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왕관 - 유럽 왕실을 뒤흔든 병의 연대기
여지현 지음 / 히스토리퀸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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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스토리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고통의 왕관

유럽 왕실을 뒤흔든 병의 연대기

세계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 책 <고통의 왕관>을 추천하고 싶다. 유럽 군주들의 권력과 신분, 부귀한 삶은 평범한 이들이 넘볼 수 없는 범주의 것이었다. 그러나 질병은 이러한 사실과 관게없이 만인에게 평등하게 적용된다. 오히려 그 질병이 그들에게 조금 더 가혹하게 작용하는 경우도 있기에 흥미롭게 느껴졌다.

과거에 비해 현대는 의학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지금이라면 충분히 고칠 수 있는 질병들이 그 당시에는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질병이었다. 그래서 그 질병들로 인해 고통 받았던 과거의 역사가 더 안타깝게 다가온다. 이러한 역사적 관점에서 어쩌면 지금 우리가 겪는 질병들이 미래에는 쉽게 치유될 수 있는 질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통풍은 "제왕의 질병"이라 불렸고... 신성로마 황제 중에서는 ... 카를 5세가 그 주인공으로 그는 28세에 처음으로 급성 통풍 발작을 겪었다고 하는데 1550년까지 거의 계속해서 신체적으로 약했다고 한다. (중략) 유럽과 신대륙에 걸친 카를 5세의 광대한 영토와 끊임없는 오스만 제국의 침략 위협은 막중하고 피할 수 없는 책임과 결정을 수반했으며, 이는 통치자 개인에게만 달려 있었고 그러한 상황에서 그의 건강 상태는 궁극적으로 이 영토들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왕들의 병: 온몸을 고통에 빠뜨리는 통풍, 국왕들만 걸렸던 이유는? (p28)

바람만 불어도 아프다는 통풍에 대한 지식이 현대에는 많이 알려져 있다. 45세 이상 남성에게 흔한 질환이며, 요산의 축적으로 인해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고통을 수반한다. 그래도 조기 발견하여 약으로 진행을 늦추고 식이요법으로 관리하면 증상이 많이 호전된다. 그러나 과거에는 약도 없고 정확한 의학적 지식이 없기에 고통 속에 살아야 했다.

제왕의 질병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그 당시 일반인들은 고기와 술을 자주 먹지 못하였을 것이다. 고기와 술을 마음껏 먹던 군주들이 겪어야 했던 통풍은 어쩌면 저주와도 같은 질병으로 비춰진다. 또 하나의 측면으로 납 중독과 관련된 부분이 흥미롭다. 그 당시 와인 제조 과정에서 납 성분이 들어가고 귀족들이 와인을 즐겨하면서 납 중독에 걸렸다. 이것이 통풍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매순간 선택을 해야하는 황제의 입장에서 통풍의 고통은 일상 생활 자체가 힘들었을 것이다. 통증으로 인해 어떠한 선택을 내리지 못하고 결정을 미루는 일이 많아졌으며, 이로 인해 전쟁이 연장되기도 하였다. 또한 우울증도 생겼다고 한다. 질병으로 인해 역사가 바뀌는 것이다.



빅토리아 여왕이 영국의 군주가 될 수 있었던 유전적 계통은 부친인 켄트 공작 에드워드의 혈통을 타고났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의 한 유전적 분석에 따르면, 부친 에드워드 쪽에서 유래된 유전자 변이가, 빅토리아가 보인하고 있던 혈우병 유전자의 원천이었다는 분석이 있다.

저주받은 피: 빅토리아 여왕의 혈우병, 러시아 황실을 몰락시키다 (p55)


X염색체의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혈우병이 발병한다. 빅토리와 여왕과 남편 앨버트 공 사이에 여덟 번째 자녀, 막내 아들인 레오폴드는 어린 나이에 사망했다. 빅토리아 여왕의 막내딸 베아트리스 왕녀는 스페인의 미래 국왕인 알폰소 13세와 결혼한다. 둘 사이에 태어난 두 아들 아스투리아스공작 알폰소와 곤잘로는 혈우병 환자였다.

