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스위트 홈 3
코나미 카나타 글.그림 / 시리얼(학산문화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솔직히 나는 애완동물 기르기에 별로 관심이 없는 편이다. 개인적인 성향도 그러하거니와 전체적인 집안 분위기의 영향이었던 모양이다. 아주 어릴 때 마당이 있는 집에 살았을 때 딱 두 번 애완동물을 기른 적이 있었는데, 한 번은 친척집 개가 낳은 강아지를 동생이 분양받아 기른 적이 있었고, 두 번째는 십자매 새 한 쌍을 길렀었다. 유별나게 온갖 동물들에 관심이 많았던 막내 동생을 제외하고는 식구들이 대부분 애완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어서 우리 집의 1호 애완동물이었던 강아지 재롱이는 기관지염이 심했던 엄마 때문에 기른 지 몇 달 만에 다른 집으로 입양을 보내야 했고, 두 번째로 길렀던 십자매 부부는 몇 달 가지 않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사람 이상으로 많은 관심과 애정을 필요로 하는 애완동물 기르기를 다소 꺼리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동물 자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어서 동물원에서 보는 동물이나 TV에 등장하는 동물들의 생태는 나름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는 편이다. 이제까지 영화나 드라마, 만화 등에서 애완동물을 소재로 한 작품은 다양하게 선보여졌는데, 특히 만화에서는 유독 고양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이 여럿 있었다. 이는 만화가의 직업적 특성상 실제로 고양이를 기르는 만화가들이 적지 않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다른 애완동물에 비해 유난히 도도하고 자의식이 강하다는 고양이가 이 작품 <치즈 스위트 홈>에서는 어떻게 그려질까?

  <치즈 스위트 홈>의 주인공은 새끼 고양이다. 동물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가진 동생의 소견으로는 품종은 아메리칸 숏 헤어란다. 애완동물 계의 양대 산맥인 개와는 달리 귀소본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고양이. 그래서 이 작품에 등장하는 새끼 고양이도 길을 잃고 스스로 원래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면서 시작한다. 길 잃은 아기고양이가 요헤이 네 가족들과 만나게 되고 함께 살면서 겪는 알콩달콩한 에피소드가 따뜻한 색감으로 그려진 무려 올 컬러 만화다. 애완동물을 기르지 못하게 되어있는 아파트 규정상 길 잃은 아기고양이를 데려오긴 했지만, 처음엔 잠시 맡아두는 거라고 생각했던 요헤이 네 식구들은 우연한 기회에 아기 고양이의 이름(치)도 지어주고, 또 점점 정이 쌓이면서 결국엔 가족으로 받아들여 몰래 키우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고양이를 길러보지는 않았지만 이 만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고양이의 생태나 고양이를 기르는 주인의 기분을 조금쯤은 알 것 같았다. 현실적인 소소한 에피소드를 깔끔한 그림체로 그려내서 애완동물을 기르다보면 있을 법한 이야기에 쉽게 공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것은 비단 실제로 애완동물을 기르고 있는 독자 뿐 아니라 나처럼 애완동물 기르기에 관심도, 재능도 없는 일반인에게조차 호응을 이끌어낼 정도로 고양이 목욕시키기, 대소변 가리기 훈련, 동물병원에 데려가기 등의 에피소드가 솔직하고 담백하게 묘사되어 있다.

  특히, 애완동물 기르기가 금지되어 있는 아파트에서 치를 기르기 위한 가족들의 몸부림(?)으로 치를 피크닉바구니에 담아서 이웃 주민들 몰래 집에서 멀리 떨어진 동물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리는 가족들의 모습이라던가, 자꾸만 창가에 올라가서 바깥 풍경을 보려고 하는 치 때문에 창문틀에 가득 고양이 인형을 사서 눈속임을 하는 요헤이 가족들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슬며시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것.

  이미 애니메이션으로까지 제작되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아기 고양이 치의 귀여운 소동이 따뜻하게 펼쳐지는 <치즈 스위트 홈>. 실제로 고양이를 기르고 있는 독자라면 더 없이 좋은 공감의 지침서가 될 것이고 직접 고양이를 기를 수는 없지만 고양이에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시뮬레이션으로 고양이를 기르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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