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 - 2023 브라게문학상 수상작
프로데 그뤼텐 지음, 손화수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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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책방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


노르웨이 소설은 개인적으로 낯설다. 저자의 이름 '프로데 그뤼텐' 역시 그렇다. 노르웨이 현대 문학의 소설가, 시인, 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인 저자는 1960년 생으로 노르웨이에서 최고 권위의 문학상 브라게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이다. 꾸준히 작품활동을 했고, 각종 상을 수상하며 인정받는 작가다.

  • 시집 <시작>(1983)

  • 연작소설 <벌통의 노래>(1999) 브라게문학상 수상, 노르딕평의회문학상 후보

  • 장편소설 <표류하는 곰> (2005) 리버튼문학상 수상

  • 단편집 <Rom ved havet, rom i byen> (2007) 뉘노르스크문학상, 멜솜문학상 수상

  • 소설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 (2023) 브라게문학상 수상


그의 마지막 날은 이렇게 흘러갔다. 항해일지를 펼쳐 놓은 채 핸들 옆에 서서, 과거의 소리와 라디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11월의 하늘은 그의 머리 위에 있었고, 그의 발밑에서는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p38

처음엔 독특한 설정에 쉽사리 이해가 어려웠다. 페리 운전수 닐스 비크가 놀라는 기색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망자들을 만나는 상황에서 이 사람이 원래 망자를 보는 건지, 마지막 날이기에 망자를 본다는 것인지, 이미 죽어서 배를 타고 이승에서 배를 타고 다니는 것인지 살짝은 당혹스러웠으나 약간은 다른 문화적 차이 혹은 작가가 준비한 소설의 세계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탓인 듯 하다. 사실 우리의 문화에서도 비슷한 부분이 존재한다. 죽음에 임박했을 때 세상을 먼저 떠난 이들이 마중을 나온다는 이야기라던가 죽음의 순간 살아왔던 인생의 모습이 한 순간의 영화처럼 지나간다는 이야기들을 들을 적이 있기에 매우 낯선 상황만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잊혔다. 이제 거의 모든 사람들은 잊혔다. 이제 거의 모든 사람들은 떠나가고 없다. 물살은 낮과 밤을 지우고, 모든 것을 서로 연관성이 없는 조각들로 분리한다. 피오르는 망각이다. (중략) 단지 잔잔하고 푸른 수면만 있을 뿐이다. 모든 것은 이전과 똑같이 지속된다. 밀물과 썰물의 흐름과 함께.

p209

이 책을 읽을 때의 주안점은 바로 이런 표현들이다. 시적이고 함축적이면서도 그리 어렵지 않게 읽히지만 한 번만 읽고 이해하기는 살짝 갸우뚱해지는 표현들을 담고 있다. 그래서 정확하게 이해하고 싶어 한 번쯤 다시 읽게 만든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는 단어들도 한 몫 하는데, 그 중 '피오르'는 빙하로 만들어진 좁고 깊은 만을 의미한다. '피오르는 망각이다.' 라는 표현이 나를 멈춰 세웠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기억들과 피오르를 오가는 한 노인은 망각이라는 단어로 나를 생각에 잠기게 했다.

노르웨이 피오르에서 페리 호를 운행하는 닐스 비크, 열다섯살부터 사람들을 배에 태워 옮겨 주는 일을 업으로 삼은 그에게 마침내 오늘 생의 마지막 날임을 직감한다. 그럼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바다에 배를 띄운 그의 앞에 평생 배에서 만났던 죽은 이들을 하나씩 만나게 된다. 죽은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는 닐스가 살아왔던 그간의 삶을 함께 들여다 본다. 이 마지막 여정에는 세상을 먼저 떠난 강아지 루나가 닐스의 말벗이 되어 준다.



