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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은희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6월
평점 :
7편의 중단편을 읽고 그 느낌은 한마디로 단정 지어 표현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읽고 난 뒷맛이랄까 그 느낌은 왠지 모를 앙금이 남는다. 또한 새로운 경험을 했다는 느낌도 든다.
주로 소설의 등장 무대는 신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신도시라는 생소한 느낌의 장소와 계획도시로 발전해가는 정형화 된 모습 속에 새롭게 바뀔 수 있는 변화의 시작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이 책에 실린 7편의 소설 속의 등장 인물들은 무미 건조한 삶을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또한 작가의 글쓰기 모양이 누가 어떤 얘기를 했는지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의 당사자들이 주고 받는 대화를 연이어 쓰면서 누구의 얘기인지 불분명하고, 읽는데 있어 나름 데로 집중(?)을 해야 이해될 수 있도록 이야기가 전개 된다. 또한 시작과 끝이 중첩되면서 처음의 배경이 나중에는 기억 속에 회상하는 장면들이 재차 이야기의 중심으로 바뀌어 가면서 전반적인 이야기를 혼돈의 상황으로 끌어 간다.
이런 이야기의 내용을 마지막에 덧붙여 놓은 해설의 내용에는 나름의 어려운 용어로 설명을 붙여 놓았는데 대표되는 핵심 단어는 우성과 열성으로 정리하고 있으며, 이런 내용은 유전적인 요소와 결부되어 표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심도 있는 해석이다. 각 소설에 대한 전문가다운 해석의 내용이라 생각된다.
주류에 휩쓸리지 못하고 주변인으로서 겉도는 인간상의 모습 속에 친근해져 오는 느낌이 든다. 특히 ‘상속’에 대한 해설에도 나와 있듯이 주류의 인간상으로 보여지는 아버지와 그 주변을 떠도는 아들 J의 모습과 딸인 N의 모습과 독백은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상속의 의미는 돈이나 유산이 아니라 유전인자라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물질적인 유산이 아니라 몸과 피로 이어지는 나 자신의 형체가 곧 유산의 본질이라는 내용이다. 뭔가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다.
작가가 기술하는 소설 속의 이야기 표현은 적나라 하면서도 실감나게 하는 요소들이 많다. ‘상속’에서 딸인 N이 전신불수의 아버지를 찾아와 간병인의 행위나 몸을 씻겨주는 장면을 보면서 왜소해진 아버지의 몸을 보면서 느끼는 상속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게 되는 장면은 적나라한 표현이면서도 실감나게 그 장면을 표현하고 있다. ‘상속’ 이외에서도 여러 장면에서 이런 표현과 내용을 보여주는 작가의 표현력은 소설을 읽으면서 간접적인 표현의 느낌을 극대화 하고 있다.
특별한—미혼모의 딸을 키우는 모습,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노처녀, 아버지의 부도로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내는 삶, 불임의 아내의 삶, 등—삶 속에서 그들의 고통과 고뇌를 적나라한 표현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소설의 내용은 주류만을 강조하고, 회일화 시키려는 우리들의 사회상에서 또 하나의 다양한 모습을 찾아야 하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