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
마광수 지음 / 해냄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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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광수 교수하면 다들 야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물론 그런 류의 소설과 글들을 많이 써서 그런 것도 있고, 『즐거운 사라』로 인한 구속, 재판 등의 사회 이슈화 된 필화사건이 있어서 더욱 이런 이미지가 부각된 느낌이 든다. 마 교수가 쓴 여러 소설 중에 최근 내용이고, 아예 출판부터 「19세미만 구독불가」라는 딱지를 붙이고 출판이 되었다. 무엇이 미성년자에게 보여주지 말아야 할 내용인지 궁금해져 온다.

     『즐거운 사라』는 처음 출판되었을 때 사건으로 발단되기 전에 봤던 소설이다. 책의 내용에 묘사된 내용이 조금은 파격적이다라는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구속이다 재판이다 하면서 사회를 온통 떠들썩하게 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았는데 그 때의 느낌을 이 소설을 읽으면서 비슷하게 느끼게 된다. 어찌 보면 교수라는 직업이 소설가라는 직업보다는 뭔가 제약이 우리 사회에는 있나 보다. 묘사된 내용을 보면 그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고, 최근에 읽은 『유혹』이 늘 상 인터넷에 떠도는 소위 얘기하는 포르노 사진이나 동영상의 극히 일부분의 내용을 글로 표현했고, 대부분 서양의 남녀의 모습이 소설 속에는 주변의 우리들 모습이라는 것이 다르면 다르다고 하겠다.

     소설 속에는 정신과 의사인 이경훈과 한강고수부지에서 우연히 만난 민자와의 관계를 그리고 있다. 파격적이고 적나라한 묘사와 그를 통해 자유분방한 성 접촉을 그려내고 있다. 또한 정신과 의사의 솔직한 상담과 섹스 클리닉을 통해 대리치료를 민자를 통해 진행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적어도 우리 나라에서는 등장하는 민자의 자유분방한 모습은 조금은 파격적으로 보여진다. 묘사되는 내용 중에 긴 손톱과 긴 머리, 야한 옷차림, 클럽 등을 다니면서 노는 모습이 야하게 그려지고 있다. 이런 모습들이 작가 개인적인 취향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척 자극적이다. 그래서 「19세미만 구독불가」이라는 단서가 붙는 지도 모르겠다.

     소설을 읽으면서 파격적인 정사신의 모습이 처음에는 파격적이었는데 후반부를 넘어서면서 과연 어떻게 결말이 나는지 궁금해져 온다. 통상 소설 속의 주인공과 같은 삶의 모습은 매번 파경으로 치닫는 내용이다. 미혼의 경훈과 민자이기는 하지만 임신중절 등의 겪은 민자의 옛 남자가 찾아와 행패를 부리든지, 아니면 섹스 클리닉이 성매매로 오인되어 「성매매특별법」에 저촉되어 고초를 받는 내용이 나오는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나 소설의 결말은 그런 것과는 달리 주인공 경훈의 생각만 하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어찌 보면 주인공 경훈의 자유분방한 성적 탐닉을 처음부터 끝까지 그려내고 있다고 하겠다.

     과거 『즐거운 사라』(1991년 7월 출간)나 비교적 최근의『유혹』(2006년 12월 출간)이나 비슷한 내용으로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는 내용 같은데 당시에는 왜 그리 난리가 났는지 모르겠다. 책에 대한 판단은 독자가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다양한 모습을 보고 듣고 감상할 수 있는 권리는 독자에게 있다고 생각된다.

