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자들 - 장강명 연작소설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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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들

사회의 쓸쓸함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소설






장강명의 연작 소설 <산 자들>을 읽었다. 10편의 연작 소설을 만났다. 이 책을 소설로 분류하는 것이 맞는가란 의문이 들었다. 소설 속 이야기들은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아니 누군가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 놓았다. 마치 내 이웃에게 일어난 실제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르바이트를 해본 사람이라면, 회사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자영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취업을 준비해 본 사람이라면 깊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뼛속 깊이 서민을 이해하고 있는 저자 장강명의 이야기가 나의 마음을 울린다.



매우 균형 잡힌 소설들이다. 한쪽에 치우쳐진 시각이 아닌 중립적 시각이기에 더욱 와 닿는다. 누구의 잘못이라 말할 수 없는 사회의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신문기자였던 그의 이력이 예사롭지 않다.



한국에서 그저 먹고 살고자 한다. 취업을 위해 대외 활동의 신이 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을 해도 짤리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쫓겨날 상황에서 어떻게든 버텨야 하며 비극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수 많은 경쟁 상대와 정보를 나눈다. 자영업이라도 다르지 않다. 이웃간의 경쟁으로 죽고 살기의 매일을 살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예술인도 돈 앞에서는 그저 약자다.

은영은 여자아이가 원하는 대로 서류를 만들어 주었다. 여자아이가 사무실을 나설 때 은영은 겨우 입을 열었다.

"이게 처음부터 다 계획이 돼 있던 거니?"

여자아이는 걸음을 멈췄다. 말문이 막힌 듯 했다. 여자 아이는 그렇게 몇 초간 꼼짝 않고 서 있었다.

"안녕히 계세요."

알바생 자르기 (p41)

<알바생 자르기>의 피해자는 과연 누구일까. 각자의 위치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을 한다. 사장은 알바생이 마음에 들지 않고, 은영은 알바생을 굳이 바꾸고 싶지 않다. 알바생은 빚을 갚아야 하며 살아남아야 한다.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기에 문제라 생각하지 못했던 알바생을 자르는데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사장 입장에서는 무표정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알바생을 자르고 싶을 것이다. 사무실 분위기도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알바생은 잘리더라도 법적으로 자신이 받을 수 있는 보호를 최대한 누리고자 한다. 그렇게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는 알바생의 모습에 은영은 보통내기가 아닌 알바생의 모습에 당황스럽다.


"아가씨가 나를 본사에 소개하거나 추천해 줄 수는 없소? 내가 제빵 경력이 50년이에요. 못 만드는 빵이 없어요. 빵의 달인이지."

현수동 빵집 삼국지 (p155)

<현수동 빵집 삼국지>는자영업의 현 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프랜차이즈 빵집이 골목 상권을 위협한다는 몇 년 전 기사에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다. 동네 빵집이 보호 받아야 한다에서 부터 시대적 흐름에 어쩔 수 없다는 의견, 동네 빵집이 더 분발해야 한다는 일침과 프랜차이즈의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경고 등 의견들에 별다른 해결책은 보이지 않았다.

빵집이 세개가 있다. 박리다매 빵집, P 프랜차이즈 빵집, B 프랜차이즈 빵집이 서로 대결한다. 그들의 경쟁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소비자는 그저 셋 중 하나를 선택해 빵을 사먹을 뿐이다. 프랜차이즈 빵집에 맞서 저렴하고 건강에 좋은 빵들로 고객들의 칭찬이 자자하지만 매출은 점점 떨어진다. 프랜차이즈 빵집이라고 편한 것은 아니다. 본사의 지침을 따르기에도 벅차고 고되다. 경력 50년의 빵의 달인도 경쟁에서 살아남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게 말이 돼요? 선녀는 그 뒤로 2년 동안 그런 질문을 여러 사람에게 던졌다. 재건축이랑 재개발이 뭐가 달라요? 똑같이 곰팡내 나는 빌라에서 똑같이 수십 년을 세들어 살았는데 왜 누구는 100만 원을 받고 누구는 한 푼도 못 받는 거예요? 땅을 깊이 파고 덜 파고의 차이라니, 말장난해요?"