현대는 혈우병이 있어도 과거와 달리 관리를 통해 장수도 가능하다. 하지만 혈우병에 대한 정확한 지식조차 없었던 그 당시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어린 시절 작은 출혈에 의해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고 청소년기를 넘기기조차 힘들었다고 한다.

빅토리아로 인해 왕족 가문의 혈통이 약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빅토리아 증손녀 중 잠복 보인자 가능성으로 인해 두려움이 남는 것이다. 왕족의 혈통을 약화하는 유전병인 혈우병은 역사적으로 의미있고 흥미로운 주제였다.


역사가들이 남긴 기록은 1347년 당시 사람들의 암울한 삶을 엿볼 수 있게 해 주는데 니키포로스 그로그라스는 이렇게 회고했다. "이 재망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덮쳤다. 부유하든 가난하든, 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아무도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없었다." (중략) 요안니스 6세의 저술은 그가 흑사병 당시의 황제였기에 (중략) 그의 아들 안드로니코스까지도 그로 인한 사망자였다.

검은 사신의 그림자: 중세의 악마 흑사병, 2천 년 로마를 멸망시키다 (p145)

중세의 흑사병은 높은 치사율로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상이 사망했다고 한다. 광범위한 무역과 전쟁이 질병 확산에 기여했다는 측면이 있고, 항생제가 없던 그 당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죽은 경우가 많다. 지금도 적절히 치료받지 못하면 위험한 병이라고 하니 그 당시에 얼마나 위험했을지를 알 수 있다.

우리 역시 최근 코로나 팬데믹의 시기를 겪었기에 그 무서움을 알고 있다. 제국을 쇠퇴의 길로 들게 만드는 중세의 흑사병처럼 코로나 시대는 장기간 세계를 얼어 붇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흑사병 시대만큼은 아니더라도 우리는 방역 수칙, 개인 위생 ,백신 등에 대해 몸소 경험하고 병을 이겨냈다.

그 당시에는 위생 관념이 없다시피하고, 항생제도 없었으며, 방역 수칙 또한 없었기에 속수무책으로 질병에 노출되었을 것이다. 아직도 이 흑사병이 부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놀라운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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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좋아하는 그림 그리기 - 정말 쉽다·5분 완성!
카롱쌤 지음 / 황금부엉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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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부엉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정말 쉽다, 5분 완성!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 그리기

아이와 함께 그림 놀이 하기 좋은 아이템!

고양이, 강아지, 토끼, 사과, 딸기, 바나나, 공룡, 자동차, 로봇 등 75가지 그림을 그리게 만들어 줍니다. 공룡을 그리라 말하면, 순간 막막해집니다. 그림에 영 소질이 없는 어른으로 자라 그림 그리는 센스가 부족한 부모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숫자 7을 쓰고 공룡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답니다. 이 책의 도움으로요.


요즘 부쩍 5살 아들이 종이를 가져와 그림을 그려달라고 합니다. 케데헌의 사자 보이즈, 어벤져스를 그려달라고 해서 인질로 붙잡히곤 합니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은데 생각처럼 아직 안되고 어른의 손을 빌리려 하는 듯 합니다. 그러던 중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 그리기>책을 만났고, 아이에게 선물로 주었답니다. 이제는 이 책을 보면서 스스로 그림을 그립니다. 이제는 자신이 그린 그림이 어떠냐고 계속 물어봅니다.


5살 아들은 숫자도 제법 쓰고 읽을 줄 압니다. 알파벳도 쓰고 읽을 줄 알아요. 그래서 이 책을 활용함에 있어 아주 좋아요. 숫자 2를 먼저 쓴 다음 순서대로 따라 그리다 보면 백조가 완성됩니다. 숫자 2를 먼저 쓰고, 호박 모자나 고양이를 그릴 수도 있습니다.



알파벳 H 로 그림을 그립니다. 성을 그리기도 하고 꿀, 모자를 그릴 수도 있습니다. '성' 그림이 조금 복잡하게 느껴지는지 저에게 그려달라고 하네요. 아직 영어 단어를 알지는 못해서 영어 단어는 다음에 알려주어야겠어요.