     책을 보면서 또 다른 생각이 든다. 어느 TV코미디 프로그램 중에 「마교수」라고 하는 캐릭터의 인물이 등장한다. 작가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코미디 프로로 등장하는 내용일 것이다. 야한 생각, 야한 행동 등을 소재로 하여 웃음을 만드는 모습이 당사자에게는 즐겁지 않았다는 얘기가 되면서 「박교수」라고 이름을 바꾸었다는 얘기가 생각난다. 이런 소설을 쓴다고 해서 우리들이 알고 있고 이미지로 생각하고 있는 「마교수」에 대한 생각이 신문이나 보도 매체를 통해 본질과는 다르게 왜곡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된다. 이런 내용을 접하면서 책은 책을 직접 보고 판단해야 하고, 사람은 직접 만나보고 얘기하고 행동하는 것을 보고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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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분
쑤퉁 지음, 전수정 옮김 / 아고라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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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홍분』은 3편의 단편으로 엮어져 있다. 책의 목차에 있는 3편의 단편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의 보통 여자들의 이야기다. 문화대혁명을 거쳐 경제발전의 도약 초기까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개방되지 못했던 시절의 중국이야기다. 그러면서 그 시대를 살아왔던 중국여자들의 이야기가 너무도 적나라 하게 잘 들어나 보여주고 있다.

     첫 편에 나오는 부녀생활은 씨엔, 즈, 씨아오의 부녀 3대에 걸친 이야기다. 배우지망생이었던 씨엔의 뜻하지 않은 영화사 사장과의 임신, 이어지는 중절의 권유에 통증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한 거부, 이어지는 사장의 도주와 격변기의 낙향, 딸(즈)의 출산 등을 겪는다. 딸로 인해 남자에게 버림 받고, 불행해 졌다는 생각이 딸에 대한 애정이 없어지게 되고 이어 딸 즈에게로 이어지는 애정이 부재한 모녀간의 상황을 보여 준다. 딸 즈 또한 출산을 하지 못한다는 문제로 인해 순탄하지 않은 결혼생활과 양녀 씨아오에 대한 양부의 겁탈행위로 이어지는 양부의 자살은 즈의 불행으로 이어진다. 씨아오 또한 순탄하지 못한 결혼생활과 양부와의 관계로 인해 남편으로부터 이혼을 전제로 한 별거로 이어진다. 마지막에 씨엔이 죽음을 맞이 하면서 딸 즈를 가졌을 때 임신중절을 하지 못함이 이런 부녀의 악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눈을 감는다.
     둘째 편의 홍분은 접대부인 치우이와 샤오어의 이야기다. 치우이와 샤오어는 절친한 언니 동생 하는 사이이다. 문화혁명기에 기녀들의 노동수용소 생활을 통한 사회개혁을 위해 강제 이주를 하는 도중  치우이는 이동 중 탈출하여 부유한 한량이었던 라오푸를 찾아가 잠시 동거를 한다. 허나 라오푸의 어머니의 반대로 집에서 쫓겨나 중이 된다. 한편 노동수용소에서 힘든 노동을 하다가 나온 샤오어는 치우이가 찾았던 라오푸를 찾아 간다. 노동수용소에 있을 동안 라오푸의 가산은 몰수되고 일전 한푼 없는 신세가 되었음에도 씀씀이는 해프기만 하다. 라오푸와 기녀였던 샤오어와 동거를 하면서 임신을 하고 아기를 낳게 된다. 일하기 싫어하는 샤오어를 위해 공금행령을 한 라오푸는 후에 발각되어 죽게 된다. 샤오어 또한 일을 해보려고 했으나 적응하지 못하고 다른 남자를 만나 떠나간다.
     셋째 편의 내용은 1층의 간장판매 상점의 세 여인과 2층에 살고 있는 지엔자매의 이야기다. 국유화된 상점에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3명의 여성간의 이야기와 외부 출입을 전혀 하지 않는 40이 넘은 노처녀 지엔자매는 서로 상반된 삶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1층 상점의 세 여성들의 오가는 이야기나 치고 박고 싸우는 모습과 쥐 죽은 듯이 살아가는 자매의 모습은 일상의 모습인데 이런 가운데 4지엔자매의 동생인 지엔샤오펀의 뒤 늦은 연애는 상점의 여인들에게 화재거리가 된다. 그러는 과정 속에서 서로의 내용은 다르지만 아래층과 위층의 살아가는 여인들의 모습은 비슷하게 느껴진다.