사람 사는 집 (p164)

<사람 사는 집>은 한국의 집 문제는 정말 다양해 풀기 어려운 숙제와 같다. 그 중 재개발로 인한 갈등은 돈과 생존의 귀퉁이에서 벌어지는 처절한 싸움이다. 세들어 사는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그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야만 하는 것일까. 약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그에 반해 각종 기사는 집값과 돈에만 관심이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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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으면서 참 많은 부분들이 공감되었다. <카메라 테스트>와 <대외 활동의 신>은 취업과 관련된 내용을 담았는데 나 역시 취업 전선에서 힘들었던 지난 시절을 기억하며 회상에 젖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 노력들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아무도 모른다. 돌이켜 보면 취업에 성공한 요인은 그저 운이 좋아서 였는지도 모르겠다.



사는 문제, 일자리 문제, 장사 문제 이러한 문제들은 서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들이다. 문제가 발생했는데 어느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모두, 친절하다>의 이야기처럼 우리 사회의 문제는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란 의문이 남는다. 그 누구도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이 사회의 쓸슬한 형태를 정말 잘 보여주고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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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까만 단발머리
리아킴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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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까만 단발머리

춤추는 리아킴의 인생 이야기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 대표 안무가 리아 킴의 에세이를 만났다. 춤의 세계는 나와는 좀 다른 세계에 있다. 처제가 걸스힙합 춤 선생님이다. 춤의 세계에 살짝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춤 세계의 중심에 있는 리아 킴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다.



지독한 연습쟁이 리아킴의 인생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왕따, 전따의 어린 시절을 춤으로 극복했고, 지금 춤과 함께 살아간다. 세계 대회 1등을 해봤지만 현실의 벽에 허덕였다. 위대한 탄생2, 댄싱9에 참가해 흑역사를 기록했고 지하 연습실과 고시원 생활로 전전긍긍하며 살아왔다. 허나 지금은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로 세계를 춤추게 하고 있다.

어느 날 선미가 솔로 데뷔를 한다며 음악 한 곡을 들려줬다. 함께 음악을 듣고 내가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몇 개 이야기하자 선미는 내가 한번 안무를 짜보면 어떻겠냐고 먼저 제안했다. 그게 바로 '24시간이 모자라'였다.

1_렛츠 댄스 / 백만 명만 나와 함께 춤출 수 있다면 (p30)

선미의 '24시간이 모자라'의 안무는 리아킴에게서 시작되었다. 함께 춤추는 사람이 백만명쯤 되었으면 좋겠다는 원밀리언 스튜디오를 만든 리아킴의 바람은 이뤄졌다. 현재 1600만명이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고 있으니 말이다.

춤추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삶이 답답하다면, 그냥 심심하다면, 너무 무료하다면, 아무 생각 없다면, 혹은 지금 내 감정이 뭔지 몰라 멍 때리고 있다면 춤추자, 우리.

1_렛츠 댄스 / 백만 명만 나와 함께 춤출 수 있다면 (p40)

춤이란 참 신기하다. 70% 수강생이 외국인이라는 원밀리언 스튜디오의 모습에 춤은 세계인을 하나로 묶는 힘이 존재한다고 믿을 수 밖에 없다. 몸치인 나에게도 춤은 몸을 움직여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하나의 창구다. 세살 딸 아이와 함께 춤을 출때는 항상 하하호호 웃고 있으니 분명히 춤은 참 즐겁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황홀함은 안타깝게도 3일을 넘기지 못한다는 걸. 대회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여전히 나는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는 지하 연습실에 있었다. 며칠 지나면 다시 또 돈에 쪼들려야 했고, 호텔방 대신 고시원 작은 침대에 몸을 뉘어야 했다.

2_포 스텝 / 내가 춤을 만들어볼까 (p99)

2007년 2008년 세계대회 1등 춤으로 이룬 우승에 기쁘고 행복했다. 하지만 곧 냉혹한 현실로 돌아왔다. 리아킴은 춤추는 건 배고픈 직업이라는 말이 싫었지만 현실의 벽에서 춤이 정말 배고픈 일임을 알았다. 대회 1등 상금만으로 무언가 엄청난 것을 이룩할 것이라는 우리의 생각과 현실은 정말 달랐다. 명성만으로 나머지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에는 부족했다.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방송이 나가고 며칠 뒤부터 더 많은 연예기획사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한두 주 사이에 네다섯 군데 정도 됐을 거다. 각자 회사의 연습생 안무 트레이닝을 맡기고 싶다는 거였다.

