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이 푸, 인생의 맛 -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간결한 지혜
벤저민 호프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곰돌이 푸, 인생의 맛

진정한 도의 길을 가는 푸의 삶

곰돌이 푸가 동양의 도가 사상에 잘 부합하는 모습이라는 말이 동의할 수 있을까. 이게 자칫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그저 귀엽고 꿀을 좋아하며 빨간 티 한장과 바지를 입지 않은 노란 곰돌이 푸가 어떤 사상과 닮아 있다고? 그 이상한 조합에 대한 이야기는 1982년부터 35년간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한 이 책에 담겨있는 내용이다. 하긴 그저 어렸을 때 텔레비젼 화면 속에서만 만나왔던 푸의 모습에서 별다른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그저 꿀을 좋아하는 욕심많은 곰돌이의 모습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 바라보는 푸의 모습에 흥미가 생긴다.

지금 당신은 큰 나무를 가지고 그것이 쓸데가 없다고 근심하고 있소. 어째서 그 나무가 선사하는 그늘을 이용하지 않소? 어째서 나무가 드리우는 가지 아래서 노닐다 편히 쉬고, 그 나무의 생김새와 성질을 칭찬하지 않소? 그 나무는 도끼에 일찍 찍히지 않을 테고, 그 무엇에도 위협을 당하지 않을 거요. 그 나무가 당신에게 쓸모없는 이유는 단 하나, 당신이 그 나무를 다른 어떤 것으로 변화시키려고만 하고 본래의 성질대로 이용하지 않기 때문이오. (p70)

우리는 도가 사상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큰 나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도가 사상에 대해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이 쓰임에 대한 고민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기에 근심이 있는 것이다. 그저 본래의 성질을 바라보고 이용한다면 참 좋을 텐데, 우리는 나무가 선사하는 아름다운 그늘을 바라보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듯 하다.

큰 나무 이야기를 들은 후 푸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면 고개가 끄덕여 진다. 그래서 곰돌이 푸가 도가 사상과 관련이 있는 것이구나 싶어진다. 푸와 티거, 피클렛과의 대화가 쿵짝이 맞지는 않지만 그 대화들을 통해서 의미있는 무언가를 하나씩 끄집어 낸다.

푸는 다르다. 푸는 우리가 알고 있는 곰 중에서 힘들게 애쓰지 않기를 가장 잘한다. (p109)

애쓰지 않는다는 것은 쉽지만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실제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저 일이 흘러가도록 지나가도록 놓아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일을 통해 결과물을 내야 하며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해야 하며 휴가를 위해 계획을 세우는 등 얼마나 바쁘고 고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가. 그런데 애쓰지 않는다니 정말 우리에게 어려운 일이 아닌가.

이 책에서 푸의 이름을 딴 '푸위 Pooh Way'라 부르는 도가의 실천 덕목 '무위 無爲'에 대해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무위'란 '인위적으로 무엇을 하지 않고, 어떤 일을 일으키지 않고, 아무것도 만들지 않느다'는 뜻이다." (p107) 시냇물이 흐르는 것처럼 그대로 두는 것.

푸는 한참 동안 생각해보고 나서 물었어. "어떻게 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걸 할 수가 있는데?"... (중략)... "그건 그냥 길을 걸어가면서 네가 들을 수 없는 모든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거야. 아무런 걱정도 없이 말이야" (p203)

+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것이 도를 이해하는 첫걸음이니라.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도에서 평화를 찾는 철걸음이니라. 아무 데서도 출발하지 않고 아무 길도 따라가지 않는 것은 도에 이르는 첫걸음이니라." (p204)

우리의 모습은 마치 아울, 래빗 그리고 이요르의 모습과 닮아 있다. 진정으로 똑똑하다면 푸의 길을 따라야 한다. 푸가 전하는 도가 사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주말의 휴식을 보내며 도가의 사상을 제대로 실천했다. 몸의 휴식일뿐 마음은 그러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저 나 나름대로 편안한 휴식을 통해 아무 생각도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일 월요일부터 다시금 생활의 터전으로 나가 달려야 한다.

직장인들에게 도가의 사상이란 어떤 것일까. 일을 하되 열심히 하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 일에 집중해야하며 성과를 내야 한다. 이런 나에게 푸에게서 얻는 가르침은 어떤 도움을 얻을 수 있을까.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에게 남은 숙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고,

당신은 당신이지.

그건 당신도 알겠지요.

하지만 당신이 잘할 수 있는 일들을

당신이 할 때

길을 찾게 될 거요.

그리고 그 길이 당신을 따라오지요.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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