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이 푸, 인생의 맛 -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간결한 지혜
벤저민 호프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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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곰돌이 푸, 인생의 맛

진정한 도의 길을 가는 푸의 삶

곰돌이 푸가 동양의 도가 사상에 잘 부합하는 모습이라는 말이 동의할 수 있을까. 이게 자칫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그저 귀엽고 꿀을 좋아하며 빨간 티 한장과 바지를 입지 않은 노란 곰돌이 푸가 어떤 사상과 닮아 있다고? 그 이상한 조합에 대한 이야기는 1982년부터 35년간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한 이 책에 담겨있는 내용이다. 하긴 그저 어렸을 때 텔레비젼 화면 속에서만 만나왔던 푸의 모습에서 별다른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그저 꿀을 좋아하는 욕심많은 곰돌이의 모습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 바라보는 푸의 모습에 흥미가 생긴다.

지금 당신은 큰 나무를 가지고 그것이 쓸데가 없다고 근심하고 있소. 어째서 그 나무가 선사하는 그늘을 이용하지 않소? 어째서 나무가 드리우는 가지 아래서 노닐다 편히 쉬고, 그 나무의 생김새와 성질을 칭찬하지 않소? 그 나무는 도끼에 일찍 찍히지 않을 테고, 그 무엇에도 위협을 당하지 않을 거요. 그 나무가 당신에게 쓸모없는 이유는 단 하나, 당신이 그 나무를 다른 어떤 것으로 변화시키려고만 하고 본래의 성질대로 이용하지 않기 때문이오. (p70)

우리는 도가 사상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큰 나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도가 사상에 대해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이 쓰임에 대한 고민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기에 근심이 있는 것이다. 그저 본래의 성질을 바라보고 이용한다면 참 좋을 텐데, 우리는 나무가 선사하는 아름다운 그늘을 바라보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듯 하다.

큰 나무 이야기를 들은 후 푸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면 고개가 끄덕여 진다. 그래서 곰돌이 푸가 도가 사상과 관련이 있는 것이구나 싶어진다. 푸와 티거, 피클렛과의 대화가 쿵짝이 맞지는 않지만 그 대화들을 통해서 의미있는 무언가를 하나씩 끄집어 낸다.

푸는 다르다. 푸는 우리가 알고 있는 곰 중에서 힘들게 애쓰지 않기를 가장 잘한다. (p109)

애쓰지 않는다는 것은 쉽지만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실제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저 일이 흘러가도록 지나가도록 놓아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일을 통해 결과물을 내야 하며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해야 하며 휴가를 위해 계획을 세우는 등 얼마나 바쁘고 고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가. 그런데 애쓰지 않는다니 정말 우리에게 어려운 일이 아닌가.

이 책에서 푸의 이름을 딴 '푸위 Pooh Way'라 부르는 도가의 실천 덕목 '무위 無爲'에 대해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무위'란 '인위적으로 무엇을 하지 않고, 어떤 일을 일으키지 않고, 아무것도 만들지 않느다'는 뜻이다." (p107) 시냇물이 흐르는 것처럼 그대로 두는 것.

푸는 한참 동안 생각해보고 나서 물었어. "어떻게 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걸 할 수가 있는데?"... (중략)... "그건 그냥 길을 걸어가면서 네가 들을 수 없는 모든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거야. 아무런 걱정도 없이 말이야" (p203)

+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것이 도를 이해하는 첫걸음이니라.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도에서 평화를 찾는 철걸음이니라. 아무 데서도 출발하지 않고 아무 길도 따라가지 않는 것은 도에 이르는 첫걸음이니라." (p204)

우리의 모습은 마치 아울, 래빗 그리고 이요르의 모습과 닮아 있다. 진정으로 똑똑하다면 푸의 길을 따라야 한다. 푸가 전하는 도가 사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주말의 휴식을 보내며 도가의 사상을 제대로 실천했다. 몸의 휴식일뿐 마음은 그러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저 나 나름대로 편안한 휴식을 통해 아무 생각도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일 월요일부터 다시금 생활의 터전으로 나가 달려야 한다.