3_새로운 몸짓 / 이제 여기가 우리의 무대야 (p173)

위대한 탄생2에 출연하여 혹독한 실패를 경험했다. 남들의 조롱거리가 되었다. 그런데 이 경력이 알려지는 계기가 되어 일이 들어오게 되고 돈을 벌 수 있게 되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때로는 돌파구가 된다는 이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정말 한 치 앞의 인생을 알 수 없기에 세상은 살만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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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킴이 이룩한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는 그저 운이 좋아서 성공했던 것일까. 리아킴이 살아온 인생이 이 책에 담겨있다. 그녀의 인생을 하나씩 들춰보면 결코 원밀리언이 하루 아침에 생겨난게 아님을 알 수 있다. 그간 하나씩 쌓아온 그녀의 모든 것이 드디어 빛을 보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힘든 시기, 힘들었던 과정들이 많았다. 현실의 돌파구를 찾고자 위대한 탄생2에 참가해 탈락을 맞봤다. 댄스 세계 대회 1위의 리아킴이 안무를 외우지 못해 댄싱9의 경연에서 떨어졌다. 이러한 쓰라린 경험들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 갔다. 쓴소리만 입에 담고 살아던 그녀가 조금씩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그녀가 되었던 것처럼 세상은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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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3년
박윤근 지음 / 청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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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3년

두광 박윤근 저자가 바라보는 2033년의 대한민국




다양성이 존중되는 21세기의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는 다양한 철학과 사상들을 마주한다. 많은 의견들 중에서 어떠한 사상이 맞는 것인지 혼란스럽지만 우리는 이러한 다양한 의견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다름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내 자신의 성장을 가져온다. 박윤근 저자의 철학이 담긴 <2033년>에서 바라보는 미래의 대한민국은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다.



성균관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정치학 수학, 금문산업 대표이사, 현대정치외교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한국인권옹호협회 사무총장, 한미 사회복지협회 공동대표, 남북민간교류협의회 상임위의장, 한국인권옹호협회 이사장 등 다양한 이력의 박윤근 저자가 전하는 철학은 어떠할지 궁금했다.

지금은 냉각기를 갖고 우물거리고 있지만 언젠가 북미간의 비핵화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가 풀어지기 시작하면 북한은 시장개방을 할 것이고 남북 경제협력은 활발히 이루어질 것이다.

북한의 시장개방 또는 남북 경제협력은 북한의 경제만 살리는 것이 아니요. 남한의 경제도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제2장 태평양 문명의 주인공은 통일한국이다 (p38)

남북이 통일을 한다면 어떠할까. 역대 대통령뿐 아니라 많은 이들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북한과 대화의 장이 펼쳐지고 있는 2019년이다. 이러한 대화의 끝을 많은 이들이 희망차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더욱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저자는 태평양 문명의 주인공은 통일한국이 될 것이라 말하고 있다. 북한은 핵을 완전히 비핵화하지는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북한은 중국과 같이 경제 성장을 이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통일을 염두하는 우리 대한민국은 북한과의 경제 협력으로 제2의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내가 제창한 정사각 운동이 성공하고, 이 땅에서 가장 비전 있는 여성들이 자각하여 일어서고, 불교문화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면 태평양문명의 주역은 통일한국이 될 것이요, 동아시아의 맹주로 우뚝 솟아 세계 최강국이 될 수 있다.

제3장 정사각 운동을 제창한다 (p122)

이 책에서 가장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이 구절이라 생각한다. 태평양 문명의 주역은 통일한국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세지를 전하고자 한다. 기독교가 주류인 현재의 모습의 대안으로 불교를 제안한다. 대한민국은 불교 컨텐츠를 개발하고 많은 이들이 불가의 정신을 알게하여 이를 중심으로 둘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의 마음을 중시하는 불가의 가르침에 주목하고 있다.

정사각 운동이란 무엇인가 세계인이 되기 위한 계몽운동이다. 세계시민 즉 선진 국민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친절하고 신용있고 질서를 잘 지키고 정직해야 한다.

제3장 정사각 운동을 제창한다 (p124)

저자는 정사각 운동을 말한다. 이 운동은 기본부터 제대로 시작해보자는 말로 들린다. 서로를 위하는 친절, 신용, 질서, 정직을 강조하는 이 운동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아주 기본이 되는 요소임에는 의심이 없다. 기본적인 것이지만 과연 우리는 선진 국민인가를 생각해봤을 때 아직은 부끄러운 사건 사고가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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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를 꾸짖는 저자의 따끔한 말들이 담겨 있다. 자본주의를 꾸짖는다. 풍요롭지만 세상은 굶주리는 현재를 나무란다. 다양한 역사적 사실들을 통해 미래를 바라보고 예견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이 모두 맞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고민하고 건강한 방향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저자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2033년의 미래는 어떠할지 매우 궁금하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통일한국이 되어 있을지 아니면 지금의 모습과 비슷할지. 미래를 우리가 정할 수 있다면 나도 저자와 비슷한 모습을 꿈꾸는 듯 하다. 내가 바라며 꿈꾸는 미래의 모습도 비슷하게 통일한국, 경제 대국 그리고 굶주림이 없는 바른 세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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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가 돌아왔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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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가 돌아왔다

