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이야기 2
모리 카오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근대 영국 귀족사회의 어느 귀족 가(家)의 하녀 엠마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려낸 『엠마』의 작가 KAORU MORI가 신작 『신부 이야기』로 돌아왔다. 그의 전작 『엠마』는 불세출의 인기작이라고 표현하기엔 무리가 있겠지만 작가에겐 어느 정도의 지명도와 인기를 안겨준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그런 『엠마』의 후속작품이 어떤 이야기일까 기대하고 있었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아름다운 작품으로 돌아와 주셨다.

19세기 중앙아시아, 카스피 해 인근의 지방도시에 사는 에이혼 가(家)의 막내아들 카르르크에게 산 너머 먼 마을에서 여덟 살 연상의 새색시 아미르가 말을 타고 시집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름동안은 유목민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하르갈 가문의 처녀인 스무 살의 아미르와 예전에는 유목을 했었지만 지금은 마을에 정착해 살고 있는 에이혼 가의 아들인 열 두 살의 카르르크는 말 그대로 아름다운 신부와 어린 신랑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비롯하여 아버지, 어머니와 누나 세이레케와 자형 유스프, 그리고 누나의 네 아이들에다 집안의 상속자인 카르르크와 갓 시집 온 아미르까지……. 열 두 명이나 되는 대 식구인 에이혼가. 함께 살고 있는 큰 누나인 세이레케 외에도 카르르크 위로 여러 명의 형과 누나가 있지만 막내가 상속을 받는 이 지역의 풍습에 따라 막내인 카르르크가 후계자가 되고 그의 아내인 아미르는 우리나라로 치자면 종부(宗婦)가 되는 셈이다. 거기다 영국 출신의 이방인으로서 중앙아시아 문화에 관심이 많은 객식구 스미스 씨까지 더해져 날마다 바람 잘 날 없이 소란스러운 에이혼가의 이야기가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진다.

처음 시집 온 아미르가 에이혼 가문의 전통을 몸에 익히며 점차 에이혼 가문의 며느리로 적응에 가는 모습과 함께 카르르크의 가족들이 활달하고 명랑한 아미르에게 매료되어가는 과정이 물 흐르듯 이어진다. 이 가족에게 닥치는 거의 유일한 위기는 아미르 네 친정 식구들이 아미르를 다시 돌려달라고 찾아와서 행패를 부린 정도인데, 다른 마을 부호에게 시집보낸 동네 처녀가 죽고 더 이상 시집보낼 처녀가 없게 되자, 어린 카르르크에게 시집보낸 아미르를 다시 데려가서 대신 시집을 보내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우리 옛말은 과연 괜히 나온 게 아닌지라 국적을 불문하고 통용이 되는 훌륭한 속담임이 에이혼가의 위기 극복 방법과 그 후의 가족들(특히 카르르크와 아미르)의 미묘한 변화에서도 여실히 느껴진다.

더 이상 유목생활을 하진 않지만 유목민 특유의 카리스마를 맘껏 발산하시는 할머니와 그에 반해 온화하고 조용한(카르르크와 비슷한 성품의) 할아버지, 자식들에 대한 사랑 뿐 아니라 여전한 부부애를 과시하는 애정 넘치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세이레케 누님의 개성 넘치는 네 명의 아이들-매를 좋아하는 큰 딸 티레케, 개구쟁이 아들 둘째 토르칸과 셋째 차르그, 산양을 좋아하고 호기심 많은 막내아들 로스템-까지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모두 작가의 애정이 담뿍 담겨져 있어 보는 내내 기분이 좋아졌다.

특히 작가의 로망이 가득 담긴 매력적인 여주인공 아미르는 유목민 출신답게 전사의 기질을 갖춘 명궁에다 활발하고 야성적이며 강하지만 순진하고 청순한 양면성을 지닌 양갓집 아가씨로 결정적으로 아름다운 연상의 아내이다. 그에 반해 카르르크는 조용하고 온화하며 따뜻한 성품을 가진 의젓한 어린신랑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아미르에 비해 한참 어리지만 가끔씩 깜짝 놀랄 정도로 어른스러운 카르르크와 의외로 귀여운 면을 가진 솔직한 성격의 아미르를 만나는 일은 참으로 행복한 순간이었다.

아미르를 만나고 결혼을 한 후 점차 어른으로 자라는 카르르크와 자신보다 훨씬 어린 꼬마 신랑 카르르크가 점차 남자가 되어 가는 모습을 보며 새삼 연심을 느끼는 아미르의 예쁜 사랑을 좀 더 오랫동안 지켜보고 싶었는데……. 객식구이자 이 이야기의 화자이기도 했던 스미스 씨가 에이혼 가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떠남에 따라 앞으로는 또 다른 신부의 이야기가 그려질 것이라고 한다. 근래 보기 드물게 정성이 가득 담긴 그림체와 흥미로운 이야기가 눈길을 사로잡았던 『신부 이야기』. 귀엽고 사랑스러운 카르르크 & 아미르 커플과의 헤어짐은 아쉬움이 가득하지만 19세기 중앙아시아에서 만나게 될 새로운 신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벌써부터 마음은 두 근 반 세 근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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