직장인들에게 도가의 사상이란 어떤 것일까. 일을 하되 열심히 하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 일에 집중해야하며 성과를 내야 한다. 이런 나에게 푸에게서 얻는 가르침은 어떤 도움을 얻을 수 있을까.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에게 남은 숙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고,

당신은 당신이지.

그건 당신도 알겠지요.

하지만 당신이 잘할 수 있는 일들을

당신이 할 때

길을 찾게 될 거요.

그리고 그 길이 당신을 따라오지요.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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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묻고, 톨스토이가 답하다 - 내 인생에 빛이 되어준 톨스토이의 말
이희인 지음 / 홍익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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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묻고, 톨스토이가 답하다

톨스토이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다

러시아 문학의 거장 대문호 톨스토이는 톨스토이즘이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팬덤이 상당했고 지식인들의 찬사를 받은 몇 안되는 후세에 길이 남을 작가다. 톨스토이가 쓴 책이 상당히 많은데 부끄럽게도 아직 한 권도 읽지 못했다. 많은 책을 펴낸 톨스토이의 문학에 다가서고 싶다. 어떤 책을 먼저 읽는 것이 좋을 것인가에 대해 <인생이 묻고, 톨스토이가 답하다>는 톨스토이에 대한 나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 이희인에 대해서 궁금했다. 어떻게 이토록 톨스토이의 책들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들을 제시하는지 참으로 대단하게 느껴졌다. 톨스토이의 책뿐 아니라 다양한 고전들과의 연결고리를 제시하며 톨스토이 문학에 대한 심도있는 고찰을 전한다. 가독성이 좋을뿐 아니라 이와 동시에 톨스토이 문학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켜주는 목적을 확실하게 달성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안나 카레리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 특히 관심이 생긴다. 톨스토이가 쓴 책이 상당히 많지만 이 책들 만큼은 꼭 읽고 싶은 마음이다.


<안나 카레리나>는 삶과 세상에 대한 작가의 모든 고민, 모든 생각이 망라돼 있는 백과사전적 소설이다. 그가 평생 고민하고 궁구한 인생의 모든 문제들이 소설 안에 많든 적든 담겨있다. (p53)

<안나 카레리나>는 수많은 불륜 드라마를 접한 우리 세대에 어떻게 다가올지가 매우 궁금하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알고 있지만 다양한 주제를 세심하게 다루고 있기에 많은 찬사를 받는 이 책에 가장 큰 관심이 생긴다. 3권의 책으로 구성되어 있어 큰 마음을 먹고 읽어야 하겠지만 내 인생에서 꼭 읽고 싶다. 또한 톨스토이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라고 하는 레빈에 대한 인물을 직접 책에서 만나보고 싶다. 직접 톨스토이를 만날 수는 없지만 책에서 그의 분신 형태로 만나볼 수 있다는 자체로 뜻 깊은 만남이 될 것만 같다.

왜 비유를 쓰는가? 민중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하기 위해서다. 지식과 논리로 무장한 지식인의 날카롭고 어렵고 차가운 말들이 아니라, 삶의 경험과 공감이 묻어나는 따뜻한 민중의 언어가 그 비유 속에 담겨 있다. (중략) 노년에 이르러서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농민과 민중들이 그리스도의 말씀을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우화, 민화 등을 집필했고 동서고금의 지혜와 명언을 모은 책도 저술했다. (p78~80)

보유하고 있는 열린책들 출판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책을 찾아보니 이는 단편집의 제목으로 사용된 것으로 <바보 이반>과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도 포함하고 있어 부담없이 먼저 읽어볼 수 있겠다. 톨스토이는 장편 소설뿐 아니라 우화나 단편들 50편을 써냈다. 그의 인생 절정기에 써낸 작품들이며 민중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 쉽게 책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그가 칭송받는 이유 중 하나가 이에 해당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기 이전에 만약 <바보 이반>을 읽었더라면 그저 재미나고 황당한 우화라고 여기고 넘겼을 것이다. 이희인 저자의 <바보 이반>에 대한 해석이 매우 유용하다. 노동을 신성시한 톨스토이의 신념이 녹아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톨스토이의 책 곳곳에 담겨있는 노동에 대한 톨스토이의 생각을 잘 몰랐더라면 눈치채지 못하고 넘어갔으리라. 아는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때론 잘 아는 사람의 눈을 통해 더 넓게 보는 것이 나에게 이로울 수 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그 적지 않은 분량을 '오로지' 죽음의 문제에 할애하고 있다. 실험실 안에 사람을 넣어 두고 실험실 창문을 통해 그를 면밀히 관찰하는 눈 매서운 의사처럼 작가의 깊고 세심한 관찰력이 느껴진다. (p130)

