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네임의 팬이 되다
책을 읽고 난 뒤 다양한 생각에 사로 잡혔다. 이렇게 소설을 쓸 수도 있구나. 내가 소설을 쓴다면 이렇게 쓰고 싶다. 간결하지만 강력한 문체의 이 소설은 나의 혼을 쏙 빼놨다. 저자 '엠마뉘엘 베르네임'에 대해 궁금해지고 저자의 다른 책들도 궁금해졌다. 다양한 수식어가 절로 떠오르는 그녀의 소설은 소설의 미니멀리즘이라 할까. 장황하고 복잡하지 않아 더 매력적인 소설. 나는 이미 베르네임의 팬이 되었다.
저자의 이력이 더욱 놀랍다. 일어학을 전공한 파리인, <영화 평론>지 사진자료실 책임자 4년, 시나리오 작가, 드라마 대본 심사위원, 메디치상 심사위원, 61세의 일기로 타계. 20년간 베르네임이 낸 소설은 단 5편. 모두 100쪽 남짓한 소설이다. 잭나이프(1985), 커플(1987), 그의 여자(1993), 금요일 저녁(1998), 나의 마지막 히어로(2002). 이 책을 읽었으니 이제 읽을 수 있는 그녀의 책은 4권 밖에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