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의 그녀를 보며

칼리 피오리나, 힘든 선택들
칼리 피오리나 지음, 공경희 옮김 / 해냄 / 2006년 11월

     어느 날 가족과 함께 대형서점에 들렀었다. 이런저런 신간을 둘러 보다가 눈에 띄는 책 “칼리 피오리나….”가 있다. 책의 장정 또한 멋지게 되어 있다. 그녀의 강인한 인상이 배어 나오는 얼굴은 약간은 낯설다. 칼리 하면 HP와 연관되어 신문지상에 오르내렸던 인물이라고 알고 있다. 또한 HP의 휴렛가와 패커드가 양대 가문과 벌인 싸움에 연관되었다는 화재도 있었고…. 퍼스널컴퓨터의 매출 순위에서 한 손안에 꼽는 컴팩을 인수하여 합병작업을 하였던 주역이었고, 그러다 어느 날 HP에서 나왔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는데 그녀의 이야기가 있어 책을 들게 된다.

     첫 장을 펼치면서 그녀의 서문은 HP에서 해고통지를 받는 날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 있다. 그녀가 HP와 겪는 마지막 순간을 영화의 한 장면과 같이 극적으로 풀어 놓았다. 그러면서 HP로부터 밝혀지지 않는—외형적인 발표내용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을듯한 내용들에 의한 압력으로 물려나게 되었다는 모습이 석연챤게 들린다. 본문에서 밝혔듯이 칼리는 HP로부터 해고되었다.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사진의 모종의 암투와 권력다툼에서 밀려나 결국은 해고의 수순을 밝게 된지도 모르겠다. 실적이 나빠서 그런 것 같지도 않고…. 그녀가 HP로부터 나오고 나서는 신문지상에 HP가 등장하는 횟수가 줄어 든듯한 느낌도 든다. 종종 텔레비전의 화면 속에서 HP의 (+)기호가 흘러가는 모습의 기업광고가 심심챤게 봐 왔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그런 내용도 없어 보인다.

     그녀가 어떻게 해서 HP에서 나왔는지는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그녀가 풀어내는 자신의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것은 의지가 곧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또한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라는 생각도 든다. 세계적인 기업의 CEO를 했다는 것은 이런 굳은 의지와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이어야지 가능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이 책에서 들려주는 그녀 자신의 이야기에서 새삼스럽게 그녀에 대해 알게 된다. 그녀는 무척이나 실무적이고, 치밀 하다(?)는 느낌이 든다. 또 하나 그 느낌을 더 든다고 하면 너무 사람을 잘 믿는다는 것이겠다. 잘 믿어서 그에 따른 배신의 결과가 결국은 HP에서의 퇴출이라는 결과를 맡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이야기는 세계적 기업들—HP, 루슨트테크놀로지스, AT&T—을 거친 화려한 경력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미용실의 사무보조 업무도 했었던 내용도 나오는데 이런 내용은 전체적인 내용에 비해서는 그리 많은 시간은 아니었고, 법학도로서의 공부를 하다가 포기하고 MBA를 거처 영업사원부터 시작한 그녀의 직장경력은 다방면에 걸쳐 있다. 그녀의 양력을 보니 1980년 AT&T에 입사하여 HP에 2005년에 나왔으니 이력에 나오는 경력은 25년이다. 그 과정 속에 CEO를 거치면서 화려한 경력을 쌓아 왔다. 이런 그녀의 경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 진 것은 아니다. 나름의 노력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라는 것을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너무도 가슴 깊이 느껴지도록 들려 주고 있다. 때로는 여자라는 이유로 소외되고, 한계에 부딧쳤어야 했던 그녀의 이야기는 재미있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남성위주의 조직 속에서 꾿꾿하게 버티고 이겨낸 결과라고 생각된다.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주관적인 관점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라 어느 부분에서는 들어내지 않는 내용도 있겠고, 어떤 부분에서는 자랑스럽게 들려주는 내용도 있을 것이다. 이런 내용 속에는 그녀가 말 못하는 이야기와 자랑스럽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느껴진다. 그녀의 개인과 가정사에 대한 이야기도 덤덤하게 풀어 내는데 있어 멋지다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대목에서는 한국을 방문하여 모기업의 접대 받는 내용을 보면 그 장면들이 머리 속에서 그려진다. 술 마시고 죽자는 식의 접대 문화를 재미있게 풀어 내는 칼리가 멋지다. HP나 AT&T 등에서 일에 대한 열정이 이 책만 봐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고, 거꾸로 나를 되돌아 보게 한다. 그런 열정이 있었기에 세계적 기업의 CEO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열정을 받쳤던 기업에서 내침을 당한 상황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복받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그런 감정을 다 접고 덤덤하게 풀어 내는 이야기는 그녀의 HP에 대한 사랑이 많이 느껴진다. 어찌 보면 HP라는 테두리에 같이 일했던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더욱 그녀에게 남아 있는 감정이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치열할 열정의 결과가 끝내는 배신으로 되돌아 온 것이 충격이어서 그런 걸까? 2005년 퇴직을 하고 아직 그녀는 신문지상에 나타나질 않는다. 단지 자서전인 이 책을 출판한 내용만이 올라 온다. 충격의 여파를 삭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밝히지 않는 내용이나, 밝힐 수 없는 내용이 되었든 그녀의 의사에 따라 결정할 내용이고, 단지 내 나름의 추측만을 해 본다. 어찌 되었든 그녀의 강인한 정신력으로 이겨낼 것이고, 또 다른 그녀의 탁월한 리더쉽을 발휘하여 새로운 모습의 칼리를 상상해 본다.

