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항해 시대 - 해상 팽창과 근대 세계의 형성
주경철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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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대항해 시대』는 15세기 초부터 17세기 초까지 유럽의 배들이 세계를 돌아다니며 항로를 개척하고 탐험과 무역을 하던 시기라고 한다. 이는 책에서 정의하는 내용이기도 하고, 인터넷의 백과사전에 설명되어진 내용이기도 하다. 이 용어에 대한 의미에 대해 책의 초반부에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다른 설명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하는 궁금증에 인터넷을 조사해 보니 1990년 코에이라는 회사에서 발매한 컴퓨터 비디오 게임의 이름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16세기 포르투갈의 몰락한 귀족의 모험을 그리는 어드벤쳐 게임이라는 것이 또 다른 설명이다. 이를 봐도 저자가 설명했듯이 대항해 시대의 주된 해석은 유럽을 중심으로 한 승리자 또는 정복자의 개념에서 역사를 그리고 있다고 하겠다. 이에 저자는 새로운(?)시각에서 대항해 시대에 대한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이 기간의 대표적인 주인공은 당연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를 들 수 있다. 이탈리아의 제노바 출신으로 스페인 왕국의 군주인 카스티야의 이사벨 1세와 아라곤의 페르난도 2세의 후원을 받아 아시아를 찾으러 떠났다가 신대륙을 발견하였고, 이를 계기로 대륙간의 교류를 통해 벌어지는 유럽의 식민지 확보 경쟁의 시발점을 제공하였다고 하겠다. 정치적인 배경, 그로 인한 식민지 쟁탈전에 따른 폭력, 화폐의 유통, 노예무역, 환경적인 요인, 종교적 교류, 언어, 음식, 과학기술의 교류 등 다방면에 대한 고찰을 하고 있다. 특히 유럽 중심적인 대항해 시대 만을 거론하는 것이 아니라 15세기 이전의 아시아 정세와 중국의 정화의 해외 원정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것에 있어 나름 탈 유럽중심의 관점을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다방면에 대한 피정복이나 종속국의 입장에서도 하나의 역사적 사건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고 하겠다.


     대표적인 내용이 제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를 연상하게 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다이아몬드의 해석과는 약간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일례로 유럽의 전염병에 대한 아메리카 대륙의 유입으로 인한 원주인의 90% 이상의 희생을 일으킨 홍역, 천연두 같은 전염병에 대한 사례는 동일한 견해이기는 하나 그 반대의 관점에서 아메리카의 질병이 유럽에 전파된 사례로 매독을 얘기하고 있으나 아직도 많은 논란이 있다는 얘기도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다양한 면역력을 키워온 유럽인이 대항해를 거쳐 아메리카에 들어가 전염병에 덜 접촉을 하게 된 원주민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안겨 주었고, 이로 인해 대륙의 지배적인 힘을 키워 왔다는 설명은 대단히 설득력이 있다. 이 대목을 보면서 14세기 몽골의 유럽을 정복하는 과정에 나오는 흑사병의 얘기 또한 전염병을 하나의 무기화한 세균전(細菌戰)을 연상하게 한다. 대항해 시대의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몽골군과 같은 유럽 침략은 아닐지라고 그들의 몸에 의해 전염된 전염병은 원주민을 몰살 하게 하였고, 그 결과 유럽인이 신대륙에 발판을 세울 수 있었다는 것은 획기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그 역사를 써 나감에 있어 14세기의 몽골의 공격은 야만인의 침략으로 묘사 되어지고 있고, 아메리카 대륙의 유럽인의 정복은 단지 사건으로 보여지는 것에 있어 다분히 승리자의 관점에서 그려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노예무역에 대한 시각도 강제에 의한 무자비한 노예 획득과 무차별적인 노동력 착취로 인식되어지던 내용을 아프리카 현지의 이해득실에 따른 무역이 시발점이었다는 것과 비단 아메리카대륙의 노예무역만이 아니라 유럽에도 적쟌이 많은 노예를 필요로 했다는 사실을 상기 할 수 있었다.


     그 밖에도 바다를 통한 대항해 시대를 맞아 대륙간에 이어지는 생물학적인 파괴와 변종의 파급은 수백 수천 년을 이어 온 생태적 균형을 깨서 새로운 자연파괴로 이어지는 현상을 접하게 된 계기가 되어 왔으며, 지금도 교통수단의 발달로 이런 현상은 더욱더 파괴적인 양상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고 있다. 단순히 시대적인 배경과 그 결과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사회의 다양한 인문사회학적인 측면을 다루고 있어 대항해 시대를 전후한 변화의 모습을 잘 이해 할 수 있었다.


     유럽의 시각이 아닌 우리의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본다는 것은 중요하다고 본다. 전쟁의 수행하는 하나의 획기적인 살상 무기인 전염병은 세균무기로 나름의 역할을 하였다고 생각된다. 몽골의 유럽으로의 진출이나 유럽이 아메리카 대륙의 정복은 동일한 정복전쟁의 내용이기는 하나, 전쟁에서 승리 후 지속적인 통제와 관리를 위한 시스템을 갖추었는가 여부가 지금 우리가 보는 역사의 결과의 차이라고 생각이 든다. 이는 중국의 정화가 이미 대항해 시대 이전에 정복을 꾀하였으나 유럽의 식민지 확보와는 그 양상이 다르게 전개 되었던 점은 국내의 상황이나 시대적 요구가 달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났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국 내외의 시대적 상황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도구—배나 전쟁무기나 전염병과 같이 인지했던 하지 못하였든 경쟁력 있는 무기—의 확보가 있어야 하고, 그 결과 획득한 지역에 대한 시스템적인 관리체계가 뒤따라야 함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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