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분
쑤퉁 지음, 전수정 옮김 / 아고라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소설 『홍분』은 3편의 단편으로 엮어져 있다. 책의 목차에 있는 3편의 단편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의 보통 여자들의 이야기다. 문화대혁명을 거쳐 경제발전의 도약 초기까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개방되지 못했던 시절의 중국이야기다. 그러면서 그 시대를 살아왔던 중국여자들의 이야기가 너무도 적나라 하게 잘 들어나 보여주고 있다.

     첫 편에 나오는 부녀생활은 씨엔, 즈, 씨아오의 부녀 3대에 걸친 이야기다. 배우지망생이었던 씨엔의 뜻하지 않은 영화사 사장과의 임신, 이어지는 중절의 권유에 통증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한 거부, 이어지는 사장의 도주와 격변기의 낙향, 딸(즈)의 출산 등을 겪는다. 딸로 인해 남자에게 버림 받고, 불행해 졌다는 생각이 딸에 대한 애정이 없어지게 되고 이어 딸 즈에게로 이어지는 애정이 부재한 모녀간의 상황을 보여 준다. 딸 즈 또한 출산을 하지 못한다는 문제로 인해 순탄하지 않은 결혼생활과 양녀 씨아오에 대한 양부의 겁탈행위로 이어지는 양부의 자살은 즈의 불행으로 이어진다. 씨아오 또한 순탄하지 못한 결혼생활과 양부와의 관계로 인해 남편으로부터 이혼을 전제로 한 별거로 이어진다. 마지막에 씨엔이 죽음을 맞이 하면서 딸 즈를 가졌을 때 임신중절을 하지 못함이 이런 부녀의 악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눈을 감는다.
     둘째 편의 홍분은 접대부인 치우이와 샤오어의 이야기다. 치우이와 샤오어는 절친한 언니 동생 하는 사이이다. 문화혁명기에 기녀들의 노동수용소 생활을 통한 사회개혁을 위해 강제 이주를 하는 도중  치우이는 이동 중 탈출하여 부유한 한량이었던 라오푸를 찾아가 잠시 동거를 한다. 허나 라오푸의 어머니의 반대로 집에서 쫓겨나 중이 된다. 한편 노동수용소에서 힘든 노동을 하다가 나온 샤오어는 치우이가 찾았던 라오푸를 찾아 간다. 노동수용소에 있을 동안 라오푸의 가산은 몰수되고 일전 한푼 없는 신세가 되었음에도 씀씀이는 해프기만 하다. 라오푸와 기녀였던 샤오어와 동거를 하면서 임신을 하고 아기를 낳게 된다. 일하기 싫어하는 샤오어를 위해 공금행령을 한 라오푸는 후에 발각되어 죽게 된다. 샤오어 또한 일을 해보려고 했으나 적응하지 못하고 다른 남자를 만나 떠나간다.
     셋째 편의 내용은 1층의 간장판매 상점의 세 여인과 2층에 살고 있는 지엔자매의 이야기다. 국유화된 상점에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3명의 여성간의 이야기와 외부 출입을 전혀 하지 않는 40이 넘은 노처녀 지엔자매는 서로 상반된 삶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1층 상점의 세 여성들의 오가는 이야기나 치고 박고 싸우는 모습과 쥐 죽은 듯이 살아가는 자매의 모습은 일상의 모습인데 이런 가운데 4지엔자매의 동생인 지엔샤오펀의 뒤 늦은 연애는 상점의 여인들에게 화재거리가 된다. 그러는 과정 속에서 서로의 내용은 다르지만 아래층과 위층의 살아가는 여인들의 모습은 비슷하게 느껴진다.

     3편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중국여인들의 모습은 한결같이 답답함을 보여주고 있다. 수동적인 삶의 모습이나 남자 또는 다른 사람에 의해 자신의 삶이 변화되고, 그나마 이런 자극도 없으면 늘 상 동일한 모습의 지루한 삶의 모습을 보여 준다고 하겠다. 이런 여인들의 삶 속에 시대적인 상황이기는 하지만 중국의 문화대혁명은 엄청난 변화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단 여성에게만 더 크게 작용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야기의 배경 속에 문화대혁명은 변화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남자에 의한 여성의 삶의 변화 또한 크다. 가부장적인 사회제도와 체제 속에서 여성 스스로 뭔가 찾아 가면서 개척하는 모습 보다는 남성에 의해 결정되어지는 삶의 모습이 지배적이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그러면서도 끈끈한 삶의 연속은 강인한 여성상을 느끼게 한다. 이런 내용은 우리 한국에서 소설 속에 그려지는 여인들의 모습과도 비슷한 느낌을 갖게 하지만 그 이미지 자체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소박한 여인들의 이야기 속에 그들의 순수한 삶을 들여다 보는 느낌이 든다. 시대적 배경에 대한 생각이나 남자에 대한 생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단지 등장하는 여인들을 통해 그들의 삶의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소설을 읽으면서 웃음 짖게 하는 대목이 왠지 우리와는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느낌의 정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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