     3편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중국여인들의 모습은 한결같이 답답함을 보여주고 있다. 수동적인 삶의 모습이나 남자 또는 다른 사람에 의해 자신의 삶이 변화되고, 그나마 이런 자극도 없으면 늘 상 동일한 모습의 지루한 삶의 모습을 보여 준다고 하겠다. 이런 여인들의 삶 속에 시대적인 상황이기는 하지만 중국의 문화대혁명은 엄청난 변화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단 여성에게만 더 크게 작용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야기의 배경 속에 문화대혁명은 변화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남자에 의한 여성의 삶의 변화 또한 크다. 가부장적인 사회제도와 체제 속에서 여성 스스로 뭔가 찾아 가면서 개척하는 모습 보다는 남성에 의해 결정되어지는 삶의 모습이 지배적이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그러면서도 끈끈한 삶의 연속은 강인한 여성상을 느끼게 한다. 이런 내용은 우리 한국에서 소설 속에 그려지는 여인들의 모습과도 비슷한 느낌을 갖게 하지만 그 이미지 자체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소박한 여인들의 이야기 속에 그들의 순수한 삶을 들여다 보는 느낌이 든다. 시대적 배경에 대한 생각이나 남자에 대한 생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단지 등장하는 여인들을 통해 그들의 삶의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소설을 읽으면서 웃음 짖게 하는 대목이 왠지 우리와는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느낌의 정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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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시티 7 - 지옥에서 돌아오다
프랭크 밀러 지음, 김지선 옮김 / 세미콜론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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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척이나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그림이 흑백 대비로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씬시티 시리즈 중에 1~4편의 전작에 이은 5~7편의 후속작을 봤다. 흑백대비의 강렬함은 여전하다. 허나 왠지 후반부에 나온 5편과 6편은 1~4편까지의 강렬함이 왠지 줄어드는 느낌이다. 분량이 적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완결판이라고 하는 7편도 마무리되는 느낌이 이어져 나오는 속편이 있을 것 같은 여운을 남기고 이야기가 끝난다.

     등장인물들은 한결같이 폭력성이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총을 쏘거나 칼이나 주먹을 휘두르는 내용이 상상을 초월한다. 또한 술과 여자에 탐닉하는 모습 또한 남다르다. 한편 한편의 이야기 속의 등장 인물들과 등장인물이 지나오는 과정 속에 잠깐씩 스치는 만남이 다른 후속작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어찌 보면 이야기 전체에서 부분부분을 짤라 하나의 이야기 소재로 삼아 엮어 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부조리하고 정의가 부재한 그런 도시 씬시티에서 나름의 방법—자기 자신의 폭력을 휘두르거나 하여 나름의 정의(?)를 지키는 의리—으로 공권력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내용은 무척이나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다. 이런 자극적인 내용이 흑백 명암과 짧은 대사, 이야기 전개 중에 한 대목의 상황을 순간 정지한 듯한 느낌으로 그려내고 있는 모습이 멋지다.

     마지막 완결판이라는 7편은 월레스라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주인공 월레스의 모습은 마치 액션영화 속의 스티븐 시걸과 같은 느낌을 준다. 미국 특수부대 소속으로 명예훈장도 받고 남다른 체격과 무술 솜씨는 영화 속의 스티븐 시걸의 모습과 비슷하게 그려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언더시즈』시리즈에서 보여 준 액션연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7편의 마지막은 왠지 아쉬움이 남는다. 부 정의한 공권력에 대항하고, 비인간적인 폭력에 과감히 대항하여 싸울 수 있는 용기의 사나이의 이야기가 마지막에 가서는 타협을 하는 듯한 모습이 왠지 전반부에 느꼈던 긴장감이 후반부로 가면서 반감되는 느낌이다.

