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백의 신부 2
윤미경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아름답고 환상적인 그림과 신비로운 신화 이야기로 동양 판타지 만화의 진수를 보여준 윤미경 작가님의 『하백의 신부』 2권이 발매되었다. 1권에서는 수신(水神) 하백의 신부로 팔려가는 소녀 소아의 처연한 아름다움이 표지를 장식했다면, 2권에서는 수신이라는 신분 탓에 근엄한 용왕 할아버지를 연상시키기 쉬운 독자들의 꽉 막힌 상상력을 과감하게 비켜가며 초 절정 꽃미남이 되어 돌아온 하백의 흐뭇한 자태가 독자들을 반긴다.

  『하백의 신부』 1권에서는 하백과 소아의 만남과 아름답고 환상적인 수국의 풍경에 마음을 빼앗겼다면 2권에서는 조금씩 가까워지는 하백과 소아의 마음의 거리, 그리고 좀 더 복잡하게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살펴 간다. 살짝 살짝 보이는 하백의 가슴 아픈 과거의 사랑흔적, 그리고 서서히 마음앓이를 시작하는 소아. 이들의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에 책장을 넘기는 손이 떨릴 지경이라면 좀 오버스러울까.

  특히, 무이를 좋아하냐는 태을진인의 질문에 부끄러운 빗금을 그려버린 소아의 무언의 대답이라던가. 여전히 둔하고 둔한 소아를 헷갈리게 하는 태을진인의 장난기에는 다소 답답한 구석이 있기는 하지만 뭐든 100% 독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 않을까? 과거에도 하백과 낙빈 사이에서 맴돌았을 듯한 후예와 무라는 역시 이번에도 하백과 소아의 관계를 순탄하게 진행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수국의 야시장을 처음으로 방문한 소아에게 기념이라며 감히(?) 청혼의 뜻이 담긴 빗을 선물한 후예의 은근 음흉스러움이라던가, 겉으로는 소아의 고민 상담자겸 언제나 어리버리한 소아에게 친절한 미소를 샤방하게 날려주시던 무라의 알고 보면 섬뜩할 만큼의 하백에 대한 집착쯤은 이 만화의 코드를 좀 더 복잡 야리꾸리하게 만들고 있는 설정이다. 역시 순정만화의 진정한 묘미는 얽히고설킨 삼각사각 관계의 줄다리기에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 터지는 건 늘 독자들의 몫이다. 

  어쨌든 여러 인물들의 심리를 좀 더 미묘하게 파헤쳐서 결국은 주인공 남녀, 소아와 하백의 관계에도 나름 급진전이 있었으니……. 언제나 포커페이스를 구사할 줄로만 알았던 하백의 순간순간 보이는 진심과 어리버리 맹한 소녀 소아의 순간적인 재치가 번득이는 대사도 만날 수 있겠다. 벌써부터 하백(무이)에 대한 맘에 아련한 사랑이 은근슬쩍 모락모락 싹트고 있었던 소아와 낙빈에 대한 가슴 아픈 사랑흔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면서도 소아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하백의 은근한 연민이 수려한 풍경과 함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거기에 보태지는 무라와 후예의 비뚤어진 사랑이 의도한 바는 없으나 당연하게 둘의 관계가 급진전 되는 것을 도와주고 있다. 그리고 가짜 신부로 보내졌지만 무이에 대한 사랑과 거짓에 대한 혼란에 빠진 소아와 무이를 향해 서서히 드러나는 음모의 실체!

  1권에 이어 2권에서도 애절한 사랑이 수려한 풍경과 화려한 상상의 세계 속에서 눈부시게 펼쳐진다. 신화와 판타지의 눈부신 조합이 짜임새 있는 구성과 함께 가슴을 울린다. 벌써부터 앞으로의 이야기에 가슴이 뛴다고 하면 너무 극성스러울까. 그러나 이 작품이 올해 등장한 작품 중에서 눈에 띄는 수작(秀作)임은 분명하다. 단, 『하백의 신부』를 볼 때 주의할 점은 절대 주인공 소아에게 감정이입은 과격하게 하지 말 것! 현실에서 소아처럼 어리버리하게 굴다가는 오는 남자 보내고 가는 남자도 붙잡지 못한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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