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U. 1
김강원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4년 만에 드디어 후속권이 발간된 「I.N.V.U」. 세월이 흐른 탓일까. 내가 나이가 든 탓일까? 이전에 비해 느낌이 변한 듯 하다. 아마 둘 다가 이유가 되겠지. 트렌드를 반영한 TV 드라마나 영화가 세월이 흐른 다음에는 어느 정도 촌스럽게 느껴지는 것처럼, 만화 속에선 그 촌스러움이 다소 무뎌질 수도 있지만 4년의 세월은 독자들에게도, 작가 자신에게도 결코 짧은 세월만은 아니다. 7년 만에 2권이 발행된 박희정 작가의 「마틴 & 존」에서도 달라진 그림체와 잊혀진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해 적잖게 당혹감을 느낀 바 있었다. 그래서 그럴까? 1권부터 다시 읽었는데도 ‘예전에 이 만화가 이런 내용이었던가?’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었다.

  어찌 보면 내용은 아주 단순하다. 고등학교 1학년 세이, 리아, 채은, 그리고 하리. 네 명의 여고생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펼쳐진다. 엄마의 남성편력 탓이 남성 기피증이 있는 세이는 엄마가 카드 한 장(그것도 엄마와 썸씽이 있는 남자의 카드) 달랑 쥐어주며 이탈리아로 떠나자, 엄마와 친분이 있는 하리 네 집에 살게 된다. 이사 온 첫날 강렬한 첫인상으로 눈길을 끌었던 시호는 알고 보니 같은 학교 남학생. 시호와 여기 저기서 자주 부딪치면서 세이는 시호와 묘한 관계가 되어 간다. 한편, 하리는 남동생 태리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상증세를 보이는 엄마 때문에 집에서는 태리 행세를 하고 있는데, 학교에서는 날카롭게 겉도는 아웃사이더가 되어있다. 세이가 어린 시절부터 좋아한 하준은 세이가 다니는 학교의 교사로 재직 중인데 하리와도 과외교사로 인연을 맺은 바 있다. 세이가 하준을 소심하게 짝사랑하는데 반해 하리는 보다 적극적으로 하준을 밀어붙이는데, 의외로 순진남인 하준은 하리를 어쩔 줄 몰라 한다. 거기다 인기 연예인이 목표인 리아는 시호를 발판 삼아 연예계로 진출하고, 채은은 파티쉐 시몬에게 반해 제과기술을 배우기 시작한다. 크게는 세이와 하리를 중심으로 주변 인물인 리아와 채은, 그리고 시호, 하준, 시몬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한참 만에 4권이 나온 터라, 이야기에 집중하는 데 다소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으며, 그 동안 꽤 시간이 흐른 탓에 여러 가지가 방해요소로 작용했다. 변해버린 그림체야 어쩔 수 없는 세월 탓이라고 하더라도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진부해져 가는 스토리는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 사뭇 궁금해진다. 차라리 「BIBI 아이리스」때의 어정쩡함이 신선했달까. 김강원 작가님의 깔끔한 그림체와 매력적인 이야기 진행 방식을 예전부터 좋아했었는데, 이번 이야기도 환골탈퇴(?)하여 뭔가 신선한 전개방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저 그렇고 그런 연애 이야기로 전락하는 모습만은 제발 보고 싶지 않은 것이 절실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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