     등장인물들의 강렬한 인상이 주인공의 폭력성과 선정적인 모습이 흑백 명암대비의 그림을 통해 더욱 더 강렬하게 인상에 남는다. 그래서 프랭크 밀러의 만화가 각광받는 이유 중에 하나인가보다. 그래서 플랭크 밀러의 만화를 찾아 보니 『300』, 『배트맨 : 다크 나이트 리턴즈』시리즈가 번역되어 있다고 확인된다. 대부분 영화화 되어 나온 내용이다. 또한 영웅들의 이야기를 그린 내용이기도 하고… 만화 원작의 영화들이기도 하지만 그 선정성과 폭력성이 남다르기는 하지만 재미 또한 탁월한 느낌이 든다.

     왠지 아쉬움이 남는 씬시티 시리즈가 7편으로 완결된다고 하니 아쉬움은 남지만 이와 더불어 만화 속의 강렬한 주인공의 활약 상 또한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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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택트 1
칼 세이건 지음, 이상원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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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의 미확인 생물체에 대한 탐구를 그린 소설로 유명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작품이다. 영화화 되어 알려지기도 했다. 과거 언젠가 주말의 영화로 보았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난다. 그래서 소설을 보면서 영화도 다시 한번 보게 되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원작소설의 내용을 따랐지만 중간중간 나오는 내용은 원작소설을 그대로 영화화 하기에는 부담스러웠는지 변형을 하여 영화화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와 소설을 본 느낌으로는 소설의 내용이 더 재미있고,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천체물리학에 대한 생각들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어 좋다.

     엘리 애로웨이 전파천문학 박사가 주인공이다. 주인공 엘리의 생각과 활동을 배경으로 천문학에 대한, 특히 전파천문학을 통해 우주의 신비를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천문학의 발달 과정과 물리학의 결합이 전파천문학이라는 학문으로 발전해 왔고, 우주 천체에 보여지는 다양한 행성들의 내용은 첨단의 물리학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물론 현대 수학의 내용도 가미되어 있다. 이런 학문들의 내용이 심오한 탐구와 연구를 통해 추론되고 만들어진 지식의 결과물인데 이를 소설의 형식을 빌려 잘 표현하고 있다. 물론 소설에는 단지 천문학을 비롯한 자연과학에 국한하지 않고 인구학, 사회학은 물론 정치, 종교 분야에 대한 다각적인 인간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아우르고 있다. 이런 내용이 영화에서는 단지 우주의 생물체에 대한 탐구 과정을 극화한 내용으로 한정하고 있다고 하겠다.

     주인공 앨리가 외계의 지적 존재를 찾는 과정과 지적 존재가 보내 온 신호를 받아 「기계」를 만들어 20분간—지구 시간으로 측정한 시간—의 우주여행을 갔다 온 내용을 그리고 있다. 소설에는 우주여행을 한 사람이 앨리 이외에 4명을 추가한 총 5명으로 그리고 있는데, 영화 속에서는 앨리 혼자만의 짧은 시간—「기계」가 수십 미터의 거리를 자유 낙하하는 짧은 시간—으로 그려지는 모습이 다르다. 하지만 전반적인 이야기의 흐름과 줄거리는 동일하여 원작소설의 느낌을 어느 정도 살렸다고 하겠다. 일반적으로 인지하는 우주여행은 물리적인 이동과 경험, 통신과 녹화되는 자료를 통해 확인되는데 반해 소설 속의 우주여행은 이런 내용과 달리 그려지고 있다. 겪어 본 당사자만이 느낄 수 있고, 당사자 이외는 우주여행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비디오 등의 저장매체를 통한 증거—가 없다. 단지 탑승자의 환상으로 인지되고 있다.

