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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조선왕조실록
이성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엽기 조선왕조실록’의 책을 들어 보면 상단에 “조선사 사소한 것들의 진실”이라고 나와 있다. 그 사소한 것들이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어느 날 대형서점에 갔다가 전시된 책들 중에 이 책을 보면서 첫 장을 넘겨보니 왕과 신하의 대화 내용이 나온다. 요즘 시대의 어투에 사용하는 단어도 늘 접해 왔던 사극의 전형적인 그런 단어가 아닌 요즘 우리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에 어투까지도 영화 속에 나오는 조금은 비속어 비슷한 어투의 내용은 재미있다. “어~~ 특이하네!!”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내용 또한 그 사소한 것들이 사극드라마 등에 나오는 정치적인 암투 등의 어렵고 난해하며, 권력 투쟁적인 그런 내용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 접하는 내용 중에 지금은 이렇게 하는데 그 때(조선시대)는 어떻게 하고 살았을까 하는 궁금증에 대한 답을 주고 있어 재미가 더해 진다.
몇 가지 인상 깊은 내용을 들어 보자.
왕의 일상사 중에 관심 있는 내용들로는 역시 왕의 성생활에 관련된 내용일 것이다. 대를 이어야 하는 왕통계승권자가 정부인인 중전과 치르는 의무 사항과 많은 후궁을 거느리게 된 이유들이 왕통계승권자의 의무에서 나왔다거나 아니면 하나의 남성으로서 정력이 좋고, 최고 권력자이기 때문이었다는 선입견이 실상은 중전과의 혼인에서 성생활에 이르는 과정들이 거부하게 만든 구조라는 것과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궁녀들과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결과라는 것이다. 또한 왕의 은총을 받은 궁녀들이 모두 후궁이 되는 것이 아니며, 왕의 사후에 어떤 절차로 신분이 바뀌게 되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해결해 준다. 이런 내용은 TV드라마에서 보여지지 않는 내용이라 오해 아닌 오해로 인식되고 있는 내용일 것이다. 또한 TV드라마의 단골소재로 많이 보여 주었던 장희빈이나 인현왕후는 TV드라마에서 보여진 모습과는 다르게 군약신강의 정치 상황 속에서 숙종의 생존의 방법이지 않았나 하는 해석은 새롭게 당시 상황을 읽어 보게 한다.
이런 정치 상황과는 다르게 우유, 술, 담배, 밥 등의 먹는 것에 관련된 내용과 귀고리, 안경 등 일상용품에 대한 내용은 지금의 상황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이채롭다. 또한 준마 생산국, 화살 만들기 위한 쇠뿔에 관련된 내용, 조선왕조의 족보에 관련된 내용, 사형제도에 대한 내용 등은 잘 알지 못했던 내용들이었다. 대외 외교 정책관련 된 내용이나 유생들의 시위, 공휴일 관련된 내용, 땅에 관련된 내용은 지금의 내용과 대상이 바뀌었을 뿐이지 상황은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존의 ‘조선왕조실록’에 관련된 내용을 보면 매번 정치적인 이야기로 정치권력의 이권다툼과 임진왜란과 같이 외세침략에 속수무책 당하는 이야기가 주요 소재로 비춰진다. 이런 내용 중심의 모습은 부정적인 역사관의 모습을 심어 놓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조선역사 500년이라고 한다. 한 정권이 500년을 이어온 왕조는 세계사를 찾아 봐도 쉽게 찾기 어렵다. 그런 역사의 이면에는 분명 유능한 인재와 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허나 유능한 인재는 위기 상황에 나타나는 인물들로 몇몇 사람들만 부각되어 알려져 있지 전반적인 상황에 대한 내용은 없다. 또한 시스템에 대한 내용도 너무나 개괄적이다. 오히려 이 책에 보여지는 『사소한 것들』을 통해 조선의 시스템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5천년 역사에서 찬란한 문화 유산을 남긴 위대한 민족이라는 이야기는 많이 한다. 허나 그 이야기들의 처음은 매번 삼국시대의 거창한 내용에서 점차 그 느낌은 줄어 들어 고려, 조선을 지나 분단국 대한민국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중에 그나마 가장 가까운 역사로는 조선의 역사인데 매번 당파싸움으로 점철된 역사 이야기는 현재의 정치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하면서 부정적인 역사관을 만들어 놓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식민사관에 의한 역사서술의 잔재이지 않나 생각된다.
이런 역사관을 과감히 탈피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 책의 내용과 같이 『사소한 것들』이지만 그 사소한 것들이 모여 우리의 일상을 만들고 그 일상이 모여 역사가 되는 내용이지 않나 생각된다. 지금의 민주주의 시대와 전제왕권의 시대는 분명 다른 생활환경과 제반 시스템 속에 살아 왔을 것이다. 그런 환경과 생활의 모습을 바로 보고 이해해야지 우리의 유구한 역사에 대해 자부심이 생겨나리라 생각한다.
조금 아쉬움이 남는 것은 이야기가 시대순서와 관계 없이 다루는 소재 중심으로 단편에피소드의 내용으로 설명하면서 전체적인 시대 흐름 속에 그 『사소한 것들』의 자리 메김이 어떻게 되는지 혼란스럽다. 단편으로 보여지는 TV프로그램과 같은 느낌이 든다.
그냥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로 넘어가야 하는데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