죽음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 거치는 필수불가결한 과정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마다 얼마만큼 깊이 있는 생각을 하느냐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죽음을 실제 경험하지 못한 예순 가까운 노년의 톨스토이가 죽음에 대해 매우 심도있고 세심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그 표현들이 어떠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톨스토이 작품들을 사전정보 없이 접근했다면 참담한 패배를 맛보지 않았을까. 어찌어찌 책을 읽었다고 한들 그 깊이 있는 톨스토이 문학의 반의 반도 이해하지 못했을 것만 같다. 지식인의 반열에 들어가기 힘든 그저 나같은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이러한 <인생이 묻고, 톨스토이가 답하다> 책은 참으로 고마운 책이다. 톨스토이에 대해 이해하고 톨스토이 문학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인 셈이다. 마치 톨스토이가 민중들에게 우화를 통해 지혜를 전하고자 했듯이 저자 이희인도 우리에게 톨스토이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서도록 도와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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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
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고주영 옮김 / 놀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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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

보노보노의 매력에 한걸음 더 다가가다

어린 시절 텔레비전에서 귀여운 보노보노를 만났다. 그저 조개를 들고나니는 귀여운 캐릭터이며 항상 당황해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 보노보노. 서른다섯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보노보노의 이야기가 이제는 그저 어린 시절의 만화로만 보이지 않는다. 삶의 지혜가 녹아있는 보노보노의 이야기가 다르게 다가옴은 신비롭기도 하며 어른이 되어버린 내 자신을 되돌아 보기도 한다.

보노보노의 만화책이 38권이나 나왔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30년 넘게 사랑받고 있는 보노보노는 영화로도 애니메이션으로도 꾸준히 방송 프로램에서 방영되고 있다. 어째서 많은 사람들이 보노보노를 사랑하게 되었을까. 이 책에서 보노보노를 만나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엉뚱하고 기발한 접근 방식이 매우 색다르다. 툭툭 내던지며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서 깊은 지혜를 얻게 된다.

다양한 보노보노의 이야기들 중에서 원작자 이가리시 미키오와 다케쇼보 편집부가 함께 고르고 고른 에피소드를 이 한 권의 책으로 담았다. 보노보노 입문서로 추천하고 있다. 보노보노 만화책 38권을 사게 될 것만 같은 불길한 느낌이다.






걷기가 좋은 이유는 걷는 걸 좋아하니까. (p39)

걷기가 좋다. 왜 좋을까. 보노보노는 궁금하다. 포로리에게도 묻고 너부리에게도 물어보고 너부리 아빠에게도 묻는다. 걷기가 왜 좋은지 내가 좋아하는 것이 왜 좋은지에 대해서 생각해 본적이 있나 싶다. 참 이상하게도 보노보노가 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평소에 생각해보지 못한 평범한 것에 대해 이리저리 생각해 본다. 보노보노를 읽고 나니 내가 좋아하는 것이 왜 좋으냐 물으면 좋으니까 그냥 좋다는 대답이 나올 것만 같다.




혼자 있다는 건 이렇게 그냥 걷는 거야.