처음엔 혼자 알아서 하더니 같이 그리자고 합니다. 저도 같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아이나 저나 실력이 비슷합니다. 아이는 아이디어가 샘솟는지 무지개 그림도 그렸습니다. 아이와 함께 어떤 그림을 그려야할지 잘 모를 때 이 책을 활용해 보세요. 아이와 함께 그림 그리기 놀이도 하고 숫자와 알파벳을 쓰고 그림으로 변신시키는 놀이도 합니다. 오늘도 또 아이와 함께 그림을 그려봅니다.

유치원생, 초등학교 저학년생 아이와 함께 하기 좋은 활동 책으로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그리기>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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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척학전집 : 훔친 철학 편 - 알고 있으면 척하기 좋은 지식의 파편들 세계척학전집 1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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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티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세계척학전집 : 훔친 철학 편

알고 있으면 척하기 좋은 지식의 파편들

철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호기롭게 철학 책을 펼쳐 든다. 그러나 난해하고 어려운 철학에 호되게 당하고 철학과 담을 쌓는 경우가 많다. 책을 완독했다 하더라도 내가 정말 그 철학에 대해 정확히 이해했냐 묻는다면 대답이 망설여 지기도 한다. 그만큼 철학이 어렵다.

그런데 철학을 이토록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이 있을까. 나는 <세계척학전집 : 훔친 철학 편>을 우리 아이들이 청소년이 되었을 때 혹은 대학생이 되었을 때 꼭 읽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전혀 어렵지 않고 특히 일상생활과 연관지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어 정말 좋았다. 철학이 전하는 바를 이해하고 같은 사실을 두고도 바르게 생각하는 단단한 아이로 자라났으면 좋겠다.

철학이 우리 생활과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철학은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것과 연관되어 있으며 우리의 행동을 결정하고 사회가 나아가는 방향을 결정한다. 이런 연관성은 철학을 알면 알수록 더욱 확연하게 보인다. 철학을 알면 알수록 우리가 어떤 현상이나 상황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진다고 할 수 있다.

2500년이란 시간 동안 다양한 철학이 존재하고 그 철학들은 서로 비슷한 방향성을 가지기도 하지만, 정반대의 의견을 내기도 한다. 철학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우리가 어떤 마음, 생각을 가져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이 시대를 잘 살아내기 위해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바로 철학이다.


차례를 보고 관심이 가는 철학을 먼저 읽어도 좋고,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어도 좋다.

PART 1 진리와 인식 -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테카르트의 회의론, 니체의 관점주의, 비트겐슈타인의 언어게임, 소크라테스의 무지의 지, 플라톤의 동굴 비유, 베이컨의 네 가지 우상, 장자의 호접몽

PART 2 윤리와 정의 -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칸트의 정언명령, 롤스의 정의론, 벤담의 공리주의 vs 칸트의 의무론,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 노자의 무위자연, 공자의 인, 에피쿠로스의 쾌락주의, 스토아학파의 금욕주의

PART 3 자유와 실존 - 나는 누구인가?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키르케고르의 실존적 선택,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카뮈의 부조리, 프로이트의 무의식, 라캉의 거울단계, 불교의 무아론





악마가 "네 삶은 무한히 반복된다"고 말한다면, 너는 그것을 저주할 것인가, 아니면 그 말을 신성하다고 받아들일 것인가? (중략) 당신이 지금의 삶을 사랑한다면? 고통까지 포함해서 모든 것을 긍정한다면? 그렇다면 영원히 반복되어도 좋다. "그래, 다시 한번!"

02 니체의 관점주의 (p48)

니체의 관점주의, 니체의 철학을 명료하고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어 단숨에 이해되었다. 예전에 니체의 철학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를 호기롭게 읽었다가 높은 난도에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척학전집의 10장 남짓 내용을 읽고 이체는 니체의 철학이 무엇인지, 아는 척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즉, 이제는 니체의 관점주의에 대해 쉽게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관점주의는 어떠한 사실이 아닌 해석이 중요하다는 것. 내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가 중요하다. 나이 듦에 대해 '늙어가는 것'과 '성숙해지는 것' 중 선택은 나의 몫이다. 10년 전 연인과의 헤어짐이 매우 고통스러웠으나 지금 돌아보면 나를 성장하게 한 경험으로 여길 수 있다. 사실은 동일하지만 나의 관점을 달리 함으로써 전혀 다른 마음이 된다. 지금 나의 삶을 사랑하고 나의 운명을 사랑하는 '운명애'을 기억하자.


