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k 윙크 2010.09.15 - No.18
윙크 편집부 엮음 / 서울문화사(잡지)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윙크』 창간 17년.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최고(最古)의 순정만화 잡지이다.

창간 당시 『윙크』의 빅 3는 누가 뭐래도 이은혜, 신일숙, 강경옥이었다. 그 중 단연 최고의 열광적 반응을 끌어낸 작품은 90년대 소녀적 감성을 자극했던, 이십대의 로망을 환상적으로 그린 로맨틱 판타지(이건 정말 실사보다는 절대로 ‘판타지’에 가깝다!!!) 이은혜의 <블루>가 아닐까? 거기에다 자신의 장기를 십분 발휘하여 딱 그만큼의 열정과 재미를 선물한 신일숙의 <리니지>나 <별빛 속에>를 잇는 강경옥의 또 하나의 SF 대작 <노말 시티>에 이르기까지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작가들의 주옥과도 같은 작품을 윙크에서 만날 수 있었다. <노말 시티>에 대한 불만은 단지 성실하지 못했던 들쑥날쑥한 연재였으나 그래도 완결이라는 대업을 이룬(?) <노말 시티>는 <블루>에 비하면 완전 양반이다. <블루>는 윙크에서 연재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다가 인터넷 연재를 시작하노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더니만 몇 년 동안 ‘올해’는 완결된다는 소문만 무성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져간, 끝끝내 완성되지 못한 미 완성작이기 때문이다.

<블루>를 위시한 초기 인기작의 뒤를 이었던 작품은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그림과 아련한 이야기로 향수를 자극했던 박희정(박희정은 윙크의 창간 즈음에 신인 작가로 시작하여 현재까지도 윙크에 살아남아있는 나름 역사적인 인물이기도^^)의 <호텔 아프리카>, 한국적인 색체를 판타지로 녹여낸 유시진 작가의 <마니>와 꽤 난이도 강한 학원물이었던 <쿨 핫>, <리니지> 이후 중편 <에시리쟈르>를 거쳐 이집트 파라오의 비밀과 세계 각국의 고대문명에 대한 작가의 해박한 지식을 엿볼 수 있었던 판타지 멜로 신일숙의 <파라오의 연인>, 그리고 “그대가 죽으면 나도 죽으리.” 라는 불멸의 명대사와 함께 SF 만화의 새 지평을 열었던 순정만화계의 대모 황미나 작가의 <레드문>도 놓칠 수 없는 작품이다.

기성작가의 아성을 위협한 걸출한 신인으로 윙크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천계영’ 역시 『윙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대상 수상작인 <탈랜트>로 이름을 알린 뒤, 후속작 <언플러그드 보이>와 <오디션>등을 연달아 터뜨린 윙크의 히트상품 ‘천계영’. <DVD> 이후 최근작인 <하이힐을 신은 소녀>까지 최근 그의 작품은 다소 마니아틱하게 변모되어 도저히 따라 갈 수 없을 지경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는 『윙크』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임에는 틀림없다. 천계영 이후에도 <하백의 신부>의 윤미경, <탐나는도다>의 정혜나 등의 작가들이 공모전으로 데뷔하여 현재까지도 꾸준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2002년 연재를 시작하여 온갖 만화 상을 휩쓸더니, 드라마에 이어 뮤지컬까지 접수하며 승승장구 인기를 누리는 박소희 작가의 <궁> 또한 근 10년 가까이 윙크에서 절대지존의 위치를 지키고 있는 작품인데, 개인적인 바램이 있다면 이건 이제 제발 좀 ‘끝’을 보았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는…….

최근 몇 년 사이 『윙크』의 변화 중 눈에 띄는 부분은 단연 ‘동성애’ 코드 만화에 대한 다소 개방적인 시선이다. 비주류 만화에서 어느새 무시못할 정도의 영향력 있는 장르로 성장한 동성애 만화는 윙크에서도 몇 몇 작품이 등장하여 인기를 끌었다. ‘아라비안 나이트’에 대한 전혀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던 한승희/전진석의 <천일야화>, 『나인』 폐간 후 오랫동안 묻혀 있다 『윙크』에서 다시 연재를 재개했던 박희정의 <마틴 앤 존>, 그리고 심의의 잣대를 넘지 못하고 끝내 연재가 중단되었던 문제작 이영희의 <절정>이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외에도 여러 중, 단편 작품에서 은근한 동성애 코드가 인기를 끌었다.

현재에도 『윙크』에서는 여러 작품이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천일야화>를 잇는 한승희/전진석의 합작으로 관심을 모았던 천재 기인 임춘앵의 이야기 <춘앵전>, 로맨틱 판타지 김태연의 <절대마녀>와 동양적 판타지 멜로 윤미경의 <하백의 신부>, 드라마 제작 이후에도 가열차게 진행되고 있는 정혜나의 <탐나는도다>, 여전히 식을 줄 모르는 인기작 박소희의 <궁>과 최근 구미호 신드롬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는 김명미의 <오! 마이 로맨틱 구미호>까지……. 분명, 지금의 『윙크』도 대한민국 최고(最古)의 순정만화 잡지인 동시에 가장 사랑받는 잡지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요즈음의 『윙크』는 예전과 같은 감동은 안겨주지 못하고 있다. 세월이 흘렀고, 독자는 나이가 들었으며(물론 새로운 독자층도 많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오래된 독자의 아주 주관적인 의견임), 잡지도 시대에 맞게 변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마치 입맛대로 골라볼 수 있는 뷔페 같은 느낌이다.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한 음식이 잔뜩 차려져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음식이 깊이 있는 맛이라기보다는 자극적이고 짠 음식이어서 욕심껏 가득 담아서 먹으려고 해 봐도 정작 끌리는 음식은 찾기 힘든 그런 뷔페 말이다. 『윙크』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사랑받기를 바라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끊임없는 변화와 노력 가운데서도 초심을 잃지 않는 만화 잡지가 되기를 바란다. 문득, 한 달에 두 번 두근거리는 설렘을 안고 잡지를 보던 그런 시절의 향수가 그리워진 탓인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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