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님이 보고계셔 4
콘노 오유키 지음, 윤영의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이하 통칭 ‘마리미떼’)>는 이 작품을 연재했던 윙크에서 유일하게 잘 챙겨보지 않던 작품이었다. 편견이란 무서운 법. 잘 알지 못하는 작품일 지라도 겉만 스르르 본 다음에 ‘이건 이러이러할 것이다.’라고 각인되어 버리면 좀처럼 그 작품엔 손이 안 가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우연한 계기로 이 작품을 보게 되었는데, 역시나 선입견 때문인지 처음부터 눈길을 확 사로잡는 매력이라던가 너무 재미있어서 눈을 못 뗄 정도의 호들갑스런 반응이 나오진 않았지만, 어쩐지 보면 볼수록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 작품이었다.

  솔직히 <마리미떼>에 대한 가장 큰 거부감의 원인은 내 여고시절과는 너무도 판이하게 다른 ‘고급교육을 받는 아가씨들이 다니는 사립 릴리안 여학원’ 그 자체였다. 제목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유치원에서부터 대학까지 논스톱으로 이어지는 전통 있는 가톨릭 재단의 요조숙녀 학교 릴리안 여학원. 그 중에서도 학생회인 산 백합회가 이 작품의 주 무대가 된다. 게다가 <마리미떼>를 쉽게 볼 수 없었던 결정적인 원인은 바로 이 독특한 집단용어에 있다. 릴리안 학원은 뭐, 학교 이름이니 그렇다 치고. 산 백합회니 홍장미, 황장미, 백장미 같은 요상한 이름의 집단에다가 이들을 로사 키넨시스, 로사 페티다, 로사 기간테아라고 부르질 않나. 거기다 쇠르(자매)는 또 뭐란 말인가? 그야말로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보통의 여자 고등학교 출신인 내게는 전혀 현실감이 없는 별세계 같은 이 독특한 용어 덕분에 지레 질려 했었다. 이게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이란 말인가? 사족을 붙이자면, 학교 이름이 릴리안 여학원이니 학생회는 산 백합회가 된다고 치자. 그런데 어찌하여 그 학생회 구성원의 별명은 백합이 아니라 장미가 되어버린 걸까. 개인적인 궁금증^^

  ‘마리아님! 오늘 하루도 바르게 살 수 있도록 지켜봐 주세요. 스커트 주름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세일러 칼라가 펄럭이지 않도록 차분하게 걷는 것이 이 곳(릴리안 여학원)에서 지켜야 할 몸가짐.’이라고 생각하는 릴리안 여학원의 고등부 1학년인 평범한 소녀 후쿠자와 유미는 평소에 동경하던 로사 키넨시스 앙 부통(홍장미 봉우리)인 오가사와라 사치코와 우연한 만남을 갖게 된다. 우연에 우연이 겹치면 인연이 되는 법. 평범한 소녀에서 동경해 마지 않던 로사 키넨시스 앙 부통 사치코의 쁘띠 쇠르가 된 유미는 사치코 뿐 아니라 산 백합회의 임원인 로사 키넨시스(홍장미-미즈노 요코), 로사 페티다(황장미-토리이 에리코), 로사 페티다 앙 부통(하세쿠라 레이), 로사 페티다 앙 부통 쁘띠 쇠르(시마즈 요시노), 로사 기간테아(백장미-사토 세이), 로사 기간테아 앙 부통(토도 시마코) 등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된다. 이야기는 주인공 유미를 중심으로 각각의 에피소드 별로 백합회의 주요 인물들을 차례로 전면에 내세우며 아기자기하게 진행된다.

  Oyuki Konno의 원작 소설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가 1998년 발매된 이래로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대단한 판매부수를 올린 데 힘입어, 지난 2003년부터는 Satoru Nagasawa에 의해 만화로도 연재되기 시작했으며, 이후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은 통칭 백합물(여성 동성애를 다룬 작품)로 분류되고 있긴 하지만, 작가 자신이 밝혔듯이 백합물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평범한 학원물에 가깝다. 또한 굳이 백합물로 분류하지 않더라도, 일반적인 미소녀 물과도 차별화 된다. 보통 남성들이 열광하는 미소녀물의 경우 귀엽고 예쁜 얼굴과 그에 어울리지 않는 쭉쭉 빵빵한 몸매를 소유한 미소녀들이 성적매력을 어필하는 작품이 많지만 <마리미떼>의 경우 미소녀들이 우루루 등장하긴 하지만, ‘그들이 과연 성적 매력을 풍기는가?’라는 질문에선 절대적으로 회의적인 답변이 나올 게 뻔 하기 때문이다.

  물론 작품 전반에 걸쳐 미소녀들이 등장인물의 95% 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주요 남성등장 인물 이래봤자 유미의 남동생인 유키와 하나데라 학원의 학생회장이자 사치코의 사촌오빠(이자 약혼자)인 카시와기 스구루 정도로 미약하긴 하지만, 단순한 백합물로 분류하기엔 여러 모로 아쉬움이 가득하다. 여성 동성애를 전면적으로 다룬 작품이 아닐 뿐더러 약간의 묘한 코드가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철저히 여고생의 눈높이에 맞춰 그들의 고민과 심리묘사에 초점을 두고 있다. 때문에 나라와 환경이 판이하게 다를지라도 현실적인 여고생의 느낌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특히 “평안하십니까”라는 독특한 인사법이 인상적인 카톨릭 재단의 요조숙녀 학교인 사립 릴리안 여학원이라는 배경설정은 묘한 신비감마저 갖게 해서 이런 특별한 학원에 다니는 요조숙녀 주인공들도 평범한 나와 별로 다르지 않다는 진한 동질감이 바로 <마리미떼>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또한 철저히 소녀 취향의 작품이지만 요조숙녀 학교를 다니는 세일러 교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화사한 미모의 소녀들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작품임으로 남성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이렇듯 남녀 모두에게서 거부감 없이 사랑받을 수 있는 매력이 <마리미떼>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