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테르미도르 - 전3권
김혜린 지음 / 길찾기 / 200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베르사이유의 장미를 처음 본 것은 내가 아직 초등학생이었다.. 섬에서 초등학교를 다닌 내게는 만화를 보는 통로가 그리 많지 않았다.. 기껏 해야 텔레비젼에서 방송되는 애니메이션이나.. 가끔 아빠가 육지로 출장을 나가셨을때 서점에 들러 한권씩 사오셨던.. 보물섬이나 만화왕국이 전부인 그런 시절이었다.. 신기하게도 <베르사이유의 장미>는 초등학교 교실 한켠의 책장에 꽂혀 있었다... 처음.. 무슨 이야긴줄도 모르고 그림을 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조금 자랐을때.. 만화를 많이 읽었던 중학교 시절.. 다시 <베르사이유의 장미>를 보았다... 옛날에 본 만화가 이 만화가 맞는가.. 싶을 정도록 충격이었다.. 마침.. 텔레비젼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방영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그 후로.. 프랑스 혁명에 관련된 만화는 찾아서 보게 되었다.. 그 때 보게 된 것이 바로 이 <테르미도르>였다.. 아직 김혜린이라는 작가를 잘 알지 못했던 시절이었지만.. 어쩌면 이렇게도 처절할까.. 내 첫 느낌은 그랬다..
어느 인터뷰에서 신일숙 샘이.... 처음 <라이언의 왕녀>를 내 놓고 데뷔를 하고선.. 김혜린 샘의 <북해의 별>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그림, 그리고 연출력과 이야기가.. 자신과 똑같은 데뷔작인데도.. 자신이 너무도 초라하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김혜린 샘의 만화에는 恨이 담겨 있는 듯 하다.. 지도에도 없는 배경속의 북해의 별에서부터.. 테르미도르, 아라크노아, 불의 검, 광야... 실제로 김혜린 샘을 만났을 때의 느낌은.. 친근한 이웃 같았다... 부산 사투리를 정겹게 쓰신 탓도 있지만.. 암튼..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올까.. 싶게.. 사람을 빨아들이는 만화라니.. 이건 분명 대단한 재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