청소라는 것이 일종의 발굴 작업, 지난 시간과 삶을 천천히 발견하는 직업, 남겨진 모든 이들이 거쳐 가야 할 작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작업을 한다 해도 결국엔 마르타가 곁에 없다는 사실만 깨닫게 될 뿐이라는 것을 잘 고 있던 그가 마지막으로 꺼낸 물건은 그녀의 검은 웨딩드레스였다.

p88

그의 과거 이야기들은 마치 페리로 여행을 하며 이곳저곳을 다니는 것과 같이 예상치 못한 이들을 만나는 가운데 에피소드들이 펼쳐진다. 다양한 에피소드들 가운데 이 소설에서 가장 주요한 부분은 바로 사랑하는 아내 마르타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하얀 웨딩드레스가 아닌 검정 웨딩드레스를 골랐던 아내, 뇌졸증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그녀와의 추억들은 삶의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나에게 약간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닐스가 로버트가 아내와의 부적절한 관계였다는 사실을 알았다는데 있다. 로버트는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아내는 그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 닐스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결혼 생활을 유지했다. 사랑이라면 이런 것까지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일까. 그럼에도 아내를 사랑했던 닐스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나는 깊은 심연에 빠진다.

당신은 배에만 충실했어요. 항상 그랬어요.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만약 내가 죽으면, 당신은 하루 종일 배에 있을 수 있으니 좋지 않은가요?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결국 그는 마르타에게서 수첩을 빼앗아 이렇게 적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내가 바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란 말이에요.

p255

닐스 비크의 삶을 어쩌면 매우 평범해 보인다. 그 평범한 삶 안에 결코 평범치 않은 일들로 가득하다. 우리의 삶도 어쩌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안타까운 닐스의 동생의 이야기라던가, 아이를 낳지 않고 독립해서 살아가는 두 딸의 모습 등은 비극이라 보기보다 삶의 일부분이자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또 다른 삶의 모습으로 비춰진다.

내가 삶의 마지막에 섰을 때, 비몽사몽 사리분간 하지도 못하며 그저 죽음을 기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살아온 삶을 뒤돌아 보며 그저 잘 살았다고 스스로 만족스러운 삶이었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어쩌면 길지 않은 우리의 이 삶이 잠시 머물다 가는 쉼터처럼 아주 짧은 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 짧은 이 삶이 후회없는 삶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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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메리골드의 처방전
찰스 디킨스 외 지음, 이주현 옮김 / B612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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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메리골드의 처방전

최악의 환경에서 사랑으로 피어난 꽃과 같은 이야기



'찰스 디킨스'의 작품은 '스쿠르지'로 유명한 <크리스마스 캐럴> 한 권만 읽었기에 그의 스타일은 온전히 알지 못했다. <닥터 메리골드의 처방전>은 기존에 번역된 책도 없거니와 정보를 찾아봐도 좀처럼 나오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원작 소설은 1895년 <Doctor Marigold> 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연극 공연과 함께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이제야 이 책이 한국에 번역되었다는 사실이 의아할 정도다.

책을 읽지 않고 제목만 봤을 때는 메리골드라는 심리학자가 심리학적 처방전을 우리에게 선사하는게 아닌가 싶었으나 실제 닥터는 등장하지 않는다. 길에서 태어난 자신의 출생을 도와준 의사의 대한 경의로 아버지가 닥터라는 이름을 붙여 지어준 것이다. 또한 닥터 메리골드는 떠돌이 행상인으로 수레에서 생활하며 물건을 팔며 떠돌아 다닌다.




아이에게 설명하기 가장 어려운 점은 왜 내 이름이 닥터가 되었는지다. 실제 의사도 아닌데 말이다. (중략) 아이가 나를 의학 지식을 갖춘 의사로 착각해 처방전을 발급해달라고 한 적이 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 책을 나의 처방전이라고 이름 붙이면 아이는 곧 이 처방전들이 오직 자신의 재미와 흥미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할 테지. 책을 본 아이는 기분 좋게 웃거나 울 테고, 그러면 그 책은 우리가 어려움을 함께 극복했다는 유쾌한 증거가 될 터이다.'