     지구촌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전세계의 지구를 이웃과 같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고, 정보문화의 교류가 활발하여 동일한 생활권과 같이 느껴지는 현대에 지구촌이라는 의미는 더욱더 ‘지구는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말이다. 최근에는 지구 환경파괴와 온난화의 영향으로 이상 기후를 보이는 현상을 체감적으로 느끼게 한다. 이런 지구촌에 살면서 소설에서처럼 외계에서 날아 오는 미지의 메시지를 누가 어떻게 받아 해석하고 활용하느냐에 대한 생각을 소설은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다. 소위 세계의 리더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이 주도하고 독점해야 하느냐에 대한 생각이나 공 모양으로 둥근 지구에 살면서 공동의 안전을 위한 협의와 협조지원은 지구촌 시대의 사람들이 체감하고 인식해야 하는 내용이며, 이런 과정의 내용이 소설 속에서는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미지의 절대적인 존재에 대한 종교적인 시각과 느낌은 자연과학을 바탕으로 발전해 온 과학기술이 결국은 절대적인 존재를 인식하고 찾아가는 과정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소설에는 두 개의 천문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푸에르토리코에 실재 설치 되어 운영되는 아레시보 전파천문대와 가상의 천문대로 미국 텍사스에 위치해 있다고 하는 아르고스 천무대가 등장한다. 아레시보 천문대는 세계최대의 전파천문대로 유명한 곳이고, 소설 속에 등장하는 아르고스 천문대는 131개의 전파망원경을 설치한 곳으로 영화의 포스터 그림과 같이 무수하게 나열되어 있는 반사경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아르고스 천문대가 실재하는지를 알기 위해 인터넷을 찾아 보니 아르고스가 그리스로마신화의 등장 인물로 눈이 3개의 전설 속의 인물로 나온다. 어찌 보면 영화의 포스터와 같이 무수한 눈—전파 반사판—을 가진 탐지 장치가 아르고스의 눈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외계의 생명체에 대한 생각과 느낌이 막연한 미지에 대한 동경과 상상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 수학과 물리학의 각종 이론과 천문학에서 관찰하고 발견한 사실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결부되어 과연 밤하늘의 우주 속에 존재 할 지도 모르는 생명체에 대한 생각은 너무도 환상적이면서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 단지 그 환상의 내용이 막연함이 아니라 과학기술의 너머에 존재하는 무언가에 대한 생각을 통해 지금까지 발전해 온 과학기술의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소설 속의 마지막 부분에 수 조 달러를 투입하여 만든 우주여행 장치인 「기계」가 어찌 보면 탑승자에게 단지 20분의 황홀한 기분을 만들어 주는 장치로 비춰지고 있다. 탑승자가 겪었던 여러 가지 상황과 체험에 대한 느낌이 너무도 주관적인 내용으로 인식되어 실재로 우주여행을 한 것이냐에 대한 회의를 갖게 한다. 이런 문제는 결국 과학기술의 발달을 통한 발견과 실험을 통해 인식 되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외계의 알지 못하는 존재를 통해 전달 되어져 온 정보를 통해 수 조 달러의 막대한 재원을 들여 20분간의 환희를 체험하는 장치를 만들었다는 것은 소설 속에서나 접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닌가 생각된다. 경제논리상 너무 무모한 실행이라고 느껴지지만 탑승자 당사자들에게는 너무도 황홀한 여행이라 느껴진다. 이런 느낌을 통해 외계의 생물체를 믿게 된다. 종교적 느낌이 많이 든다.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황홀한 우주여행과 우리의 사회 저변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소설이라 생각된다. 영화의 내용도 그렇지만 영화보다는 소설의 내용이 더욱 재미있고, 다방면에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소설을 읽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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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로드
랍 기포드 지음, 신금옥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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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상하이에서 코르가츠까지 4825㎞의 국도 312번을 따라 간 중국여행기는 여느 여행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든다. 중국에 관련된 책들의 내용에는 왠지 모를 과장되었다는 느낌이나 흥미위주의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느낌인데 이 책의 내용은 그것과는 다르게 발로 뛰어서 찾아간 곳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해 주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저자인 랍 기포트는 중국에 어학연수를 와서 20년 이상 머물면서 중국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인물인 것 같다. 또한 중국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에서 중국 당국이 꺼려하는 치부까지도 과감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용기도 있는 것 같다. 그의 직업이 라디오 방송인이고 현장 르뽀를 통한 이야기를 주로 하는 사항이라 그런지 현장의 모습을 각종 데이터와 연관하여 보여주려는 시각이 새롭게 느껴진다.

