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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오지마을을 찾아서
이용한 글, 심병우 사진 / 실천문학사 / 1998년 7월
평점 :
품절
오지란 무엇인가에 대해 저자는 서문에서 3가지의 조건을 제시한다. 지리적, 문화적, 삶의 양태가 남아 있어야 한단다. 다시 말하면 비포장도로로 일정 거리 이상을 들어가야 하며, 문화적으로 현대문명의 침투와 변화로부터 비교적 원거리에 위치한 마을이어야 하며, 그 마을만의 독특한 모습이나 생활양태가 남아 있어야 오지라고 정의하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에 오지가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전에 나와 있는 정의를 보면 ‘오지(奧地)[명사] 해안이나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내륙에 있는 땅(야후 국어사전)’이라고 되어있다. 그런 면에 있어서 다시 얘기하면 전기나 차가 들어가 있지 않거나 들어가기 어려운 장소가 우리나라의 오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뭔가 격리되고 고립되어 있는 지역을 말하는 것일 것이다.
이런 저자의 정의와 국어사전의 내용으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뭔가 현대 문명과 동떨어져 있는 외딴 지역을 돌아본 내용이라는 것이다. 이런 지역은 연세가 많이 든 노인들의 세상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이 책에 소개되는 30곳의 오지마을은 강원도, 경상도, 충청도, 전라도의 4개 도에 걸친 지역으로 유일하게 섬인 울릉도의 나리분지가 섬이고 나머지 지역은 산속의 마을을 소개하고 있다. 차량이 들어가기에는 어려운 비포장도로와 가로 놓여 있는 강물, 차량 진입을 방해하는 개울이 이런 지역을 오지로 만들고 있다.
이런 오지에 사는 사람은 앞에서도 얘기 했지만 대부분이 환갑을 넘기는 노인들이다. 허나 이런 노인들은 나이가 많아 거동이 불편하고, 의식주와 교통의 불편한 생활 속에 힘들게 삶을 이어간다는 편견과는 다르게 건강하게 삶을 이어가며, 훈훈한 인심을 잃지 않는 유일의 장소가 이 오지마을이라고 저자는 역설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내가 겪어 보지 않았으니 한번 찾아가 봐야 알 것이다. 허나 직접 눈으로 보고 겪지 않았다고 저자가 얘기하는 것을 못 믿는 것은 아니다. 이런 내용을 직접 보고 겪고,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질 뿐이다.
허나 그러기에는 오히려 편안하게 삶을 영유하는 그곳 사람들을 나의 이기심에 괴롭히는 것은 아닐까? 가보고 싶다는 욕심에 저자가 소개하는 마을을 찾아 다닌다고 생각해 보면 오히려 서울에서 온 뜨네기이고 지금까지 겪었던 방문객의 나쁜 기억—저자도 얘기했듯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고, 순박한 농촌사람을 홀리고 현혹하는—을 되살리게 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도 된다. 아니면 반대로 그들의 수입원이 되어 주면서 오히려 바가지를 쓰는 꼴이 될지도 모르겠다. 어줍쟌은 오지가 바가지가 판치는 꼴분견의 관광지로 변화되어 있는 장소도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주로 사진을 통해 보여지는 모습은 너와집, 굴피집, 샛집, 초가집, 돌너와집, 귀틀집, 투방집, 투막집, 흙집, 등의 전통 서민들의 옛모습을 찾아 사진에 담아두고 있다. 과연 이런 집들이 오지의 전형일까 하는 의구심도 들지만 우리 내 서민 조상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집들의 모습일 것이다.
또한 이런 집에서 삶을 이어가는 고령층의 노인들은 오직 그들만의 전통 가옥을 고집하고 있다. 아니 이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을 보면 결코 선호한다기 보다는 체념하고, 익숙해져 있는 습관을 바꿀 수 없어서 살고 있는 모습도 일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바뀌어 가는 모습의 시발점은 도로 포장이다. 이 포장된 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차량과 사람들로 인해 과거 속에 묻혀 있던 과거의 모습은 과감하게 무너지거나 없어져 버리고, 어줍쟌은 모습으로 문명화 현대화라는 이름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이런 내용에 대해 저자는 ‘새마을 운동’으로 대표되는 덮어놓고 뜯어 고치려는 개량주의나, 반대로 무조건 옛 것을 고집하는 수구주의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 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우리의 생각 속에서 정리되어야 할 것들이다. 허나 다양한 모습 속에 나름의 알찬 삶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하면, 그 것이 산속이 되었든 도시 속이 되었든 사람들에게 행복을 제공하는 삶의 터전이 될 것이다.
단지 안타까운 것은 과거의 것, 오지 속에 쳐 박혀 있는 것이 나쁘고, 불편하고, 더럽고, 힘들고, 이런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금물일 것이다. 서양에서 온 것과 비교되어 무시당하고, 서양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인양 생각하는 것이 더 큰 문제일 것이다.
어찌 되었든 저자가 소개하는 오지마을이라고 하는 것을 찾아가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나의 모습이 그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걱정이 된다. 하지만 이런 우리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겪으면서 그 속에 새로운 앞날의 우리 모습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