이 장에서 배울 것은 공리주의나 의무론의 교리가 아니다. 결과와 우너칙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법, 상황에 따라 어느 쪽을 우선할지 판단하는 법, 그리고 도덕적 선택의 무게를 감당하는 법이다. 벤담과 칸트 사이 어디쯤, 당신만의 윤리적 지점을 찾아야 한다.

벤담의 공리주의 vs 칸트의 의무론 (p172)



벤담의 공리주의 vs 칸트의 의무론,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유명해진 트롤리의 딜레마가 언급된다. 한 권의 책으로 다뤄진 내용이 아주 명료하고 이해하기 쉽게 정리되어 있다. 현대 사회에서 법 체계는 대체로 칸트적이며, 정책 결정은 대체로 공리주의적이라는 설명이 이제는 확연하게 이해된다. 결과가 좋다할지라도 살인과 도둑질은 처벌 받으며, 최대 다수의 이익이 되는 정책이 필요하다.

우리는 매일 작은 트롤리 딜레마를 마주한다. 결과를 택할 것인가, 원칙을 택할 것인가. 유연할 것인가, 엄격할 것인가. 벤담과 칸트 사이 어디쯤에 답이 있다. 당신의 일상에서, 당신의 선택에서, 당신만의 균형점을 찾아라. 그것이 당신의 윤리다. 완벽한 답은 없다. 하지만 신중한 고민은 있다. 그것이 철학이 주는 것이다.

p188

"매일의 작은 트롤리 딜레마"라는 이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일상을 살아가는 중에서도 선택의 기로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나의 선택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면 그 선택은 더욱 어렵다. 트롤리 딜레마의 상황처럼 누군가의 죽음과도 같이 극단적이지는 않더라도 나의 선택에 의해 되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답에 가까워지기 위해 더욱 철학을 공부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할 것이다. 모두를 위할 것인지 도덕을 따를 것인지 무엇이 진정한 답에 가까운 것인지를 우리는 매일 고민하고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아침에 기분이 좋았다. 출근길에 짜증났다.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았다. 점심 먹고 나아졌다. 오후에 또 화났다. 퇴근 후 평온해졌다. 어느 감정이 "진짜 나"인가? 불교는 이것을 찰나생멸이라고 부른다. 모든 것은 순간순간 생겼다가 사라진다. 고정된 것은 없다. 영원한 것은 없다. "나"도 마찬가지다.

불교의 무아론 (p394)

서양 철학에서 "나는 누구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붓다는 애초에 '나'는 없다라고 말한다.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확연하게 다르다. 그 당시의 고민과 지금의 고민 역시 매우 다르다. 같은 '나'라고 할 수 있는가. 고정된 자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붓다는 말한다.

얼마전 읽었던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영향인지 붓다의 무아론은 나에게 울림을 준다. 누군가 나를 비난했다. 그러나 내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 순간의 내가 이기적인 행동을 했고 그것이 나를 정의하지 않는다고 여기면 된다. 승진에 탈락했을 때, 이번 평가에서 점수가 조금 모자랐음에 스스로 실망할 수는 있지만 '나'라는 스스로에 대한 정의를 뒤바꾸진 않는다. 완벽한 이론은 아니지만 우리의 마음가짐에 힘을 북돋는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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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수놓은 사색의 시간
김지원 지음 / 그로우웨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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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수놓은 사색의 시간

마음의 위안과 위로를 얻는 에세이




한 때는 에세이를 즐겨 읽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나눈다는 느낌도 들고, 글에 담긴 다양하고도 깊은 생각에 감탄도 하고, 그 따스함에 포근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다 슬슬 에세이에 나도 모르게 싫증이 생겼다. 처음 에세이를 만났을 때의 설렘보다 에세이 책들의 비슷비슷한 느낌으로 인한 거부감이 쌓였다. 그렇게 한동안 에세이를 멀리했다. 그러다 요즘 마음의 고민과 걱정이 쌓이면서 나도 모르게 홀리듯 에세이 책 하나를 펼쳤다.

