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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뷔오네 Evyione 7
김영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고전명작이나 동화는 다양한 문학 작품에서 여러 가지 모티브로 활용되었고, 특히 순정만화에서도 동화는 오랫동안 사랑받는 소재였다. 그중에서도 그림형제의 『백설공주』와 샤를 페로의 『신데렐라』, 그리고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는 식상할 정도로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변형을 거듭해 왔다.
내 또래의 많은 여자아이들이 그러하듯, 내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순정만화는 이미라 작가의 <인어공주를 위하여>였다. 제목에서부터 대놓고 인어공주 스토리를 내세운 이 작품은 그 당시 호두 두 알과 솔베이지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우리 모두의 왕자님이 되어버린 서지원군과 그를 둘러싼 씩씩한 인어공주 이슬비양, 그리고 인어공주보다 더한 순애보를 연출한 이웃나라 공주 백장미양의 아련한 동화였다. 인어공주를 모티브로 한 여러 작품 가운데 <인어공주를 위하여>는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누린 작품이고, 이제는 순정만화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
그에 반해 김영희 작가의 신작 <에뷔오네>는 동화 『인어공주』의 시대적 배경을 거의 유사하게 옮겨왔으나 등장인물이나 설정은 21세기 식으로 파격적으로 변모했다. 왕자를 사랑해 인간이 되기로 결심한 인어공주는 카리스마와 섹시함을 겸비한 인어 왕으로, 인어공주를 눈멀게 했던 훤칠한 미모를 지녔지만 우유부단했던 왕자는 개방적이고 쾌활한 성격의 말괄량이 공주로, 또 인어공주의 라이벌이었던 이웃나라 공주는 미스터리한 수도사로 등장한다. 어쩌면 이 수도사도 알고 보면 이웃나라 왕자일지도…….
전작인 <마스카>에 이어 고전적 아름다움과 현대적 위트가 살아있는 작품으로 돌아온 김영희 작가의 <에뷔오네>는 로코코 시대의 화려한 복색을 꼭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강렬한 의지가 드러나는 아름답고 화사한 그림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회를 거듭할수록 세련되고 개성이 뚜렷한 그림체와 깔끔한 연출력은 이 만화의 가장 뛰어난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전작에서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었던 마왕 카이넨의 마력에 배해 사랑을 위해 목소리를 잃어버린 <에뷔오네>의 인어 왕 야신의 매력은 2% 쯤 부족한 듯 한 것이 일말의 아쉬움일 뿐.
어쨌든 근래에 보기 드문 옴므파탈의 매력을 제대로 발산하는 남자 주인공과 고전적 공주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현대적이고 진취적 성향의 여주인공, 백설공주에 등장하는 마녀 여왕에 버금가는 팜므파탈적 매력을 지닌 계모 새 왕비, 그리고 에뷔오네를 중심으로 차기 왕권을 둘러싼 왕가의 사람들과 귀족들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 미스터리한 과거를 숨긴 체 에뷔오네의 삶에 끼어들어 파란을 일으키는 인어 왕과 수도사, 그리고 에뷔오네의 이야기는 어떻게 이어질까? 에뷔오네의 사랑을 얻기 위해 바다 마녀와 위험한 거래를 한 인어 왕은 공주와의 사랑을 이뤄낼 것인지, 왕에게 미움 받으며 후계자의 지위가 위태로운 에뷔오네는 사랑과 권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것인지……. <에뷔오네>의 다음 이야기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