p45

결혼 후 아내는 딸 소피에게 폭력을 일삼고 아이는 죽게 된다. 그러다 어느 날 부모의 폭력에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청각 및 언 장애 소녀를 멜빵으로 거래하여 의붓딸로 맞이한다. 그 소녀에게 자신이 지켜주지 못한 소피의 이름을 붙여주고 정성으로 돌본다. 열심히 돈을 모아 딸을 시설에 보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닥터 메리 골드는 아무도 읽은 적 없는 이야기들을 책에 담아 딸에게 선물하고 싶어한다. 그 이야기들이 바로 닥터 메리골드의 처방전이다. 책은 1장을 시작으로 8장까지 구성되어 있고, 2장부터 7장까지는 6가지의 단편 소설이 담겨 있으며 1장과 8장의 닥터 메리골드와는 직접적 관련은 없다. 별개의 단편으로 봐도 무방하다. 책 속의 책의 형태인 액자식 구성이라 할 수 있다. 1장과 8장은 서로 연결되어 메인 스토리로 구성된다.





소피가 떠나고 1년 정도 지났을 무렵 떨리는 손으로 쓴 듯한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아버지, 일주일 전쯤 예쁜 딸을 낳았어요. 이 편지를 쓸 만큼 저는 아주 괜찮아요. 사랑하는 아버지, 제 딸만은 언어장애인도, 청각장애인도 아니기를 바라지만, 지금으로써는 알 수 없어요."

p270

8장에서 완성되는 닥터 메리골드의 소피 이야기는 가슴 뭉클한 결말을 맺는다. 소피는 학교에서의 교육을 마치고 아버지와 함께 떠돌이 행상의 생활을 함께 한다. 그러다 곧 소피는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랑하는 남자과 아버지와의 삶 사이에서 고민한다. 의붓딸 소피는 사랑하는 이를 포기하고 아버지와 살아가기로 마음을 먹는다. 하지만 메리골드는 이를 알아차리고 소피를 남자와 함께 살아가도록 보내준다. 소피는 결혼하고 중국으로 가서 살아가고 아버지와 편지를 주고 받으며 살아간다. 또한 소피는 장애가 없는 딸을 얻는다. 행복한 가정을 이룬 소피의 가족은 아버지 닥터 메리골드를 찾아와 서로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닥터 메리골드와 소피의 이야기가 주는 감동은 이 책을 충분히 가치있게 한다.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 장애는 그 어떤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가르침, 같은 수레에서 살아가더라도 어떤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은유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수레라는 작은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며 북작대며 삶을 이어간다. 가족은 서로 돕고 의지하여 성장할 수 있으며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러한 삶에 장애는 서로 이해하고 보듬는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조지와 수전은 재회했다. 조지가 가슴에서 작은 실크 주머니를 꺼냈다. 주머니 안에는 시들어버린 홉이 들어 있었다. 시간이 많이 흐른 만큼 손을 대면 바스러질 정도로 홉은 시들었다. 조지는 그 시든 홉을 수전에게 건네주었다.

p257

'5장의 복용을 시도해볼 것'에는 진정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다른 단편들도 인상 깊었지만 유독 이 5장의 단편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인 조지를 지키기 위해 자기 자신을 희생하는 여인 수전의 모습에서 안타까움과 측은함이 느껴졌다. 돈과 강압, 협박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아 간 깁스의 악마 본성은 스스로 쌓은 업보로 인해 무너졌다. 과연 현실에서도 소설처럼 이렇게 권선징악의 결과에 도달할 수 있을까라 묻는다면 속시원히 대답하기 힘들 것 같다. 그렇기에 이렇게 소설에서나마 우리는 올바른 정의가 승리하기를 기원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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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에서 왔습니다
오은정 지음 / 미구출판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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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에서 왔습니다


북에서 온 92년생 시인 '오은정'의 이야기




1992년생이면 2025년 올해 33세의 나이다. 2009년 한국에 도착했다고 한다. 당시 17세의 나이였다. 같은 민족이지만 너무나도 다른 삶을 살아가는 북의 이야기는 순수하게 궁금한 대상이다. 매체의 탈북자들을 통해 북한의 실상에 대해 많이 듣곤 하지만 언제나 새롭고 마치 다른 세계의 일처럼 느껴진다.