2025년 한 해를 보내는 연말에,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연초에 읽기 좋은 에세이다. 누군가의 생각을 조심스레 보고, 듣고, 수놓는 이 시간이 일종의 치유이며 위로가 된다.

처음엔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이 책에 수록된 모든 그림들이 그저 귀엽고 몽글몽글한 느낌의 그림들이 생각했다. 그런데 모든 그림들이 김지원 저자의 자수 작품들이다. 그녀의 작품을 감상하는 자체로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자수의 장르만이 가진 따스함이 그림에 담겨 있다.


어렸을 적 하루 일과 중 가장 기다린 것은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는 엄마를 마중 나가는 일이었다. (중략) 내 손을 꼭 잡고 슈퍼에 들러 여러 채소와 내가 좋아하는 과자를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그 시간이 너무 행복했다. (중략) 어렸을 적 내 표정처럼. 엄마에게 다가가 괜히 왜 나왔냐고 투덜거렸지만 우리는 그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두 손을 꼭 잡고 역 앞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나눠 먹고 엄마가 좋아하는 빵을 사서 집으로 향했다.

마중, 그 설렘 (p15)

<마중, 그 설렘> 을 읽고 나니 일상의 작은 소중함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지금 느끼는 이 작은 행복이 당연한 것이라 여기고 있지 않은가를 돌아봤다. 어릴 적 엄마를 마중 나가는 일에 행복을 느끼는 것처럼, 지금 내가 누군가를 마중나가며 행복을 느끼는가에 생각했다. 바쁘게 살아가는 이 가운데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이 행복이 될 수 있음을 잘 모르고 살아가는 것 같다.

이 짧은 글을 읽고 나는 큰 깨달음을 얻고, 내 삶을 뒤돌아 본다. 행복한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힘이 깃든 좋은 글이다. 나도 모르게 에세이에 이끌려 책을 펼쳐 읽는 이유일 것이다.



진심이라는 단어를 왠지 거창하고 특별한 것처럼 여겨왔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려깊은 사람들이 나에게 건네는 말과 행동에 잔잔하게 스며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진심 (p31)

<진심>에 담긴 진심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다. 저자는 다정한 눈빛, 감사의 마음, 기다려 주기, 공감하기 등이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작용하고 따스함을 느낀다고 한다.

나는 누군가에게 이런 사람이 되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봤다. 아무래도 나는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사람과의 관계가 아직도 서툴고 평생 어려울 것만 같다. 새해에는 조금 더 나은 내 자신이 되었으면 한다. 진심이 담긴 사려 깊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

나는 산책을 아주, 정말, 많이 좋아하는데 하루 동안 여러 생각으로 시끄러웠던 머리를 식히기 위해 초저녁에 하는 산책을 가장 좋아한다. (중략) 익숙한 곳을 지날 때는 정겨움에 편안해지고 새로운 곳에 다다랐을 때는 호기심에 이리저리 둘러보느라 나를 얽매고 있던 문제들로부터 잠시 벗어나게 된다.

산책 (p47)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모두가 공감할 듯 하다. 가볍게 산책을 하며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험을 해봤기 때문일 것이다. 산책은 익숙한 길에서 새로움을 찾는 과정과 같다. 우리 동네에 이런게 있었나 라는 생각을 하며 새로운 발견을 하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 추운 겨울 날씨에 산책을 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든다. 날이 따스해지면 좀 걸어야겠다.

아주 예전에 출근길마다 들었던 라디오 프로가 있었는데 진행자분이 매일 해주던 인사말이 묘하게 힘이 나서 그 시간만은 귀 기울여서 들었어요. 오늘은 듣기만 했던 추억 속 인사를 저도 해봐야겠어요. '오늘 하루도, 당신 거예요.'

