부남인 대학교수와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담당 교수를 사랑하게 되어 애정행각을 벌이는 장면은 여느 형이하학적인 애정물 이상이지는 않다. 그러나
이 사건을 계기로 자신들의 야욕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의 암투가 재미있게 그려진다.
누구는 기자로서의 입지를
세워 성공하기를 원하고, 이를 이용하여 신문발행 부수를 늘리려고 하는 편집장의 거래가 있고, 이를 지속하기 위해 공개 청문회의 증인을 유지하게 끔 매수하는 돈줄이 되는 모습이 있다. 총장은 자신의 연임을 달성하기 위해 여성의 표를 의식하여 애정사건을 강간사건으로 확대하여 청문회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높이려고 하고, 청문회를 통해 부총장의 새로운 자리로 오르려는 징계위원회장의 음모, 여성에 대한 입지를 높이기 위해 강간사건으로 확대하여 여론몰이를 하는 여성인권위원회장도 그들 부류들 중에 하나이다. 또한 역사학과에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비밀자료를 은폐하고 자신들의 계획에 맞춰 발표하기 위해 언론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애정사건을 이용하는 모습은 각자의 용도에 맞게 사건의 재 구성 및 왜곡하는 현장을 들여다 보게 한다. 이야기의 결과는 자신이 저지른 부적절한 관계를 정리하고 공개 사과와 대학가의 음모에 대해 밝힘으로써 대 반전으로
결말이 난다.
이야기의 발단이 된 유부남인
대학교수와 논문지도를 받는 여 제자와의 애정놀음은 흔히 일어 날 수 있는 일들일 것이다. 물론 이런
애정관계가 객관적인 논문 지도와 학위 수여의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도덕적 관점에서 볼 때 유부남과의 불륜이라는 문제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아 보인다. 그렇지만 이 문제가 위에 얘기한 것과 같이 이 사건을 자신의 목적에
맞도록 재구성하여 왜곡하는 과정은 여느 정치드라마와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대학가 내에 벌어지는 정치극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결론은 결자해지라고 했듯이 문제를 만든 당사자가 결론을 내고 있지만 발단이 된 사건도
그렇고 그 사이에 벌어진 대학가 내의 암투는 찝찝함을 느끼게 한다.
특히 청문회를 진행함에
있어 여론몰이를 하는 공권력의 횡포는 우리네 모습을 비춰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마치 얼마 전에 본
영화 『부러진 화살』에서 재판하는 재판정의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정해진 범인, 정해진 범행 행각을 짜맞추고 정해진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진행되어지는 연극이라는 느낌이 많이 든다.
소설을 보면서 애정행각을
강간사건으로 비화하는 내용이지만 만약에 애정행각을 보지 않고 사건을 접했다고 하면 어떤 결론이 났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즉, 각 분야별로 등장인물들의 시각에서 강간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으로
봤을 때 과연 강간이라는 사건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이렇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정황상의 증거를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선 당사자에 대한 얘기가 정신적 충격에 의해 정상적으로 진술 할 수 없어서
무시된다는 점—정신과 박사님의 연구에 대한 권위의식이 작용한다—과
사건을 목격한 인부들의 진술의 왜곡—약자에 대한 보호가 우선이 아닌 흥미거리를 목격한 목격자의 모습을
숨기려는—이 돈에 의해 매수되는 모습은 우리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준다.
강간을 당했다고 한다면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2차 피해를 방지하는 내용은 사뭇 우리들의 상황과는 달라 보인다. 소설에서는 정신과 입원과 격리를 하는 반면 우리는 거의 방치하는 듯한 방관의 모습으로 인식되지만…. 또한 사건 현장의 목격자라고 한다면 피해자를 도와야 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방관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제도가 법적으로 강구되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반면에 우리의 법 제도에는 이런 상황에 대한 방관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있는지 모르겠다.
명백한 사건 사고가 아닌 개인적인 상황이 결부된 사건 사고는 이를 이용하려는 여러 주변인들에
의해 본의 아니게 왜곡되어 비춰짐으로 인해 당사자는 물론 그 당사자의 가족에게 씻기 어려운 치욕으로 일정기간 이상 정신적 고통을 안겨주는 사건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런 상황, 이런 문제를 처음부터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원천적으로 이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으면 되는데….. 그렇지만 살다 보면 그렇지도 않은데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