<이상한 나라에서 왔습니다>는 북한의 가난한 서민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해변가의 한 마을에서 자란 소녀의 탈북까지의 이야기는 실제로 존재하는 이야기라는 사실이 아직도 좀처럼 믿기지 않는다. 상상 그 이상의 내용에 놀라웠다. 첫 부분에 언급되었던 17살의 탈북이 매우 순탄하게 보였기에 그래도 탈북을 하는 순간은 어렵지 않았다고 생각했으나 그 순간에 다다르기까지의 과정이 정말 다사다난했다. 


나는 두만강을 넘은 순간부터 그리움이라는 병을 얻었다. 두만강을 넘기 전 되새기던 기억은 이제 빛바랜 사진처럼 흐려지고 사람들은 얼굴이 없어졌다. 두만강 너머를 꿈꿨던 나는 이제 하얀 신발을 신고 고향 땅을 밟는 꿈을 꾼다. p15


17세의 오은정, 두만강을 넘는 그 순간의 일화를 책의 맨 처음에 담았다. 하얀 눈이 소복한 추운 겨울 두만강을 건너는 한 소녀의 모습이 그려진다. 얼마나 두려웠을까. 얼마나 아득했을까. 두려움 한편에는 가슴 속의 작은 기대감에 동화를 신고 눈을 밟으며 한 걸음씩 나아갔다. 그럼에도 외할머니댁에 두고 온 어린 동생의 모습이 지워지지 않는다. 책의 후반부에 등장하지만 강을 건넌 이후 한국으로 무사히 들어가기 까지는 더 험난했다. 공안에게 붙잡혀 다시 북송될 수도 있고 그러면 탈북자라는 낙인이 찍혀 더 삼엄한 감시를 받게 된다. 실제 자신의 엄마가 탈북에 실패해 다시 북송되었기에 그 두려움은 온몸을 휘감는다.


바다 마을에서 빨간 팬티만 입고 수영을 즐겼던 소녀, 어린 시절이 가난하고 부모님은 자주 싸웠다. 엄마는 꽃제비에게 밥을 줬고, 아빠는 꽃제비들에게 밥도 주고 돈도 줬다. 그리고 아빤 엄마와 대판 싸웠다. 술마시며 친구들과 노느라 가족에겐 무관심한 아빠, 아등바등 딸을 키우며 악착같이 살아가는 엄마, 먹을게 없어 소나무 속껍질을 먹고 변비가 생겼던 일. 군인 삼촌들에게 몰래 아기 강아지 셰퍼드를 키우고 기른 곰이를 3년이 되는 해에 팔았던 일화. 엄마와 아빠가 싸웠고 엄마가 한동안 집을 나갔다 돌아왔던 일. 시간이 지나고 보니 추억일 수 있으나 그 당시는 죽음의 외줄타기를 하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한치앞도 알 수 없는 막막함이 눈 앞에 가득했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들은 가난하고 부족했지만 그 안에서 나름 행복하고 즐거워 보였다. 어디나 사람사는 곳은 비슷한 듯 하다. 남녀가 서로 무도회장에서 쪽지를 주고 받고, 해변에서 수영하고 어죽을 끓여 먹고 엄격한 사회 체계 안에서도 그들의 삶은 유유히 흘러간다. 먹을게 넉넉치 않은 곳, 산딸기는 아이들에게 놀이이자 권력이었다. 이런 봄같은 이야기만 가득했다면 좋았겠지만 추운 겨울은 금방 다가왔다.



내가 여기서 김밥을 먹으며 이겨 내는 날들이 많을수록 동생이 고향에서 김밥을 먹을 수 있다. 처음 김밥을 먹었던 추억 위에 지금 내 손에 들린 김밥이 덧씌워진다. p68


김과 밥이 귀해 김밥이란 음식 자체가 귀한 음식인 북한, 반면 한국에서 김밥은 가장 저렴한 음식으로 바쁠 때 한 끼 때우기 위해 먹는 음식이다. 저자 오은정은 이 극명한 차이를 경험하고 피부로 느낀 장본인이다. 엄마가 먼저 탈북을 하고 아빠와 여동생만 남은 상황에서 삶은 점점 피폐해져갔다. 그러다 동생의 기침은 점점 심해졌다. 비교적 잘 살지만 아이가 없던 J 아저씨는 동생을 데려다 키우고 싶다 말한다. 