각자의 모습 속에서 각자의 삶을 생각해 본다.

밤이여, 나뉘어라 - 2006년 제30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정미경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06년 1월

     매년마다 ‘이상문학상’이 이어지면서 ‘이상문학상’만의 독특한 색깔을 느끼면서 수상작들의 느낌이 새롭게 다가 온다. 어느 해는 왠지 모를 엽기적이고 섬뜩한 느낌의 소설이 주류를 이룰 때도 있고, 어느 해는 인간적인 감성이 흐르면서도 뭔가 독특한 인간 삶에 대한 고찰을 할 수 있을 때도 있어서 매해 이상문학상 수상작은 빠지지 않고 읽고 있다. 이런 나만의 이상문학상에 대한 느낌이 있는 중에 작년에 구입하고 먼저만 쌓이다가 이제야 읽게 된다.

     대상수상작 ‘밤이여, 나뉘어라’에 대한 내용과 분석, 의미 등 다각도에서 바라본 이 소설에 대한 내용은 본문의 내용으로 충분히 읽을 수 있었는데 소재로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약간은 생소한 느낌이 많이 든다. 우선 등장인물 나, P, M의 삼각 구도와 노르웨이의 자연환경, 세계적인 화가 뭉크의 절규와 관련된 내용이 어울리면서 잘 짜여진 소설이라는 느낌이 든다.

     허나 등장하는 유능한 외과의였던 친구 P의 몰락은 우리의 사회상을 되돌아 보게 한다. 천재소리를 들을 수 있을 유능한 외과의였던 친구가 주인공 나의 모범이 되고, 우상이었다가 현재에 와서는 알코올중독자로 전락하여 허상을 쫓는 인물로 바뀌어져 그려진다. 인간의 오만한 결과가 어떻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내용이겠다. 한편으로는 이런 유능한 외과의를 바라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의 산물이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인간성을 상실한 삶의 모습 속에 결국은 자기 몰락의 결과를 낳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든다. 우리의 교육현실의 모습을 유능한 외과의 몰락과 연관 짖는 것이 너무 관련 없는 내용인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의 모습은 누구나 이런 유능한 외과의를 바라고 있는 현실은 뭔가 왜곡된 인간 삶의 모습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명화에 얽힌 이야기는 이 소설 속의 뭉크 작품 ‘마돈나’나 ‘절규’에 대한 이미지가 소설 속의 이야기와 절묘하게 얽히면서 그 의미를 돋보이게 한다. 이 화가 뭉크에 대한 내용은 잘 모르지만 ‘절규’하는 모습의 이미지는 영화 ‘스크림’과 많은 부분에서 유사성을 느끼지만, 이 소설에 접목된 이미지와 비교하여 생각해 보면 몰락하는 외과의 P의 절규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또한 주인공 나가 흠모했었던 M 또한 이런 절규의 속마음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노르웨이에는 가보지 않았지만 북극근처에서 보여지는 오로라의 모습은 커튼과 같은 빛의 현란한 모습으로 보여진다고 한다. 간혹 영화나 더큐멘터리의 화면 속에서 보여지는 오로라의 모습이 이 소설의 마지막 보여지는 주인공들 간에 쳐져 있는 현란한 장막과 같은 이미지가 적절하게 버무려진 느낌을 부각시키고 있다.