하지만 누군가와 이야기를 한다는 건 이렇게 풍경을 보는게 아닐까. (p142)

시시한 이야기란 무엇일까. 우리는 시시한 이야기를 하면서 살아간다. 그렇다면 시시하지 않은 이야기는 뭘까. 나에게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저 시시한 이야기일 수 있다. 우리가 나누는 대화는 일상이며 그저 시시한 대화다. ,시시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잘못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혼자 있기도 하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냥 걷다가 풍경을 보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른이 된 다음에도 놀기 위해서야. 홰내기야, 하지만 놀지 않는 어른도 있어. (p335)

취미란 무엇일까. 사실 머릿속으로 취미가 무엇인지 알고 있지만 딱 이렇다할 정의를 내기가 힘들다. 하나씩 예를 들어보이면 이게 정말 취미인지 아닌지 분간하기 어렵고 사람마다 그 기준이 다르다. 먹는 것이 취미가 아니라고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먹는 게 취미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정말 취미란 쓸데없는 것일까? 어른에게는 어쩌면 취미는 필수적이다. 놀기 위한 구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논다고 하면 그런가보다 하지만 어른이 논다고 하면 뭔가 그러면 안될 것 같지 않은가.

https://blog.naver.com/shimchan2/221408639362

보노보노의 이야기를 하나씩 들춰보면서 인생의 교훈들을 배운다. 얼마 전에 읽었던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책에서 전하는 김신회 작가의 이야기에 큰 공감을 했다. 보노보노의 재발견이었다. <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를 읽으면서 더 깊게 보노보노가 전하는 깊은 이야기들에 공감했다. 한 단계 더 보노보노의 매력에 빠졌다고나 할까. 오랜 시간 사랑받는 이야기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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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61가지 심리실험 - 인간관계편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심리실험
이케가야 유지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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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61가지 심리실험 : 인간관계편

인간 관계의 비밀을 알 수 있는 흥미로운 실험들

참 궁금하다. 나를 포함해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고 방식은 어떠할까.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지금까지 나는 스스로 조금은 특별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남들과는 다른 가치관의 소유자이며 다른 방식으로의 문제 접근을 하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름 자신감과 자존감이 있는 사람이다. 공부도 나름 잘했기에 문제 해결의 접근 방법도 창의적이며 남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라. 이 책을 보고난 뒤 이러한 나의 생각이 180도 뒤집혔다. 나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사고 방식의 회로를 가지고 있었다. 사실, 다른 이들의 마음이 궁금해 이 책을 선택했으나 오히려 몰랐던 내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되었다.

책의 제목처럼 실험들이 모두 재미있다. 우리가 생각했던 상식들을 뒤집는 실험 결과들이 매우 흥미로웠다. 특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의 행동에 대한 구체적 이유가 참 재미나다. 몇개 기억나는 것들을 보면, 구매 가격을 고객이 정하게 했을 때 판매자의 이익이 최대가 되었다는 실험, 자기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라면 20퍼센트 정도 이익을 과감히 포기하는 사람들, 상류층 사람일수록 도덕 관념이 희미해지는 이유, 인간의 윤리와 도덕성이 돈 앞에서 무너지는 한계치 등의 실험과 그 결과들이 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사람들의 습성과 행동들은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모습이었고 동시에 나의 상식들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몇 가지 강렬하게 기억이 남는 내용들을 아래에 적어 본다.


우리는 주위에서 실연당해 허구한 날 술독에 빠져 지내는 사람이나 수면 부족으로 폭식하는 사람을 자주 본다. 그와 같은 쾌락의 치환이 파리에게 일어난다면 진화적으로 상당히 오랜 기원을 가진 현상임을 의미한다. 어쩌면 '대체물로 만족하는 능력'은 모종의 이점을 가져다주는 강력한 생존 전략의 일환일지도 모르겠다. (p26)

파리 실험은 쾌락과 대체물에 대한 내용을 담았는데 매우 흥미롭다. 왜 사람들이 술을 마시느냐하면 쾌락을 얻기 위함이다. 이 쾌락은 다른 대체물로 대체가 가능하다. 음주, 수면, 폭식 등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켜 줌으로 인해 쾌락의 욕구를 채울 수 있다. 파리도 짝짓기, 알코올 등의 쾌락을 추구한다는 점과 인간도 이러한 쾌락을 추구하는 파리와 비슷한 동물임이 참 씁쓸하기도 하다.