생존의 나날이었다. 하루하루가 그저 살기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주변 사람들 모두가 그렇게 살아가니 그저 살기 위해 살았다. 엄마와 아빠의 이혼, 엄마의 탈북, 아빠의 사고, 먹기 위한 도둑질, 한겨울 나무하기 등 하나하나 이야기의 무게감이 상당했다.


엄마와 아빠의 보호막이 없어진 순간부터는 지옥의 나날이었다. 물론 선의로 도움을 준 사람들이 많았고 그로 인해 목숨을 연명했다. 하지만 돈이라는게 참 무섭다. 착했던 사람은 사기꾼이 되고, 남자들은 늑대의 모습을 드러냈으며, 먹을 것이 없는 현실은 칼날과도 같았다.


북한에서 라오스로 탈북민들이 모여드는 걸 눈치채곤 라오스 정부에 우리를 북송시키라고 요청했다. 대사관 직원들이 한 사람씩 불러 한국에 가길 희망하는지 면담했다. (중략) 2주 뒤면 한국에 입국한다던 일정이 몇 달 뒤로 미뤄졌다. 갇힌 공간에서 오로지 기다림으로 채워야 하는 하루는 일 년처럼 길었다. p247


이런 지옥과 같은 곳을 떠나 탈북할 수 밖에 없는 구조와 현실이 크게 공감되었다. 나라면 그렇게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싶었다. 어린 나이의 소녀이지만 죽음을 무릅쓰고 탈북했다. 지독한 생활력이 없으면 그저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소녀는 악착같이 버티고 또 버텼다. 


탈북은 하루 이틀의 이야기가 아니다.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계속 될 것이 불보듯 뻔해 보인다. 북한의 실상은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더욱 처참하고 처절하다. 북한이 바뀌지 않는한 탈북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 자명하다. 탈북은 현재 진행형임을 느낀다. 


이 책을 읽고나니 참 내가 행복에 겨워 살고 있었음을 다시금 느낀다. 내 자신도 흙수저의 삶을 살았기에 기회가 참 적었다. 그런데 이마저도 행복한 것임을 이제서야 할게 된다는 게 내 자신이 한심하기까지 느껴진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며 같은 조국의 핏줄이 흐르는 북한 주민들의 실상이 참 가슴이 아파온다.


한 편의 영화를 본 느낌이었다. 분명 시인의 에세이였거늘. 기쁨과 슬픔, 잔잔한 드라마와 스럴러, 스펙터클한 탈북과 현재의 평온함 등 다양한 감정과 상황들이 공존하며 이 책을 읽는 내 자신의 마음도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흥분되고 슬프고, 가슴 아프고 또한 기뻤다. 이런 책을 읽게 해준 저자에게 경의로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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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수업 - 삶에서 무엇을 지켜낼 것인가 스토아철학 4부작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이경희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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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초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정의 수업

삶에서 무엇을 지켜낼 것인가

...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스토아 철학의 네 가지 핵심 덕목 : 용기, 절제, 정의, 지혜


'정의'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책 이름으로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있다. 아주 유명한 트롤리 딜레마에 대해 다루고 있고, 정의에 대해 심도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롤리 딜레마는 논란의 여지가 가득한 부분이며 정의에 대해 생각해보는 아주 재미난 예제이다. 그러나 트롤리 딜레마 이론이 실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맞딱드릴 사안인지에 대해 묻는다면 사실 그렇지 않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생각보다 매우 단순하다.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할 때 좀 더 정의에 가까운 것이 무엇인가라고 물었을 때 사실 직관적으로 무엇이 정의인지를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선뜻 우리가 정의를 선택하기는 매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라이언 홀리데이 <정의 수업>에서는 실제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생활 속 갈림길에서 정의를 선택한 이들에 대해 다룬다. 나라면 저렇게 하지 못했을 것만 같은 사람, 나도 충분히 저들처럼 살고 있다는 생각 등 나를 되돌아 보게 하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아주 유익하다. 이 책을 읽고 이 세상이 정의에 기조한 사람들로 가득하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조금은 더 나은 곳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라이언 홀리데이(Ryan Holiday)는 스토아 철학의 정신을 계승한 철학자이다. <데일리 필로소피>, <에고라는 적>, <스토아 수업>, <브레이브>, <절제 수업> 등 많은 책들은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설득력있는 이야기들로 많은 독자들을 더 나은 삶으로 그리고 스토아 철학으로 이끈다.



