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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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이전에 드라마를 먼저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나열된 캐스팅에 환호했고, 또 소설을 읽진 않았지만 인터넷을 수십 번 뒤적거린 결과, 내용도 썩 맘에 들었다. 드디어 지난주 첫 방송을 보고선 두근두근 잠도 못잘 정도로 설레었었다. 아~~~ 아직도 드라마를 보면서 이렇게 설레는구나……. 라는 생각에 스스로 감탄을 하면서 말이다.

  내친 김에 원작 소설도 궁금해졌다. 소설에 대한 평가가 대체로 무척이나 호의적이어서 어쩌면 조금 망설여지기도 했지만(이상스레 나는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열광하는 그것들에는 색안경부터 끼고 보게 되더란다^^), 어쨌든 나는 책을 샀고 이틀 쯤 묵혀두었다가 손을 댄 순간부터는 단숨에 끝까지 읽어버렸다. 물론, 시험기간 교과서나 참고서를 파헤치듯 정독한 것은 절대 아니고, 초반엔 나름 긴장과 기대를 품고 열심히~ 중반 이후엔 그냥 설렁설렁 대충대충……. 그랬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누군가 그랬었지.

  영화나 드라마를 먼저 보고 원작을 나중에 읽을 때의 가장 큰 단점은 어느새 주인공을 상상이 아닌 ‘대입’을 하고 있다는 거다. 상상할 필요 없이 드라마 속 주인공을 바로바로 소설 속으로 침투시켜 버리니까. 어쨌든 대단하긴 하다. 만화나 소설의 리뷰를 쓰며 열을 올리는 걸 2년 만에 다시 하게 만든 작품이니깐.

  이건 뭔가 앗! 하는 감탄사가 나올 만큼 적나라한 서른 한 살 여자의 이야기를 하다가 중간에 허망하게 손을 놓아버린, 딱 그런 느낌. 물론 어느 한 순간 말도 못하게 섬뜩할 정도로 현실적인 그림이라던가. 아~ 이 말 참 좋다. 공감 간다. 그런 부분이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니다. 뭐, 사람마다 느낌이나 생각이 다 같을 순 없을 테니까. 이 소설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인 독자들을 이해 못하는 바도 아니다. 다만, 알콩달콩 사랑스럽기만 한 연애 이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서른 한 살(혹은 두 살) 먹은 여자의 성장 통이나 시니컬한 일상이 냉정하게 까발려진 그런 것도 아닌, 온전히 내 취향은 아닌 그런 소설이더란 말이다.  

  그녀, 오은수는 2005년에 서른 한 살을 살아냈고, 나는 2008년에 서른을 살고 있다. 그녀의 추억과 나의 지난 추억이 전혀 공감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일곱 살 차이는 아니지만 내 연애 사에 몇 년 쯤 어린 남자친구를 둔 적도 있었고, 삼십대에 접어든 어찌어찌하여 여전히 싱글인 나는 그녀처럼 연애, 결혼, 인간관계라던가 경제적 고민을 비슷비슷하게 하고 살아간다. 아니, 어쩌면 나는 단순히 이 여자의 간질간질하고도 현실적 고민이 가득 담긴 연애 이야기에 질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너, 배부른 고민 하지 마!’라는 경고성의…….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난 아직 지나치게 허구적이고 말랑말랑 봄바람 살랑이는 작품에 열광하고 있다. 이를 테면, 『러브레터』나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같은 영화에서 공통적으로 보여 지는 손끝을 찌르르하게 만들거나 심장을 간질간질하게 하는 풋풋한 사랑 같은 거 말이다. 현실은 절대로 그렇지 않아. 라고 외치면서도 가슴 저 밑으로부터 솟구치는 강렬한 대리만족 혹은 감정이입에의 욕구를 포기하고 싶지 않은 탓이리라. 그래서 이 작품을 「그저 그랬어.」, 「별로였어.」라고 표현하고 싶어 하는 건 어쩌면 「나는 서른을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어.」의 또 다른 표현이리라. 나는 그녀가 참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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