     다른 소설들 또한 재미있으면서 어느 한편의 인간상을 보여준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심사위원들의 심사 숙고 끝에 결정된 수상작들이라 나름의 의미와 깊이가 있는 내용이겠다는 생각이지만 한편으로는 공감되는 느낌의 소설이 있는 반면에 한편으로 그 의미와 느낌이 조금은 덜 하거나 전에 읽었던 어느 소설과도 같은 느낌을 갖게 하는 내용도 있다.

섬세하게 그려 내는 사랑이야기

우리는 사랑일까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공경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1월

     주인공 앨리스의 일상과 마음 상태, 사랑하면서 헤어지는 과정 등이 잘 묘사되어 있다. 어느 대목에서는 그런 생각이 나도 들었었는데…하는 공감하게 되는 내용도 있다. 이야기가 영국의 젊은 여성--24세의 여성과 32세의 남자가 사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 삶의 방법과 사랑이야기가 내가 겪은 사랑이야기에 있어서는 많은 부분에 있어 차이가 있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많다. 특히 혼전 성관계는 요즘의 세태와 공감되는 부분이 많을지 모르겠지만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는 이야기와 개인이 느끼고 생각하는 내용은 너무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또한 그 생각과 느낌과 연관되는 철학적인 내용이나 물리적인 역할 등에 대한 설명은 또 다른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이야기를 보면서 내가 생각해 왔던 성도덕의 관념과 결혼관에 대한 생각이 이 소설 속의 주인공의 생각과 이야기가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성관계는 결혼후의 내용이고, 이런 성관계는 유전적인 연속성을 뜻하는 생물학적 개념 속에서 이해되었던 것이 많았으며, 사회제도적인 틀 속에 통제 받도록 제도화되어 있어서 하나의 개인의 쾌락이나 상호 교감하는 방법 중에 하나라는 것과는 거리감이 있어 보인다. 또한 결혼관은 성관계와 일체화되어 있는 개념으로 생각했었던 것과는 다르게 이해 된다. 즉, 결혼은 공식적인 성관계 인정이라는 내용과 가족이라는 테두리를 만드는 공식적인 장치라고 생각되었는데, 소설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결혼관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소설의 관점은 결혼관, 성개념 등의 내용 보다는 남녀가 나누는 사랑 속에 벌어지는 각종 상황별 느낌과 생각들의 정리라고 하겠다. 전체적으로 봐서는 별 것 아닌 것이 그 순간 와 닿는 느낌과 생각은 무척이나 많아서 나 아닌 상대방은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상황별 묘사는 공감되어져 오는 것이 많다. 나의 의도와 다르게 인식되고 느껴져 반응으로 나타나는 모습 속에 남녀의 경험과 체감하는 방식이 다름을 설명한다고 하겠다.

     보통 연애하면서 속되게 얘기해서 양다리 걸치기를 하면 어느 한쪽은 헤어짐을 겪게 되는데 영국에서는 이런 내용이 조금은 개방적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물론 헤어짐이 다가오는 징후일지를 모르겠으나, 공개적으로 다른 남자를 만나는 모습은 약간 색다른 느낌이 든다. 물론 개인취향과 인지하는 정도의 차이가 국적과는 다를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영국의 연인들의 사랑이야기라서 그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처음 소설 속에 그려지는 몇 개의 삽화와 도식이 있어 이게 무슨 소설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내용이 앨리스의 모습과 심리상태를 주관으로 보여주다가도 남자친구들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어 색다른 느낌의 이야기로 느끼게 한다. 재미있다.

아쉬움이 남는다.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 과학수사와 법의학으로 본 조선시대 이야기
이수광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6년 9월

     조선사회의 각종 살인사건에 대한 수사 내용을 정리한 내용이라고 하기에 흥미가 난다. 최근에 과학수사대 CSI에 관련된 외화가 유행처럼 인기를 끌면서 이에 관련된 책들도 소개되어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런 범주에 이 책의 내용도 유사하겠다는 기대를 해 본다.