트루먼은 낡고 해지도록 읽은 <명상록>에서 이런 구절을 강조했다. "옳은 일이 아니면 행동으로 옮기지 말라. 진실이 아니면 말로 옮기지 말라. (···) 첫째, 아무런 목적이 없거나 분별없는 행동을 하지 말라. 둘째, 자신의 행동이 공동체에 도움을 주는 일인지 확인하라."

그는 항상 시간을 잘 지켰고 정직했으며 성실히 일했다. 아내를 두고 바람을 피우지 않았고 세금도 또박또박 잘 냈다. (중략) 겸손하고 이웃을 도와주는 일을 좋아했다. 그는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사람이었다.

p31

1부 "냉소와 이기심을 넘어서 : 개인의 정의"를 읽고나서 다른 어떤 인물보다도 미국 제 33대 대통령 트루먼에 대한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저자는 트루먼의 삶이 정의에 가장 가까운 삶이라 여긴다. 청렴, 정직, 품위, 덕망과 같은 진부한 가치관을 추구하는 삶이야 말로 바로 정의의 삶이라 말할 수 있다. 트루먼은 사사로운 명예나 부를 쌓는 일은 멀리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 원칙을 생각하고 지키는 데 노력했다. 자신의 양심에 따랐다. 인종차별 문제를 해결하는데 노력했고 항상 약속을 지키며 정직했다.


정의를 위해 진실을 말하는 일은 아주 간단해 보이지만 매우 어려운 일일수도 있다. 내가 진실을 말했을 때 내부 고발자가 되는 상황이라면 그 심각성은 이루어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나의 삶이 송두리째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부 고발을 했을 때 의심, 압력, 비판, 맹비난을 받고 사생활을 파헤쳐지는 상황이 예견되는데 대의를 위해 진실을 말한다는 일은 엄청난 용기와 굳은 결심이 필요한 일이다. 또한 내부 고발로 인해 회사가 휘청거릴 때 피해를 보는 일반 사원들을 생각해 보면 트롤리 딜레마 상황이 떠오른다.



우리는 이런 품위를 언제나 일정하게 지킬 수 있을까? 평소에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 별문제 없다가도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세상의 무게가 우리의 어깨를 짓누르거나, 누군가가 망친 일로 큰 대가를 치러야 할 때 우리의 태도는 어떠한가? 이것이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핵심이다.

p90

내 스스로 정의로운 삶을 살고 있는가를 묻는다. 일상을 살아가기도 벅찬 우리에게 정의란 어쩌면 배부른 일인지도 모르겠다. 회사 업무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면 녹초가 되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매일이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 체력을 길러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내가 피곤하지 않고 마음을 잘 다스려야만 더 품위있고 정의로우며 더 나은 태도를 유지할 원동력이 됨을 잊지 않아야 하겠다.

선의 방관은 악의 승리를 꽃피운다." (중략) 비겁함과 잔인함과, 아빠의 탓으로 전쟁에서 형을 잃은 상실감에 시달렸던 사람으로서 그 말에는 진실이 담겨 있는 듯했다. (중략) 케네디는 악이 존재하는 세상에 중립은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는 암을 무시하면 전이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p177




2부 "책임의 무게를 지탱하려면 : 타인을 위한 정의"에서는 개인의 정의를 넘어 타인을 위한 정의에 대해 생각해볼 좋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루스벨트는 평생 착취당한 사람들을 위해 투쟁했고 가난한 자들을 도왔다. 린든 B.존슨은 멕시코 아이들이 개만도 못한 대우를 받는 모습을 보았고, 흑인 가정부가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 사실을 알았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 존슨 행정부는 1964년 민권법을 제정했다. 