섬뜩한 반전을 선사하는 공포 스릴러




C. J. 튜터의 첫번째 작품 <초크맨>을 인상 깊게 읽었다. 그녀의 두번째 작품 <애니가 돌아왔다>는 그녀의 색깔을 보여주되 재미있는 소설의 원칙들을 철저하게 지키는 기본기가 탄탄한 소설이다. 미스터리, 공포,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형태의 소설은 긴장감을 유지하며 마지막 한 줄까지 우리에게 반전을 선사하고 있다. 가장 마지막 줄을 읽지 않으면 이 책을 읽었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마지막 한 줄을 읽은 후 한동안 혼란에 빠져 어리둥절했다.

나는 네 여동생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알아. 그 사태가 다시 벌어지고 있어.

(p36)

주인공 조 손은 고향마을 광산촌 안힐로 돌아간다. 영어 선생님이 되어 학생들을 만나고 동네 사람들을 만나며 과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하나씩 껍질을 까듯 드러나는 실체는 독자의 궁금증을 지속적으로 자극한다. 책의 제목처럼 애니가 돌아왔다. 조손의 여동생은 실종되었다. 그런데 실종되었던 애니가 며칠 후 돌아왔다. 돌아온 애니는 무언가 이상하다.


"갱도로 들어가는 입구를 발견했다고?"

우리는 그랬다는 뜻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그는 그 구덩이라고 했다. 그것의 정체를 이미 아는 듯이 그랬다. 그리고 그 구덩이는 사실상 갱도와 전혀 달랐다.

(p181)

과거 스티븐 패거리는 갱도의 입구를 발견한다. 스티븐 패거리의 한 명이었던 조 손도 역시 함께 했다. 갱도라고 생각했던 그 구덩이는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패거리는 입구를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 만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다.

나는 아까보다 시원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춥게 느껴졌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추운 게 아니었다. 이상하게 추웠다. 섬뜩하게 추운 거지. 나는 문득 생각했다. 이동하는 그림자처럼. 가만히 있지 않고. 살아서 움직이는.

(p312)

공포의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가져간다. 수많은 딱정벌레 무리를 등장시켜 마치 내 몸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어두컴컴한 낯선 공간에 순백의 뼈다귀와 딱정벌레 무리가 함께 하는데 불이 꺼져 암흑이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린 아이들은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스토리는 전개된다. 이 자체가 공포다.

"동생한테 무슨 일인가가 벌어졌어요." 나는 느릿느릿 얘기한다. "뭐였는지 설명은 못 하겠어요. 동생이 돌아왔을 때 전과 같지 않다는 걸 그냥 알 수 있었거든요. 내 동생 애니가 아니었어요."

(p341)

돌아온 애니는 전과 달랐다. 알수 없는 악취가 몸에서 나며 알몸으로 오줌을 싼다. 애니가 다시 괜찮아 질거라는 기대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직감이 공존하는 조 손에게 애니는 공포의 대상이다. 나라면 어떻게 이 상황을 풀어갈 수 있을까. 그저 어린 학생이었던 조 손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드러나는 과거의 사건의 전말은 쉽사리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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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단단히 하고 책을 읽어야 한다.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끌고 나가며 긴장감을 유지하는 저자만의 특별한 장치가 있다. 공포 영화는 시각과 청각을 지배하지만 공포 소설은 상상력을 지배한다. 상상력을 지배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지배하는 것이다. 책을 펼치는 순간 우리는 조 손과 함께 알몸으로 비열한 눈빛으로 칼을 든 애니와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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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씨 마을의 꿈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자음과모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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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씨 마을의 꿈

옌롄커가 그린 딩씨 마을의 비극




중국에서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힌다는 옌롄커의 소설 <딩씨 마을의 꿈>이다. 이 책은 국가의 명예를 손상시켰다는 이유로 판매금지 되었다고 한다. 어쩌면 그 존재조차 몰랐을 소설의 내용에 궁금증이 생긴다. 중국에서 금지된 소설이라니 그 실체가 정말 궁금했다. 또한 작가 스스로 자신의 소설 중에서 최고라 말하는 이 소설은 시작부터 가히 압도적이다.

