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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택트 1
칼 세이건 지음, 이상원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12월
평점 :
우주의 미확인 생물체에 대한 탐구를 그린 소설로 유명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작품이다. 영화화 되어 알려지기도 했다. 과거 언젠가 주말의 영화로 보았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난다. 그래서 소설을 보면서 영화도 다시 한번 보게 되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원작소설의 내용을 따랐지만 중간중간 나오는 내용은 원작소설을 그대로 영화화 하기에는 부담스러웠는지 변형을 하여 영화화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와 소설을 본 느낌으로는 소설의 내용이 더 재미있고,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천체물리학에 대한 생각들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어 좋다.
엘리 애로웨이 전파천문학 박사가 주인공이다. 주인공 엘리의 생각과 활동을 배경으로 천문학에 대한, 특히 전파천문학을 통해 우주의 신비를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천문학의 발달 과정과 물리학의 결합이 전파천문학이라는 학문으로 발전해 왔고, 우주 천체에 보여지는 다양한 행성들의 내용은 첨단의 물리학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물론 현대 수학의 내용도 가미되어 있다. 이런 학문들의 내용이 심오한 탐구와 연구를 통해 추론되고 만들어진 지식의 결과물인데 이를 소설의 형식을 빌려 잘 표현하고 있다. 물론 소설에는 단지 천문학을 비롯한 자연과학에 국한하지 않고 인구학, 사회학은 물론 정치, 종교 분야에 대한 다각적인 인간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아우르고 있다. 이런 내용이 영화에서는 단지 우주의 생물체에 대한 탐구 과정을 극화한 내용으로 한정하고 있다고 하겠다.
주인공 앨리가 외계의 지적 존재를 찾는 과정과 지적 존재가 보내 온 신호를 받아 「기계」를 만들어 20분간—지구 시간으로 측정한 시간—의 우주여행을 갔다 온 내용을 그리고 있다. 소설에는 우주여행을 한 사람이 앨리 이외에 4명을 추가한 총 5명으로 그리고 있는데, 영화 속에서는 앨리 혼자만의 짧은 시간—「기계」가 수십 미터의 거리를 자유 낙하하는 짧은 시간—으로 그려지는 모습이 다르다. 하지만 전반적인 이야기의 흐름과 줄거리는 동일하여 원작소설의 느낌을 어느 정도 살렸다고 하겠다. 일반적으로 인지하는 우주여행은 물리적인 이동과 경험, 통신과 녹화되는 자료를 통해 확인되는데 반해 소설 속의 우주여행은 이런 내용과 달리 그려지고 있다. 겪어 본 당사자만이 느낄 수 있고, 당사자 이외는 우주여행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비디오 등의 저장매체를 통한 증거—가 없다. 단지 탑승자의 환상으로 인지되고 있다.
지구촌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전세계의 지구를 이웃과 같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고, 정보문화의 교류가 활발하여 동일한 생활권과 같이 느껴지는 현대에 지구촌이라는 의미는 더욱더 ‘지구는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말이다. 최근에는 지구 환경파괴와 온난화의 영향으로 이상 기후를 보이는 현상을 체감적으로 느끼게 한다. 이런 지구촌에 살면서 소설에서처럼 외계에서 날아 오는 미지의 메시지를 누가 어떻게 받아 해석하고 활용하느냐에 대한 생각을 소설은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다. 소위 세계의 리더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이 주도하고 독점해야 하느냐에 대한 생각이나 공 모양으로 둥근 지구에 살면서 공동의 안전을 위한 협의와 협조지원은 지구촌 시대의 사람들이 체감하고 인식해야 하는 내용이며, 이런 과정의 내용이 소설 속에서는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미지의 절대적인 존재에 대한 종교적인 시각과 느낌은 자연과학을 바탕으로 발전해 온 과학기술이 결국은 절대적인 존재를 인식하고 찾아가는 과정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소설에는 두 개의 천문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푸에르토리코에 실재 설치 되어 운영되는 아레시보 전파천문대와 가상의 천문대로 미국 텍사스에 위치해 있다고 하는 아르고스 천무대가 등장한다. 아레시보 천문대는 세계최대의 전파천문대로 유명한 곳이고, 소설 속에 등장하는 아르고스 천문대는 131개의 전파망원경을 설치한 곳으로 영화의 포스터 그림과 같이 무수하게 나열되어 있는 반사경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아르고스 천문대가 실재하는지를 알기 위해 인터넷을 찾아 보니 아르고스가 그리스로마신화의 등장 인물로 눈이 3개의 전설 속의 인물로 나온다. 어찌 보면 영화의 포스터와 같이 무수한 눈—전파 반사판—을 가진 탐지 장치가 아르고스의 눈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외계의 생명체에 대한 생각과 느낌이 막연한 미지에 대한 동경과 상상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 수학과 물리학의 각종 이론과 천문학에서 관찰하고 발견한 사실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결부되어 과연 밤하늘의 우주 속에 존재 할 지도 모르는 생명체에 대한 생각은 너무도 환상적이면서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 단지 그 환상의 내용이 막연함이 아니라 과학기술의 너머에 존재하는 무언가에 대한 생각을 통해 지금까지 발전해 온 과학기술의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소설 속의 마지막 부분에 수 조 달러를 투입하여 만든 우주여행 장치인 「기계」가 어찌 보면 탑승자에게 단지 20분의 황홀한 기분을 만들어 주는 장치로 비춰지고 있다. 탑승자가 겪었던 여러 가지 상황과 체험에 대한 느낌이 너무도 주관적인 내용으로 인식되어 실재로 우주여행을 한 것이냐에 대한 회의를 갖게 한다. 이런 문제는 결국 과학기술의 발달을 통한 발견과 실험을 통해 인식 되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외계의 알지 못하는 존재를 통해 전달 되어져 온 정보를 통해 수 조 달러의 막대한 재원을 들여 20분간의 환희를 체험하는 장치를 만들었다는 것은 소설 속에서나 접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닌가 생각된다. 경제논리상 너무 무모한 실행이라고 느껴지지만 탑승자 당사자들에게는 너무도 황홀한 여행이라 느껴진다. 이런 느낌을 통해 외계의 생물체를 믿게 된다. 종교적 느낌이 많이 든다.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황홀한 우주여행과 우리의 사회 저변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소설이라 생각된다. 영화의 내용도 그렇지만 영화보다는 소설의 내용이 더욱 재미있고, 다방면에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소설을 읽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