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방 손님과 어머니 2
기선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게임방 손님과 어머니』라니…….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이 작품은 이미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려서 잘 알려진 주요섭 님의 소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2006년 버전이랄까? 제목과 설정을 생각하지 않고는 두 작품을 쉽게 연결시킬 수 없을 만큼 파격적으로 변모하긴 했지만, 어찌되었든 제목에서 풍기는 느낌과 기본적인 설정은 오래전 그 소설에서 따 왔음을 의심할 수 없게 만든다. 게다가 핵심인물인 딸아이는 나이(6살)와 이름(박옥희)까지 일치하니 어찌 두 작품을 따로이 생각할 수 있으랴?

  하지만 이미 수 차례 영화화, 드라마화를 거쳐 알려질 대로 알려진 소설을 리메이크 한다는 것은 비록 현대판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지라도 부담백배 일 것이다. 그 유명한 원작 소설은 이미 앞서 언급했듯이 교과서에도 실렸었고(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국어선생님께서 밑줄 좌악~ 그어주시면서 그 숨겨진 의미에 대해 설명하시던 기억이 난다. 수능에는 이런 문제가 나온다고 하시면서 말이다. 스물 네 살 난 젊은 과부인 미모의 어머니와 여섯 살 난 딸 옥희, 그리고 하숙을 하게 된 총각 선생님이 주요 등장인물이며, 어머니와 선생님 사이에 피어나는 야릇한 연정을 천진난만한 여섯 살 옥희의 시선으로 보는 이야기가 소설의 기둥 줄거리였다. 현재의 시각에선 피끓는 청춘 남녀가 한 집에 살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 치고는 지나치게 뜨뜻미지근하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자면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전할 수 없는 애틋함 정도일까.

  그렇다면 현대판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인 『게임방 손님과 어머니』는 어떨까? 가녀리고 내숭 원단이었던 어머니는 터프하고 생활력 강한 게임 매니아로, 열정적이지만 소심하고 우유부단했던 선생님은 초 절정 꽃미남이지만 직업의 특성상 거의 대부분 초 폐인 모드로 지내는 만화가로, 소설의 화자였던 여섯 살 옥희는 그림일기 쓰기가 취미인 요즘 그 나이 또래 아이들처럼 영특하고 당돌한 어린 아이이로 설정되었다. 특히, 어머니는 스물 네 살의 하숙집 주인에서 스물 여섯 살의 오키 PC방 사장님 ‘황가영’으로 변모하였으며, 사랑방(게임방)에 들어온 손님(?)은 시대적 흐름에 걸맞게 연상의 교사에서 연하의 꽃미남 만화가 한판석(필명 : 한도빈)으로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다. 

  제목과 설정을 소설에서 빌려왔지만 2006년 “게임방”에서는 1930년대의 “사랑방”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놀랍고 신기한 일들이 가득하다. 등장인물이라고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옥희 외에는 까까머리 중학생 삼촌이 고작이었던 소설에 비해 『게임방 손님과 어머니』에서는 저마다 개성 강한 캐 발랄한 캐릭터들이 이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게다가 가영과 판석 사이에 긴장감을 더해주는 라이벌까지 등장, 만화적 재미를 더욱 배가시킨다. 화려하고 요란한 표지가 말해주듯이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동급 최강의 폭소를 자아내게 만들었던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로 갈수록 가영과 판석, 태호의 삼각관계 멜로라인에만 다소 치중해 신선미가 다소 떨어진 것이 흠이랄까. 독특한 설정과 중간 중간 선보인 막강 패러디 감각이 눈길을 사로잡았던, 만화적 상상력이 즐거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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