     저자가 소개하는 책의 내용은 소설형식의 내용을 문헌 자료를 토대로 각색하여 정리했다고 한다. 역시나 정리된 내용의 말투 사극드라마에서 배우들이 연기하는 짤막한 대사의 어투다. 분명 조선시대에 이런 말투를 사용했을까? 말투에 대한 내용은 어문학에 관련된 내용을 더 봐야 할 것이고, 이 책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본다.

     우선 첫 장을 열면서 영화 ‘혈의누’가 생각난다. 차승원이 포도대장(?)으로 출연하여 벌이는 수사과정과 포도대장의 아버지가 역적으로 몰려 능지처참의 처형장면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인터넷에서 다운 받아 보다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하게 다 보지는 못했지만 주요장면과 드라마의 분위기가 이 책에서 펼쳐지는 장면장면의 내용과 겹쳐진다. 또한 다른 드라마에서 보여 주었던 용의자 심문과정의 내용이 연상된다.

     사진과 곁들여진 당시 상황의 심문과정이나 고문방법, 감옥의 전경 등이 사건 설명의 내용을 보충하여 보여주고 있으며, 죄의 판결과정과 형량에 대한 내용을 잘 알 수 있게 보여주고 있다. 크게 나뉘면 사형 아니면 때리는 형벌로 나뉘어 지고, 지금과 같이 형무소라는 틀 안에 장기간 격리시키는 방법은 형벌로 보다는 범인의 신병을 확보한다는 측면이 더 커 보인다. 물론 당시의 감옥 속에서의 생활이 개괄적으로만 보여주고 있어서 길게는 10년간의 옥살이 과정이 어떠했는지는 상상의 몫으로 남아 있다. 의식주와 생리적 현상에 대한 해결이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해져 온다. 마치 돼지우리와 같은 감옥이었을까? 그보다는 낳은 어떤 구조를 만들어 운영되었는가 궁금하다.

     이 책을 보면서 죄의 기준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게 한다. 한가지 소개된 내용 중에 정당방위의 내용으로 불륜을 벌인 외간 남자를 그 자리에서 죽이면 정당방위이고, 다음날 죽이면 살인죄가 적용되는 기준 또한 이해가 되지 않으며, 왕족, 양반에 의한 살인은 그 죄가 없는 신분차별의 사회 속에서 죄가 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남녀에 대한 차별도 있고, 신분사회 속에서 피해자 입장의 노비들의 생활상은 지금의 관점과는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고, 이런 죄에 대한 개념이 기존의 기득권 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는 것에 그 핵심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 삼강오륜을 위반하는 행위가 중대 범죄로 여겨지는 것들이 체제 유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게 한다.

     이 책에 많이 등장하는 지침서인 “무원록”이 어떤 내용이고 소개하는 검시과정의 내용이 과연 과학적인 검시방법인가 하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구타의 흔적이 살아있을 때 벌어진 것인지, 아니면 사후에 벌어진 것인지 등의 판단 기준이 과연 맞는 얘기인가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더 흥미롭고 유익하지 않을 까 생각도 해 본다. 이야기의 내용은 어느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단편적인 옛날 이야기 정도로 느껴진다. 아니면 실록의 단편들을 재 편집한 내용과 같기도 하고…. 아쉬움이 남는다.

고조선 둘러 보기

고조선은 대륙의 지배자였다 ㅣ 우리 역사 바로잡기 1
이덕일, 김병기, 신정일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6년 11월

     최근에 ‘민족사관’이라는 개념 속에 새롭게 그리는 우리의 역사 얘기는 흥미진진하고 멋지다. 우리의 역사가 외세—일본이나 중국의 주변국가에 의해 왜곡 되어져 있다고 한다. 진실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물증적 증거들과 이런 자료들을 통해 우리 역사 바로 세우기 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생각은 한국인이라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하는 내용일 것이다.