악이 퍼지는 현실을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목도한다. 악이 퍼지는 현실은 곧 선의 방관이다. 강력한 하나의 예시로 마약이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가는 상황과 같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불의를 저지를 수 있다는 말은 우리의 행동을 뒤돌아 보게 한다. 우리가 정의를 지키는 선의 입장이라 할지라도 아무런 행동이 없이 방관하고 있다면 그 자체로 정의가 아닌게 된다. 몸을 낮추어 도움이 필요한 이를 돕고 사회의 문제에 관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저자는 사소한 일에서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쓰레기를 줍는 일, 시련에 빠진 친구를 돕는 일, 자녀를 착하게 키우는 일, 악덕 기업의 물건을 불매하는 일과 같은 작은 일부터 시작한다면 그 영향력은 우리가 바라는 정의에 결국 다다를 것이다.



정의를 위한 좋은 생각이나 대의명분이나 타당한 개념 등은 저절로 받아들여질 수 없다. 오히려 사람들이 이런 개념을 의식적으로 받아들일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향력이 있어야 하고 매우 강력한 동맹 세력을 결집해야 한다. 또한 장애물이 생기거나 저항에 부딪히면 이를 극복해야 한다.

p201

그저 나 혼자만 정의에 가까운 인생을 살아간다면 충분할 것이라 생각했으나 이 책을 보고 나의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알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정의로 다가가는 어떠한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나의 행동에 영향력이 있어야 하며 저항에 맞서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선한 영향력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나의 선한 행동이 주변 사람들에게 혹은 불특정 다수에게 긍정의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데 있다. 어쩌면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 중 하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간디는 평화, 평등, 정의, 그리고 무엇보다 최고의 가치인 사랑 등의 보편적 이상을 진정으로 믿었기 때문에 사회개혁가가 되었다.

p268

3부 "사랑과 연민으로 나아가는 길 : 세상을 향한 정의" 에서 20년간 인종차별에 대한 투쟁을 한 간디의 일화는 매우 귀감이 되었다. 간디는 비폭력 투쟁의 포문을 열었고 다음 세기로 넘어가면서 수백만 명이 희생되는 투쟁으로 이어졌다. '사티아그라하(Satyagraha)' 운동은 '확고한 진리', '사랑의 힘'의 뜻으로 불의에 맞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비폭력 저항의 기조였다. 변호사로 충분히 돈을 벌 수 있음에도 스스로 가난한 이들의 삶을 살았고, 금욕주의와 이타심의 삶을 살았다.


폭력에 맞서는 비폭력 저항은 온갖 학살과 고통이 난무했지만 간디는 비폭력 저항의 기조를 밀고 나갔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그의 영혼을 꺾을 수 없었다. 34년 동안 열여덟 번이나 시행했던 그의 단식투쟁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간디는 총을 쏘지 않고 정복자들을 몰아냈다.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평화 시위를 현재도 진행 중인 대한민국의 모습과 겹쳐진다.


우주비행사들이 푸른 지구를 바라보며 경험한 조망 효과는 스토아학파 철학자인 히에로클레스가 약 2000년 전에 사람들에게 가르치려고 했던 동심원 이론과 같다. (중략) 간디가 인류를 '위대한 하나'라고 했던 것을 우주비행사가 경험하는 것이다. (중략) 인류가 '위대한 하나'라는 사실에 진정한 경외심을 느끼게 되면 겸손에만 머물러 있지 않게 된다. 더욱 관대해지고 더욱 용기를 갖게 되고 더욱 옳은 일에 헌신하게 된다.

p336

'공동체', '하나의 생명체'라는 표현들이 나온다. 지구의 모든 사람들은 서로 다르지 않음에도 세계의 반은 굶주리고 있다. 모든 인간은 공정과 존중과 존엄을 누릴 가치가 있다. 간디가 주창하는 평화, 평등, 정의는 온 인류를 구원하는 길인 셈이다. 나와 우리 가족만 괜찮으면 상관없다는 개인주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본다.


