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 & 에이 Q 앤드 A 1
아다치 미츠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아빠의 전근으로 6년간 고향을 떠났던 아츠시네 가족은 아츠시의 고교 입학 무렵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 아츠시의 가족은 원래 부모님과 형 히사시, 동생 아츠시까지 4인 가족이었는데 형인 히사시는 6년 전 11살 때 사고로 목숨을 잃고 만다. 히사시(통칭 ‘큐짱’)는 어려서부터 남다른 재능과 우수한 실력으로 모두에게 우상처럼 여겨지고 있었는데 상대적으로 아츠시는 아다치 미츠루의 다른 만화 주인공이 그러하듯 아직까지 ‘각성’을 하지 못한 상태로 뭐든 대충대충 해치우는 적당주의의 표본으로 그려진다. 작품의 제목인 『Q 앤드 A』는 큐짱의 ‘Q'와 아츠시의 ‘A’인 것이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얼마 후, 아츠시 주위에서는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바로 6년 전에 죽은 형 큐짱이 유령이 되어 옛날 집에 머무르고 있었던 것. 헌데 이상하게도 큐짱은 동생인 아츠시와 애완견 데로의 눈에만 보이는 유령으로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보이지 않고 낮에는 집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저녁이 된 이후에야 외출이 가능하고, 그마저도 행동반경에 어느 정도 제약을 받는다. 게다가 이 이상한 유령은 먹기도 하고 물건을 움직이는 능력도 있으며 만화책도 보는데 하는 짓은 6년 전 그때의 초등학생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게다가 수시로 아츠시의 몸에 들어가 쓸 데 없는(?) 능력을 발휘하여 아츠시를 곤란하게 만들기도 한다.

  아츠시는 또 큐짱으로 인해 여러 인물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되는데 그중 대표적인 인연은 여자주인공인 아츠시의 초등학교 동창 마에자와 유호다. 큐짱의 영향을 받아 육상을 시작한 유호는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에 나오는 다른 여자주인공과 마찬가지로 미인에 실력까지 두루 갖춘 모두의 공주님이다. 거기다 초등학교 시절, 매번 큐짱에게 밀려서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었던 동네 형 진노는 큐짱에 대한 복수를 동생인 아츠시에게 하리라 마음먹고 자신이 부장으로 있는 육상부에 아츠시를 끌어들여 복수를 계획한다. 육상부에는 이미 소꿉친구 마에자와 유호와 뛰어난 재능을 가진 소년으로 아츠시에게 라이벌 선언을 한 오가사와 이치로가 있었는데, 이치로가 아츠시에게 라이벌 선언을 한 이유는 다름 아닌 큐짱이 아츠시의 몸을 빌어 제멋대로 실력발휘를 해 버린 탓이다. 게다가 유령을 볼 수 있는 영 능력 소녀 오쿄의 존재는 유령인 큐짱과 동생 아츠시의 파란만장한 미래를 암시하는 듯…….

  최고 인기 스타의 자리도 언젠가는 내리막길이 있기 마련이듯이 어떤 만화가든 그 작가를 대표하는 화제작 다음에는 좀처럼 그 작품을 뛰어넘는 작품을 보기 힘들어지는 게 사실이다. 타케이코 이노우에를 일본 최고의 벼락부자로 만들었던 <슬램덩크>는 야구 이외의 스포츠 만화에 별 관심이 없던 일본 스포츠 만화의 불문율을 깨고 대 성공! 이웃나라인 우리나라에서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당시 대학농구의 인기와 맞물려 슬램덩크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후 작가는 무사의 이야기를 그린 <배가본드>와 또 다른 농구만화 <리얼>등 여러 작품으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슬램덩크>는 아마 앞으로도 내내 그의 이름 앞에 따라다닐 것이다. 여전히 수많은 독자들이 <슬램덩크> 그 이후의 이야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한은 말이다.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은 거의 변하지 않는 한결같은 그림체와 스포츠를 소재로 하며 첫사랑(소꿉친구)과 라이벌로 인해 소년이 성장해 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끊임없는 자기복제 임에도 불구하고 별로 욕을 먹지 않는 희한한 작가가 바로 아다치 미츠루. 최근작 『Q 앤드 A』 역시 피를 나눈 형제와 소꿉친구가 등장하는데, 이는 거의 30년 전 작품인 <터치>를 떠올리기에 손색없는 조건이다. 게다가 재능 있는 형의 죽음과 동생의 성장, 소꿉친구와의 사랑이 이루어진다면 더욱 더 말이다. 물론 아직까지 시작에 불과한 이 이야기는 얼마든지 <터치>와는 달라질 수도 있으나, 그를 알고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터치>를 떠올리는 데는 무리가 없을 듯 하다.

  그의 만화를 사랑하는 독자이긴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H2』 이후 그려진 만화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다. 새로운 스포츠 종목인 권투에 도전했으나 흐지부지한 완결이 되어 아쉬웠던 <카츠>, 이후 다시 야구와 소꿉친구와 첫사랑을 적당하게 버무린 스토리로 돌아온 <크로스 게임>도 왠지 예전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다. 간간히 발표하는 단편들에서 독특한 소재와 새로운 이야기가 간혹 눈에 띄기는 하지만, 대부분 ‘야구만화 → 다른 스포츠 만화 → 간간히 일탈 → 다시 야구 만화 → 다른 스포츠 만화’의 사이클로 이어지는 그의 만화에서는 이미 새로운 이야기는 기대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어쩌면 독자들도 전혀 새로운 작품 보다는 차라리 H2의 결말을 변경(히까리가 완전히 바람나는 이야기라던가…….)해서 스페셜 편으로 다시 출간해 주는 것을 더 바랄지도 모른다.

  * 요약 : 아다치 미츠루의 신작. 야구만화는 아님. 죽은 형이 유령이 되어 나타남. 뛰어난 능력자였던 형이 동생의 몸을 빌어 능력을 발휘하고자 함. 적당주의자인 동생은 유령인 형 때문에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될지 모름. 소꿉친구인 여자주인공은 완벽한 소녀. 아마도 주인공과 러브라인이 있을 듯함. 라이벌 등장. 그러나 히데오 이후 어떤 라이벌도 주인공급의 매력적인 남자는 없었음. 혹시나……? 하고 기대했으나, 역시 『H2』나 『터치』, 『러프』 같은 작품을 뛰어넘을 것 같지는 않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다치 미츠루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이미 중독되어 있으므로 보긴 볼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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