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 - 산도르 마라이 산문집
산도르 마라이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꽤 오래 전에 '하늘과 땅'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언더시즈 시리즈로 유명한 스티븐 시갈과 유명한 중국 여배우가 주연인 영화였는데 개척자인 백인과 원주민간의 갈등, 그 속에서 피어나는 백인 청년과 인디언 처녀의 사랑.. 그런 이야기였다.

처음 이 책에 끌렸던 것은 헝가리의 대문호라는 산도르 마라이 때문도 아니었고,(고백컨데, 나는 이 책을 보면서 산도르 마라이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예전에 보았던 '하늘과 땅'이라는 영화의 원작일까.. 하는 의구심때문도 아니었으며, 그저 표지에 그려진 처연한 느낌마저 드는 그림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표지가 주는 강렬한 첫느낌에 끌려서 보게 되었다가 읽어가면서 점차 그 문체의 매력에 빠져들었다고나 할까.. 이런 번역책을 읽으면서 늘 느끼는 거지만.. 그 느낌은 인상적인 책일수록 작가가 직접 쓴 원서를 읽어보고 싶다는 거다... 어찌 되었든 우리말로 번역된 책을 읽다보면 그 느낌은 번역가의 역량에 따라 상당히 달라지기도 하니까..

하늘과 땅 사이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는 것일까? '나'와 '너'와 '우리'가 있을 것이다. 오래 전부터 하늘은 인간이 닿지 못하는 세계, 그 이상의 '무엇'을 지칭하는 대상이었다. 그렇다면 땅은? 땅은 말 그대로 우리 인간이 살고 있는 세상이다. 땅을 밟고 서서 하늘을 우러러 보며 살고있는 인간의 존재는? 하늘과 땅 사이에서 숨을 쉬며 살아가는 '나'와 '너'와 '우리'인 것이다.

꿈을 쫒는, 그래서 이상적인 세계를 염원하는 모습의 '나'는 그 이면에서는 철저히 생활속에서 드러나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이다. 누구나 갖고 있는 이러한 이중적인 모습을 이 책에서는 너무도 당연하게 그리고 있다. 밉지 않게, 솔직하고 꾸밈없는 담백한 문체로.. 그 문체란 것이 너무도 중독성이 강해 도무지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평소에 산문이란 극적인 재미가 부족해서, 또는 밋밋해서 잘 읽지 않는 편이었지만.. 소설과 같은 긴박한 긴장감이나 극적 재미 없어도.. 이토록이나 매력적인 문체와 솔직한 표현으로 마음을 사로잡을 수도 있다는데 놀랐을 따름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직 읽어 보지 못한 산도르 마라이의 소설들도 찾아서 읽어보고 싶어졌다. 하늘을 믿고 땅을 믿고 살아가는 하늘과 땅 사이에 존재하는 '나'는.. 오늘 이렇게 멋진 책을 알게 된 인연에 감사하며 하늘을 한 번 더 쳐다본다.. 하늘 위에서 살 수는 없을까... ㅋㅋ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