책을 읽고 나니 지금까지 내 자신이 착하면 된다는 생각을 뒤흔든다. 그저 나만 옳으면 된다는 생각은 악을 방관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세상의 온갖 불평등과 고통을 나는 그저 묵인하고 살아가는 것이었다. 전 인류는 하나의 형제와도 같은데 나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았다.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스토아철학에 대해 좀 더 관심이 생겨난다. 이 책 <정의 수업>은 여러 번 읽고 싶다. 그의 다른 책 <브레이브>, <절제 수업>에도 관심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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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스터 그리기 스페셜 도감 마스터
서울문화사 편집부 지음 / 서울문화사 / 202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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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문화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포켓몬스터 그리기 스페셜 도감 마스터




제가 어린 시절에도 존재했던 포켓몬스터가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되어서도 인기가 있다는 현실이 참 신기합니다. 그래서 포켓몬스터 도감이 반가웠습니다. 피카츄를 알고 있는 아이가 재미있게 포켓몬스터 그리기를 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만큼 포켓몬스터의 세상도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포켓몬스터 소개


1997년부터 2022년까지 1세대 포켓몬스터의 주인공은 '한지우'였습니다. 지우의 파트너 포켓몬은 피카츄였지요. 귀여운 피카츄의 백만볼트 전기는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널 용서하지 않겠다!' 하지만 아쉽게도 2022년 12월 '한지우'는 공식 하차했습니다.

그리고 2023년부터 새로운 주인공 '리코'를 중심으로 2세대 포켓몬스터가 시작되었습니다. 3인 주인공 체제는 동일해 보입니다. 리코와 로드, 프리드 이렇게 3명입니다. 코믹했던 적들의 모습과 달리 어딘가 진중해 보이는 적 '도트'와 '아메시오'의 모습도 보입니다.

<포켓몬스터 그리기 스페셜 도감 마스터>는 2세대 포켓몬스터 등장인물들 소개부터 시작됩니다.


2세대 포켓몬스터

<포켓몬스터 그리기 스페셜 도감 마스터> 에는 총 83여 종류의 포켓몬이 등장합니다.

1장 새로운 포켓몬에서는 No.0025 캡틴 피카츄를 시작으로 No.900~1000번대의 포켓몬들이 주로 등장합니다.

2장 반가운 포켓몬에서는 No.0005 리자드, No.0008 어니부기, No.0069 모다피, No.0086 쥬쥬 등 반가운 포켓몬스터도 많이 등장합니다.

3장 포켓몬의 다른 모습에서는 익히 알고 있는 포켓몬이지만 다른 모습을 한 포켓몬들이 소개되고 있어요.

4장에서는 다른 그림 찾기, 미로찾기, 규칙 완성, 설명이 다른 카드 찾기, 그림자 주인 찾기와 같은 놀이가 담겨 있어요.

도감은 이렇게 포켓몬의 모습과 간단한 소개, 타입, 키, 몸무게가 나옵니다. 옆에는 포켓몬을 그리는 순서가 나와 있어요. 스케치북에 그리는 순서를 따라 그려볼 수 있어요. 그림 그리기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좋은 포켓몬 도감입니다.


포켓몬스터 최애는 피카츄

우리집 둘째가 포켓몬 잠옷을 입고 왔어요. 캡틴 피카츄가 나온 페이지를 펼치고 자기 옷에 나온 피카츄와 같다면서 좋아합니다. 아이가 좋아하니 저 역시 기분이 좋습니다. 첫째는 그림그리기를 곧 잘 해서 피카츄를 그리겠다고 스케치북을 펼쳤는데, 둘째는 이 책은 자기거라며 안된다고 합니다. 별 것 아닌 일에 둘이 아주 티격태격합니다. 이게 아닌데... 뭐... 현실 남매의 일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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