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츠리스페셜 1
카미오 요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 게다가 집안까지 빵빵한. 한 마디로 완벽한 조건을 갖춘 꽃미남들과 가진 건 쥐뿔도 없지만 잡초 같은 근성과 배짱으로 잘난 남자들을 압도하는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학원 순정만화의 바이블이 된 히트작 <꽃보다 남자>의 카미오 요코가 돌아왔다. 그의 주특기인 한원 순정만화 대신 프로레슬링을 소재로 한 소년만화로 말이다(소년 만화잡지에 연재한다고 해서 소년만화로 규정짓기는 어렵지만, 일단은 연재하는 잡지에 따라 장르를 구분하자면 그렇게 될 듯). 자국인 일본은 물론 전 세계 수 십 개의 국가로 수출되어 엄청난 판매부수를 올렸으며 애니메이션, TV 드라마,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로 재탄생되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학원 순정물 <꽃보다 남자>(올해 말에는 일본, 대만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드라마 화 된다고 하니 과연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겠다). <꽃보다 남자>에 이은 후속 작은 잘 나가는 아역 스타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된 여자아이의 재기를 그려낸 <캣스트릿>이었다.

  <꽃보다 남자>나 <캣스트릿>을 만들어낸 카미오 요코의 신작이라면 당연히 역경을 이겨내는 여주인공과 꽃미남 남자주인공이 등장하는 순정만화를 기대했었다. 헌데 신작이 발간되기 전부터 어째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했더니 ‘최고의 순정만화 작가가 선보이는 이색 프로레슬링 학원 코미디물’이란다. 카미오 요코가 소년지에 연재를 한다? 그것도 프로레슬링을 소재로 말이다. <꽃보다 남자>의 대 성공으로 이미 소녀들에게는 차고 넘치는 사랑을 받았기 때문일까? 『H2』의 아다치 미츠루가 야구와 첫사랑을 소재로 남녀노소를 사로잡았듯이 카미오 요코는 신작 <마츠리 스페셜>로 소년 팬들을 넘보고 있다. 소년만화에서는 주인공의 90% 이상이 남자 아이이거나 남성. 반대로 순정만화에서는 이야기의 화자가 절대적으로 여자아이 시점이므로 다소 편협한 독자층을 고스란히 노출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 영악한 인기 순정 만화가는 위험수를 두지 않고 출발한다. 프로레슬링이 소재이긴 하지만 주인공은 프로레슬링을 하는 여자아이로 이는 남녀 독자 모두에게 어필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입학식 날 꽃미남 모로카도 와타루에게 제대로 꽂혀버린 소심한 여자아이 하뉴 마츠리. 그러나 실은 마츠리는 진심 프로레슬링을 운영하는 전직 프로레슬러 일명 허니 갱의 딸로 밤이 되면 가면을 쓰고 현역 여고생 레슬러 허니 프린세스로 맹활약 중이다. 와타루를 짝사랑하는 것 말고는 평범한 학교생활을 하던 마츠리는 와타루에게 심한 말을 듣고 동네 껄렁배들에게 프로레슬링 기술로 힘자랑을 하게 되는데, 우연히 그 모습을 전학생 시게마츠에게 들키고 만다. 마침 시게마츠는 허니 갱과 허니 프린세스의 열혈 팬으로 마츠리의 비밀을 지켜주는 대신 진짜 실력을 드러내지 않은 채 연패를 거듭하고 있는 마츠리에게 진짜로 싸우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조건을 내거는데……. 과연 마츠리는 25연패를 끊고 진심으로 프로레슬링을 하게 될까? 독자의 입장으로 예상하자면, 물론 마츠리는 진심을 다한 경기를 하게 될 것이고, 이야기는 틀림없이 마츠리가 짐심을 다해 경기를 하면서 본격적인 프로레슬러가 되어가는 모습을 쫒아갈 것이다. 기억도 나지 않을 무렵부터 유도복을 입었고 겉으로는 엄마의 가출을 부추겼던 프로레슬링을 증오하듯 건성건성 경기에 임하지만 실은 프로레슬링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마츠리와 마츠리의 비밀을 공유하면서 허니 프린세스에게 반한 시게마츠, 그리고 마츠리의 신분을 모른 체 마츠리에게 도움을 받게 된 냉소적인 꽃미남 와타루. 이들의 운명은 과연???

  아다치 미츠루와 다케히코 이노우에의 작품을 빼고는 스포츠 소년만화를 거의 보지 않는 순정만화 열혈독자의 눈으로 보자면 프로레슬링이 소재이긴 하지만 이 작품은 별 거부감 없이 보아졌다. 1권의 전개가 주요 소재인 프로레슬링을 싹 걷어내자면 그의 장기를 충분히 살린 순정만화의 정석대로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근육질의 마초적 남성미가 가득한 몸매에 익숙해진 남성 독자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까 하는 것. 문제는 지금부터다. 순정만화가가 그리는 소년만화라는 점과 프로레슬링을 하는 여고생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눈길끌기에 성공했다면 이제부터는 그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가는가가 이 만화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하겠다. 과연 카미오 요코는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여성 아다치 미츠루로 등극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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