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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를 향한 열정 - DNA 구조의 발견자 제임스 왓슨의 삶과 생각
제임스 왓슨 지음, 이한음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DNA—디옥시리보핵산(deoxyribonucleic acid)—는 유전정보가 들어 있는 물질의 이름이라고 생물시간에 배웠던 기억이 되살아 난다. 또한 DNA의 구조가 2중 나선구조라는 사실을 밝혀낸 이 책의 저자에 대해서도 기억이 나며, 얼마 전 DNA구조에 대한 공동연구자였던 클릭이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도 접했던 생각이 난다. 생물학계에 커다란 전환기를 맞는 발견으로 DNA에 대한 구조 발견이라는 사실을 그냥 막연하게 느끼던 것을 이 책을 보면서 새삼 느끼게 되었고, 또한 학계의 치열하게 다투는 명예전쟁(?)의 실체에 대해 약간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초두에 나오는 서문에는 저자 제임스 D. 왓슨의 모습과 그의 탁월한 능력에 대한 개괄적으로 설명이 있다. 조금은 엉뚱해 보이는 외모와 뭔가 골몰해 하는 모습은 천재들의 일반적인 모습으로 비춰 보인다. 마치 아인쉬타인의 사진을 보면 꺼벙해 보이고 단정하지 못한 사진을 접하는 느낌이며, 책의 겉 표지나 인터넷에 나오는 사진은 한결 같이 뭔가 비어 있는 듯한 외모를 보여주고 있다. 허나 이런 외모의 이면에는 탁월한 천재의 모습을 담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본문에서 얘기하는 저자의 생각과 주장은 명확하다. 내용을 읽으면서 저자의 생각이 요즘 우려하는 메스컴의 얘기들이나 또는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 속에 나오는 얘기들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DNA 조작에 의한 인간 복제와 그로 인한 사건 사고의 내용을 다루는 내용과 관련하여 저자의 생각은 명확하게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다.
유전자의 구조 해석과 각종 유전질병의 해석은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윤리문제와 직결되어 있고, 이런 문제를 회피하거나 돌려서 얘기하여 핵심을 잃어 버리는 모습을 저자는 결코 보여 주지 않는다. 직설적으로 유전질병에 대한 유전자 구조를 밝혀내고, 그 유전자를 타고난 아이의 생명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 양육을 전제로 한 부모의 선택권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은 너무도 분명하게 자기 주장을 하고 있다. 유전적인 질병은 무수하게 많다. 이런 유전질병이 DNA구조 해석을 통해 밝혀지고, 사전 진단을 할 수 있는 기술이 발달해 가면 결국 자식의 유전질병을 미리 확인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유전질병을 타고난 자식을 낳을 것인가 죽일 것인가는 양육을 전제로 한 부모가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우생학적인 오류를 만들어 낸 히틀러의 역사적 과오를 적나라하고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이런 저자의 글을 읽고 있으면 내가 생각했던 생각과 사상과는 많은 차이점이 있고, 또한 매스컴에 세뇌되어 온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즉, 유전물질의 인간 조작을 통해 좋은 점과 나쁜 점은 분명 있을 것이고, 좋으냐 나쁘냐의 판단은 인간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허나 이런 예상되는 문제로 인해 생물학, 또는 생화학의 분야가 정체되어서는 안 된다는 저자의 얘기는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예상되는 문제에 대한 해답이 나오질 않는다.
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생명의 근원에 관련하여 인간의 조작을 통해 복제인간을 만들어 내고, 실험관 수정을 통해 대리모로 자식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현대의 생명관련 공학은 우리의 윤리관과 전통적인 사회질서를 뒤흔드는 일대 사건으로 와 닿는다. 나와 동일한 아이를 만들어 내서 영원한 생명을 이어가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 보면 머리 속이 복잡해지는 이야기가 된다. 이런 내용을 DNA구조 발견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인간 생명의 비밀과 관련된 자신의 주장과 의견을 명쾌하게 보여 주고 있다.
엉뚱하고 꺼벙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자기 주장이 명확하고 신념에 가득 차 뭔가 이루고야 말겠다는 모습은 노벨상이라는 영예를 안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모습 이면에는 많은 주변의 시기와 모략이 있을 것이고, 또한 DNA이중나선 구조에 대한 논문에 대해 누구의 아이디어였느냐고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주장들이 있다. 허나 노벨상을 받든 안받든 뭔가를 이루고 세계적인 인물로 알려지기까지는 천재의 면모를 지녔기에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외모가 아닌 내면에 깔린 진실한 모습 속에 지칠 줄 모르는 강인한 인내와 열정은 인류사에 하나의 전환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원동력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