     중국은 한반도 면적의 44배라고 한다. 그 광활한 지역에 세계 최대의 인구인 13억이 넘는 사람이 살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그곳의 이야기가 한마디로 어떻다고 얘기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또한 최근에 올림픽을 전후한 세계를 주도하는 강대국의 반열에 들어서기 위한 중국정부의 노력과 각종 활동은 정치, 경제, 문화적인 모든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해오고 있다. 한시라도 중국에서 생산한 물건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의 경제성장과 영향력은 막강해진 상황이다. 그에 못지 않게 문제점도 많이 만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새롭게 급 부상한 중국에 대해 중국을 동서로 가르는 국도 312번을 따라가면서 저자가 들려주는 중국얘기는 좀더 명확하게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을 갖게 해 주는 느낌이다. 이런 느낌은 보다 비판적인 내용도 있겠지만 너무 부정적인 이야기의 부각이 아닌 그곳의 현상을 눈으로 보고 들려 주는 이야기에서 더욱 신뢰감이 느껴진다고 하겠다. 또한 곁들여지는 정치상황이나 숫자화된 통계데이타는 이런 신뢰감을 뒷받침 하고 있다. 때로는 중국정부에서 터부시하고 감추고 싶어하는 내용도 위험을 무릅스고 잠입 르뽀 형태의 취재와 탐방기는 더욱 더 생동감을 불어 넣고 있다.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된 올림픽은 전후하여 여러 가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화려한 올림픽 행사를 위한 어두운 그늘의 얘기들이 부각되어 들려주는 얘기들이 신문과 방송매체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특히 환경파괴와 그로 인한 각종 문제점과 티벳사태나 위그루자치주의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시위나 테러는 소수민족을 억압하는 정치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또한 베이징올림픽을 위한 개발과 그 이면의 저속득층의 갈등은 화려한 중국의 이면이라고 하겠다. 방송에서 들려주는 이런 얘기들은 왠지 흥미위주의 이야기로 보여진다. 기사화 되는 내용이 분량과 시간의 제약으로 인해 그러지는 모르겠지만 올림픽의 화려함과 상반된 내용의 이야기는 또 다른 흥미꺼리(?)로 보여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반면에 저자가 들려주는 『차이나 로드』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느낌이 든다. 책이라는 특성과 저자가 발로 뛰어다니면서 들여주는 이야기라서 더욱 생동감이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4825㎞를 두 달에 걸친 여행은 결코 재미만 있는 여행은 아니라 생각된다. 이동수단이 저자는 주로 택시를 이용했다고 하는데 비용도 만만챤을 것이고, 히치하이킹을 하면서 국도를 오가는 화물트럭을 얻어 타면서 운전기사와 나누는 이야기는 고된 여행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사막지대를 지나면서 잠자는 것과 먹는 것, 가장 기본적인 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분명 이런 여행자체가 무모하리라 생각되겠지만 두 달에 걸친 여행을 마무리하고 책까지 써낸 저자가 대단해 보인다. 조금은 화려한 여행이지 않았나 생각되기도 하고, 중국의 발전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대도시를 벗어나 시골이나 지방은 옛모습 그대로라고 하면 기본적인 의식주가 편했으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어찌 되었든 직접 발로 뛰면서 중국의 실체를 보여주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이 대단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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