하루의 시작 (p82)

이 '오늘 하루도, 당신 거예요'라는 말을 곱씹는다. 묘하게 힘이 난다는 표현이 참 와닿는다. 하루를 시작하는 우리에게 은은하게 힘을 주는 말이다. 살짝 찌그러져 있던 나의 마음가짐을 누군가 매만져 주는 느낌이 든다. 어쩌면 별 것 아닐 수도 있을 이 말 한마디에 누군가는 힘을 얻고 하루를 살아갈 용기를 받는다.

어쩌면 익숙함 속에 머무는 것이 편안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계에 닿은 불편함을 잠시 견뎌낸다면 새로운 힘이 생기게 된다. 그 힘으로 또 다른 오르막을 마주했을 때 다시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불편함을 견디는 힘 (p113)

이 에세이 안에서 저자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밝고 명량했던 어린 아이가 지금은 내향적 기질로 여러 사람들과의 만남이 어렵다고 말한다. 회사 생활을 했었고 지금은 자신만의 길을 찾아 묵묵하게 나아가고 있다. 한걸음씩 나아가는 과정 안에서 주변 사람들의 따스한 응원을 받으며 용기를 얻고 또 다른 도전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본다.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멋있고 이런 책을 낸다는 것도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 책을 통해 나 역시 무언의 힘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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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너머 한 시간
헤르만 헤세 지음, 신동화 옮김 / 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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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자정 너머 한 시간

밤의 문장들 속에서 만나는 미완의 헤세




올 여름,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를 읽고서 상당한 감동을 느꼈다.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기 까지의 과정과 헤세만의 책 속의 문장들이 가진 힘은 나에게 있어 그 가치가 상당했다. 우리가 만나는 헤세의 글들은 독일 원문을 번역한 내용이기에 온전히 그 감동을 느끼기에 분명 한계가 존재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분명 문장 하나 하나가 가진 깊은 뜻을 알아가는 재미와 헤세만의 차별성은 분명하게 존재하고, 지금까지와는 정말 다르게 독창적이며 감성적이다.

<자정 너머 한 시간>은 헤르만 헤세의 첫 산문집으로 지금까지 만났던 헤세의 작품들과는 그 느낌이 사뭇 달랐다. 헤세의 잘 알려진 작품들은 이야기가 그의 아름다운 문장들이 조화를 이루며 진행이 되어 완성도가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9편의 단편 산문집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각 산문은 완성도면에서는 부족할지라도 아름다운 문체를 느껴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헤세의 초창기 작품이기에 약간 힘을 주어 글을 써나간게 아닌가 싶은 느낌도 들었다.



책의 머릿말에는 이 책이 출판되면서 있었던 일화가 언급되는데 이 책을 상업적 성공을 목표로 출간했다기 보다는 문학적 가치를 보고 출간했다 한다. 그래서일까. 각 산문들의 문장들은 물흐르듯 읽어 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또한 문장 마다 가진 의미에 대해 곱씹느라 진도가 잘 나가지도 않는다. 다른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유독 더 그런 느낌이 있다. 그럼에도 그의 책을 놓고 싶지 않았다. 그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온전히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자꾸 나를 이끌었다.

시적이라는 표현이 맞을까. 이 책은 헤세의 특성을 이해하는 팬들에게 오히려 선물과도 같은 책이다. 시적이고 감상적이며, 상징적, 은유적 표현들이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미완의 헤세를 만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반면 단순한 글이 아닌 시적 표현이 한껏 가미된 문장들의 결합이기에 자칫 너무 화려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책의 내용은 밤과 꿈, 고독, 내면의 탐구, 환상과 같은 내용들이기에 현실적이지 않고 몽환적이며 환상의 세계를 탐험하는 느낌이 든다. 어렴풋한 미지의 세상을 헤세의 문장으로 머릿속에 만들어야 하기에 살짝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마치 미술 전시회에서 화려한 현대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느낌이랄까. 알듯 모를 듯 하면서도 그 아름다움이 오롯이 느껴지는 작품을 만나는 체험과도 같았다.

당신이 헤세의 팬이라면, 감성적 문체에 매력을 느낀다면, 깊은 사색에 관심이 있다면 <자정 너머 한 시간>을 추천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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