하버드대 미첼 교수 연구팀은 인간은 다른 사람에게 자기 이야기를 할 기회를 얻기 위해서라면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의 20퍼센트 정도를 과감히 포기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p61)

참 재미있는 연구 결과다. 돈이 최고인 세상에서 이 돈을 얻을 수 있는 것을 일부 포기하면서까지 갖고 싶어 하는 바로 그 것.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니. 쉽사리 믿기지 않는 부분이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명백해지는 순간이다. SNS에 자신의 이야기로 쾌감을 얻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본능적인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렇게나 사람들은 잘 들을줄 알아야 한다고 경청의 자세를 강조하나 보다.

포기해야 할 때 포기할 줄 아는 것도 능력이다. 손에 움켜쥐고 있던 것을 놓아야 할 때 놓을 줄 아는 것도 능력이다. 지혜로운 행동이며, 인생을 행복으로 이끌 줄 아는 노하우다. 인간 뇌가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관찰하다 보면, 때로 책 한 권에서 얻을 수 있는 지혜와 노하우를 얻은 듯 뿌듯해지곤 한다. (p148)

우울증과 '포기하는 능력'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황금 찾기 비디오게임 실험'의 마무리 멘트다. 60대 이상 노인의 우울증에 대해 알아 보기 위한 실험이 있었다. 젊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포기하지 않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60대 이상의 노인들에게는 포기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젊은이들처럼 포기하지 않으려 하면 우울해진다는 의미다. 젊게 산다는 게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변화를 받아들일 줄 아는 지혜, 포기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한 이유다.

흔히 '간질'이라고 부르는 뇌전증은 뇌가 과도하게 흥분하는 질환이다. 그러므로 뇌전증에 처방하는 약은 지나치게 흥분한 노의 활동을 정상 수준으로 돌려놓는 작용을 한다. 뇌전증 환자에게 처방하는 약물을 치매 환자에게 투여하자 해마 활동은 정상 수준으로 안정되었으며, 동시에 건망증도 개선되었다. (중략) 뇌가 활성화 된다고 해서 반드시 좋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p168)

우리의 기본적인 상식을 깨는 실험이다. 뇌가 활성화되면 초능력을 발휘한다거나 지능이 높아질 것만 같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과학자들도 처음에는 당연히 뇌 활성화가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가정했었다. 과하면 안된다. 엑셀과 브레이크를 적절하게 사용해 뇌가 정속 주행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너무 과속하면 사고가 날 수 있고 컨트롤이 불가능해진다. 뇌를 활성화해 지능이 좋아진 사례를 내심 기대했던 내 자신을 반성하게 한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매일 한 시간씩, 총 50일 동안 게임을 하는 과제를 내주었다. (중략) 액션 게임 그룹의 동체 시력과 시각 판단력이 월등히 높아졌다. 게다가 놀랍게도 그 효과가 훈련 후 1년 넘게 유지되었다. 이쯤 되면 '게임은 무조건 해롭다'라는 본능에 가까운 통념이 와장창 깨질 만하지 않은가! (p275)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한다. 게임한다고 혼나는 남편들은 이 책의 내용을 아내에게 보여주자. 우리에게는 게임을 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 시력은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것과 전혀 관련이 없고 오히려 동체 시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게임을 통해 이해력 및 판단력이 상승하기도 한다니 게임은 지금의 나를 있게한 발판과도 같은 것이었다.


61가지의 모든 실험 결과를 기억해 두고 싶다. 인간 관계뿐 아니라 인간 자체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다. 상식을 뒤엎는 내용들부터 사람들의 습성들을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우리는 근거없이 무언가를 쉽게 단정 짓고 믿는 경향이 있다. 상식적으로라는 말은 상당히 위험하다. 각종 실험이 우리의 상식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한다. 근거없는 자신감이라 했던가. 어쩌면 우리 모두는 근자감이 가득한 상태로 자신의 지식을 뽐내고 있었을지 모른다. 이 책에는 근거가 담겨있다. 자신감을 근거로 무장하는 아주 좋은 실험들이 있다.

