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돌 1
최경아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최경아 작가님의 신작 「Ruby Doll(루비 돌)」 1권이 발매되었다. 각 인터넷 서점 별로 일러스트 프리노트를 증정하는 예매 이벤트를 실시하는 등,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등장한 것. 월간지인 『이슈』에 2회 분량이 연재되었다가 돌연 온라인 연재로 돌아서며 어느 정도 진통이 있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어쨌든 「루비 돌」에는 최경아라는 작가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그대로가 담겨 있다. 예쁘고 화려한 주인공들. 그들은 의상에서 소품까지 넘치는 패션센스를 자랑하는(실제로 최경아 작가는 최근 쇼핑몰까지 오픈했다는 소문^^), 거만하고 잘나신 부잣집 자제들이다. 게다가 순정만화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남장여자도 등장하는데, 그는 설정 자체에서 풍겨 나오는 묘하고 중성적인 분위기를 한껏 발산한다.

  엄청난 재산가이자 괴팍한 주인공들의 할아버지가 후계자 선정을 위해 게임을 제안한다. 개성 넘치는 4인방의 후계자 쟁탈전이 시작 된 것. 할아버지의 외도로 낳은 아들을 아버지로 둔, 다소 음침하고 집념 강한 성루진(주인공 남장 소녀), 후계자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부모님과의 추억이 깃든 집을 지키기 위해 게임에 뛰어든 성루하, 그리고 각각 고모네 아들로 가족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경쟁에 뛰어든 시니컬하지만 속을 알 수 없는 김루민과 단순무식해 보이지만 의리와 인정이 있는 전형적인 스포츠 형 헤어스타일의 소유자 최루성. 그들은 할아버지의 말도 안 되는 조건과 이상한 게임진행 방식에 때때로 강한 불만을 드러내지만 그 때마다 돌아오는 건 철저한 감점뿐이다. 게다가 할아버지는 공동생활에 익숙해져야 한다며 루하와 루진, 루성과 루민을 같은 방에 배정하고, 생일이 같은 루하와 루진 사이에선 종종 이상기류가 감지되기도 한다. 잘 나가던 부잣집 도련님에서 순식간에 한 달 용돈 10만원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집에서 먹는 밥도 끼니 당 2천원) 신세로 전락해 버린 꽃돌이 4인방. 그들은 난생 처음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들고, 돈 벌기의 어려움과 할아버지의 견제에 부딪쳐 좌절한다. 게다가 학교 최고 얼짱이자 루하의 소꿉친구 유리비는 루진에게 반하는데…….

  이쯤 되면 다음 스토리는 어쩐지 눈에 보이는 듯 하다. 순정만화에 익숙해진 독자라면 과연 누가 후계자가 되는지의 여부보다는 루진의 정체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쪽이 어느 쪽인가와 그 이후 결과에 대해 더 관심이 쏠리지 않을까? 예상대로라면 루민 → 리비 → 루하 → 루성 순이 아닐까? 마지막에 루진이 최고점을 받아 테스트를 통과해 후계자로 선정되더라도 언젠가 밝혀질 루진의 성별이 문젯거리가 될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루진-루하 사이의 므흣한 관계가 걸림돌이 될 터. 사촌간의 사랑이라면 분명 금단의 소재이긴 하지만 쌍둥이 남녀의 독한 애증관계를 선보인 이현숙 자가의 「악의 꽃」에 비하면 그 수위는 새발의 피라고나 할까. 게다가 그 둘의 혈연관계는 어쩐지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뭐, 어찌 되었든 자극적이고 통속적인 소재와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작품답게 어느 정도의 인기는 예상되는 작품이다. 그러나 고만고만한 작품으로 대중의 인기를 누리는 작품보다 작가 스스로 밝혔듯이 그리는 사람이 만족하는 작품, 그리고 독자들에게도 새로운 즐거움을 안겨주는 작품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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