딩씨 마을은 피를 팔면서 점차 피에 미쳐갔다. 평원에서 피를 팔면서 피에 미쳐갔다. 십 년 후에는 하루도 쉬지 않고 내리는 궂은비처럼 열병이 쏟아져 내렸고, 피를 팔았던 사람들은 모두 열병에 걸렸다.

(p79)

에이즈라 불리는 열병이 퍼진 딩씨 마을. 사람들이 피를 팔기 시작하면서 마을에 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피를 팔면서 열병이 돌기 시작했다. 열병에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그런 딩씨 마을을 한 아이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이 아이는 독이든 토마토를 먹고 죽었다. 죽은 아이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딩씨 마을의 모습은 가관이다. 죽음을 앞에 둔 딩씨 마을 사람들의 모습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모든 환자들은 매달 정해진 표준량에 따라 식량을 납부한다. 부족한 양을 납부하거나 양을 속이는 자가 있으면 그 쳐 죽일 놈의 가족을 전부 열병에 걸려 죽게 만든다.

(p282)

쟈껀주와 딩유에진이 딩씨 마을을 관리하기 위해 정한 여러 조항의 규정 중에서 첫 번째 조항이다. 속이는 자체가 잘못된 것임이 맞고 지켜져야 하지만 가족을 모두 열병에 죽게 한다는 매우 가혹한 조항에 사람들이 동의한다. 어차피 죽을 것이니 별 상관 없다는 것일까. 잘 납득되지 않는다. 딩씨 마을을 이러한 상식이 통하지 않게 되었다. 고전 소설 '동물 농장'에서 규율들을 정하는 내용이 생각났다. 스스로 법을 만들고 이를 지키지 않을시 가혹한 벌을 내린다는 무시무시한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

그렇게 싼값에 관을 구입하게 된 사람들은 정부가 관을 지원해줬다는 생각에 자신이 열병에 걸린 것도 잊고, 집 안에 곧 죽음을 맞이할 사람이 누워 있다는 것도 잊은 채 미소를 띤 얼굴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가볍고 즐거운 농담을 주고받았다. 너무 기쁜 나머지 얼굴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p329)

이 대목은 할아버지의 꿈 내용이다. 소설에서 등장하는 꿈은 꿈인 동시에 곧 현실이다. 현실과 꿈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다. 사람들은 싼값이 관을 구입해 기뻐한다. 죽음을 앞두고 있어 그런 것일까. 모든 것을 달관해서 그런걸까. 저렴하게 관을 구매해서 기뻐하는 모습에 이상한 것은 정녕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아버지, 실은 아버지만 저를 죽이려고 하지 않으면 이 평원에 있는 여러 마을 중 그 누구도 저 딩후이를 어떻게 할 사람은 하나도 없어요."

(p602)

할아버지는 아버지에게 사죄를 요구한다. 사람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사죄하라 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자신이 왜 그래야 하느냐며 역정을 낸다. 할아버지는 딩씨 마을을 돌본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대립이 상징하는 바는 무엇일까. 딩씨 마을의 역병을 가져온 장본인과 이를 수습하고자 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정상과 비정상이 혼재된 이 세상과 다를바가 없다. 그나마 정상적인 사람인 할아버지도 이 마을에서 정상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옌롄커의 소설에서 현실과 허구, 상상과 진실, 합리성과 부조리성, 과정과 변형의 경계를 동시에 탐험할 수 있는 것이다.

(p627)

옌롄커의 소설에 대한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죽음을 앞에 둔 사람들 조차도 물질적 욕망에 무릎을 꿇는다. 당장 죽는 판에 관이 금인지 은인지 무슨 소용이 있을까. 당장 죽어가는 판에 자신의 품삯을 제대로 받지 못함에 화나는 것은 당연한 것인가. 마을 사람들 모두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오늘 내일을 사는 이 특별한 상황에서 물질적 욕망이 정말 부질없는 것일까.



수많은 의문을 던지게 만든다. 이 부조리하면서도 합리적이며, 허구이나 현실과 같은, 상상 속의 이야기지만 진실과도 같은 이 오묘한 조합을 소설은 우리 앞에 이끌어 낸다. 홀리듯 소설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딩씨 마을의 할아버지의 마지막 외침이 여기까지 들리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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