우리가 가진 잘못된 상식들을 올바른 상식으로 업데이트할 기회다. 이 실험 정보들을 활용하여 내 자신의 행동을 이해하고 남을 이해하고 인간 관계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다고해서 하루 아침에 인간 관계가 엄청나게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다. 최소한 사람을 만남에 있어 상대가 원하는 바를 좀더 쉽게 알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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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지막 히어로
엠마뉘엘 베르네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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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지막 히어로

베르네임의 팬이 되다

책을 읽고 난 뒤 다양한 생각에 사로 잡혔다. 이렇게 소설을 쓸 수도 있구나. 내가 소설을 쓴다면 이렇게 쓰고 싶다. 간결하지만 강력한 문체의 이 소설은 나의 혼을 쏙 빼놨다. 저자 '엠마뉘엘 베르네임'에 대해 궁금해지고 저자의 다른 책들도 궁금해졌다. 다양한 수식어가 절로 떠오르는 그녀의 소설은 소설의 미니멀리즘이라 할까. 장황하고 복잡하지 않아 더 매력적인 소설. 나는 이미 베르네임의 팬이 되었다.

저자의 이력이 더욱 놀랍다. 일어학을 전공한 파리인, <영화 평론>지 사진자료실 책임자 4년, 시나리오 작가, 드라마 대본 심사위원, 메디치상 심사위원, 61세의 일기로 타계. 20년간 베르네임이 낸 소설은 단 5편. 모두 100쪽 남짓한 소설이다. 잭나이프(1985), 커플(1987), 그의 여자(1993), 금요일 저녁(1998), 나의 마지막 히어로(2002). 이 책을 읽었으니 이제 읽을 수 있는 그녀의 책은 4권 밖에 남지 않았다.

록키 발모아처럼 일어날 것이다.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것이다. 스물다섯 살이었다. 지금이야말로 다시없는 기회였다. (p15)

베르네임의 자전적 소설인 나의 마지막 히어로는 주인공 리즈의 일대기가 담겨 있다. <록키3>를 관람한 이 후 그녀의 삶은 달라진다. 실베스터 스탤론의 진정한 팬으로 탄생한 순간이랄까. 중도 포기했던 의사의 꿈을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록키3>를 보고 고약한 감기로 앓아 누운 리즈는 깨어나는 순간 새롭게 태어난다. 남자친구 미쉘은 리즈의 선택을 비웃고 리즈는 그를 떠난다. 그리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그녀는 열심히 노력하여 의사가 되고 장을 만나 두 아이의 엄마가 된다.

이제부터, 그녀는 버는 돈의 10퍼센트를 이 계좌에 입금할 것이다. 이 돈은 스탤론을 위한 것이다. 불행히도 스탤론이 가난에 쪼들리게 될 경우를 대비하여. (p48)

실베스터 스탤론을 향한 리즈의 '덕질'의 모습은 눈여겨 볼만하다. 그녀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발판은 바로 <록키3>의 실베스터 스탤론이었고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었다. 스탤론의 영화를 보러가는 그 시간은 리즈에게 힐링의 시간이다. 그저 영화표를 구매한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듬직한 남편 장을 만나 안정적 삶을 꾸렸지만 스탤론을 향한 리즈의 마음은 여전했다. 이를 이해하는 남편 장의 모습에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내 아내가 우상을 위해 돈을 따로 마련하는 모습을 본다면 어떠한 마음이 들까. 장의 모습처럼 아내를 포근히 안아 줄 것 같다.

스탤론이 아니었더라면 리즈는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었을까? 나는 '그렇다'고 말하고 싶다. 스탤론은 그저 불씨에 불과했고 그녀의 의지가 만들어낸 결과라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무엇이든 불씨는 존재하지만 땔깜이 부족해 버티기 힘들 뿐이다. 그녀의 인생을 바꾼건 사실 스탤론이라기 보다 그녀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다.

사실 내용 자체에 반전이나 극적인 요소가 있지 않다. 이 내용을 장황한 장편 소설로 만났다면 아마 이런 찬사를 보내긴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결하고도 강렬한 그녀의 문체가 빛을 발한다. 이 소설은 이제껏 만나왔던 소설들과 그 느낌이 매우 달랐다. 간결함 속에 담겨진 그 뜻을 생각해보며 읽게 된다. 커다란 맥락을 제시하면서 다양한 작은 줄기의 맥락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여백의 미'라고나 할까. 빈틈없이 채워진 어지러운 그림보다 간결하고 함축적인 그림에 매료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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