     허나 이런 생각 속에 한가지 의문이 든다.
     그 하나는 우리의 역사 속에 아직도 기득권으로 자리잡고 있는 세력이 우리의 역사에 대한 바른 생각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가 공감되지 못한 점과 이런 민족사관이라고 통칭하는 역사관에 대한 생각이 기득권과 공유되지 못해 맴돌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민족사관 하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반항적인 의미를 담고 있고, 선동적인 느낌을 갖게 한다. 이는 순수한 역사의 진실을 찾기 위한 활동의 의미 보다는 ‘민족사관’이라는 역사관을 만들고 그 역사관을 통해 상상의 활개를 펼 수 있는 것으로 치부되어서 기득권에 공감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또 다른 의문은 민족사관을 주장하는 학자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흥분되어서 얘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당연히 흥분되는 역사적 사실이라는 것은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지만 역사를 이야기 할 때 흥분으로 모든 진실을 밝히고 이야기 할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물론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 내용이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 내용이라기 보다는 전체적인 시각에서 우리의 역사가 세계사에 미친 영향이 어떤 역학구조 속에서 펼쳐 졌는지가 통쾌하게 설명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물론 사료부족과 기존의 중국사관에 의한 역사, 일제사관의 역사, 그에 종속되어 연구되어 온 내용 등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민족사관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사료를 찾고, 정리하고, 밝힌다는 것이 쉬운 내용은 분명 아닐 것이다. 허나 이런 역사적 이야기가 너무나 흥분된 감성으로 이야기를 쓰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국부적인 내용들—교과서 수록 내용, 과거에 써진 통사의 한 부분들—에 대한 비판이 아닌 고조선의 역사를 풀어 쓰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이런 우리의 역사가 주변국들—중국, 일본 등—의 역사관과 맞물리면서 지금까지 적당하게 합의되어 끌어 왔던 국제사회의 역학구조의 내용이 새로운 역사관으로 우리의 민족사관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주장이 논리적인 설명과 세계관으로 정리되어 자리 메김 할 수 있겠는가.

     나 또한 잘못된 국사교과서의 내용으로 저자가 지적한 내용과 같이 한사군에 대한 내용을 몇 일에 걸쳐 읽고, 외우고, 시험까지 치럿던 생각이 난다. 이런 학창시절의 공부했던 일들이 왜곡되었다는 것에 울분이 터지고, 이런 역사의식 속에 한국인에 대한 자긍심이 점점 줄어 드는 모습을 느끼고 있다. 기존의 질서를 벗어나는 행동과 상황이 되면 늘상 되뇌이는 말들—한국사람 안된다!!—은 이런 역사관의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에서 탈피하기 위한 방법은 궁극적으로 자긍심을 가져야 되고, 그런 자긍심의 기본은 역사관과 이어진다고 생각된다.

     역사관에 대한 내용은 결국 우리의 뿌리를 올바르게 보고 그 올바른 모습을 정리하는데 있다고 생각된다. 단편적인 내용들이 묶여 진실의 실체를 만들어 가는 것이겠지만 흥분에 쌓여 기존의 식민사관에 의한 역사서술의 오류를 하나하나 밝혀내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내용에서 벗어나 우리의 역사를 다시 그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역사책에서 전설로 들려주는 단국왕검에 대한 이야기가 우리의 실화이고 역사라는 것을 밝히고, 그 실화에 대한 논리적, 사실적인 물증에 의해 보여질 때 기존의 식민사관에 의해 써진 역사책의 내용은 바뀌리라 생각된다. 역사는 힘있는 자에 의해 만들어 진다는 생각을 해 본다. 바꿔 말하면 힘있는 자가 되기 위해서는 역사를 바로써야 할 것이다. 기득권이 지금까지의 역사관으로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었기에 남아있었다면 우리역사의 진실을 바로 세우는 것이 기득권을 유지 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도록 많은 사례를 심도 있게 찾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많은 사료의 문헌 연구를 통해 고조선의 본 모습을 찾으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고 생각된다. 허나 아쉬움은 동일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느낌이 든다. 어찌 보면 제목에서 느껴지는 범위가 너무나 넓어 보인다. 하나의 예를 들면 “한사군의 위치에 대한 기존 역사관과 잘못된 내용에 대한 비판”이라는 주제로 저자가 얘기하는 다양한 사료 분석과 지리적 내용을 토대로 한 분석, 비판이 되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아니면 “고조선의 역사”라는 주제로 정리되었어도 좋았을 것이다. 또한 기행문의 내용 또한 중국 여행기 정도의 느낌이 든다. 심양에서 산해관을 거쳐 돌아오는 여행기는 역사탐방이라는 느낌 보다는 중국여행기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